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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는 4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 
1, 2, 4화 내용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음


빈약한 필력이지만 누군가는 이걸로 기분 좋게 븃븃해줬으면 좋겠다


그림은 모툰이 AI화가 기능으로 생성했음



불행은 소리소문없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바다의 무장경호원, 해군들을 손쉽게 농락하며 수많은 호화 상선들을 약탈해온 위스키가, 평소와 다름없이 한 보석운송선을 털던 중 느닷없이 해군에 붙잡혔다.

해군에게 포로로 사로잡힌 부하들을 전부 구해낸 후 본인도 빠져나가려고 할 때, 주무기로 쓰던 권총형 전기충격기의 배터리가 다 떨어진 것이 발단이 되어 허망하게 제압당했다고.

본인은 엄청난 억까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약탈 작전 전날에 권총형 전기충격기를 충전해 놓는 것을 까먹은 그의 탓이 컸다.


위스키를 잡을 날이 오기만을 단단히 벼르고 있던 해군에 의해, 메챠쿠챠 포박당한 위스키는...

죄가 아주 무거운 거물급 범죄자들만 수감되는 교도소인 '아다만트케이지 교도소'에 호송되었다.


아다만트케이지 교도소.

그곳은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 벽에 둘러싸인 채,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는 철옹성 같은 교도소였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극악 범죄자들이 그곳을 탈옥하려고 시도했지만, 생존한 상태로 나간 자는 아무도 없다고 전해진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간의 두개골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복면을 포함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긴 위스키는 어두컴컴한 독방에 수감되어 있었다.

쇠사슬로 온몸이 결박당한 채 바로 눕혀져 있는, 인권 따위는 개나 준 취급을 받고 있는 탓에 움직일 수 있는 거라곤 손가락과 발가락밖에 없었다.


3일 뒤에 재판이 열린다는 말을 언뜻 들은 것 같기도...



끼익-



"스켈톤! 면회다!"



독방의 닫힌 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간수의 험악한 목소리.

'스켈톤'은 허구한 날 해적질을 벌이는 것으로 악명을 높인 위스키에게, 세간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이름에 대해서 알려진 게 없는 그를 지칭할 때마다 '그 이상한 해골바가지 그려진 복면 쓰고 다니는 해적놈'이라고 부르기는 매우 번거로울 테니, 그런 이명이 붙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대충 문 닫히는 소리)



면회? 누가 날 면회하러 온 거지? 혹시 밸런스트 핸드의 결사원인가?

그런 의구심을 품은 위스키의 눈앞에 곧 나타난 것은, 검은색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있는, 긴 검은 머리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상당히 우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기품 있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것으로 보아, 부유한 계층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었지만,

웃는 표정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이 느껴졌다.



'근데... 얜 누구지?'



"오랜만이네요. 스켈톤."



그녀의 첫 마디는 위스키가 품은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오랜만? 너 나 아냐?"

"흐음... 생판 처음 본다는 눈치네요? 아, 생각해보니 그때는..."



검은 머리의 여자는 자신의 모자를 벗어 보였다.



"이러면... 알아보실까요?"

"...어? 넌 그때 그..."



위스키는 하나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느 호화 여객선을 털던 중, 타인의 수치스러운 표정을 보는 것을 통해 충족되는 본인의 뒤틀린 욕망을 위해, 자신 앞에서 방귀를 뀌게 만들었던 귀족 아가씨들 가운데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보통 다른 사람 앞에서 방귀를 참지 못하고 뀌어버린 아가씨는 민망해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아가씨는 왠지 모르게 수치심과는 거리가 먼 오묘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런 유별난 태도가 인상 깊어, 그때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현재까지도 위스키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아가씨가, 바로 지금 위스키 앞에 서 있는 그 아가씨였던 것이다. 



"후후... 이제야 쿠크베타호에서 저를 만났던 일이 기억나시는 모양이네요?"

"대충은? 근데 니가 나한테 좋은 감정을 품을 만한 일은 전혀 없었던 것 같은데... 여기엔 뭐 그때의 복수라도 하러 온 건가?"

"복수라뇨?"



검은 머리의 여자는 벗었던 모자를 다시 썼다.


[ 레아트리제 슈라이너 (20, 女) ]



그녀의 정체는 유럽 귀족 가문 '슈라이너 가'의 자제인, '레아트리제'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

위스키와 만나서 겪은 것이라곤 해적질에 피해를 입은 경험밖에 없을 터인 그녀가, 무슨 연유로 그를 만나러 온 것일까.

적어도 자신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온 것은 아닐 거라고, 위스키는 생각했다.



"저는 오히려 보답을 하려고 온걸요."

"응? 보답...?"

"그나저나... 복면 뒤에 이런 여린 얼굴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범죄자다운 흉악하거나 간사한 안면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사기당한 느낌이네요."

"거 참 미안하게 됐네."

"이런 개미새끼 한 마리 못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나는 해적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면... 지나가던 개도 웃겠는데요? 아, 그래서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다닌 건가. 후후...얼굴에 붙여놓은 이 단풍잎은 뭐예요?"

"딱 보면 모르냐? 흉터잖아, 흉터."



레아트리제는 시퍼런 쇠사슬에 결박된 위스키의 온몸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죄수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몸 구석구석엔 피멍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아다만트케이지 교도소의 잔악한 간수들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리라.



"...여기 간수분들에게 꽤나 거친 보살핌을 받으신 모양인데... 신기하게도 상당히 여유로워 보이시네요?"

"내가 맷집이 좀 좋은 편이라서 말이지. 생각보다 버틸만하던걸?"

"그 느긋한 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후후..."



웃음짓는 레아트리제의 회색 눈동자를 보면서, 위스키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느낌을 받았다.



"그것보다, 니가 여기에 왜 왔는지에 대한 답을 아직 못 들은 것 같은데?"

"보답을 하려고 왔다니까요."

"그니까 무슨 이유로 무슨 보답을 하려고 왔냐고."

"...제가 당신에게 물건을 빼앗기는 도중에, 방귀를 뀌는 실례를 저질렀던 것. 기억하시나요? 당신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막은 덕분에요."

"기억은 나는데... 그게 왜?"

"그때 제가 속이 좀 안 좋은 상태여서 그랬는지, 방귀에서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났는데..."

"냄새가 좀 심하긴 했지."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냄새를 맡고 고통받는 모습을 봤을 때, 제가 뭘 느꼈는지 아세요?"

"뭘... 느꼈는데?"



위스키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감정을 느꼈기에, 그때 그런 오묘한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


레아트리제는 곧 간악한 웃음을 보이며 진실을 말해주었다.



"...쾌감을 느꼈답니다. 저로 인해 다른 사람이 괴로워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때 깨달은 거예요."

"...다시 말해, 내가 사디스트란 걸 알게 되었다... 뭐 그런 말인가?"

"이해가 빠르시네요."



위스키의 뒤틀린 욕망이 낳은 또 하나의 뒤틀린 욕망.

그것이 레아트리제 안에서 살아 숨쉬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뭔가 멀쩡한 아가씨 하나 망친 것 같아서 미안해지는데...'



"그런 기쁨을 알게해준 당신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제가 찾아온 거죠."

"...뭘 그런 걸 가지고 보답까지야..."

"후훗. 사양하실 필요 없답니다..."



그녀의 '보답'이라는 게 무엇인지, 그제서야 위스키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꾸르르르르르루루루루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러러럭-



순간. 그 둘이 있는 방 안에, 천둥소리와 비슷한 상당히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그거 니 배에서 난 소리 맞지? 배탈이라도 난 거냐?"

"글쎄요? 후후..."



레아트리제는 요망한 표정을 한 번 지어 보이고는, 자신의 고급스런 핸드백에서 보라색 테이프를 꺼낸 뒤,



찌익-



"너 뭐하는... 읍..."



그 보라색 테이프를 뜯어, 위스키에 입 쪽에 붙였다.

그 때문에, 위스키는 입으로 숨을 쉬기 매우 힘들어졌다.



"제 옷에 더러운 침이 묻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침?'



의문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위스키의 얼굴을, 곧 레아트리제가 엉덩이로 깔고 앉았다.

레아트리제의 치마에 얼굴을 파묻게 된 위스키는, 그녀가 쓰는 향수에서 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윽한 시트러스 향을 맡았지만...



'...이 녀석 혹시...'

"...이게 제 보답이랍니다. 흐읏..."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뿌오오오오오오오옥~! 부우우우우우우욱~!



머지않아 그 향기를 가볍게 묻어버리는, 그녀의 엉덩이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방귀와 마주하게 되었다.

방귀의 세찬 풍압에 위스키의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 와... 미친... 이게 진짜 사람 방귀 냄새라고...?'



그리고 그 방귀의 경이로울 정도로 끔찍한 악취는 위스키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젊은 여성들의 독한 방귀를 접해본 위스키였지만, 레아트리제의 방귀 냄새는 그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위스키는 지금 당장이라도 레아트리제를 밀어내고 코를 틀어쥐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몸이 쇠사슬에 꽁꽁 묶인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얼굴을 압박하고 있던 엉덩이를 조금 들고는, 자신의 엉덩이에 남은 포악한 기체의 잔향을 손으로 부채질하여 위스키의 얼굴 쪽으로 보냈다.



'야 이...' 



그리고 곧,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얼굴에 붙인 테이프를 떼어주었다.



"제 보답을 살짝 맛보여 드렸는데... 마음에 드셨을까요? 후후..."



악의로 가득 찬 웃음을 지으며 위스키를 내려다보는 레아트리제.

방귀를 뀌는 행위에 수치심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한, 그녀는 자신의 아주 지독한 냄새로 인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향해 쌍욕을 퍼부어봤자, 그녀에게 황홀한 쾌락을 선사하게 될 뿐이다.



'...이 정화조 냄새 뺨싸다구 후려갈기는 꾸릉내가 맛보기에 불과하다니... 이런 냄새를 계속 맡았다간 진짜 큰일 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그녀가 자신에게 괴랄한 악취를 퍼붓는 짓을 그만두게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위스키는 열심히 짱구를 굴렸다.

그 결과, 한 가지 괜찮은 방안이 생각났다.

그것은 '레아트리제의 방귀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일절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레아트리제가 위스키에게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위스키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쾌락을 느끼기 위함이니,

만약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면? 

위스키에게 고농도의 유독가스를 먹이는 행동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과 다름없기에, 결국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위스키는 이러한 생각을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니냐? 무려 젊고 이쁜 아가씨 엉덩이에 얼굴을 깔리는 경험을 했는데... 행복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사실 위스키는 여태까지 살면서 여성에게 성적 흥미를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레아트리제의 엉덩이에 얼굴을 압박당하는 경험은 그에게 아무런 쾌락을 주지 못했다. 

즉, 고통만 받았다는 말이다.



"훗. 행복은 무슨... 그곳에서 나오는 지옥 같은 냄새를 맡아서 고통스러웠잖아요?"

"지옥 같은 냄새? 아, 니 방귀 냄새를 말하는 건가? 내가 최근 심한 감기에 걸린 후유증으로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어서 그런가... 별로 냄새가 독하진 않던데? ...쿨록콜록!"

"풋... 그런 거짓말을 하려거든... 기침은 참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내가 또 어제부터 목감기에 걸려서 말이지... 쿨럭! ...요즘 뭐 이리 병에 많이 걸리게 되는지... 켈록! ...계속 이렇게 나랑 같은 방에 있다간 아가씨한테 감기가 옮을 것 같아서 좀 걱정스러운데... 콜록!"



위스키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거짓말을 계속해서 나불대 레아트리제의 흉포한 방귀가 자신에겐 그닥 의미가 없음을 어필하기 위해 애썼다.



"갑자기 목감기...? 후후... 교도소 안에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시고 계셨네요... 안타까워라."

'...어째 내 구라를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위스키가 보이는 의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아트리제는 여전히 기분 나쁜 웃음을 지은 채, 위스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네가 내 방귀에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어, 위스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는 듯이...



"아... 생각해보니 당신을 괴롭히는 그 나쁜 감기균... 박멸해 드릴 수 있겠네요. 제가 의학을 좀 배운 적이 있거든요. 후후..."

"켈록! ...박멸한다니... 쿨럭! ...뭐 감기약이라도 가지고 있는 거야? 쿨럭!"

"후훗. 감기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방법을 알고 있죠."



레아트리제는 다시 테이프를 위스키의 입에다 붙였다.



'...그 방법이란 거... 벌써부터 뭔지 예상이 가는구만. 하아...'



이윽고, 위스키의 얼굴이 레아트리제의 엉덩이에 또 깔리게 되었다.

처음 그녀의 엉덩이에 깔렸을 때 느꼈던 향기는 온데간데없고, 비위가 극도로 상하는 냄새의 편린만이 남아있었다.



"후후... 이제 살균을 시작해볼까요? 음..."



부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북-



'끄으윽... 이 녀석의 방귀 냄새에 비하면... 내가 여태까지 맡았던 악취들은 향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꽤 독하지만... 그만큼 효능은 확실하답니다. 흐읍..."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오오오오오옹~



'...뒤질 것 같다 진짜... 어우...'



위스키는 코가 썩을 것 같은 냄새가 얼굴에 직빵으로 쏟아부어 지는, 고역스러운 시간을 어렵사리 얌전히 누운 채로 버텨냈다.

잠시 후,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얼굴과 접하고 있던 자신의 엉덩이를 떼어냈다.



"후훗. 저의 정성이 담긴 가스 살균... 어떠셨나요. 이번에도 행복하셨나요?"



레아트리제가 위스키의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내며 물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쿨럭! ...니 엉덩이에 코 박고 숨 쉬는 상황이...켈록! ...너무 흥분돼서 꼴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니까? 큭큭...콜록콜록!"



위스키는 본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최대한 자신이 변태 같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솔직했으니...



"아~ 흥분이 되셨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당신의 남근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네요?"

"...쿨럭! ...어... 음...쿨럭! ...그건 내가 발기부전이라...콜록!"

"발기... 부전이요? 푸흡... 알겠어요. 그런 걸로 치죠."



레아트리제는 누가봐도 확실하게 비웃음과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살균 가스를 투여해 드렸는데 계속 기침을 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감기균이 남아있는 모양이네요. 살균 작업이 더 필요하겠어요. 후후..."

"...! 나...콜록! ...나야 좋지...켈록! ...얼른 시작하자고...쿨럭!"



맹렬하고 역겨운 가스의 폭격 속에서, 위스키는 언제까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위스키뿐만 아니라, 레아트리제도 궁금한 것이었다.



-



"이번에는 투여량을 좀 더 늘려볼게요. 읏..."



레아트리제는 두 눈을 살짝 감고 힘을 주어,



뿌부부부부부북- 푸르르르르르르르륵-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위스키를 깔고 앉은 채, 가스를 엉덩이를 통해 폭발적으로 분사했다.

그 가스의 독성은 위스키의 표정을 순식간에 썩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힘들어도 조금만...아니, 많이 참으세요. 후후... 흐으읏..."



부으으으으윽-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욱~



'크악...! 이런 걸 당하게 될 줄 알았으면 방독면이라도 좀 챙겨올 걸 그랬나...같은 건 생각해보니 별 의미 없구만. 어차피 가져왔어도 빼앗겼을 테니...'



덧붙여서, 의외로 평범한 방독면의 필터로는 방귀 가스를 걸러낼 수 없다고 한다.



"사실은 참지 않으셔도 상관없어요. 그래 봐야... 당신은 이 상황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후후후... 흐음..."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호흡기를 대상으로, 계속해서 흉악한 냄새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 이런 걸 당하는 게 오히려 좋다고 하셨었죠? 후후...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물론, 레아트리제가 그런 걱정을 했을 리 없었다.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뿌우우우우우욱~ 뿌뤼뤼뤼뤼뤼뤼뤼뤼뤽-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건 독가스 수준이 아니라... 맹독가스라고 확언할 수 있겠구만... 우욱...'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위스키가 인체에 무조건 유해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기체를 실컷 들이마신 후에야, 레아트리제는 그의 입에 붙인 테이프를 떼주었다.



"...이 정도면 몸 안의 감기균을 전부 사멸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은데. 어때요. 감기 증상은 좀 나아지셨나요? 후후..."

'...대체 얜 뭘 쳐먹었길래 이런 악독한 가스를 무지막지하게 내뿜을 수 있는 거지...?'

"갈릭스테이크와 오믈렛, 건자두 샌드위치, 베이크드 빈즈에 더해서... 감자 브로콜리 수프, 오트밀 시리얼... 무화과 파이, 카망베르 치즈를 먹었어요. 그 외에도 양배추 샐러드, 그릭요거트, 고구마케이크, 통밀 비스킷하고, 프로틴 우유, 탄산수, 오디 에이드, 푸룬주스... 아, 이틀 전에는 스위트 와인도 진탕 마셨..."

"...나 방금은 속으로만 생각한 건데."

"...진짜네. 따옴표를 잘 못 보다니 이런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호호호... 죄송해요~"

"...어흠... 아무튼... 켈록! 콜록콜록쿨럭!"

"어머~ 나아지긴커녕 오히려 기침이 더 심해지다니. 상당히 독한 감기에 걸리신 모양이네요?"

"쿨록! ...뭐... 그...쿨럭! ...그런 것 같구만... 콜록! 켈록!"

"그렇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답니다. 제가 당신의 목감기가 다 나을 때까지 살균 가스를 계속해서 넣어 드릴 테니까요... 후후후... 좋으시죠?"

"조...좆...쿨럭켈록! ...좋다마다! 쿨럭콜록! ...햐~ 교도소에서 이렇게 끝내주는 경험을 원 없이 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이곳으로 끌려올 걸 그랬네...쿨록!"



위스키는 레아트리제의 악의가 충만한 풀도핑 악취 가스를 계속 흡입하다간, 없던 병이라도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목감기보다 훨씬 위험한 병이...



-



다시, 위스키에게 고난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는 가녀린 아가씨의 엉덩이 밑에서 자신에게 내려질 포상... 아니, 가혹한 유독 기체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슬슬 치료에 들어가도록 하죠...!"



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북-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닷-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레아트리제의 둔부로부터 뿜어져 나온 무자비한 냄새에 직격당하자마자, 위스키는 지하 하수구에 흐르는 구정물에 코를 처박아도 이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가스를 마셔주시겠어요? 그래야 살균에 더 효과적이라서요. 후후... 으음..."



뿌오와아아아아아아아앙~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우우우우우우웅~ 부봐봐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내가 미쳤냐?'



"당신이 빨리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흐으읍..."



부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당연하지만 레아트리제의 유독물질 농도가 짙은 방귀를 흡수할수록, 위스키는 건강과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성심을 다해 정성껏... 당신의 신체 내부 구석구석까지 제 살균 가스로 소독시켜서... 으읏..."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욱~ 부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르르르르륵-



파리도 '우리 업계에서도 이건 아닙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빤스런을 칠 듯한 파멸의 악취.

그런 엄청난 것을 맞아들이는 위스키의 후각은, 최악의 고통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감기균 따위는 당신 몸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후후후..."



프스스스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뿌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푸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시... 피슈슈슈우우우우우우우욱...



'느학! ...근데 이 녀석... 자기도 이 극흉한 가스 냄새를 맡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후각이 마비되기라도 했나?'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에 얼굴에 대고 살벌한 기체를 흩뿌리는 행위를 한참 동안 지속하였고...



"흐음... 가스가 다 떨어졌나... 잠시 쉬었다가 할게요?"

'...하아... 이제야 한 숨 돌릴 수 있겠네...'



그 만행이 잠깐동안 중지된 때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곧 위스키의 안면을 누르던 레아트리제의 엉덩이가 들어 올려졌고, 위스키는 그녀가 분사했던 소름 돋는 악취의 영향이 비교적 덜한, 그나마 마실만한 공기를 들이켜기 시작했다.

가증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가 이윽고 행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아앗~!"



쿵-!



'읍...!?'



순간.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안면에 엉덩방아를 찧고는,



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브오오오오오오오옥~



'그어윽... 냄새...!!'



자신의 아랫배에 남아있던 극심한 썩은 내가 나는 가스를 치마 속에서 세차게 폭발시켰다.


당분간은 절륜한 위력을 가진 레아트리제의 영거리 방귀 포격에 당할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던 위스키는, 그녀의 기습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코 내부에 전해진 멘탈을 뒤흔드는 충격에 하마터면 격렬한 반응을 보일 뻔했다. 



"어머나... 죄송해요...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버려서요. 후후..."



레아트리제의 말에 섞인 사악한 웃음에서, 그녀가 방금 취한 행동이 다분히 고의적이었음을, 위스키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위스키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으하아... 새로운 공격 패턴이 추가됐구만... 안 그래도 빡센데 이것 참...'



머지않아 또다시 위스키는 레아트리제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샌가 그녀는 아까까지 쓰고 있었던 검은 모자를 벗은 상태였다.



"후훗. 재밌네요."

"뭐가? ...쿨럭켈록!"

"...제가 똑같은 방식으로 괴롭혀도,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인단 말이죠?"



레아트리제는 요염한 표정을 보이며 위스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 고통을 주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쾌락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자신이 괴롭혀본 적이 없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 사람은 괴롭히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레아트리제.

만약 그녀가 전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녀 앞에서, 그녀의 시선을 받으며 줄줄이 고문을 당하게 될 것이었다.



"당신 같은 경우엔... 제 방귀냄새를 맡는 것이 매우 괴로우면서도 아닌 척하는 게 참 재밌어요."

"아... 아닌 척이라니? 켈록! ...진짜로 냄새 별로 안 난다니까 그러네... 쿨럭콜록콜록켈록콜록!"



사실 한참 전부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봐야 별 효과가 없다는 걸 내심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아트리제의 불타는 가학적 욕망에 기름을 부을 솔직한 반응을 보여줄 수는 없기에, 위스키는 연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위스키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매우 가까이 들이민 후, 레아트리제는 불길한 웃음을 지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까지 맡았던 냄새보다 더 심한 악취가 얼굴에 쏟아부어 져도... 계속 그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왜 이렇게 얼굴을 들이대는 거야... 부담스럽게시리... 근데 그 코가 비틀릴 것 같은 저세상 구린내 나는 가스보다 더 강렬한 게 있다고?'



레아트리제가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녀의 너무나도 여유로운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레아트리제의 행동에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가씨...쿨럭콜록! ...이제 와서 이런 걸 묻는 게 나도 좀 웃기긴한데...콜록콜록! ...아가씨 귀한 집 영애 맞지? 켈록! 쿨럭!"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런 높은 지위에 있는 나으리께서 이렇게 추잡한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쿨록켈록! ...이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걸 아가씨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기라도 한다면...콜록쿨럭쿨럭! ...평판은 그대로 나락으로 직행할 텐데 말이지...콜록!"

"...물론 평상시에는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답니다."

"이유는? ...쿨럭!"

"애초에 여길 나갈 수도 없겠지만, 만약 당신이 이곳을 탈옥해서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에요."

"콜록! ...어째서?"

"그래 봐야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요. 누가 당신 같은 악질 범죄자의 말을 믿겠어요? 후후..."

'...듣고보니 맞는 말이구만.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다.'



위스키는 순간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 듯 씨익 웃었다.



"쿨럭켈록쿨럭! ...범죄자 하니까 말인데... 콜록! ...너 프랑스 경찰이 범죄자를 취조할 때 하는 말이 뭔지 알아? 쿨록켈록!"

"하지 마세요."

"...너도 정색이란 걸 할 수 있었구만..."



-



"냄새만으로 이렇게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거... 제가 오늘 맛보여 드린 독하디독한 방귀를 접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계셨죠? 후후...."

"쿨록! ...거 참...쿨록켈록! ...지금 내 코가 정상이 아니라서 평범한 방귀 냄새로밖에 안 느껴진다고 몇 번을 말하냐...콜록콜록켈록!"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동안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얼굴에 앉지 않고 그와의 대화를 쭉 이어나갔다.



"계속 그렇게 핑계를 대봐야 씨알도 안 먹힌답니다. 백번 양보해서 당신의 후각이 온전치 못하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쳐도... 제 냄새가 그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왜 그런데? 쿨록콜록!"

"...제 방귀는 이 나라에서... 아니지, 지구 상에서 제일 끔찍하고 고약한 방귀라고 자부할 수 있으니까요!"

'...그걸 자랑이라고...'



하늘을 뚫는 방존심을 과시하는 레아트리제의 모습에 위스키는 어이가 머나먼 안드로메다은하 저편으로 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가씨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좀 알 필요가 있겠어...쿨럭! ...그건 그렇고 너 조금 전에...콜록쿨록! ...똑같이 괴롭혀도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켈록켈록쿨록! ...맞나?"

"맞는데, 그건 왜 물으시죠?"

"그런 걸 알고 있다는 건...쿨록쿨럭켈록! ...나 말고 다른 사람 얼굴에도 가스를 갈겨본 적이 있단 얘긴가? 콜록콜록쿨럭!"

"그렇죠.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 여기 있는 몇몇 극악한 죄수분들에게 굉장한 고통을 선사해 드렸답니다."



레아트리제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일주일 전에는... 어마어마한 사기 행각을 벌인 죄목으로 이곳에 잡혀들어온 죄수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비명까지 지르시더라니까요? 후후..."



레아트리제는 그 비명을 듣고 신나서 더 격렬한 방귀 고문을 조지고... 그것으로 인해 죄수는 더 간절한 비명을 지르고...

그러한 무서운 악순환이 반복되어, 사기범 죄수는 그날 끔찍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고.



"제가 다녀가기만 하면 죄수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고... 여기 간수분들이 절 많이 좋아하세요."

'...니가 남기고 간 초고농축 유해가스에 대해서는 별말 안 하더냐?'



그 순간, 레아트리제의 표정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고, 뒤이어 그녀는 자신의 배를 살살 문질렀다.



"기쁜 소식이 있어요. 스켈톤. 그 소식이 뭐냐면... 곧 악랄하게 지독한 방귀 가스가 제 엉덩이에서 뿜어져 나올 예정이란 거죠."



레아트리제는 자신의 얼굴을 위스키와 가까이하며, 요사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랍니다? 후후후..."



위스키는 순간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그렇다면 조금 전까지 퍼부어댔던 것은 워밍업이었다는 뜻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진 위스키는, 또다시 입을 통해 테이프의 감촉을 느끼게 되었다.



-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얼굴 위에 다소곳하게 앉아,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후후... 지금 바로 제 섬뜩한 악취의 풍미를 만끽하게 해드릴게요? 흐읍..."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그에게 레아트리제 특제 유황가스폭탄의 가공할 만한 위력을 체감하게 만들었다. 



'으...?! 억... 이건 진짜 말이 안 나오네... 물론 냄새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테이프 때문에 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지...'



위스키는 아까보다 레아트리제의 방귀 냄새가 한 층 더 강력해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더욱 무시무시한 악취를 선보일 수 있는 것처럼 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전보다 냄새가 훨씬 더 지독하죠? 그때의 방귀보다 더 묵힌 게 내려와서 그런 거랍니다. 후후후... 흐으음..."



부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아아아아아아앙~ 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닷-



인간의 방귀에는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의 유독물질이 소량 함유되어 있다.

그런 독성을 띤 물질들이 인체에 쌓이다 보면 기절에 이르게 될 수가 있는데, 위스키는 방귀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건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로 치부하고 있었지만...


지금 자신을 깔고 앉은 채, 속 뒤집히는 썩은 내가 나는 방귀를 계속해서 뿡뿡 뀌어대고 있는 가냘픈 여인이라면... 

그것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것을 입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방금 막 스쳤다.



-



"어떠신가요? 제 뱃속에서 잘 숙성된 진한 냄새를 맡은 소감은? 죽을 맛이죠? 후후후..."



재앙급 악취를 한바탕 쏟아낸 레아트리제는 악마 같은 웃음을 지은 채, 위스키와 눈을 맞췄다.



"전에...콜록켈록쿨럭! 쿨럭쿨록콜록켈록..."



위스키는 말을 시작하기 무섭게 연거푸 큰기침을 하게 되었다.

위스키와 레아트리제가 있는 밀폐된 방안에 가득 찬 몹시 역한 가스 때문이었다.



"...쿨록켈록! ...커헉! ...하아... 하아... 콜록!"



기침을 과하게 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게 된 위스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레아트리제는 강렬한 성적 흥분을 느끼며, 



"...정말 아름다운 표정이에요... 스켈톤. 하아...♡"



그의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악랄한 해적인 주제에 쓸데없이 얼굴이 귀여워서는... 하아아... 더 괴롭혀주고 싶잖아요...♡"



'얘 갑자기 왜 이래?'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위스키의 볼이, 레아트리제의 손에 의해 여러 번 꼬집어졌다.



"여자의 방귀 때문에 울다니... 현상금 2억 달러의 고약한 범죄자가 되가지고... 정말 한심해요...♡"

"...어이, 아가씨... 쿨럭!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콜록콜록! ...눈물은 기침을 존나게 해서 나온 거거든? 켈록콜록! 쿨럭콜록!"

"아~ 네. 그러시겠죠. 후후후..."



이번만큼은 위스키의 말에 거짓이 전혀 섞이지 않았지만, 레아트리제는 또 구라겠거니 하고 지 좋을 대로 생각했다.



"스켈톤. 그거 알아요? 당신 표정이 지금 상당히 안 좋다는 거. 후후... 이젠 괜찮은 척하기도 어려울 만큼 괴로운 거죠?"



그랬다. 위스키는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여유가 좀 있어 보이는 표정을, 간신히나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레아트리제 앞에서 지어 보였지만...

지금은 누적된 대미지에 더해 추가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포악무도한 기체를 여러 번 흡입해버린 탓에,

힘들고 지친데다 불쾌감과 메스꺼움이 MAX치에 근접하게 되어, 더 이상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완전히 숨기는 것이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었다.



"쿨럭! ...그... 쿨럭! ...그건 그냥 계속 굶주려서 그런거고... 이곳에 끌려온 뒤로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서 말이야. 콜록켈록쿨럭쿨록쿨록!"

"후후... 여기 죄수분들에게 식사는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제공되고 있어서요. 언젠가는 뭐라도 조금 드실 수 있을 거예요. 언젠가는요."

"콜록켈록쿨록! ...그러냐... 콜록켈록켈록쿨럭! ...웩..."

"방금 구역질 하신 거죠? 역시 제 방귀가 너무나도 지독했던 모양이네요?"

"콜록! ...아가씨는 목감기에 걸려본 적이 없나 봐?...쿨럭켈록쿨록! ...원래 기침 많이 하다 보면 구역질도 나오고 그러는 건데...켈록쿨럭쿨럭!"

"푸흡... 또 기침 탓이에요? 정말 핑계 대는 실력 하나는 세계 챔피언급이네요. 스켈톤."

"쿨럭쿨럭콜록! ...핑계가 아니라...켈록! ...에휴... 됐다. 믿든가 말든가 니 맘대로 해라...콜록쿨럭쿨록!"



사실은 레아트리제가 생각한 대로, 위스키는 그녀가 내보낸 악몽 같은 꾸릉내에 속이 울렁거려서 구역질을 한 것이 맞았다.

만약에 자신이 레아트리제와 다시 만나기 전에, 이 교도소에서 식사를 제공받았다면, 무조건 속을 게워내게 되었을 것이라고 위스키는 확신했다. 



"한 번 더 제 토악질 나는 가스를 듬뿍 마신 뒤에는 당신의 표정이 어떻게 변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후후후..."

'...그렇게나 뀌어댔는데 이 녀석은 지치지도 않나 보네...'



-



맹독가스 방사기와 같은 레아트리제의 엉덩이를 자신의 얼굴로 또 한 번 떠받치게 된 위스키.

그녀의 치마, 정확히는 치마의 엉덩이 부분은, 그녀의 엉덩이에서 분출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유독가스가 수없이 뚫고 지나간 탓에 어마무시한 썩은 내가 배어있었다.

그리고 그 악취는, 



'...방귀는 아직 뀌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힘드냐? 어후...'



위스키의 정신력을 야금야금 갉아 먹었다.



"흐읏..."



뿌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말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최신형 공기청정기쯤은 가뿐하게 과로사시킬 수 있을 법한 위험도 최상의 유해성 기체가 다시 위스키의 코에 생화학 테러를 가했다.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귀족 가문의 영애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피곤하고 지루한 일이랍니다...!"



부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브라라라라라라라라락-



'끄으어어악...!!!'



자신의 후각세포가 정녕 인간의 소화기관만을 이용해 제조된 것이 맞는지 의심되는 잔악무도한 독방귀에 당해 지르는 비명은,

위스키가 레아트리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계책을 떠올리기 위해, 계속 굴리고 있던 잔머리를 더욱 빠르게 회전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행복을 계속 모르고 있었다면 그 재미없는 인생을 그대로 쭉 살았겠죠...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음..."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웁- 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욱~ 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느허으어윽...!!! ...도... 돌아가시겠...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위스키는 이 괴로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뭔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듯했다.



-



"스켈톤. 살아있나요? ...참, 대답을 할 수가 없는 상태셨죠? 후후..."



인체로 만들어낸 굉장히 유독한 기체를, 위스키의 얼굴을 향해 한껏 살포한 레아트리제는, 머지않아 두 눈을 감은 채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는 위스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기절한 거야? 이렇게 빨리? 분명 어느 정도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웃음기를 싹 지우고 위스키의 입에 부착한 테이프를 뗀 후, 위스키의 얼굴을 아주 가까이서 면밀히 확인하는 레아트리제.

그녀는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곧 깨닫고는,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숨을... 안 쉬는 것 같은데...?'



곧바로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코, 입과 가까운 곳에 자신의 손을 위치시켰고, 



'...진짜로 숨을 안 쉬잖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윽고 그의 호흡이 멈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도 여러 번 고문을 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맞닥뜨리는 것인지라 그녀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의 심장 쪽에,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댔다.



'...아직 죽지는 않았어... 빨리 간수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그렇게 레아트리제가 문밖의 간수를 부르기 위해 황급히 방문 쪽으로 뛰어가려던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수상해.'



그녀의 머릿속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었던 한 조각의 의심이, 빠른 속도로 크기를 불려 나갔다.



'기절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심지어 여태까지 고문해 본 인간들 중에선 제일 잘 버티고 있었는데... 갑자기 뻗어버리더니 숨도 안 쉰다?'



레아트리제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위스키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한 번만... 확인해봐야겠어.'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위스키의 겨드랑이를 살살 간지럽혔다.



"......푸핫!!! ...콜록!! 쿨럭!! 켈록쿨럭! 콜록켈록쿨록쿨록! 콜록켈록쿨럭콜록! ...우웩... 우웨엑... 쿨럭콜록..."



하필 간지럼에 약했던 위스키는, 레아트리제의 손놀림에 그만 웃음이 터져, 숨까지 참아가며 위독한 상태에 빠진 척한 것이 들통 나고 말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스켈톤."



레아트리제의 미소에는 전에 없었던 섬뜩함이 담겨있었다.



"...웩...쿨럭콜록! ...하하... 그게 말이지... 그게... 그러니까...쿨록켈록켈록콜록쿨럭켈록!"

"...고작 숙녀의 방귀가 무서워서 이런 바보 같은 연기를 하다니... 당신이 그러고도 남자인가요?"

'...지 방귀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고 어쩌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고작 숙녀의 방귀니 뭐니...'



레아트리제는 위스키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후... 뭐, 그래도 당신이 제 방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잘 알려주셨으니까... 그것에 대한 선물을 드릴게요."



꾸르르르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르르르리리리리릭-



"들으셨나요? 제 뱃속에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역겨운 가스들이...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 이것들은 이제 모두 당신만의 것이니 책임지고 전부 마셔주셔야 해요?"



왠지 모르게 공포스러움이 느껴지는 교태스러운 표정을, 레아트리제는 지어 보였다.



"도중에 당신이 기절한다면... 제가 원래는 그때까지만 같이 있어 드리려고 했지만... 특별히 다시 깨어날 때까지 가스 밸브 잠그고 기다려 드릴게요. 기쁘시죠?"

'...제대로 조졌네 이거...'



-



그 후로부터 꽤 긴 시간 동안, 위스키의 얼굴은 미려한 외모를 지닌 젊은 여자의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궁극의 썩은 내가 나는 유황 가스를 마구마구 뒤집어쓰게 되었고...

그 결과, 얼굴이 살인적인 방귀냄새에 절여진 그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스켈톤. 당신 맷집이 좋다고 했던 게 사실이었네요? 제 독가스를 그렇게나 오랫동안 마셨는데... 아직까지 기절 한 번 안 하고 정신줄 붙잡고 있는 걸 보면 말이에요. 후후... 읏..."



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앙~



'.........맷집이랑 이거랑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그 덕분에 이 황홀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아요. 여태까지 고문해 드린 분들 중에서 최고의 파트너...라고나 할까요? 흐읍..."



뿌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룩- 부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뤼뤼뤼뤼뤼뤼뤼뤼뤼뤼뤼뤼릭- 부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참 의미 없는 칭찬이구만...'



"그래서 말인데... 우리 일주일에 한 번 오늘과 같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시지 않을래요? 10초 안에 대답 안 하시면 수락하시는 걸로 알게요? 흐으음..."



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뿌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테이프로 입이 막혀있는데 대답을 어떻게 하냐... 다 알면서 하는 말이겠지만서도...'



"...대답이 없으시니 수락하신 걸로 알고... 다음 주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올게요? 오늘보다 더 악랄하고, 더 많은 지옥의 방귀 가스를 기대하셔도 좋아요. 후후... 흐읏..."



푸르르르르르르륵-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봐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야... 신난다...'



"이곳에 들어온 죄수의 형량은 무조건 종신형 이상인 거 아시죠? 앞으로 당신 앞에 펼쳐질 어두운 인생길을... 제가 훨씬 더 캄캄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후후후... 흐음..."



부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위스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레아트리제의 목소리와 방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러자 그가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의 기록들이, 그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고의적으로 수치심을 주고 다녔던 기억은, 그 인생 기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방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지, 그가 젊은 여성을 자신 앞에서 방귀를 뀌게 만들어 창피당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특히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건 뭐 주마등도 아니고... 후우... 이제 와서 돌아보니... 나도 참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살았구만...'



본인의 쾌락을 위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양심의 소리는, 항상 다른 경험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강렬한 쾌락을 주겠다는 유혹의 속삭임에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뒤틀린 욕망의 노예가 되어 무고한 사람들을 수치스럽게 만들고, 굴욕감을 주고...

때로는 타인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 협박이란 수단까지 동원하기도 했고,

종종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람을 너무 강한 수치심에 눈물 흘리게 만들기도 했다.



'...생각해보니까 이 아가씨는 나랑 닮았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통해 쾌락을 얻는다는 점에서 말이지...'



그런 욕망에 따른 행위 뒤에는 따르는 작은 죄책감.

'사람이 인생의 재미를 쫓다 보면 민폐 좀 끼칠 수도 있는 거지' 같은 자기 합리화를 뻔뻔하게 마음먹고 해봐도, 그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가끔씩 아무런 대가 없이 궁핍한 사람들을 돕거나,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의 해상행동대장으로서 주어진 직무를 나름대로 열심히 수행했던 것은 그런 죄책감을 덜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도 그것만큼의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위스키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나 같은 놈은... 이런 곳에 갇혀 평생 썩는 게... 맞는 걸지도......'



의식이 심연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순간이었다.



쿠쾅-!!!!!



어디선가 귀를 찢는 폭발음을 들려왔고, 곧 자욱한 먼지 구름이 위스키가 있는 방을 가득 채웠다.



"무... 무슨 일이... 콜록! 콜록!"



이에 레아트리제는 크게 당황하며 벌떡 일어선 뒤, 자리를 피했다.

그제야 위스키의 얼굴은 엉덩이의 무게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아까 분명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대체 뭐지?'



머지않아 위스키는 자욱한 먼지 사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낯익은 흰 머리 여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 시에라 (27, 女) {본명 : 카멜리사 그라이언트} ]



'...시... 시에라...?!'



시에라는 검집에서 검을 뽑고는, 



(대충 쇠사슬을 검으로 베는 소리)



위스키를 속박하고 있었던 쇠사슬들을 순식간에 전부 베어서 끊어낸 후, 다시 검을 검집에 넣고 나서, 그의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주었다.

이윽고 위스키를 어깨에 둘러메고, 폭발음이 들리기 전까지는 없었던 커다랗게 뚫린 구멍을 통해, 방에서 나가는 시에라의 모습에선 능숙함이 느껴졌다.



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스켈톤이 탈옥했다!"

"당장 모든 출입문을 봉쇄해!"

"코드 블랙 발령. 코드 블랙 발령. 교도소 내 전 직원은 모두..."



사이렌 소리와 간수들의 다급한 목소리, 안내방송 소리가 모두 뒤섞인 혼란스러운 소리가 교도소 내에 울려 퍼진 것은,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였다.



-



시에라는 달리고 또 달렸다.

중간중간에 그녀와 마주쳤던 총기를 든 간수들은, 그녀의 왼손에 들려있는 권총형 전기충격기에 감전되어 빠르게 제압당했고,

교도소 복도에 즐비한 소형 무인 터렛과 수면가스 살포장치는, 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그녀의 격렬한 발길질에 대부분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런 것을 자신을 한 손으로 둘러멘 채, 과묵한 표정으로 현란한 무빙을 치며 해 보이는 시에라를 보고 있던, 위스키가 그녀를 보고 떠올린 것은,

어렸을 적에 TV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히어로였다.


악의 조직 본거지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덤벼드는 악당들을 모조리 작살내고, 끝내 그곳에 붙잡혀있었던 연인을 공주님 안기로 구출해 내는 히어로.

위스키가 일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멋있다고 느꼈던 때는, 그 히어로를 보았을 때였다.

그리고 지금 위스키는 또다시,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성별은 정반대지만 말이지...'



시에라는 복도를 쭉 달리다가 천장에 달린 환풍구를 거쳐 건물 밖으로 나간 후, 아다만트케이지 교도소를 둘러싼 거대한 장벽은 미리 파두었던 땅굴로 통과했다.

위스키가 오랜만에 보게 된 교도소 바깥 풍경은, 밤하늘에 달과 별과 구름이 걸린 풍경이었다.

교도소를 완전히 벗어난 뒤에도, 시에라는 계속해서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위스키는 시에라가 자신의 얼굴을 슬쩍슬쩍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내 맨얼굴을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겠구만.'



위스키는 생지옥 같은 곳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시에라가 너무나도 고마웠지만...

문제는 그가 감사를 표현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는 것에 있었다.



"...니가 날 구하러 올 줄은 몰랐는데. 시에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말하시는 걸 보아하니 크게 다치지는 않으신 모양이군요."

"...뭐... 그렇지. 근데 너 혼자 이곳에 쳐들어온 거야? 부하들 대동 안 하고?"

"네."

"...너 생각보다 꽤 대단한 녀석이었구만..."

"무슨 말씀이시죠?"

"방금 니가 뒤엎고 나간 그 교도소. 탈옥에 성공한 사람이 100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던 교도소라던데?"

"...누가 그러던가요?"

"그 교도소에 있던 간수가 그러던데."

"...저 예전에도 여러 번 그곳에서 동료를 탈옥시켜본 경험이 있습니다만."

"응? 뭐야. 그럼 그 간수가 개구라를 친 건가?"

"음... 아무래도 교도소 측에서 탈옥이 발생했던 사실을 묻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군요. 탈옥에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인식시키면 죄수들의 탈옥 의지를 꺾는데 좋기도 하고... 어쩌면 윗대가리 교도관들의 목이 달려 있는 문제일 수도 있죠."

"대충 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구만."



위스키가 고개를 돌리자, 땀이 맺힌 시에라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 위스키 씨."

"왜?'

"위스키 씨가 있던 방에서 끔찍한 냄새가 진동을 하던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아~ 그거? 갑자기 왜곡된 성욕을 가진 아가씨가 면회랍시고 나한테 찾아와서는 내 얼굴에다 대고 한참 동안 지독해서 미칠 것 같은 방귀를 뿡뿡 뀌어댔거든."

"...네?"

"니가 맡았던 그 냄새가 그 아가씨 방귀 냄새라고. 그런 살상가스가 내 코에 직빵으로 분사되었단 말이지. 진짜로 이 세상 하직하는 줄 알았다니까? 니 방귀 냄새랑은 비교도 안 되는 극악의 냄새였어 진짜..."

"...갑자기 제 방귀 얘기가 왜 나와요?"



시에라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빨갛게 붉히며 화를 냈다.



"방귀 냄새를 방귀 냄새랑 비교하는데 뭐 문제라도?"



그렇게 서로 한참을 티격태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둘 사이에 말이 없어졌다.

고요하게 흐르는 침묵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시에라였다.



"저기요, 위스키 씨."

"왜 부르셔."

"평소에 복면은 왜 쓰시는 건가요?"

"그게 왜 궁금한 거냐?"

"왜...? ...냐면... 그... 굳이 그런 걸 왜 쓰고 다니는지 궁금해서요. 보기 안 좋잖아요. 도둑 같아 보이고..."

"우리 도둑맞잖아."

"도둑... 맞기는 한데... 우리는 사리사욕만 채우는 그런 보통 도둑과는 다르... 잠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중요하지 않은 건 니 질문도 마찬가지다만?"

"...우리 대화는 이쯤 하죠. 더 했다간 위스키 씨를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갈 것 같으니까요."

"...육상행동대장님이 또 화가 나셨구만..."



또다시 찾아온 정적이 감도는 분위기.

위스키는 시에라를 계속 쳐다만 보다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시에라."

"...네?"



갑자기 튀어나온 위스키의 사과에, 시에라는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위스키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곧 그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것저것 하느라 바빴을 텐데... 나 때문에... 밤에도 쉬지 못하고 고생하게 해서 미안해. 역겨운 냄새까지 맡게 만들고..."



위스키가 진심 어린 사과라는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시에라는...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에라는 고개를 다시 정면을 향해 돌리고는 말했다.



"...알면 됐습니다."



시에라는 위스키를 어깨에 둘러멘 상태로, 말없이 계속해서 내달렸다.


밝은 달빛이 은은하게 땅을 적시는 밤이었다.






같은 시각, 탱고는 개인 집무실에서 한창 야근을 하고 있었다.



"하암~ 지금쯤이면... 아마 시에라 님은 위스키 님을 데리고 이곳으로 복귀하는 중...이려나?"



똑똑똑똑.



기지개를 켜던 탱고는 문밖에서 나는 노크소리를 듣게 되었다.



"네~ 들어오세요."



벌컥-



곧 차가운 느낌의 회색 머리 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미스티블루 (25, 女) {본명 : 에델라이데 트라우로트} ]



그녀는 밸런스트 핸드 내에서 '미스티블루'라고 불리우는 여성이었다.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가 운영하는 모든 첩보기지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직 직책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첩보 수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수집된 첩보는 위스키나 시에라가 완성도 높은 약탈 작전계획을 짜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기에, 첩보 수집의 중요성은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관리직 업무를 수행할 때도, 가끔 직접 첩보 임무에 뛰어들 때도, 한결같이 철저한 모습을 보여와 빈틈없는 성격으로 유명했다.

또 거기에다 그녀가 지닌 무뚝뚝하고 싸늘한 인상이 더해지니,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혹한 사람도, 그녀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했다.

딱히 그녀가 그런 걸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저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달칵-


또각 또각 또각...



문을 닫은 후, 선명하게 울리는 하이힐 소리를 내며 책상에 앉은 탱고에게 다가오는 미스티블루.

매끈한 겨드랑이와 가슴골을 드러내고 옆트임이 들어간 노출도 높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검은색 스타킹 신은 채, 긴 웨이브 헤어를 살랑대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매혹적이었다.

아마도 그런 매력적인 모습은 그녀가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미스티블루 씨."



그런 그녀를 탱고는 밝게 웃는 얼굴로 마주했다.

그것은 밸런스트 핸드의 다른 평범한 결사원을 대할 때 짓는 표정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이번 주 첩보 보고서입니다."



미스티블루는 두꺼운 문서 뭉치를 탱고에게 넘기며 무감정하게 말했다.



"이런 건 내일 일과시간에 주셔도 되는데... 밤늦게까지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실래요?"

"아뇨. 괜찮습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또각 또각...



미스티블루가 우아한 걸음으로 탱고의 집무실 문을 향해 걸어나가고, 탱고는 그녀가 가져다준 보고서의 내용을 막 확인하려고 하던 그때였다.


그녀는 갑자기 발을 헛디뎌 잠시 비틀거렸고...



뿌오오옹~



뒤이어 다소 민망한 파열음이 탱고의 집무실 내에 울려 펴졌다.



'응? 무슨 소리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탱고는, 석상처럼 미동조차 없는 미스티블루의 모습을 발견했다.

미스티블루가 탱고를 등지고 있었기에 그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는 방금 전보다 훨씬 커진 상태임과 동시에,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는 음식물 쉰내와 비슷한 냄새를 느끼게 되었다.



'...혹시 미스티블루 씨가...?'



한동안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않던 미스티블루는, 불현듯 홱 뒤돌아서며 탱고의 눈을 응시했다.



"죄... 죄송합니다... 탱고 님의 집무실에서 이런 실례를..."



자신이 자주 보는 상사 앞에서 저지른 부끄러운 실수에 대해서 사과하는, 미스티블루의 얼굴은 벌게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탱고는 그녀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갔다.


완벽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그녀도 항상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방금 보여준 허점과 비슷한 사례를 하나 꼽자면, 과거 그녀가 택시 정류소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중, 주변에 아무도 없는 줄 착각하고 방귀를 뀌었다가 지나가던 시민의 비웃음거리가 됐었던 일을 꼽을 수 있겠다.



"...뭘 그런 것 가지고 사과까지 하십니까~ 하하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데...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요~ 그... 그것보다 할 일이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만 나가보셔도 됩니다!"



미스티블루가 방 밖으로 나갈 때까지, 탱고는 약간의 어색함이 담긴 웃는 표정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미스티블루 씨도 저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일 때가 있었다니... 좀 의외인걸?'



돌연 탱고의 생각은, 자신이 연모하는 여인에게 닿았다.



'...여신 같은 아르메리아 씨도 방귀는 뀌고 살겠지?'



아르메리아의 싱그러운 미소를 머릿속으로 떠올린 탱고는,



'...앗... 지금은 이렇게 딴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정신 차리고 일하자 일!'



이윽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상태로,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첩보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고서에 적혀있는 심상치 않은 내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첩보원 샐비어... 접선 실패?'



첩보원이 첩보 임무 수행에 실패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지만, 아예 첩보원과의 접선 자체가 실패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큰일을 당하신 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탱고의 얼굴에는 근심 어린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 부록) [아르메리아의 숙소 생활]



[ 아르메리아 (28, 女) {본명 : 라이리스 블랙건} ]



이것은 아르메리아가 밸런스트 핸드에 가입한 지 2일차 되던 날의 일이다.



밸런스트 핸드의 결사원들에게 제공되는 숙소는 남녀 분리, 같은 부서별 배정을 배정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르메리아는 자신이 속한 부서인, 경영부의 여성 일원 3명과 같은 숙소 방을 쓰게 되었다.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에, 아르메리아와 그녀의 룸메이트들은, 숙소의 거실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빨간색 짧은 양갈래 머리를 한 여자는, 등받이 의자 시트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의자 머리 받침대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상태였다.



[ 스위트피 (19, 女) {본명 : 클로리 채프턴} ]



그 빨간색 양갈래 머리 소녀는, 밸런스트 핸드로부터 '스위트피'라는 코드 네임을 부여받은 결사원으로,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에서 조직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평범한 기업으로 위장해 운영하고 있는 제과 기업 '올리비앙' 사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꽤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제과제빵에 대한 지식이 박식함과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적극적이었기에, 새로운 과자를 개발하거나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올리비앙 사의 연구원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올리비앙 사에서 최근 출시한 신제품인 통밀 비스킷 '랑세르' 개발에, 그녀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위트피의 장난기 많은 성격 탓에, 그녀에게 가볍게 놀려 먹히는 것이 일상인 그녀의 연구원 동료들은, 그녀를 '장난을 좋아하는 여동생' 같은 존재로 여긴다.



각설하고, 스위트피는 자신의 책상 건너편에 위치한 책상에 앉아있는 아르메리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르메리아 언니. 달팽이가 그렇게 좋아? 20분 넘게 그것만 쳐다보고 있네?"



스위트피의 말대로, 아크릴 케이스 안에서 상추를 느릿느릿하게 먹고 있는 달팽이를, 아르메리아는 한참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아르메리아는 그제서야 달팽이에서 눈을 떼고는, 자신의 등 뒤 쪽 방향에 있는 스위트피를 바라보았다.



"귀엽잖아. 난 결혼도 달팽이 같은 남자랑 하고 싶더라."

'...달팽이 같은 남자라는 건... 대체 어떤 남자를 말하는 거지?'



아르메리아의 독특한 대답에, 스위트피는 약간 아스트랄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언니는 에스카르고 못 먹겠네? 달팽이 크림도 못 쓰고."



아르메리아 옆에 있는, 보라색 단발머리 여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 카사블랑카 (26, 女) {본명 : 롤레트 페르트랑} ]



'카사블랑카'라는 코드 네임을 가진 밸런스트 핸드의 결사원이, 바로 보라색 머리의 그녀였다.

쿨하고 소탈한 성격의 그녀는, 결사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직무를 맡고 있었는데, 이런 직무를 가진 결사원은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 내에선 그녀가 유일했다.

그녀에게 이런 직무가 맡겨진 이유는, 그녀가 보유한 고등학교 교사 근무 경력과 연관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업무범위에 신입 결사원 교육도 포함되어 있었던 고로, 그녀가 밸런스트 핸드 유럽지부에 가입한 이후에 잇따라 가입한 결사원들은 모두 그녀에게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에스카르고는 못 먹지만 달팽이 크림은 괜찮아. 달팽이 크림은 달팽이가 뿜어내는 점액을 사용해서 만드는 거거든."

"아 그래? 난 당연히 달팽이를 갈아서 만드는 건 줄 알았는데. 역시 아메 언니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빠삭하다니깐."



'아메'는 카사블랑카가 아르메리아를 부르는 애칭이다.

카사블랑카는 친한 사람의 이름을 애칭으로 줄여 부르는 것을 선호했다.

따지자면 이 경우는 이름이 아닌 코드 네임을 줄여 부르는 것이지만...


그때, 카사블랑카는 자신의 아랫배에서 거북한 감각을 느꼈다.



"...아메 언니. 나 방귀 뀌어도 괜찮을까?"

"그럼, 괜찮고말고."



아르메리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던 카사블랑카는, 한쪽 엉덩이를 들고는,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가스를 시원하게 방출했다.

그 가스의 풍압은, 그녀의 치마를 펄럭이게 만들었다.

 


"하핫! 제법 굉장한 녀석이 나왔는걸?"



방 안에 유황 냄새를 쫙 퍼뜨린, 카사블랑카는 쾌활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카사블랑카 언니도 참... 여자 방귀 소리가 그래서야 되겠어?"



잔망스럽게 웃어 보이는 스위트피.

불현듯,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의 눈이 조금 커졌다.



"아... 나도 지금 방귀가 나올 것 같은데... 아르메리아 언니. 나도 해도 돼?"

"후훗. 너라고 안될 이유가 있겠어?"

"헤헤... 알고 있었지만 물어는 봐야 하니까~"



부르르르르르륵- 뿌부부부부부부욱- 부오오옥-



스위트피의 방귀는 그녀의 치마를 살랑이며 연달아 터져 나왔다.

머지않아 그녀가 있는 방안에, 청국장 냄새와 유사한 구릿한 냄새가 솔솔 풍기기 시작했다.



"들었지? 카사블랑카 언니. 여자의 방귀 소리에는 이렇게 귀여운 느낌이 있어야 해."

"그게 뭐가 귀엽다는 건지 잘 모르겠거든?"



스위트피와 카사블랑카가 쓸데없는 논쟁을 벌이는 사이, 아르메리아는 자신의 대각선 방향에 앉아있는, 베이지색 긴 웨이브 머리의 여자를 슬쩍 쳐다보았다.

책상에 앉은 베이지색 머리의 여자는, 평온한 표정을 한 채,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이베리스 (24, 女) {본명 : 에우제니카 리마} ]



밸런스트 핸드의 결사원들 사이에서 코드 네임 '이베리스'로 통하는 그녀.

그녀는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결사원을 간호하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빼어난 미모를 지닌데다 상냥한 그녀의 성실한 간호는, 그것을 체험한 남성 결사원 대부분에게, 강렬한 기쁨의 경험을 선사했다.

그녀의 간호를 받아본 한 결사원은 '그녀의 천사 같은 미소를 보고 있으면 모든 걱정 근심이 싹 비워지고 그 빈자리에 행복이 가득 채워넣어 지는 느낌이 든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런 그녀에게 은근히 칠칠맞은 구석이 있다는 건, 극소수의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한다.


아무튼 간에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두 룸메이트의 방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림을 그리는 이베리스를 본 아르메리아는 확신했다.

이 세 사람은 타인의 방귀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아르메리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얘들아."

"'부르륵'이 귀여운 거면... 어, 왜? 아메 언니."

"왜 그래? 아르메리아 언니."


영양가 없는 토론을 잠시 멈추고 아르메리아가 있는 쪽을 돌아보는 카사블랑카와 스위트피.

아르메리아는 밝은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나도 해도 될까?"

"응? 뭘 해도... 아~ 방귀? 당연히 뀌어도 되지. 애초에 내가 먼저 뀌기 시작했는걸?"

"아르메리아 언니도 방귀가 뀌고 싶은 거였구나? 우리 눈치 보지 말고 시원하게 뀌어!"


"사실 나 배에 가스가 잘 차는 편이라 방귀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그래도 괜찮아?"

"그렇다는 건... 아르메리아 언니는 방귀쟁이라는 뜻?"

"응, 맞아."

"괜찮아, 괜찮아~ 방귀 좀 많이 뀔 수도 있지 뭐. 우린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써. 그렇지? 스피."

"그러엄~ 진짜 괜찮으니까 속에 쌓아둔 가스 얼른 내보내 버려~"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스피'는 카사블랑카가 스위트피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두 사람은 괜찮다고 했지만, 아직 나머지 한 사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아르메리아는 이베리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베리스. 너는 어때?"



아르메리아의 질문에, 이베리스는 그림을 그리던 것을 멈추고, 아르메리아와 눈을 마주친 채 방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언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



아르메리아는 고운 미소를 지으며 감사를 표현했다.



"고마워, 얘들아. 그럼 잠시 실례 좀 할게?"



그녀는 곧 눈을 감은 후, 슬며시 엉덩이 오른쪽을 들어서 위로 올리고는,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엉덩이를 통해 방귀 가스를 우렁차게 내뿜었다.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부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자신의 스커트를 통과하여 분출되는 방귀가 멎은 후, 눈을 뜬 아르메리아.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보통의 구린내를 느끼며, 그녀가 주위를 살짝 둘러보자, 눈이 휘둥그레진 스위트피, 카사블랑카, 이베리스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의 방귀가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하하... 언니 방귀 많이 참고 있었구나? 이렇게나 뀌고 싶었으면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카사블랑카는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이 정도면 별로 안 참은 건데?"

"...지... 진짜?"



곧 다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보이게 되었다.



"...푸핫!"

"뭐야? 스피. 갑자기 빵 터져가지고..."

"...아니... 아르메리아 언니같이 청순한 언니가 방귀를 어마무시하게 뀌어대니까 뭔가 좀 웃겨서... 푸흐흡..."



웃음 스위치가 작동한 스위트피와는 다르게, 이베리스는 어느새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니... 혹시 소화기관 어딘가가 안 좋으신 건 아니시죠?"

"후훗. 아니야. 오히려 너무 건강해서 탈인걸? 단지 방귀가 많이 나올 뿐이야. 앗... 더 나올 것 같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언니 또 방귀 뀐 거야? 방금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뀌어놓고? 언니는 진짜 방귀쟁이구나?"

"대단하지? 방귀의 양만큼은 누구에게도 안 질 자신 있어."

"에이... 아르메리아 언니는 놀리는 맛이 없네..."

"어제 그렇게 겪어보고도 깨닫지 못했던 거야? 이 언니,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그걸 이제야 알았냐'는 듯이 픽 웃는 카사블랑카.

하루 전날, 룸메이트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어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메리아는 그녀들과 밤새 수다를 떨면서 친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뿌우웁- 푸르르르르르르륵- 부바바바박-



"헤헤... 오늘 저녁에 포크커틀릿을 먹어서 그런가? 나도 오늘은 좀 방귀가 많이 나오네."



또 한 차례 가스를 배출한 뒤, 귀여운 눈웃음을 지어 보이던 스위트피는, 이베리스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르메리아 언니. 그거 알아? 이베리스 언니는 우리 앞에서 절대로 방귀 안 뀐다?"

"그래?"



갑작스레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 속에, 이베리스는 당혹감을 드러내며 양 손바닥을 펴 보였다. 



"저저저저전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리스. 우리 진솔해지자고. 방귀 뀌고 싶을 때마다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거, 솔직히 너도 번거롭잖아?"

"...! 어... 어떻게 그걸..."

"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화장실로 후다닥 들어가더니 금방 나오는 걸 내가 한 두 번 본 게 아니거든."



부오와아아아아아아앙~



카사블랑카는 이베리스를 놀리는 듯한 표정을 한 채, 몸을 틀어 가스를 내보냈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리스'는 카사블랑카가 이베리스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이베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제가 왜 그랬냐면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제 방귀에서 나는 심한 냄새를 맡게 하기 죄송해서... 그래서 그랬던 거예요..."

"뭐야. 그런 이유였어? 친한 사이끼리 독가스도 먹일 수 있고 그런 건데... 우린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방출해도 돼. 아메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지?"

"물론이야. 의도적으로 독한 냄새가 나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건 이해해줘야지."

"...그래도 전 못하겠어요... 제 방귀냄새 때문에 언니들과 스위트피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리스는 사람이 너무 착하다니깐... 아, 그럼 이렇게 하자."



카사블랑카가 한쪽 검지를 치켜들었다.

그녀가 뭔가 좋은 생각을 떠올린 모양이다.



"네?"

"정말 네 방귀에서 심각한 냄새가 나는지, 우리가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테니까 여기서 방귀 딱 한 번만 뀌어봐. 넌 네 방귀냄새가 강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의외로 우리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잖아?"

"만약에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 않으면... 이베리스 언니는 우리 앞에서 방귀를 뀌어도 미안할 게 없는 거고? 이거 좋은 생각인데?"

"나도 같은 생각인데, 이베리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음..."



이베리스는 카사블랑카의 제안에 대해 곰곰히 고민하다가...



뿌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아르메리아의 방귀 소리를 한 번 더 들은 후에야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오케이! 그럼 방귀 나올 것 같으면 바로 얘기해 주는 거다? 알겠지? 리스."

"...마침 지금 나올 것 같아요..."

"오~ 타이밍이 예술인데? 그렇다면 모두 평가할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지금 바로 시작할까?"

"저기...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되니까요... 모두 냄새를 맡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주세요..."

"푸흡... 뭘 마음의 준비씩이나... 리스 너 너무 유난떠는 거 아니야? 아무튼 알겠으니까 얼른 시원~하게 해결해."

"...네... 그... 그럼... 뀔게요...?"



뽀오오옹~ 프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드디어 룸메이트들 앞에서 처음으로 방귀를 뀐 이베리스.

이베리스의 가스 분사가 끝나자마자 스위트피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머... 이베리스 언니 방귀 소리 진짜 너무 귀여운데? 방귀에서 이렇게 여성스러운 느낌이 물씬 날 수가 있는 거야?"

"그... 그 정도였나요? 하하..."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 이베리스를 바라보던 세 명의 여자는, 곧이어 이베리스가 뀐 방귀의 냄새를 감지하게 되었다.



'...확실히...'

'...우리의 냄새랑은...'

'...레벨이 다르네...'



생선 썩은 내와 같은 역겨운 악취를 느낀 그녀들은 과연 이베리스에게 무어라 말할 것인가.



"어... 어떠신가요? 제 방귀는... 역시 지독한가요?"



방금 전보다 얼굴이 더 발그스름해진 이베리스는, 빨리 평가를 내려주길 바라는 듯 보였다.



"...전혀 지독하지 않았어. 그렇지, 얘들아?"



세 명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르메리아였다.



"...맞아. 뭐... 우리 것보다야 강력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맡을 만한 냄새야."

"이베리스 언니가 엄청 호들갑 떨길래 난 또 방귀에서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나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니까? 아하하!"



뒤이어 카사블랑카와 스위트피도 아르메리아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자, 



'...이게 지독하지 않다고? 내가 후각이 예민한 건가...?'



다른 사람이 맡아도 필시 매우 고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왔던, 자신의 방귀 가스 냄새가 예상외로 저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오묘한 느낌을 잠시 받았지만,

이윽고 이베리스는 본인의 방귀에 타인이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꼈다.



"어때? 리스. 모두 네 방귀냄새가 무난하다고 느꼈어. 이제 우리 앞에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거지?"

"네... 이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카사블랑카 언니..."

"하핫! 우리 사이에 고맙긴 뭘."

"이것도 기념인데 우리 피자라도 같이 먹을까? 내가 만들어 줄게."

"오~ 아메 언니 그런 것도 만들 줄 알았어? 당연히 나는 찬성."

"이... 이게 기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나요... 저야 좋긴 하지만..."

"나도 찬성~ 근데 무슨 피자를 만들 거야? 치즈 피자? 페퍼로니 피자?"

"하와이안 피자를 만들 생각이야. 맛있겠지?"

"...! ...마... 맛있겠네... 하하..."



스위트피의 웃음에서는 왠지 모를 궁색함이 느껴졌다.


아무튼, 그 일이 있은 후로는... 



부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우우욱~ 뿌아아앙~ 부뤼뤼뤼뤼뤼뤼뤼뤼뤽-


부봐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부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우웅~ 푸쉬이이이이이익...



4명 모두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서로의 앞에서 방귀를 뀌게 되었고,


그 덕분에 아르메리아는,

거울을 보며 긴 머리카락을 브러시로 빗으면서도,



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부욱~



화초에 물을 주면서도,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롸라락-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자신이 기르는 달팽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도,



부오오오오오오옥~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웅~



룸메이트들과 함께 먹을 간식을 만들면서도,



뿌오아앙~ 부부부부부부북- 뿌라라라라라라라락- 부다다다다다다닥- 뿌뤼뤼뤼뤼뤼뤽- 뿌우우우우우우우웁-



한밤중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도,



뿌봐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부으으으으으으으윽-



자신의 몸 안에 잘 차오르는, 불필요한 체내 가스를 자유롭게 뿡뿡 배출하면서 (뱃)속 편한 숙소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