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깊은 곳> 편] <5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마을> 편] <6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2)> 편] <7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上] <8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下] <9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Ⅰ] <10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Ⅱ] <1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Ⅲ] <12편>


호불호 갈리는 마물(전갈 하나 있음)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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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아침인가. 몇 시지?"


그리고, 진탕 마시고 침대 위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메카니르.


"...분명 어제 다들 모여서... 음. 이런 걸 블랙아웃이라고 하나? 메모리를 잠시 뒤져봐야겠군."


이런저런 기억을 되짚어보던 그는, 다들 술에 쩔어버린 채로 겨우 발걸음을 옮기는 수준으로 진탕 취해, 먼저 취해버린 에르가페를 끌어안고 이 방 안으로 어떻게든 돌아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대충 이런 일이었나? 나 참..."


메카니르는 피식 웃으며, 옆자리를 보았다. 흔적만 남아있을 뿐, 에르가페는 보이지 않았다.


"흠?"


그리고, 침대 옆 작은 데스크 옆에 놓인 기묘한 장치와 편지 하나. 메카니르는, 그것을 집어서 들여다보았다.


[메카니르에게. 난 먼저 갈게. 피로가 풀리는 대로 바로 만나러 갈거야. 그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져왔어. 권능의 제약을 조금 풀어주는 물건이라고 할까? 우주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말이야. 에헴, 미리 만들어 둔 나의 선견지명이라고 할까? 아무튼, 너만을 위한 선물이니까 잘 쓰라구. ...벌써 보고 싶다. 꼭, 금방 보러 갈게. 에르가페가.]


"...너도 정말... 후후... 이렇게 귀여울 줄은..."


메카니르는, 조심스럽게 장치를 집어든 뒤, 장치를 체내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일부로 만들었다. 에르가페가 전해준 물건의 일부를 완전히 취한다는 것이 꽤 오묘하게 느껴졌는지, 좀처럼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는 메카니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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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아, 저기 오네! 여기야 여기!"


마을 중앙 광장에서 메카니르를 향해 손짓하는 나이트건트 마물, 트와일라잇. 그녀를 본 메카니르는 발걸음을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섰고, 그녀로부터 다양한 물건들을 건네받게 되었다.


"자. 모래바람으로부터 몸을 지켜줄 특수한 옷감으로 만든 옷, 여분의 물병... 그리고 물의 정령의 기운이 담긴 네클릿. 갈증과 건조한 환경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워질거야. 나머지 물건들은 이 가방 안에 보면 더 있으니까. 탐험가면 잘 알거야."


"건조한 환경? 그 정도인가?"


"말도 안되지. 모든 아이들과 마물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물의 마정령들과 암정령들의 영원한 축복을 받거든. 이런 극히 건조하고 더운 사막 환경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가호지. 그리고, 이 축복을 마도구의 형태로 가공한 것이 이 네클릿이고. 자. 받아."


"고맙군."


"...한 명이 안 보이네?"


"먼저 휴식을 취하러 갔다네. 그래서 나도 서둘러 일을 해결하고 갈 셈이지."


"그렇구나. 분명 쉽게 끝날거야. 자, 슬슬 움직이자!"


트와일라잇의 인도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메카니르. 과연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한편으로는 기대까지 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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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여기, 알지? 안내사무소랑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테르미누스 스퀘어, 줄여서 T-스퀘어라 불리는 곳이야."


"알다마다. 이 도시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방문했던 곳이 안내사무소였지. 이 인근에 이런 곳도 있었군."


"그래. 여기는 모든 교통편이 모이는 곳이야. 마계수들, 혹은 각종 공간 전이 장치의 좌표가 여기로 설정되어있다고 할까? 그래서 여긴 마을 중에서도 굉장히 발달한 곳 중 하나야."


"교통의 중심지는 언제나 그런 느낌이지."


(후우웅-)


거대한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세 사람을 들여보냈고, 트와일라잇은 곧바로 발걸음을 목적지를 향해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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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가."


"...음? 뭔가 엄청 붐비는데?"


"왜 그러는지 짐작이 되오?"


"...글쎄...? 일단 들어봐야..."


그리고, 귀를 기울인 그들은 뜻밖의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포탈 연결이 끊어졌다니!"


"이게 무슨... 어떻게 된 거죠?!"


"뭐가 뭔지 제대로 설명을 해봐!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죄송합니다...! 고객님들...! 하지만... 불과 몇 분 전... 아타카나킬 쪽과 연결이 되는 마나 게이트웨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만..."


"복구에는 얼마나 걸리죠?"


"...잘 모르겠습니다. 끊어진 측에서 복구를 해야 하는지라..."


"...야단났네. 설마 거기도 그 점액질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난리가 난 거 아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이전부터 아타카나킬 마을에서도 수원이 오염되네 마네 아주 난리던데..."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셋은 야단났다는 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거 변수로군."


"...그러게요."


(슈르르륵-)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인간 형태로 돌아온 살리프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좀 낭패로군요. 거리로 따지면... 음, 하루에 6시간을 달리는 마계수를 타고도 꼬박 이틀이 넘게 걸릴텐데..."


"...어쩌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인데, 빠르게 돌아갈 방법이..."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나. 공간 전이 마법은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으니."


"그 정도 먼 거리를? ...그 정도의 먼 거리는 다크 메이지 정도 되는 마법에 능통한 마물들이나 할 수 있을건데..."


"알잖나. 나의 힘을."


"...분명 검을 들고 싸우지 않았어? 육체파가 아닌가?"


"문무겸비라고 해야 하려나. 걱정 말게. ...다만 적절한 좌표가 필요한데... 잠시 시간을 주겠나?"


잠깐 자리에 서서 지도의 축척을 보며 거리를 비교하던 메카니르는, 알겠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양 손에 마나를 집중했다.


"...자,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하나 더 하고 갈까."


그렇게 말한 그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모두, 주목!"


"...어?"


"...어라? 저 사람... 메카니르 님 아냐?!"


"우와아! 진짜네!"


순식간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군중들. 이내 그는 그들을 진정시킨 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똑똑히 말했다.


"자, 지금 나와 목적지가 겹치는 이들을 찾고 있소. 아타...?"


"아타카나킬. 사막 도시."


"아타카나킬이라는 곳으로 가려고 하는데, 함께 갈 사람을 찾고 있소."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공간 전이문은..."


"내가 열면 그만이니."


(쩌적-)


차원문이 열리고, 모두의 눈에 익숙할 법한 모습의 마을이 나타났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그나마 얼마 없는 야자나무들도 다 시들어가고... 욱...! 냄새가...!"


"...으엑! 지독한 냄새가 나..."


코를 싸쥐게 만드는 지독한 악취가 메카니르가 만든 차원문 너머로 스멀스멀 풍겨왔다. 그리고, 그 냄새의 정체는...


"...이거 방귀냄새 아냐? 으... 냄새 한번 고약하네!"


"...흠. 원래 이런 분위기의 마을인가?"


"...절대 아냐. 뭔가 일어난 것 같은데? 아타카나킬이라 쓰여진 걸 보면 마을은 맞는데... 서둘러 가봐야겠어."


"자, 그렇게 되었으니...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로 가야 하는 사람? ...꽤 많군. 나를 따라오게."


먼저 트와일라잇과 살리프를 이동시킨 뒤, 이동하고자 하는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이동시킨 뒤 그제서야 마지막으로 문을 닫으며 이동하는 메카니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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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지직-)


"...뜨겁군. 과연 사막인가."


"아, 마지막으로 왔구나."


"그렇소. 트와일라잇. 여긴 마을의 어디지? 거대한 시계탑이 보이는군."


"흐음... 여긴 리야드네. 저 시계탑은 그냥 시계탑이 아니야. 음... 뭐라고 하더라? 옛 잊혀진 왕국의 언어로 부르는 말이 있었는데..."


"عيون تطل على الأرض المقدسة مكة المكرمة. 아마 뜻이 '성스러운 땅 메카를 내려다보는 눈' 이었던가... 아마 그렇게 읽을걸. 저기 표지판 부분을 보면."


제법 낯선 말을 하는 살리프. 그리고, 트와일라잇은 머리를 긁적이며 애꿏은 표지판만 뭐라고 했다.


"...그래? 음... 나는 도저히 모르겠어서. 아니, 다른 표지판들은 다 공용어로 해놓았으면서 저건 저렇게 해두는 이유가 뭐야?"


"그만큼 뜻깊은 의미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뭐, 옛날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말이지."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저긴 의외로 '호텔' 의 기능도 하는 곳이야."


"호텔? 음... 뭔가 어감이 좀 기묘하군."


"옛 말로, 메카라고 하는 말에는 '성지' 라는 뜻이 있었다고 하네요. 꽤 옛날에 배웠던 말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요."


"음... 여기는 제가 나고 자랐던 사막 인근의 마을과 비슷한 분위기의 도시이긴 하지만, 그 규모가 정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대도시거든요. 조금 더..."


(쿠구구구궁-)


"...지진?"


땅이 크게 한 차례 울리고, 모래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또한, 악취와 함께 뜨거운 열풍이 불어닥치는 것 같았다. 진동은 갈수록 커져 이내 발을 땅에 딛고 서 있기도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


(쑤욱-!)


그 순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모래를 사방으로 흩날리며, 단단한 갑주같은 비늘을 빼곡하게 두른 '거대한 뱀과 같은 괴생명체' 가 모습을 드러내자, 메카니르는 화들짝 놀라며 마계은 장검을 뽑아들었다.


"...흠...?! 사막의 괴물인가...!"


(철컹-!)


"물러서게! 단칼에..."


"자...잠시만요 메카니르 씨! 저 분은 괴물이 아니에요!"


"...응?"


(푸스스스스-)


"살리프 말이 맞아. 괴물이 아니고 마물이지."


"...마물...?"


(촤악-)


"다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분명 전이장치의 연결 기능이 완전히 끊어져버린 것 같았는데..."


"...어?"


그리고, 그 괴생명체의 입이 열리나 싶더니, 그 안에서 분홍빛 피부를 한 요염하고 아름답게 생긴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메카니르와 함께 온 일행들 중 몇몇은 반갑게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룬! 오랜만이야!"


"나도! 근데 다들 어떻게 온건데?"


"...여기, 이 분이 우리 모두를 데리고 오셨어. 공간 전이 마법으로."


"...마법사신가? 참, 반가워. ...그 칼 멋진데? 처음 보는 양식이야. 호오..."


"...음... 반갑소. 조금 전의 무례는 사과하지. 내가 너무 경솔했어."


"에이, 아냐. 원래 처음 보는 사람들은 막 놀라기도 하고 그래. 좀 이질적으로 생겼지?"


거대한 몸을 비틀며, 모래가 흩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대한 갈색 뱀 속의 여인. 순간 그녀는, 흠칫- 하는 표정을 짓다가 배를 움켜쥐고는, 메카니르와 함께 온 이들에게 말했다.


"윽... 아무튼 모두들, 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왔다 이거지? 좋아. 들어오게 해줄게. 대신... 조심해. 윽... 알 수 없는 오염이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무언가에 오염되어버릴 수 있거든. 나도... 실은 그렇게 된 상태라서."


"오염? 물컹거린다라... 혹시 그 녹색 점액질같은 물질인가?"


"녹색 점액...? 아니... 으으... 정확히는 뭐랄까... 단단한 덩어리나 가루같은... 으아윽... 뱃속이 야단이네 자꾸...!"


뿌우욱-!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다다다다다다당!


하룬이라고 불린 여인은 자신의 몸을 감싼 거대한 뱀의 몸통 안쪽으로 몸을 집어넣고,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뿜어냈다. 이미 그 용량이 한계 이상에 다다른 것인지, 방귀로 보이는 끈적하고 뜨겁고 역한 녹황색 기체가 스멀스멀 피어나 틈이란 틈은 죄다 비집어나가며 새어나오고 있었다.


"...중독 증세랑 똑같군. 흐음... 조금 서둘러야할지도 모르겠어."


"...3일 만에... 그 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대체 이게 뭐지?"


"대체 이게 무슨... 뭔가 일이 있었던건가?"


상당히 놀라면서도 의아해하는 트와일라잇과 살리프. 그러는 와중에도, 하룬은 장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끔찍한 악취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고 있었다.


"끄으으윽... 아무튼 다들 들어가 봐. 지금은 조금 비상...상황이라... 오염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끼리 구분을 해서 임시로 구역을 나눠뒀으니... 흐읏...! (뿌우우우우욱! 뿌푸푸푸루루룩!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아아... 최대한 오염을 피하고... 파히디 성채로 가봐... 후우... 거기서 오염 여부를 검사해줄테니...! 그럼 난 이만...! 윽...! 가스 빼러 가야 해서!"


(푸스스스- 사아아-)


바다뱀이 헤엄치듯, 땅 속으로 모래를 파며 빠르게 숨어드는 하룬. 모두들 도시의 상황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그럼에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에 도시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후우... 덥군. 아주 더워."


"바로 앞에 있는 곳이니까 다들 서둘러서 가자고요."


그리고, 그에 호응하듯 트와일라잇과 살리프가 메카니르에게 말을 걸었다.


"흠. 우리도 가자. 길은 내가 아니 안내해줄게."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일이 커지나..."


'...가루...가루라고? ...설마, 극히 건조한 사막의 기후로 인해 점액질들이 설마...'


이전부터 녹색 진액을 발견했던 지역들을 돌아보는 메카니르. 던전에는 아예 물로 구성된 층이 있었고, 라미아 일족들은 애초에 습한 지역을 좋아했다고 하니 애초에 그 지역은 물기가 많았다고 볼 수 있었다. 숲이야 말할 것도 없이 식물들이 습도를 유지해주고 비도 제법 오는 환경이라고 하니 충분히 습한 지역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막은 다르다. 건조하고, 뜨거우며, 차갑고, 아주 극한의 환경이다. 충분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 메카니르는, 발상의 전환의 필요성을 실감하며, 트와일라잇, 살리프와 함께 도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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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꽤 넓군."


"파히디 성채니까. 모래 속에 파묻혀있던 거대한 유적들 중 일부를 복원하여 현대식으로 어레인지한 건물 중 가장 규모가 크거든. 아, 설명해준다는 걸 깜빡했네. 이 도시, 아타카나킬은 '잊혀진 사막의 왕국' 중 하나인 네지드라는 고대문명의 기반 위에 새로 설립된 도시거든. 그래서 그 당시 건축물들과 현대식 건축물들이 조화로운 모습을 이루고 있지. ...기록을 보니, 이 도시는 마물도 마왕도 없던 아주 먼 옛날에 만들어진 국가로 보이는데, 여성의 노출을 정말, 극히 제한하고 있으며 음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정말 재미없는 곳이더라.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어! 정말! 여자들이랑 마물들은 튼실한 엉덩이를 내놓고 방귀로 어필하면서 남자를 유혹하는게 정상인데!"


"가치관의 차이라고나 할까? 하하... 종교라던가, 그런 거에 영향을 받았을수도 있지. 그런 의미에서, 난 지금 시대에 태어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어. 트와일라잇. 이렇게 귀여운 여자친구도 만들고."


"으읏?! 흐에헤헤... 녹아내릴 것 같네에..."


꽁냥거리는 둘을 뒤로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메카니르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곳을 발견하고 둘에게 질문을 건넸다.


"...여기 서야 하나?"


"응? 아... 저기가 약간 뭐랄까... 응. 도시 출입 가불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거든. 자, 우리도 서자. 다들 끝나가네."


둘과 함께 줄에 서는 메카니르. 머지않아 줄이 점점 사라졌고, 대부분은 '오염되지 않은 자들' 과 함께하게 되었으나, 그 짧은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오염된 이들은 자신의 반려와 함께 '격리 장소' 로 향하게 되었다. 조금은, 그들이 걱정되는 메카니르였다.


"우린 끝났어. 저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트와일라잇이 살리프와 함께 비오염자들을 위한 곳으로 갔고, 메카니르가 한 발 앞으로 다가서며 그 자리에 앉아있던, 기묘한 분위기의 푸른 마물을 마주했다.


"...후우... 다음 분... 어머, 당신이..."


"반갑소. 모험가 메카니르라고 하지."


"...다른 분들이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올드 웨스트 마을 인근 던전의 해결사이자 불사의 영웅이라고... 그리고 엄청 아름다운 파트너분까지 있다고 하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혼자 왔소. 에르가페... 내 파트너는 잠시 휴식을 취하러 이계로 돌아갔지. 설명하자면 좀 길다네."


"...그렇군요. 척 보기에도 강한 힘이 느껴져서 말이죠. ...그리고 잘 알겠네요. 당신은 오염이 되지 않는 몸이라는 것을요."


'...외신의 물질이니 당연하면 당연한 거지만... 뭐, 에르가페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냥 내가 운이 좋은건가?'


조용히 생각하던 메카니르는, 푸른 액체가 담긴 도자기를 내미는 그녀의 푸른 손을 보고는 그 도자기를 잡았다.


"무엇이오?"


"받아두세요. 갈증이 심해지면 이 액체를 한 모금 마셔보세요. 물의 정수를 빚어 만든 최고급 정제 마계수라 한동안 갈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이 생기와 수분으로 가득 차는 효과를 얻을 거에요.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죠. 그 네클릿, 충분한 마력이 담겨있긴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말이죠."


"고맙군. ...잠시 시간 되나?"


"시간? 어... 무슨 일이시죠? 있기야 한데... 엊그제부터 공간 전이장치, 포탈이 다 끊어져서 일거리가 없어서 말이죠."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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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마물 도감이요?"


"그렇소. 내 보기에... 자네는 처음 보는 마물이라는 것 같소만. 좀 알아볼 수 있겠소?"


"뭐, 안될 것도 없죠. 어차피 시간도 남아도니. ...저라는 종족, 물의 정령... 운디네에 대해 알려드리죠."


그녀는, 기묘한 손동작으로 몸의 일부로 잉크를 만들어 내, 양피지 위에 자신의 정보를 적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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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령 운디네와 암정령 운디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그녀들의 몸으로 만든 음료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운디네 - Undine]


[속 : 정령 / 형 : 원소]


[서식지 : 물의 원소가 충만한 곳]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를 선호. 액체류 음식을 선호하나 정령 특성상 편식을 하진 않음.]


[성격 : 온화하고 헌신적]




[물의 원소가 모여 태어난 물의 정령이 마물의 마력에 의해 타락하여 마정령 / 암정령이 된 모습. 그녀들을 구성하는 물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몸과 온화한 성격을 지닌 마물이다.


평소에는 호수, 샘물 등지에 서식하며 인간을 덮치는 경우는 적으나,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인 계약자를 원하고 있는데, 이는 그녀들의 특성에도 연관이 된다. 물의 정령인 그녀들은 언제나 '노폐물'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환 작용 또한 그러하다.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부산물들이 썩어가며 기체를 만들어내고 그 기체는 부글거리는 기포의 형태로 운디네인 그녀들의 몸 속에 저장되는데, 남편이자 계약자인 정령사들이 정기를 공급해주면 그 부산물을 다시 한 차례 더 정제하여 더 진하고 농축된 형태로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마나를 재순환하기에 힘이 더욱 강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남녀의 연애사에 대해 강한 동경을 품은 정령들이었다. 그녀들 안의 마물의 마력이 그것을 동경에서 욕망이자 충동으로 바꾸었고, 이 감정을 바탕으로 마물로 거듭나 인간 남성과의 격렬한 교미를, 그리고 그 노폐물이자 페로몬 덩어리인 끔찍한 악취를 미친듯이 풍기는 괴악한 방귀 덩어리를 생성하고, 마력의 순환뿐만이 아니라 '순수한 쾌락의 추구' 를 위해서 내뿜기도 하는 것이다.


계약자에 대해서는 항상 곁에서 따르고, 연인처럼 대하며, 사랑하고 또 교미하는 것으로 물의 힘과 쾌락을 부여한다. 물로 된 몸을 가진 그녀들의 육신은 계약자의 남성기를 부드럽게 감싸고, 다른 마물에게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온화한 쾌락을 선사하며, 악취를 담은 부글거리는 썩은 액체의 방울을 토해내기에 최적화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하기에, 그녀들의 방귀는 다른 정령들과 비교해서 특히 더 지독하다. 보통은 실프들이 정령들 사이에서 방귀의 여왕이라 불리나, 많은 경우, 그 끈적하고 지독한, 형용하기 힘든 부글거림과 함께 끓어오르는 지독한 물방귀로 '악취' 를 뽐내는 쪽은 운디네인 경우가 많다. 이 방귀를 내어놓고, 잔뜩 흥분한 남성이 그녀들의 몸 가득히 정액을 내어놓으면, 그 투명한 몸 속에 정액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고 느끼며, 아주 큰 기쁨을 느낀다.


그녀들에게 매료된 계약자가 그녀들에게 정기를 계속 주면 여타 정령과 마찬가지로 암정령이 되며, 이 상태가 심화될수록 그녀들의 방귀는 더욱 독해져, 경우에 따라 육식성 마물들이나 오우거, 하이오크, 드래곤, 심지어는 좀비 드래곤 이상의 악취를 뽐내게 된다. 또한, 청아하고 투명한 물은 쾌락으로 물들어 진한 푸른색과 검은색이 되고, 점차 음란하고 호색적으로 바뀐다. 계약자와의 성관계 또한 처녀의 풋풋함이 아닌, 탁류처럼 격렬하고, 지독하며, 썩은 진창을 머금고 시궁창을 흐르는 끔찍한 악취를 머금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마치, 이성을 그 정기와 함께 삼켜버리기 위해, 뇌를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괴상망측한 악취를 뽐내면서 말이다.


또한, 물의 정령인 그녀들이 타락했다는 것은, 자연계의 물 자체가 오염되었다는 것의 증거. 즉, 그 지역의 물은 마계수로 오염된다. 마물의 마력이 담긴 물은 점차 퍼져나가, 악취를 머금고 여성들을 끌어들여, 마찬가지로 지독한 물방귀를 뿡뿡거리며 뀌게 하는, 그리고 그를 통해 남성을 유혹하고 적극적으로 교미를 유도하는... 그런,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들이 가득한 마계로 만들어버리는, 그리고 그 자리의 마물 또한 잔뜩 발정하고 악취나는 방귀를 뀌게 바꾸는 것이다.


의외로 그녀들은 계약자들이 농담식으로라도 내뱉는 매도의 말에 제법 약해진다고 한다. 다른 마물보다 냄새가 덜하다는 농담조의 비교부터, 가벼운 시선 하나하나까지도, 조금은 과민하게 반응하며, 미워하지 말라고 울먹이면서도 자신의 매력을 다시 각인시키겠다며 계약자에게 전례없는 방귀의 물폭탄을 연발로 쏟아내버린다고 한다. 이는, 계약자가 자신을 다시 사랑하게 하겠다고 철저히 봉사하는 것이라고. 나중에 농담이었다고 말해주면, 속인 것은 밉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에 대한 답례로 더욱 진한 방귀의 물폭탄을 선사해준다고 한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남편은 항상... 음, 방귀에 절여져있는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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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령을 사막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다들 그런 말을 하곤 하죠. 확실히 물의 정령이 살기 쉬운 곳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아타카나킬의 물의 정령은 모두 암정령, 혹은 마정령이죠. 반려로부터 진~한 정기를 잔뜩 공급받고 힘내서 일하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렇다면 다들 유부녀 마물들이겠군."


"정확해요."


그리고, 물의 정령 운디네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오염되어 격리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저 분들은 격리장소로 향하게 될 거에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가루라던가... 그런 것을 묻히고 온 상태라서 주위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흠..."


"...왜 그러시죠?"


"내 이야기, 다른 이들이 많이들 해 주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죠. ...혹시,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해독제와는 별개로, 외부에 묻은 가루를 치우는 것은 가능하지."


그 말을 하고는, 메카니르는 성큼성큼 오염물이 묻은 이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들 중 일부는, 어느새 오염이 진행되었는지 배를 매만지고 다리를 배배 꼬며 지독한 악취를 흘리고 있었다.


"...으읏... 메카니르 님...? 무슨 일... 읏...!"


뿌푸흐흐스스스슷- 푸쉬익-!


"...죄송... 배가 아파서..."


"...이게... 전염되는 것들이었나... 나도 갑자기..."


뿌우우우우웅! 뿌부푸푸푸푸루루루루루룱!


"전염은 아닐 걸세. 건조한 사막의 환경에서 점액질이 말라붙어 가루가 된 것이 문제지. 다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게나."


메카니르는, 올드 웨스트 타운에서부터 사용하던 휴대용 포집기를 끄집어내, 방향을 사람들에게로 돌린 뒤 마력을 흘려넣었다.


(파스스스스스스- 슈우우욱-!)


"...모...몸에서 가루들이...?"


"...무슨 이끼같은 것들이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와... 많이도 달라붙어있었네에..."


제법 많은 양의 가루들을 전부 빨아들인 메카니르는, 다시금 포집기의 뚜껑을 닫고 운디네에게 다가섰다.


"...이 가루들은 전염성이 아닐세. 내가 보증하지. 전염성인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미 이 도시 전체에 건조한 바람으로 인해 녹색 점액질이 변화한 가루 덩어리가 공기 중에 상당량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이지."


"...그런..."


"일단 응급처치로 가루를 정화하는 것 자체는 성공했지만... 이게 그렇다고 해서 체내까지 정화하는 것은 아닐세. 해독제가 필요하지. 만드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거든. 올드 웨스트 타운에서도 그러했으니."


메카니르는 실바 리비디네 마을에서, 모스와 하루를 비롯한 이들이 만든 해독제의 제조법을 적어두었던 종이를 운디네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 종이가 도움이 될 것 같군. 해독제의 실마리가 적힌 문서일세."


"...이 수식은..."


"말 그대로일세. 해독제를 만드는 방법이지. 저 증상을 크게 완화시켜줄거야."


"...그렇다면 곧바로 화학과 연금술을 다루는 분들에게로 전달해주어야겠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걸로 시름을 덜었네요..."


"이제 시작이라고 해야겠지. 도심 곳곳에 퍼진 녹색 가루들과 덩어리들을 한 데 모아 흡착해야 하니."


그 말을 들은 운디네는 그에게 부탁하듯 말을 건넸다.


"...제개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무엇인가?"


자리에 앉는 메카니르. 어쩌면 일이 조금 쉬워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 1장, 운디네 편 [END]




(덜그럭...)


"...흠. 이거면 괜찮으려나."


그리고, 잠시 후. 운디네가 안내한 한 공방의 작업실에서 임시로 만든 포집기의 성질을 응용한 기계를 몇 대 만들고, '분말형 이물 수집장치 - 설치형' 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메카니르.


"...나가볼까." 


제법 큰 오크통같은 장치를 들고 문 밖으로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그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엇? 벌써 끝나신건가요? 재료가 부족하거나 상태가 불량했던 것들은..."


"아닐세. 오히려 이 정도의 극한 환경인 사막에서 이렇게 잘 보존된 재료들을 봐서 아주 감명깊었다만."


"그런가요? 다행이군요. ...이것이..."


"...일단 시운전을 해봄세."


"알겠습니다. 여보?"


"...으으... 나 왔어..."


뿌스스스스슷-뿌루룹! 뿌브브르르르륽-!


추잡스러운 소리와 함께 황색의 가스를 흩뿌리며 중앙의 모래 구덩이에서 튀어나오는 '샌드 웜' 마물, 하룬. 파히디 성채에서 만났던 운디네 마물, '이도르' 에게서 정식으로 하룬과 그녀의 남편을 소개받아, 그녀의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공방에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기로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흐아아아... 기분은 좋은데에... 멈추지가 않아서 좀 그렇다아..."


"이 분, 메카니르 씨가 가져온 치료제 제조법을 학회에서 연구중이니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조절하는 방법이라거나..."


"...조절하는 방법이 더 낫지? 음... 흐흐..."


"크흠... 어. 일단... 해볼까?"


"순수한 마물의 마력이 필요하다고 했었나?"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일단 내가 일일이 이걸 다 관리할수도 없고, 결국 그 지역의 마물들이 관리해야 하지 않겠나? 마물들이 자신의 마력으로 가동할 수 있어야겠지."


"듣고 보니 그렇네. ...후우... 배가 진짜 계속 꾸륵거려서..."


(슈우우웃-!)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마나를 정제하여 에센스의 형태로 뽑아낸 뒤, 장치 내부에 흘려넣는 하룬. 이내 기계가 차분하면서도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가동을 시작하더니, 밝은 옥색으로 빛을 내며 사방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모이고 있네요! 진한 녹색의 가루 덩어리가 서서히 쌓여나가고 있어요!"


"...내... 내 몸에서도 뭔가 막 빠져나가고 있네...? 우와아..."


"...이렇게나 많이 공기 중에 퍼져있을 줄이야... 이래서야 도심 전체가 위험한 상황이로군..."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파훼법은 생겼으니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해요. 무엇을 해야 하죠?"


"세 가지로 나눠야겠군. 우선 첫 번째, 치료제의 적절한 배급. 이건 학회와 시의회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지 않나?"


"그럼요. 아마 그쪽에서도 이 일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하네요."


"아주 좋군. 그럼 다음, 두 번째. ...곳곳에 퍼져나간 녹색 가루들을 흡착시켜 정화하는 것."


"...도심 곳곳에 이 장치를 놓아야 하니,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세 번째. ...이 녹색 가루... 점액질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


"메카니르 씨 말씀은... 이 사방에 퍼져나간 녹색 가루의 근원지가 이 사막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거죠?"


"정확하다네. 음...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읏... 흐아아... 내가 조금..."


뿌우우우우우욱-! 뿌푸푸푸두두두두둑!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하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룬은, 연발로 시원하게 추잡스러운 악취를 뻥뻥 터트리며 간신히 말을 건넸다. 의아해하는 메카니르에게, 그녀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 도심 중앙에는... 거대한 오아시스 위에 세워진 아주 큰 신전이 있어... 규모도 크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광장과도 같은 공간이거든... 일단 거기를 정화하고 나면... 거기를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곳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일리가 있는 말이로군. 일단 거기로 가야겠는데..."


"당신... 공간 전이 마법의 대가라고 했지?"


"공간 전이... 대가? 음... 그냥 마법 조금 쓰는 학자라고만 해주게."


"...수십 명을 너끈히 워프시킬 수 있는 마법을 부리지만... 뭐 아무튼, 그렇다고 할게. 내가 모래 속에 내 마나를... 흩뿌려서 길을 표시해뒀거든. 이럴 줄 알고 말이야."


뿌프브프프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아... 마나가 좀... 새어나오네? 아하하..."


"...이 냄새와 일치하는 마나의 통로를 찾으면 되겠군."


"...윽... 쪽팔려..."


메카니르는, 일직선으로 쭉 뻗은 경로선을 발견하고,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하며, 몇 개의 설치형 수집장치를 공간 압축을 통해 축소하여 품 속에 넣으며 말했다.


"이 나머지 것들은 자네들이 설치해주게. 다른 마물들과 상의해서 재량껏 설치해주게나. 그리고, 유독 더 빠르게, 더 많이 포집되는 장소가 있다면 확인해뒀다가 알려주면 좋겠군."


"음...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군요."


"...내가 만들어놓고 가지. 내가 하면 더 빠를 걸세. ...참, 만드는 동안 부탁을 좀 들어줬으면 하는데."


"네? 그게 무엇일까요?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해보겠습니다."


"마물 도감을 편찬하고 있네만."


"마물 도감이요?"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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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런 느낌이셨군요."


사전을 덮어 돌려주는 청년. 메카니르는 그가 건네는 사전을 받으며, 펜과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그런고로... 샌드 웜... 이라고 했나? 그 마물에 대한 정보도 싣고 싶다네. 상당히... 새로운 느낌의 이질적인 마물이라 매우 흥미가 생기는군."


"...처음엔 내가 괴물인줄 알고 놀랐다면서? 푸후후..."


"...음.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자네보다 여섯 배... 아니, 열 여섯 배는 더 큰 공허 괴수를 베어넘긴 적이 있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지 않나. 어느 동방의 격언이라더군."


"뭐, 그럴 수도 있지. 내 정보니까 내가 적어줄까? 아니면..."


(꾸르르르르르그극-)


"...읏...!"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푸푸루루룩!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럽!


"...아...안되겠네에..."


"후후... 내가 적을게. 하룬."


"에헤헤... 미안..."


"미안할 게 뭐가 있어? 이따가... 내가 착 달라붙어서 냄새 빼줄게."


"으에헤헤... 기대해도 좋은거지?"


"그럼. ...아, 죄송해요. 너무 늘어졌죠? 필기해서 드릴게요."


멋쩍게 웃으며 필기를 시작하는 그를 보며, 메카니르는 마음이 따스해지는 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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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에서 튀어나오는 샌드웜 개체. 금방 '배출의 공간' 에서 배출을 하고 왔는지, 냄새가 자욱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남편을 위해서 아직 가스를 잔뜩 남겨뒀다고.]


[샌드 웜 - Sand Worm]


[속 : 웜 / 형 : 곤충]


[서식지 : 사막]


[식성 : 육식 선호. 간헐적으로 초식을 하는 잡식.]


[성격 : 단순함]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거대한 모래 벌레. 구마왕시절의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 진정한 모습은 그 괴물의 입 속에 자리한 여성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의외로 분리가 가능하여 경우에 따라 외피를 벗고 남편과 함께 바깥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래 속을 헤엄치듯 움직이며, 모래에 들어갈 땐 외피를 단단히 봉하고, 자신의 신경과 마력으로 연결할 수 있는 눈의 역할을 하는 외시경, 그리고 샌드웜 특유의 뛰어난 외부 자극 감지능력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지능이 대개 낮으며, 식욕과 성욕이 왕성하여 사냥감을 제멋대로 덮치는 위험한 동물이다. 특히 식욕이 왕성하여 사막 등지에 서식하는 거대한 마계 짐승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사냥을 할 때를 제외하면 보통은 모래 속에서 숨어서 시간을 보내지만, 번식 상대로 삼을 인간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튀어나와 남성을 덮치고 포획해, 모래 속으로 끌고 가버린다. 물론, 잡아먹히는 일은 없고, 그 안에서 아름다운 본체에 얽히고, 안기며,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녀들은 그 왕성한 식욕만큼이나 배출하는 양 또한 어마어마한데, 보통 그녀들은 배출할 때가 되면, 홀로, 혹은 남편이 있다면 남성과 함께 사막의 외진 곳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꾸륵거리는 배를 만지거나, 남편에게 만지게 하며, 오늘은 이만큼이나 쌓였다고 속삭이듯 말한 뒤, 그 자리에서 사막의 모래 전체가 웅웅 울릴 정도로, 거대한 먼지 모래의 폭풍을 일으킬 거대한 바람이 불어닥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배출하면서, 쾌락에 젖은 얼굴을 하고, 아랫도리를 적신다. 외피가 아무리 단단하게 닫혀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가 미친듯이 폭발하듯 역류하며, 그 주위를 참을 수 없는 악취로 오염시킨다. 이와 같은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한 사막의 일부 지대는 결코 평범한 사람은 접근조차 하기 힘든 지독한 오염지대가 되며, 그 악취를 코앞에서 반복적으로 들이마신 남성은 곧바로 흥분 상태가 되어, 평소보다도 더욱 찐득하고 지독한 방귀냄새를 맡으며, 잔뜩 사랑을 나누고, 또 나누고, 서로 지쳐 나가떨어질 때 까지 나누는 것이다. 아주, 아주 행복하게.


남성을 포획할 때는 거친 모습으로 덮치기에 오해를 사지만, 실제로는 매우 유순하다. 잡은 남성에게는 그저 윤기나고 미끌거리는 여성의 육체로 몸을 감싸고 돌며, 포획할 때와 대조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달콤한 쾌락을 주며, 요염하고 끈적하게 교미한다. 남편을 얻은 그녀들은 사막 기온과 모래, 건조함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내피에서 함께 생활하게 하는데, 의외로 이 안은 환기 뿐만 아니라 적절한 온도 조절 및 습도까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기에, 그녀들로부터 생체공학적 디자인 쪽으로 영감을 받는 건축가들도 굉장히 많다고 한다. 또한, 그녀들의 소화액은 남편들에게는 '광원이자 보호막' 역할로 작용하기에, 그 안에서 생활하는 데에 편의성을 더욱 더해준다. 물론, 소화액은 육신에게는 보호막이지만, 옷들에게는 그렇지 않기에 옷을 전부 녹여버리게 되고... 또, 쾌락에 대한 저항력도 0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안성맞춤인 이동식 주택을 '타고' 다니는 그녀들은, 오늘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다가, 배출할 때가 되면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아주 재빨리 자신만의 배출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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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그리 높지 않다? 자네는 매우 현명해보이네만."


"아? 푸훗... 뭐, 내가 좀 그렇지? ...라기 보다는, 뭐라고 할까... 개체별로 차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최근 수십년에 걸쳐서 지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마물들의 지능이 점진적으로, 그것도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이 확인이 되었거든. 그리고, 각지에서 신종 마물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드래고니아에서는 오래 전 잊혀졌다고 알려진 말레프 드래곤과 그 권속이 활동하는 것이 확인되었기도 하고... 안개의 대륙에서는 '태세' 라고 하는 기묘한 슬라임이 발견되기 시작했대. 물가 근처에서는 맨이터라는 묘한 식물형 마물도 나타나고 있다고 하고, 어디였더라? ...새벽의...나라였나? 거기서는 족제비 수인의 아종인 특이한 수인형 마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대. 검고 흰 털을 가졌다나?"


"...그건 또 신기하구려. 신종 마물..."


(기이이잉- 철컹!)


말을 하며 듣는 사이, 어느새 충분한 양의 수집장치들과 자동화 공정 설비를 제작한 메카니르. 만족했다는 듯 일어서며, 그는 둘에게 당부를 전했다.


"...충분히 만든 것 같군. 자동화 장치까지 구현했으니... 이렇게, 재료들을 넣고 조립 공정을 거치면 빠르게 만들 수 있을걸세."


"감사합니다. 메카니르 씨."


"그럼... 신전으로 향하도록 하지. 나중에 또 보세나."


마나 트래킹을 통해 그녀가 남긴 잔향을 따라 공간 전이 마법을 시전하는 메카니르. 두 사람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그는 신전으로 향했다.




--------------------------------------------------------------------------------------- 2장, 샌드 웜 편 [END]




[파직-!]


"...흐음."


(타닷... 터벅...)


"...반듯하게 닦인 길 바닥... 그렇군. 이 앞이..."


고개를 들어올린 메카니르는, 지극히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거대한 신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안으로 향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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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아무도 없소? 여보시오!"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메카니르의 목소리.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무수한 날갯짓 소리, 그리고 노래의 선율처럼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오며, 저마다의 악기를 거머쥔 구릿빛 피부의 하피들이 다가왔다.


"...우으... 방문객? 별일이네에..."


"무슨... 뭇... 윽... 잠시만...!"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부붕! 뿌루루루루루루루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하아... 쏘리. 지금 신전에 남은 모두는 다들 격리 대상이라... 에헷..."


"당신도 여기 있다간 영향을 받을지도 몰라. 무슨 일이야? 별 일 없이 온 거라면 서둘러 돌아가."


"...그렇게는 못하겠군. 잠시..."


거대한 신전의 중앙에 수집장치를 설치하는 메카니르. 마물의 마나를 흉내낸 성분의 힘을 집어넣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소음을 내며 작동을 시작하는 장치.


(슈우우욱- 슈우우욱-!)


하피옇 마물들의 몸으로부터 많은 양의 녹색 가루를 흡수해가는 장치. 어느새 공기의 느낌이 달라질 정도로 많은 양의 오염물을 걸러낸 장치 앞에 선 메카니르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는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잘 작동해서 다행이로군. 반갑네. 모험가, 메카니르라고 하네."


"...이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죠...?"


"트와일라잇이라는 나이트건트 마물에게 부탁을 받았었지. 이 도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달라는 말을."


"...그렇군요... 그럼, 신전을 시작으로...?"


"말하자면 조금 길다네. 잠시..."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가, 자신이 신전에 온 목적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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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었군요."


"음... 엄청 대단한 분이시네? 맞죠? 올드 웨스트 타운에서 있었던 모험담이 전부 사실이라면 말이죠."


"수십 명을 이끌고 공간 전이 마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범인은 아냐. 어쩌면 이 분은 정말..."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녀들은, 메카니르에게 다가가 간곡하게 말했다.


"...꼭 부탁드릴게요. 지금, 이 도시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정구역에 가까웠던 도시가 순식간에 이렇게 되어버려서..."


"청정구역이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지질 활동이나... 그런 것이 일어난 적이 있나?"


"글쎄요... 신전과 성역 일대는 태양신님의 영원한 가호로 여러 재난들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상태라서..."


"그렇군. ...그럼에도 이런 전방위적인 이물에 의한 오염은..."


"...부끄럽게도 저희의 힘이 부족하여 막지 못했습니다. 이 아래 오아시스의 수원을 지키는 것이 고작... 여기마저 무너지면 정말 도심 전체가 오염지역으로 변한다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외우주의 물질을 피조물들이 막아낸다는 것 자체가 신들이 체면을 구기는 일이긴 한데...'


조용히 혼잣말을 삼킨 메카니르는, 품 속에서 공간 압축으로 사이즈를 줄여두었던 설치형 장치들을 꺼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시 신전 안내를 해주겠나? 오염이 심한 곳들에 이와 같은 정화장치를 설치해두어야겠네. 그리고, 근원지 파악을 위해... 다른 장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오염수치를 보이는 것을 내게 알려주게. 후우... 수원이라도 멀쩡해서 다행이군."


"알겠습니다. ...누가 할래?"


"내가 할게. ...반가워요. 메카니르 씨."


파격적인 의복과 폭력적인 몸매, 그리고 특히 커다란 엉덩이와 가슴, 건강한 구릿빛 피부. 수려한 외모만큼이나 우아한 현악기를 걸친 그녀는,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제 이름은 '기쁨' 이라는 뜻을 가진 '하니' 라는 이름이랍니다. 음... 지금은 조금 다른 의미의 기쁨을 가져다주고 있긴 합니다만... 따라오시죠. 신전 전체를 순회하며 확인하도록 합시다."


"좋지. ...자네들은 내가 앞으로 방문해야 할 곳을 미리 확인해줄 수 있겠나? 규모가 크고, 정상화가 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곳으로 골라서 정해주게나."


지독한 악취가 묻은 깃털을 펄럭이며, 얼굴을 살짝 붉히는 하니. 곧, 그녀는 이내 정신을 다잡고, 메카니르를 신전 곳곳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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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신전의 가장 외진 곳이자... 가장 격리된 장소죠."


(철컥-)


"...마지막으로 여기에 설치하면 되겠군. ...최대한 겹치지 않게 설치했으니 이 주위 인근의 공기는 거의 완벽하게 정화된 상태를 유지할걸세. 앞으로 여기는 오염 여부와 관계없이 출입할 수 있겠군."


"다행이로군요. ...다시 돌아가면서 얼마나 모였는지를 확인하면..."


"그것도 괜찮겠군. ...참, 그러고 보니 내 본분을 망각할 뻔 했어."


"본분을 망각? 그게 무슨... 아, 혹시... 몸의 대화를 원하시나요?"


"이래뵈도 누군가와 관계를 나눈 사이라서 말일세."


반지를 낀 손을 들어보이는 메카니르. 하니는 그 반지를 보자, 흠칫 놀라며 관심을 보였다.


"어머, 이 마도석은... 엄청나게 귀하고 강한 힘이 담겨진 보석이네요!"


"알아보는가?"


"척 보기에도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종족 특성 상, 이런 반지를 교환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요."


"그런가? 내가 지금 물으려는 것도 그것이라네. 지금 내가 마물 도감을 편찬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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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런 느낌..."


천천히 걸으며, 사전을 이리저리 훑어보던 하니는 책을 덮어 돌려주며 말했다.


"무슨 의도로 말씀하셨는지 알겠네요. 음... 구두로 해도 괜찮을까요?"


"자네 편한 대로 하게나. 이쪽은 어느 방식이든 상관없으니."


그리고, 목을 가다듬는 하니를 보며, 메카니르는 필기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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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악기 형태의 악기를 연주하는 간다르바 개체. 특기는 아무도 모르게 화음을 넣어서 장내 가스 자극하기.]


[간다르바 - Gandharva]


[속 : 하피 / 형 : 조인]


[서식지 : 산악, 사막지대]


[식성 : 향기, 인간 남성의 정, 식사 또한 무리없이 섭취 가능!]


[성격 : 밝고 호색함. 정열적이고 쾌활함.]




[황금 날개를 지닌 대형 하피의 일종. 에로스를 섬기는 사랑의 여신의 피조물들 중 하나이며, 신을 섬기는 연주자이자, 일종의 신수로까지 취급된다. 향기를 먹이로 할 수 있는 특이한 식성을 지녔으며, 몸에서 항상 향기를 내뿜는다. 위로는 '부드러운 향기' 를, 아래로는 '지독한 악취' 를 말이다.


음악을 매우 사랑하는 종족이지만 남색을 탐하고 육욕이 강하며, 색향 또한 흩뿌려 인간 남성을 유혹하는 데에 도가 튼 여인들이다. 그녀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색은 생물의 본능을 자극하며 감정을 흔든다. 그 선율은 가히 '신기에 가까운 수준' 이라 평가하기 손색이 없는데, 용맹한 선율은 사람들의 마음을 격양시키고 용기를 북돋으며, 부드러운 선율은 마음을 안정시키며 온화한 기분을 들게 한다. 또한, 사랑의 선율을 연주하면 연인과 부부는 그 자리에서 사랑을 나누며, 서로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 남녀 사이에서 이 음악을 연주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푹 빠진 연인이 되어버릴 것이다.


또한, 그녀들은 그 멜로디 사이에 자신들만이 연주할 수 있는 특이한 화음을 집어넣을 수 있는데, 이는 원초적인 본능, 즉, 배설욕을 자극한다. 여성, 혹은 마물들만이 들을 수 있는 특이한 화음을 들은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뱃속에 가스가 차곡차곡 쌓이게 되며, 연주가 절호조의 순간에 다다를 때 까지 가스는 밑도 끝도 없이 장에 쌓여만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하이라이트를 연주하는 순간, 모든 것의 리미트가 풀려버린 수백 리터의 가스가 일제히 쏟아져나오며 극상의 쾌락과 성욕을 선사하며, 그 자리를 자욱한 방귀의 안개로 덮어버릴 뿐 아니라, 함께 연주하던 동료들, 그리고 춤을 추던 아프사라스 마물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어, 순식간에 일대를 지독하고도 선명한 방귀의 오염지대로 만들어버린다. 이렇기에, 그녀들을 일부러 찾아 '이런 연주를 더욱 듣고 싶다' 고 말하는 커플들, 부부들, 혹은 썸을 타는 사이의 사람들이 아주 줄을 선다고 한다.


그녀들이 가진 음악의 힘은 생각보다 더욱 대단한데, 마물들 사이의 내전, 혹은 인간과 마물들 사이의 전쟁이 어느 정도 빈번했던 과거에도, 그녀들은 언제부턴가 전장에 홀연히 나타나 빙긋 웃으며 자신의 악기를 튕기듯 연주하여 전쟁 자체를 없던 일로 해버리기도 했다. 일례로, 북부 빈토르 산맥 인근의 '히페리온 협곡 전투'가 그러했는데, 서로의 영역을 두고 전투를 벌이던 마계의 급진파 세력과 신생 독립국가인 '캐스케디아 공화국' 사이의 전쟁이 있었고, 가장 큰 규모의 전투가 그 협곡에서 벌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려던 찰나... 어디선가 홀연히, 간다르바 마물들이 나타나 연주를 시작했다. 그 사랑의 음색과 방출의 하모니를 들은 마물들과 인간들은 가족과 연인들을 그리며 무기를 내려두고 전투를 중단했고, 적대하던 사이는 서로를 연모하는 사이로 바뀌어, 자연스럽게 서로와 마음을 터놓는 사교의 장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그녀들은 계속해서 방출을 돕는 화음을 계속해서 집어넣고 있었고, 이내 서로 자연스럽게 말을 트고, 손도 잡고 하며 서서히 불을 붙여가던 그녀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절정으로 치닫는 연주를 시작했고, 순식간에 전장을 음악과 쾌락, 그리고 끔찍한 악취가 난무하는 연회장으로 바꾸어버린 뒤,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섞여 교미를 하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캐스케디아 공화국은 대표적인 친마물 국가이자 최근 들어 급격히 국력이 상승중인 국가 중 하나이다.


극도로 호색한 마물인데도 처녀의 수호신이라고 한다. 그녀들의 향기를 정제한 향수, 즉 좋은 향기를 정제한 향수는, 여성에게 '부드럽고 아름다운' 인상을 심어주게 하며, 여성의 정조를 지키게 하는 힘을 지녔다. 물론, 좋아하는 남성에게는 효과가 없기에 자신도 모르게 남성이 자신을 덮치게 하는 향수인 셈이지만. 동시에, 그 악취를 정제한 일종의 방귀 향수는, 잔뜩 숙성된 마성의 페로몬을 담고 있고, 이 좋은 향기를 정제한 향수와 시너지를 일으켜 '좋아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처녀를 바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향수가 된다고 한다. 즉, 간다르바가 처녀를 수호한다는 이유는, 사랑의 여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소중한 처음을, 반드시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주게 하기 위해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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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라... 아프사라스가 생각나기도 하는군. 그녀가 말했던 활기찬 가희 하피가 그대 종족이었단 말인가."


"그렇죠. 아프사라스도 만나보셨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신전에는 저희 간다르바뿐만 아니라 아프사라스 친구들도 아주 많이 있죠.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바쁘지만..."


"괜찮네. 그건 그렇고...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 것 같나?"


"음... 계속 여기 계셔야 할 것 같네요."


"음?"


"...아직 둘러보지 않은 신전의 다른 곳이 있거든요. ...여긴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복하는 신전이기도 하지만... 황혼에 접어든 이들의 새로운 삶을 이어주는 묘지이기도 하거든요."


"묘지?"


"그렇습니다. 다 왔군요."


"저 계단이..."


"지하에 있는... 부활의 성소로, 안내드릴게요."


메카니르는, 장엄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며, 하니의 뒤를 따랐다.




--------------------------------------------------------------------------------------- 3장, 간다르바 편 [END]




(또각... 또각...)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둘. 묘지라기에는 너무나 밝고, 장엄하고 엄숙하지만 음울하지 않고 희망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을 본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짤막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분위기가 그렇게 어둡지 않군."


"실제로 삶이 완전히 끝나는 이들은 많이 없기 때문이죠. 마물과 결혼한 인간들의 기대 수명은 매우 크게 늘어나기도 하고, 설령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고 하더라도, 남성 마물의 경우 '언데드 인큐버스' 의 형태로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거라고나 할까요? 백년가약은 영원히 이어져야 하니까요! 후훗..."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는 하니. 어떻게 보나, 그녀는 자신의 일을 매우 사랑하는 것 처럼 보이고 있었다.


"...아차, 너무 제 할말만 했으려나요?"


"아닐세. 오히려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으니."


"으흠... 여튼, 이제 다 왔으니..."


(또각... 또각...)


거대한 돌 문 앞에 선 그녀는,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으며 문을 살포시 밀었고...


(쿠구구구구구궁-)


"...자, 들어가죠."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을 지나쳐, 메카니르를 계속해서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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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 ... 또각- ...)


신발이 땅에 닿으며 생기는 소리가, 고요하고 정숙한 복도를 따라 산산히 부서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어디선가, 아스라이... 메카니르와 하니의 귓가에 다가오는 소리가 있었다.


"...도착했군요. ...메카니르 씨? 그녀가 무례를 저질러도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조금 짓궃어도, 결코 악한 이는 아니..."


(슈와악-!)


"캬핫! 기분도 더러운데 잘 걸렸다! 잔뜩 뀌고 쥐어짜주지!"


하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붉은 옷을 걸친 여인이 번개처럼 날아들어 메카니르에게 달려들었다. 하니가 팔을 뻗어 제지하기도 전에...


(덥석-)


"엗?"


...바로, 한 손에 꼼짝도 못하게 단단히 붙들려버리고 말았다.


"...이 자가, 자네가 말한 여인인가?"


"...마...맞아요."


"...흠."


"...엄청 강한 인간이구나? ...어? 반지... 기혼자였네. 미안. 추모객이나... 부활을 목적으로 다시 방문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옳게 봤소. 둘 다 아니지. 그러고보니 이곳에도 이물의 기운이 가득하군."


"묘하게 공기보다 무겁나보지. 왜냐고? 내가 저기 아프사라스랑 간다르바가 관리하는 신전 지상의 마물들보다..."


뿌우우욱-! 뿌부브브브드드드드드드드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실례. 가스가 진짜진짜 많이 차서 말이야."


금새 또 다시 가스가 차올라 부풀기 시작하는 배를 부드럽게 만지며,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메카니르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했다.


"...이제 내려줄래? 마물 체면이 말이 아니네에..."


"아, 실례. 처음 보는 마물이라 흥미가 동해서 말이지."


(타닷-)


"휘유. ...처음 보는 마물? 그게 중요한거야?"


"이 분은 메카니르라는 분이셔.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하니는 메카니르와 가볍게 걷던 도중 나눈 대화를 통해 얻은 지식들을 모두 처음 보는 붉은 마물에게 들려주었다.


"...학자... 그리고... 어... 검사? 마법사? 아니면... 용병?"


"넷 다일수도 있고, 그냥 학자일수도 있는 사람이지."


"...복잡하고 재밌는 사람이네? 여튼... 뭐, 속 편하게 방문객이나 맞을 상황이 아니라...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쁘프드드드드득! 뿌다다다다다다라라라라라라랅!) ...아니라서 말이지. 흐으! 냄새. 내가 맡아도 고약하네. 에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륵-뿝! 뿌다다다다당!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윽... 탈리아나? 네가 그렇게 계속 뀌면 나도... 흐으응...!"


뿌푸풉! 푸부루루르르르르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봐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마치, 경쟁하듯 연달아 악취의 대포를 연발로 발사해대는 두 마물 여인들. 메카니르는 잠시, 두 마물이 가스를 다 뺄 때 까지(물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금방이라도 터질 듯 빵빵해지겠지만),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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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하아아... 시원해..."


"...이런거 버릇들려버리면... 응... (뿌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흐으아아... 연주할 때 방해되는데에..."


"...이제 내 이야기좀 해도 되나?"


"...아, 우리 까맣게 잊고 있었네. ...무슨 일이야?"


"뻔하지 않나. 자네... 종족에 대한 정보를 이 사전에 담고 싶네. 내가 잠시 이 구역을 정화하는 동안... 도와주겠나?"


"구역...정화?"


"그냥 믿어도 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끝날거야."


"...뭘 정화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이래뵈도 가방끈은 좀 길거든."


곧바로 필기에 돌입하는 마물, '탈리아나' 를 보며, 메카니르는 품 속에서 미리 만들어두었던 설치형 분말 포집기를 바닥에 놓고 설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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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을 다시는 구울 개체. 피부에 묻은 붉은 부분은 신체와 일체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스타킹이라고 한다.]



[구울 - Ghoul]


[속 : 좀비 / 형 : 언데드]


[서식지 : 묘지, 사막지대]


[식성 : 인간 남성의 정, 잡식, 부패한 음식류도 섭취 가능.]


[성격 : 드세고 흉포함.]



[묘지와 사막을 배회하는 언데드의 일종. 구마왕시대, 식인귀이자 시체청소부로 불리며 인육을 거침없이 씹어먹던 무서운 마물... 이었지만, 지금은 인간의 고기는 줘도 안먹지만 닭고기나 돼지고기 튀김은 좋아하는 귀여운 (해당 부분을 꼭 기술해달라고 부탁했다.) 마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본능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녀들은 구마왕 시절과 동일하게 무척이나 흉포하고 광폭하며, 탐욕적인 식사를 위해 남성을 덮친다. 이전엔 식인귀였으나, 지금은 착정귀로 바뀐 상태이기에, 포식하듯 입을 크게 벌려 남성의 성기를 부드럽게 물고, 빨며, 잔뜩 정기를 착취한다. 그녀들의 입은 다른 마물들과 비교해봐도 비교하는 것이 실례일 정도로 매우 대단하게 맥박치고, 자유자재로 형태변환을 하며 쾌락을 선사한다. 그리고, 남성이 내뿜는 최고의 성찬을 단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꿀꺽꿀꺽 삼키는 것이다.


그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입에 무엇이든 넣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통 그녀들은 남성의 성기를 핥을 일이 없다면 보통 달콤한 사탕을 물고 있는다고 하나, 그것만으로는 진정되지 않아 '아랫입' 으로도 무언가를 머금고 있으려 한다. 하지만, 함부로 몸 속에 무언가를 넣기도 힘든 현실이기에, 그녀들은 '몸 속에서 잔뜩 발효시킨 가스 덩어리' 를 마력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형태를 부여해, 엉덩이와 직장 부근에 위치하게 한다. 즉, 일종의 공기로 된 벽을 항문에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벽은 남성기를 물거나, 여성기를 자극받게 되고, 키스를 받는다거나 하는 등의 연인들이 하는 행동을 하면 마나가 흐트러져 형태를 잃고 방귀의 형태로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터져나오는데, 그녀들은 이 과정에서 찾아오는 쾌락을 매우 즐긴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마음에 든 남성을 수시로 부드럽게 깨무는데, 이 과정은 전혀 아프지 않고, 오히려 그 타액이 묻은 부분에 극상의 쾌락을 느끼게 하는 일종의 최면 효과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녀들이 자주 물곤 한다. 즉, 그 행동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애정표현인 것이다. 그녀들은 남성이 피부에 자신의 것이라는 증거를 이빨자국으로 남기고, 그에 맞춰서 남성과 함께 잔뜩 사랑하는 행위를 하며 연인들이 하는 행동을 하고, 결정적으로 잔뜩 질내사정을 받으며 그에 맞춰 보답하듯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내뿜고, 그 뒤로 '허전해져버린' 엉덩이에 무언가를 넣고 싶어하며, 남편에게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며 '아랫입도 사랑으로 채워줘' 등의 말을 하며 잔뜩 유혹하고, 이내 2차전으로 격렬한 방귀냄새 가득 애널섹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있어서 여성기는 유독 큰 약점이다. 입이 성기의 역할을 해낼 정도로 펠라치오에 특화된 그녀들은 어떻게 여성기를 거의 쓴 경험이 없기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마물 중에서도 극히 드문 성향의 개체들이기에 남성기를 처음 받아들이면 극상의 쾌락에 정신이 날아가버릴 정도로 즐거움을 얻게 되고, 동시에 마찬가지로 '항문' 또한 자극받아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아파해도 서서히 개발만 해 준다면, 펠라치오보다도 방귀를 미친듯이 뿜어내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애널섹스를 더욱 갈망하는 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의외로 그녀들은 '사식귀'. 즉, 죽음을 먹는 귀신이라고 불리며, 묘지에 매장된 인간 여성의 신선한 시체를 발견하면 자신의 마력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불완전한 언데드로 되살릴 수 있으며, 여기서 어떠한 언데드 마물의 정기를 불어넣느냐에 따라 고스트, 밴시, 윌오위습 등의 다양한 언데드로 만들 수 있으며, 만일 마법사 등의 '마나와 친숙한' 여체의 경우, 고위 마물인 와이트, 리치 등의 마력을 집어넣어 '고위 언데드 마법사' 로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새롭게 태어난 직후 극히 공복인 상태인 그녀들은 곧바로 자신의 눈 앞의 구울과 함께 남성의 정액을 갈구하며 부패한 언데드 특유의 꿀럭이는 가스를 내보내면서 애교를 부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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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 언데드... 언데드는 망자를 언데드로 되살릴 수 있는 건가?"


"정확히는 네크로맨시를 어느 정도 배운 마물들만. 혹은, 인간들도 할 수 있고. 사령술, 네크로맨시를 어느 정도 배워야 할 수 있거든. 나는 리치, 와이트, 밴시 분들같은 고위 언데드 마물들로부터 학습할 기회를 얻었었거든. 불사자의 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간다고, 고생이 많다며 말이야. 뭐, 애초에 우리 종족이 '사식귀' 라 불릴 정도로 네크로맨시에 해박한 종족인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과연... 흥미롭구료. 불사자의 나라..."


"흥미가 생기나보네. 거기는 아직 안 가봤지? 분명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거야. 마계에 아주 큰 영향을 받은 곳이라서 말이야."


(철컥- 삐빅!)


"...흠."


"왜 그러시죠?"


메카니르는, 설치하자마자 격하게 경보음을 울리며 작동하기 시작하는 기기들을 보며, 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공기보다 가루의 무게가 무거운 모양이군. 아래에 짙게 깔리는 성질이 있는지, 이쪽의 오염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심해. 지하를 가급적 조심하라고 전달해야겠군."


"...이 녹색 가루들은 다 뭐야?"


"지금 도시를 이 모양으로 몰아넣은 근본적인 원인... 이라고 볼 수 있겠군. 이런 것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니 다들 자신도 모르게 증상이 발현되는 것이지. 애초에 전염성도 아닌 것들인데."


"...전염성이 아니라니... 그럼 애초에 이런 격리조치가 다 의미없는... 그런 일이었다는거야?"


"요컨대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군. 흠... 원래는 이런 성질이 아니건만..."


(뚜벅- 뚜벅-)


그 때, 메카니르와 하니가 걸어내려왔던 계단 부근에서, 다수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군. 뭐지?"


"...제 친구들이 오는 소리로군요. 무슨 일이려나요...?"


그리고 머지않아, 아프사라스들과 간다르바 마물들이 내려와, 메카니르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오?"


"감사인사를 전하려 왔어요. 정말... 정말로 감사드려요. 덕분에... 도시의 심장인 신전이, 더 나아가 지하 공동묘지도 매우 안전해졌어요. 다들, 오염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모두들 안도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그거 다행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아! 여깄었구나!"


메카니르의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소리. 저 위에서부터, 날개를 펼치고 활공하듯 허공을 미끄러지며 순식간에 내려온 마물이 있었으니, 나이트건트 마물. 트와일라잇이었다.


"후우! 정말, 말도 안하고 격리자들 구역으로 가버리길래 깜짝 놀랬잖아."


"말한다는게 그만... 하핫. 그리 되었구려."


"그래도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네요."


검은 촉수 덩어리에서 사람으로 거듭나며, 메카니르에게 인사를 건네는 살리프. 그리고, 그들의 말을 이어받아, 간다르바 여인들은 메카니르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네. 이 분들이 메카니르 씨를 찾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서로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다시 한번 조를 나누기로 결정했답니다."


"조를 나눈다?"


"자세한 것은 나가서 말씀드리도록 하죠. 자, 따라오시겠어요?"


"알겠네. ...탈리아나라고 했나? 만일 기계가 작동을 멈춘다면, 자네의 마력을 집어넣어보게. 작동할거야."


"저 구멍에 대고 넣으면 되나?"


"물론. 그리고 녹색 가루들은 쌓이면 자동으로 뭉쳐 별도의 공간에 떨어질테니, 어디로 새어나가지 않게 잘 보관하게나. 한 번에 모아 처리해야 하니."


"그건 걱정 말라고. 강한 인간. ...여기는 내 소중한 인연들이 가득 담긴 곳이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낼거니까."


"믿음직스럽군. 부탁하네. 후후후..."


메카니르는,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트와일라잇과 신전의 마물들의 뒤를 따라 바깥으로 향했다.




--------------------------------------------------------------------------------------- 4장, 구울 편 [END]




(저벅...)


"...후우. 덥군. 역시 사막이야."


"시원한 얼음이라도 드릴까요?"


"괜찮다네. ...그래서, 이전에 하려던 이야기가 무엇인가?"


"네. 음... 도움을 줄 분이 오시면 이야기ㄹ..."


(스스슥-! 팟!)


자리에 앉는 메카니르. 그 때, 그의 곁으로, 무언가가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덩치에 걸맞지 않는 정밀함과 신속함을 발휘하여 순식간에 다가서며 날카로운 마계은 독침을 겨누었다.


"...흠."


(팟-!)


"...?!"


"...제법 괜찮음 솜씨로군. 하지만, 모래 사이에 녹아들기엔 아직 어려."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순식간에 자신을 기습한 한 마물의 뒤를 잡아버리는 메카니르였다.


"...순간이동인가?"


"무진장...빠른건가...? 우와..."


"...그 길타블리르 상대로...?"


주위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메카니르를 기습한 전갈 형태의 마물은, 마스크를 벗으며 만족했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무진장 강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걸?"


"...누구시오? ...하니, 이 자는 누구인가?"


"자기소개 정도는 내가 하지. ...티모르라고 불러 줘. 잊혀진 어딘가의 말로, '공포' 라는 뜻이지."


"본명이 아니로군?"


"그래. 아직까지도 여기저기서 주로 의뢰를 받거든. 가령, 남자 납치라던가, 남자 보쌈이라던가, 납치플레이 협조 요청이라던가..."


"...음... 어... 그래... 음...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뭐, 이래뵈도 출산율이나 혼인율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단 말씀!"


"...그래보이는구려."


"그래. 이 정도면 알려줄건 다 알려줬나."


"종족 정도는... 알려줬으면 하는군. 길타블리르라고 했었나?"


"흠... 그게 궁금한가? 특이한 인간이로군. ...시간이 촉박하니, 일단 일을 시작하고 알려줘도 괜찮겠어?"


"편할 대로 하시오. ...그래서, 계획이라는 것이 무엇이오?"


"...단순하답니다. 저희는 인원수의 이점, 그리고 지리상의 이점을 살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그 중에서도 아직 메카니르 씨가 만든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곳 위주로 해당 장치를 설치하며 그 가루들을 포집할 예정입니다."


(꾸르르르르르륵...)


"...읏... 실례...하겠습니다. 후우..."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부붕!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후우... 이어서 하죠."


얼굴이 조금은 붉어진 이름 모를 아프사라스 여인. 그녀는, 지도의 일부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메카니르 씨와 함께 했던 샌드 웜, 하룬 양이 도시 주위를 빠르게 이동하며 외곽 지역은 설치를 이미 다 끝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희들은 여기, 노랗게 표시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정화하고자 합니다."


"이 붉은 영역은..."


"네. 조금은 외진 곳, 그리고 발길이 닿기 쉽지 않은 곳이죠. 그렇기에, 특출난 기동성을 가진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나도 함께하기로 했어. 메카니르."


"자네들도 가는가, 트와일라잇?"


"응. 우리도 기동성 하나는 탑급이거든. 발목을 붙잡을 일은 없을거야."


"...음, 그렇다면 저희가 이 부분을 하고..."


"여긴 나랑 이 사람이 하면 된다는건가, 인간?"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좋아. 그렇다면 속행하지. 메카니르라고 했나? 따라와. 아주 빠른 길로 갈테니, 뒤쳐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티모르는, 모래 사이로 녹아들듯 순식간에 움직이며 거리를 벌렸고, 메카니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훗... 참. 오랜만에 사람 불붙게 하는군."


(파바밧-!)


순간이동에 가깝게 사라지는 둘, 그리고 검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트와일라잇을 뒤로 하고, 신전의 마물들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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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 터벅...)


"...여긴 도시 외곽 중에서도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이야. 마지막 장소지."


"흠. 이유라도 있소?"


거의 쓰레기장, 고철 폐기장에 가까운 폐허와도 같은 곳을 거닐며, 메카니르는 티모르에게 질문을 건넸다.


"이유... 이유라고 할 것도 없지. 오아시스와도 멀고, 지리적으로 신전이랑 가까운것도 아니고. 사막이라 교통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근처에 유흥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의 발길로부터 멀어지는 곳이 된 거지."


(우웅... 철컥-)


그럼에도, 티모르는 의연하게 메카니르가 일러 준 대로 장치를 설치하며 말했다.


"...그래도 여기 또한 내게 소중한 곳이야. 내가 태어난 고향이거든."


"...그렇구료."


"뭐, 지저분하고 촌스럽게 느껴진다면 부정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여기도 나름대로 사람들과 마물들이 똘똘 뭉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희로애락이 전부 담긴 곳이거든. ...잠시 네 부탁도 들어줄 겸, 다리나 좀 쉬었다 갈까?"


"좋을 대로 하지."


바닥에 대충 털썩 주저앉는 메카니르. 길타블리르 티모르도 마찬가지로 편한 자세를 나름대로 취했다.


"...시간만 그런대로 널널했다면 자네 고향 이야기나 좀 듣고 싶구려. 그것이 안 되니 아쉬울 따름이지만."


"흥미롭네. 이런 시골 깡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문데 말이지. ...그래서, 우리 요점이 뭐였지?"


"도감 편찬. 자네 종족의 정보를 좀 싣고 싶네만. 아는 것이 도통 없어서 말이지."


"도감이라... 이쪽이 글재주가 있는 건 아니다만, 그래도 그쪽이 바란다면야."


시크하게, 메카니르로부터 종이와 펜을 건네받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 티모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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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타블리르 이미지 (접기/펴기)


[자신의 독을 묻힌 단검을 든 기르타블리르. 의외로, 독성이 진해진다면 스스로의 독에 스스로가 중독되어 통제불능의 방귀쟁이가 된다고.]


[길타블리르 (기르타블리르) - Girtablulu]


[속 : 아라크네 / 형 : 곤충]


[서식지 : 사막]


[식성 : 잡식이나 육식 선호]


[성격 : 냉정함, 드셈, 흉포함, 색을 밝힘 / 중독 증세 : 솔직하고 색을 밝힘. 애교쟁이.]



[사막지대에서 서식하는 아라크네의 일종. 전갈이라 불리는 생물과 유사한 하반신을 가지고 있으며 거대한 독침까지 있다. 매우 민첩한 속도, 발걸음 소리조차 남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인해 '사막의 암살자' 라 불리며, 실제로 거대한 야생동물조차 일격에 즉사에 이르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간 남성을 비롯한 마물들, 인간 여성들에게는 일절 독성이 발현되지 않기에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마음에 든 인간 남성을 발견하면 소리없이 다가가 재빠르게 독을 주입한다. 이 독은 마물들이 가진 독 사이에서도 가장 강력한 독을 가지고 있으며, 즉효성이기 때문에 몸에 들어오자마자 반응한다. 바로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게 되며, 호흡 기능만이 또렷해진다. 의식 또한 잃을 수 없다. 또한, 이 독성은 '마력을 불안정하게' 하는 효과도 있기에, 여성 한정으로는 마물화를 가속시키며 동시에 '격렬한 방귀쟁이' 로 만들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중독된 남성들에게, 그녀들은 더욱 강한 독을 서서히 흘려넣는데, 이 독은 다양한 효과를 지니고 있다. 우선, 남성의 신체가 대량의 정액을 만들게 하며, 강제적으로 남성기를 잔뜩 발기시킨다. 움직일 수 없는 효과와 겹쳐, 남성들은 아랫도리를 잔뜩 빳빳이 세우고, 그 독에 의해 남성기에서 정액을 뚝뚝 흘리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애처롭게 길타블리르 여인들을 바라만 보게 되고, 그녀들은 남성을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잔뜩 아이만들기 섹스를 하는 것이다. 성교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독액 주입은 끝나지 않으며, 그렇기에 남성의 정액이 다하는 일도, 남성의 성기가 딱딱함을 잃는 일도 없이 그녀들이 만족할 때 까지 섹스를 계속하게 된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주입되는 독으로 인해 남성이 힘을 다하기는 커녕 점점 더 발정난 상태가 될 것이며, 이 무한정으로 솟아나는 체력으로 인해 끝내는 길타블리르들이 먼저 지쳐버리고 결국 남성이 그녀들을 잔뜩 덮치고 함께 잠을 청하고 부부가 된다고 한다.


그녀들은 제법 가학적인 성격이고, 이 독에는 쾌락 또한 수반되기에 남성이 성교를 거부해도 '거절은 강자만의 권리인거야, 인간!' 이라고 하며 잔뜩 덮치고 성행위를 하는데, 이 가학심은 남성에게 느끼는 호의에 비례하여 증가하기에 보다 더 격렬히, 독침을 더 많이 사용하며 잔뜩 쾌락으로 물든 성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에게 이렇게 독을 한계까지 주입받은 남성들의 육신은 신경까지 독액에 물들어 모든 자극을 쾌락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그녀들이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녀들과 교미를 나누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재밌게도, 이 독은 평소에는 그녀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나, 그녀들이 흥분하기 시작하여, 남성과 본격적으로 교미를 하기 시작하면 이 독은 더욱더 강해져 그녀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된다. 즉, 자신의 독에 중독되는 것이다. 거듭 말했지만 그녀들의 가학심은 남성에게 느끼는 호의에 비례하여 상승하기에, 그녀들은 독에 중독되면 솔직한 마음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게 되는데, 처음에는 난폭하게 시작했더라도 점차 '사랑해.' '너밖에 없어.' '이런 못된 성격이라 미안해.' '그래도 날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워...' 등의 녹아내리는 말을 하며, 그녀들답지 않게 잔뜩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며, 이성을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독에 중독되어버린 그녀들은, 마나가 한껏 흐트러져버려 '어마어마한 양의 가스' 를 몸에서 만들게 되고, 의식하며 참아보려고 하지만 이내 폭발하듯이 터트리며 뿜어내게 된다. 보통은 두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가학적인 성격을 조금 유지하며 '지배자' 에 가까운 모습으로 '내 방귀방석아... 전부 맡아줘야 해...?' 등의 말을 하며, 남편의 얼굴을 깔아뭉개고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거나, 반대로 '으응... 내 독한 냄새까지 다 사랑해줘...' 라고 하며, 애교를 부리며 천박하고 추잡하게 꽁무니와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며, 빵빵한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며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애교와 함께 마구마구 터트리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독은 숙성되며, 숙성된 독에 의해 자신과 남편이 동시에 영향을 받기에, 그 교미는 가면 갈수록 따뜻하면서도, 지저분해지고, 솔직해지게 된다. 부끄러워하는 것도 잠시뿐, 이내 그것을 둘 다 즐기게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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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침이... 남성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효과적이로군."


"크크... 그건 그렇지. 어때, 찔려보겠어?"


"기꺼이."


"...어? 농담..."


(푸욱- 쯔북-)


"...야! 이런 미친...! 뭔 짓거리야!"


"...과연. 운동신경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성분의 독이로군. 일반적인 신경독처럼 나트륨-칼륨 펌프에서 나트륨 통로를 마비시켜 활동전위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신경독과 같으나... 재밌게도 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질식의 염려도 없군. 동시에 남성의 성욕을 대폭 증가시키는 최음 효과 또한 충분해. ...그리고 마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독성도 있군. 과연... 이렇게 만들어지는 가스 부산물을 감당해야 하니 이렇게 신체 능력이 월등한 것이겠군?"


"...당신... 대체 뭐야?"


"설명하자면 좀 길다네. 하핫!"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중독된 신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독하는 메카니르를, 놀라움 반, 두려움 반 섞인 눈으로 바라보던 티모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는 순간, 둘은 이 외진 구석 외곽의 가장 인적이 드문, 가장 가치없는, 얼추 수십 년은 폐건물로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 안으로, 한 라미아족 마물이 급히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저런 곳에도 볼 일이 있는 사람이 있나?"


"...들어가봤자 좋을 곳 하나 없는 곳인데. 을씨년스럽고, 위생에도 좋지 않..."


부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


"..."


"...나 아니다. 이번엔."


"알고 있네. 소리의 근원지는..."


주위를 지나가던 행인들, 도심의 소음 측정 기구마저 순간 반응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폭발하듯이 울려퍼진 '방귀 소리'.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방귀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그 라미아족이 향한 건물의 내부였다.


"...저런 방귀는 진짜 처음인데? 내가 하루종일 참고 뀌어야 겨우 저 정도가 나올걸."


"...애초에 저런 출력을 낼 수 있었소?"


"안 될 이유가 뭐람. 우린 마물인데. 크크..."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난 잠시 저 마물을 만나봐야겠네."


"...뭐? 이봐! 마물의 방귀는 진짜 위험... 에이 씨... 같이 가!"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메카니르의 뒤로, 자신의 걸음을 서두르는 티모르였다.




--------------------------------------------------------------------------------------- 5장, 기르타블리르 편 [END]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뷰뷰퓨쥬뷰쥬류류류류류류류류류륡!


"...흠. 귀가 따가운 방귀는 에르가페 이후 오랜만인걸."


거침없이 나아가며, 점점 짙어지는 괴악하고 끔찍하며 차마 현 시대 인류의 언어가 다룰 수 있는 표현력으로는 그 악취를 반의 반도 드러낼 수 없는 경계 너머의 공포에 필적하는 무지막지한 악취를 뚫고, 방귀소리가 가장 크게 울려퍼지는 방을 찾은 메카니르.


"흠?"


"하...하으으...윽...!"


뿌루푸부루푸부루루루부푸루부푸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룱! 뿌브즈즈프브즈즈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그 자리에는... 곳곳이 망가지고 깨진 복도에 몸통을 두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채로, 항문 부분을 높이 치켜들고 다 쓰러져가는 빈 방으로 가스노즐을 돌린 뒤, 가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방귀를 무진장 뀌어대는, 남색의 암흑 성운같은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얼굴을 가린 한 라미아족 여인이 있었다.


"으으... 여기까지 사... 라흐으으읏... (뿌우우욱! 뿌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흐느읏... 하아... 돌아가세요... 이 냄새... 인간으로는 감당하기 힘... 으으...!"


뿌우욱! 뿌루루룱! 뿌푸푸프프프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보이는데? ...잠깐, 그 가루들..."


메카니르는, 그녀의 주위에 풀풀 휘날리는 녹색 먼지와도 같은 '분말 형태의 이물질' 을 보고, 급히 자신의 품 속에서 이물을 흡수할 수 있는 휴대용 포집기를 꺼냈다.


"여기다 뭘 가져다놨다간 순식간에 썩어버리겠군. 잠시 거기서 그러고 있어주게."


"끄으으... 그게 무... (쁘부푸푸푸푸루루룩!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푸부귀리리릿!) ...흐으으..."


(덜컹-)


"흐아... 냄새! 어이! 나도 같이 데... 웁...?! 끄...그우욱...! 끄웨에에에에에엑-! 우욱... 그우웨엑!"


코를 감싸쥐고, 눈물까지 흘리며 속의 내용물을 잔뜩 게워내는 길타블리르, 티모르. 물론, 부끄러움은 이 뱀 마물의 몫이었지만.


"...흐으으... 왜 오신거에요 다들..."


"움직이지 말게."


(슈우우우우- 슈와아악-!)


"...허."


메카니르는, 그녀의 몸에 묻어있던 어마어마한 양의 이물 덩어리를 흡수해가며, 혀를 내두르며 경악을 표했다. 일반적인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보다도, 얼추 열 배는 더 많아보이는 가루가 묻어나왔기 때문.


"...몸은 좀 괜찮은가."


"윽...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릅! 뿌풔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럵-! 뿌롸라라라라라라락!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흐... 흐으으... 조금은 괜찮아졌네요... 몸에 이런 가루가... 으으... 그때 유적 심층에서..."


"유적? 그곳 출신인가?"


"후우...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이 아타카나킬 근처, 약 2km 정도 떨어진...(부부부부르르르륽!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에티오트레아라는 이름을 가진 사막 유적...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죄소옹... 방귀가 계속..."


"...한번 더 토할 것 같은데... 난 좀 나가있... 우욱... 있어도 되나? 나까지 속이... 끓어오르는 것 같아서 말이지..."


"아... 자네 생각을 안했군. 이거 받게. 실프의 신선한 바람을 조금 흉내낸 공기 정화 주문이니... 이거 받고 좀 숨 좀 돌리게."


"땡...큐우욱..."


티모르가 황급히 나가자, 메카니르는 권능을 한 손에 끌어모아, 항문을 치켜들고, 어느새 눈 앞이 따끔거릴 정도로 진한 농도의 방귀로 방 안을 가득 채운 그녀에게 다가섰다.


"...한 사람 정도는 정화할 수 있지. 여러 사람을 할 때 귀찮으니 치료제를 만드는거지만..."


"윽... 네?"


"...이물 탐색... 정화 실시."


(치이이이이잉-)


밝은 연두색 빛이 흘러넘치듯 쏟아져, 순식간에 그녀의 온 몸을 감쌌다. 그리고, 메카니르는 이내 그녀의 몸 속에서 끈적한 정기의 형태로 늘러붙은 녹색 이물 덩어리를 완전히 뽑아내 포집기 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훨씬 쾌적할걸세."


"...정말... 정말이네...? 더 이상 배가 끓어오르지 않아... 통제불능이던 괄약근도 정상으로..."


"설명하자면 좀 기니 어떻게 한건지는 물어보지 말게."


"...가... 감사합니다... 이런..."


문득, 메카니르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적이라는 곳이 있었던가? 제법 떨어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바람을 타고 무언가가 이동하기엔 충분히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던 것이기에,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네?"


"날 유적으로 안내해주게. 에티오트레아라는 곳으로."


"어... 갑자기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흠, 설명하자면 조금 길겠군. 잠시 우리와 동행하겠나?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설명을 해주고 싶군."


"그... 그렇지만 혹여나 또 이런 일이 생길까..."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말고 따라오게. ...다만 탈취 작업은 좀 필요하겠군."


신의 힘을 대충 끌어모아 냄새 입자를 전부 분리해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메카니르. 그나마 냄새가 좀 빠진 수준이 되자, 그는 처음 보는 라미아 마물을 이끌고 방귀로 부식되어 금방이라도 무너져버릴 것 같은 건물을 벗어나 티모르에게로 향했다.


"...여어. 나왔나. 우욱... 아직도 헛구역질이 나네."


"죄...죄송해요...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그쪽 잘못이 아니잖아? 사과할 필요는 없어. 대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욱...!"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좀 해줘야겠네. 우선, 이동해서."


메카니르와 티모르의 손에 이끌려 가며, 그녀는 자꾸 걱정이 된다는 듯 고개를 돌려 뒤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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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적만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었군요..."


신전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눈을 가린 라미아족 여인.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 신전의 아프사라스들과 간다르바들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어. 여기 이 분이... 이 일대를 거의 전부 정화시켜서 이제 추가적인 오염이 이뤄지진 않을거야. 이제 보니까... 응. 도시 전역의 오염 농도가 큰 폭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중이네."


"맞아. 정말... 다행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 그리고 치료제도 점차 만들어져서 보급되고 있으니까... 후우... 단 한명의 사람이 이렇게 모두를 구할 줄은 몰랐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네. ...그건 그렇고, 트와일라잇? 이곳의 정화 상황은 어떻게 되어가지?"


"도시 전역에 포집기가 설치되었어. 우리가 주기적으로 흡착된 가루들을 긁어모아서 침전시키고 있고... 한 데 모인 가루들은 특수한 격리구역에 모이고 있어. 아무도 얼씬도 못하는 곳이지."


"다행이로군. ...이제 자네 이야기를 좀 들어보지. 자넨 누군가?"


"...제 이름도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전 '코라' 라고 하는 바실리스크 마물이랍니다. '에티오트레아' 라는 사막 유적의 문지기죠."


"에티오트레아? 아... 에티오트레아 사막 유적 말이야? 여기 코앞이네. 맞지?"


"맞습니다. ...원래 던전 유적이었지만... 지금은 관광 유적지로 업종을 변경했지만요."


"던전?"


"네. 파라오의 시련, 아포피스의 시련을 선택하여 각각 명녹 마계와 암흑 마계 사막을 돌파하는 관문이지만... 음. 요즘은 던전형 유적은 사장되는 추세라서요. 발빠르게 업종 변경을 했죠. 사업성도 더 좋... 아니, 지금 내가 무슨 말을..."


코라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몸담은 에티오트레아 던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는 던전 외곽을 지키던 중이었어요. 오토마톤 친구들과 함께 외곽을 순찰하던 저는, 심부로부터 다급한 연락 하나를 받았답니다."


"연락이라, 무엇이오?"


"...녹색 모래와도 같은 무언가가, 벽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색 모래?"


"짙은 녹색의, 지극히 이질적인 무언가였죠. 모래라는 것도 유사한 표현일 뿐... 실제로는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녹색의 가루가 잔뜩 뭉친 무언가였습니다. 마치 숨이라도 쉬듯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던 그 녹색의 덩어리는, 지하 유적의 가장 깊은 곳, 두 왕의 권좌 너머에 자리한 더욱 깊은 공간에서 점차 그 주위로 세력을 확장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더 일찍 알리지 않았던 것인가?! 큰일이로군..."


"...위험한 것인줄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 그것의 위험성을 말이죠. 그저 몇 주의 시간이 흐를 동안, 우리는 그저 그것을 사막의 더운 모래로 덮어두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부터... 그 녹색 덩어리를 만지거나, 그 덩어리에 가까이 갔던 마물들이... 크흠... 그... 바... 방귀를 멈추지 못하고 뀌어대는 증상을 얻게 되었고, 요 근래 1주일 사이 더욱 그 증상이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적의 최심부를 자신의 일부로 물들여 전부 오염시킨 그 녹색 덩어리는, 매우 활발하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기 시작하여 유적 전체에 녹색 가루가 자욱하게 퍼트렸고, 통행을 위해 설치된 실프의 바람길을 타고 녹색 덩어리가 퍼져나가 수십 시간만에 이 도심 전체를 덮었을 때, 사건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 덩어리를 추출하여 연구해보려던 순간..."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물 덩어리가 폭발하듯 요동치며, 그 기운을 격류처럼 쏟아냈습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저는 엄청난 가루를 뒤집어썼고..."


"흠. 이제서야 처음 만났을때 그 장내의 소란이 설명이 되는군."


아프사라스들과 간다르바, 그리고 사막 도시의 다른 마물들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하며 말했다.


"바람길은 이 도심 전역과 연결되어 있지. 차라리 다행이네. 만약 한 군데, 특히 신전에 이 모든 이물의 기운이 몰리기라도 했다간... 여기를 아예 오염구역으로 지정했어야 할 뻔 했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곳을."


"으... 죄송합니다... 더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우리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으니까요. ...다만... 유적이 걱정되는군요."


"...음, 메카니르. 이 공간 전역의 포집기가 대동소이한 양의 이물질만 잡아내는 이유가 있었네. 애초에 근원은 여기 없었던거니까."


"그렇게 설명하면 다 들어맞는구료.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군. 코라, 날 유적으로 안내하게."


"...가능합니다만, 정말 위험합니다. 이 도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진한 농도로..."


"그 이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 그리고...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어지간한 무력파 마물보다 더 강한 몸이라네."


"맞아요. 저희가 보증하죠."


"저 사람, 올드 웨스트 타운의 무투대회 우승자라고!"


"그리고 던전의 해결사이기도 해. 어쩌면 여기의 문제도 해결해줄 수 있을 거야!"


운디네 마물, 이도르부터 시작하여 그와 함께했던 수많은 이들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큰 결심을 한 듯 결의에 찬 목소리로 메카니르에게 말했다.


"...외부인을 위험 속으로 밀어넣는 것 같아서 정말 망설였지만...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거절할 수 없겠군요. ...그럼... 좋습니다. 유적의 입구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코라는, 차분하지만 의연하게 메카니르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그 손을 잡으며 일어났다. 동시에...


"...도시를 부탁하겠네. 크게 부담되는 상황은 없을 거야."


"걱정 마세요. 저랑 트와일라잇, 그리고 여기 모두가 있으니까요."


"믿고 맡겨만 달라고. 최소한 여기는 우리가 댁보다 잘 아니까. 메카니르."


"후후... 믿음직스럽군."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그는 도심을 뒤로 하고, 코라와 함께, 사막 유적, 에티오트레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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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진 않으십니까?"


"음? 괜찮소. 더위를 식혀주고 목을 축여줄 것이 있으니."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벽한 사막이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열사의 땅. 그리고 미량의 진녹색 가루가 넘실거리며 흘러, 아주, 지극히 연한 오로라를 만들고 있었고, 그 타오르는 대지 아래를 한 마리 바실리스크 마물과 메카니르가 걷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걸 물어보지 못했구려."


"무엇을 말인가요?"


"...바실리스크... 라고 했나? 다른 라미아족과 구별되는... 그런 종이오?"


"음... 어떤 마물들을 만나보셨는지는 모르지만, 바실리스크는 바실리스크랍니다. 라미아 속의 바실리스크 말이죠."


"...처음 보는 마물이라 그렇다만... 정보를 좀 제공받고 싶구려."


"정보 제공...?"


"마물들의 도감을 만들고 있소."


메카니르는, 지금까지 있었던 여정을 간략하게 말하며, 그녀에게 어떤 목적으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를 설명했다.


"...그렇군요. 굉장한 대의..."


"대의라고 할 것도 없소.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니오?"


"...그 마음가짐 또한 대인이로군요. 좋습니다. 제 종족에 관한 정보를 모두 드리죠."


차분하지만 확실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하기 시작하는 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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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바실리스크 마물. 저 가면 뒤에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사독의 마안이 잠들어있다.]


[마안을 개방한 바실리스크의 모습. 흠... 에르가페가 마안을 배운다면 어떤 느낌일까?]


[바실리스크 - Basilisk]


[속 : 라미아 / 형 : 파충류]


[서식지 : 동굴, 사막, 사막 유적 등]


[식성 : 육식 위주]


[성격 : 냉정하고 차분하나 색을 밝힘]



[여성의 상반신과 뱀의 하반신을 지닌 라미아의 일종. 얌전하고 차분하며 남성을 덮치는 일에 소극적이고, 인간에게 잘 다가가지도 않으며 사람 없는 조용한 장소를 선호한다.


다만 그녀들은, 그 시선에 닿기만 해도 독이 침식하는 특수한 '사독의 마안' 의 소유자이기에, 전신의 근육이 힘을 잃고 이완되며 오도가도 못하게 되며, 마물이 발정했을 때의 화끈거림과 비슷한 정도의 발열감과 황홀경을 일으키게 하는 능력이 있다. 또한 이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섭취하는데, 야생동물에게는 맹독으로 작용하지만, 인간에게는 위에 상기한 내용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냥감의 몸 속의 정기 자체를 변질시켜버리는 이 사독은, 구마왕시절에는 '단 한번의 응시' 만으로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맹독을 지녔었는데, 이것은 지금도 변치 않아서 '정기 자체를 뒤바꿔버리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보통은 인간의 정기를 변질시키는데, 여성의 정기의 경우 '극히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 자신의 괄약근조차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평균치의 약 60~70배에 달하는 방귀를 만들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통제 불가능인 괄약근과 결합하여 여성을 하나의 '살아있는 방귀 공장' 으로 만들어버린다. 남성의 경우 정기 자체가 변질되어 '체외로 배출되기 쉬워지는 대량의 정기' 가 되어, 인큐버스와 마물화가 가속화되는 상태가 되고, 바실리스크의 사독과 같은 독성을 지녀 새롭게 만들어진 정까지 자신을 침범하는, 즉, 자신의 정액 속에 담긴 정기에 점차 중독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차례 해독을 위해서는 '마물에게 몸 내부의 정기를 충분히 빨려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해독을 위해 정기를 전부 빨리지 않는 한 인큐버스나 마물로 순식간에 바뀐다고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방법은 다르지만 '인간의 삶이 끝난다' 라고 하는 것은 동일한 개념인 것이다.


문제는, 이 강한 마안을 그녀들 또한 스스로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 가면에는 그녀들이 남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있을 뿐 아니라, 마안의 힘을 차단하고, 열감지와 마력감지 능력을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유는, 드러난 마안은 자신이 제어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남성에게 맹독의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특히, 미혼 남성에게 말이다. 그녀들에게 먹히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는 사냥감이 되어버린 남성의 몸에 하반신을 감고 여체를 밀착한 뒤, 독이 빠질 때 까지 자신이 주입한 정을 쥐어짜며, 그리고 스스로의 사안이 폭주하여 몸 내부의 정기가 완전히 흐트러져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게 된 몸을 잔뜩 밀착하고 비비며, 그 독을 전부 짜낸다는 핑계로 잔뜩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독을 짜내는 와중에도 그녀들은 라미아속 특유의 집착성 마안으로 사냥감에서 남편이 된 남성과 잔뜩 얽혀들며, 끊임없이 자신들 속에 정액을 쏟아내도록 유도하며, 그리고 스스로의 독에 미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지독한 방귀를 쉼 없이 뀌어대며, 남성을 잔뜩 유혹하고, 자신과 영원히 아이만들기 교미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한 마안을 지닌 그녀들이지만 '불의의 사고만 없다면' 그녀들이 스스로 가면을 벗는 일은 거의 없다. 가면을 벗고 넋을 잃기 전이라면, 남성의 체취를 가까이서 맡거나, 귓가에 '사랑해' 라고 속삭이면 힘이 빠지고 얼굴이 붉어져 주저앉으며 자신도 모르게 가면을 벗어버리고 무방비 상태가 된다고 한다. 오랜만에 자신이 리드하는 교미를 원하는 남성들이 가끔 사용하는 법이라고 한다. 의외로 가면을 쓰고 교미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싶어서도 있지만, 가면을 쓴 상태에서는 시각이 차단된만큼 다른 감각이 크게 올라가기에 자극이 너무 강해 괄약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고장나버려서 그렇다고 한다. ...참고로, 불의의 사고라고 하는 것은... 보통, 방귀 바람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면이 벗겨져버리는 그런 케이스라고 한다. 불의의 사고 치고 제법 빈도가 높은 이유가 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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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 족을 여럿 만나봤었다만... 다들 마안이라는 마법에 능한 모양이군."


"일종의 종족 단위로 새겨진 본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후후... 그 말도 들었었지."


그리고 어느새, 유적의 코앞까지 도착한 그들. 메카니르는, 사막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작은 유적 입구와 빈말로도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의 사각뿔형 건축물을 보고,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호오, 저것이 유적인가?"


"...그렇습니다. 후우... 거의 다 왔군요."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크기가 제법 협소하구려."


"어찌 보면 그렇죠. 지하 유적이라서 말이죠."


"지하 유적이라. 흠... 이전에 방문했던 유적은 폐쇄 상태였는데 말이지."


"...여긴 그게 힘들죠. 사막 유적, 잊혀진 사막의 왕국 위의 유적들은... 뭐라고 할까요. 그 자리에 위치한 고위 마물들의 마력으로 유지되고,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누구 하나라도 자리를 쉽게 비우기 어려운 셈이죠."


"...그러면 그 녹색 덩어리가 퍼질대로 퍼진 그 내부에... 떠나지도 못하고?"


"...시간이 없다고 한 이유가 이것이랍니다."


"서두를 걸 그랬군. 자, 어서 가지."


"...어? 너무 서두르시면... 같이 가요!"


거의 날아가듯 빠르게 움직이는 메카니르, 그리고 그 뒤를 바삐 쫓아가는 코라였다.



--------------------------------------------------------------------------------------- 6장, 바실리스크 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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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쓸때는 막 무대도 바뀌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생각했는데 막상 쓰고보니 뭐 좆도 아닌 쓰레기가 나왔네

흑흑나어떡해시발필력이뒤져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