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 생각이 없기로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


눈앞에선 진 단장 대행이 이것저것 말하고 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난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걸까...


아니, 물론 내가 고의적으로 저지른 일이고... 다 내 잘못이라지만...


"어이, 명예 기사. 듣고 있어?"

"에? 아, 응..."

"후우... 그러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속삭임의 숲이 출입 금지 구역이 되냔 말이야."

"그게... 내가 수메르에서 현지 과일 몇 개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있었는데... 그게 좀 상했길래 거기에 대충 던져두고 왔거든... 아마 냄새가 장난이 아닐..."

"과일? 그게 과일 냄새라고?"

"... 두리안이라고 알아?"


나는 지금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번에 있었던 그 '사고'의 책임을 내가 지기로 했으니까.


애초에 원인도 나고... 어떻게 그걸 사실대로 말하냐...

그냥 내가 뒤집어쓰는 게 낫지...


"후우... 그러니까, 지금 그런 과일을 몬드의 숲에... 무단투기했다는 걸로 들리는데."

"... 면목이 없네, 단장..."

"물론 널 탓하려는 건 아니야, 넌 여행자니까 가끔 까먹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진 단장은 잠시 머리에 손을 얹으며 창밖을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상인들과 모험가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속삭임의 숲이 막히면... 별이 떨어지는 호수와 바람맞이 산에는 당분간 바람의 날개를 지닌 소수의 인원만이 다닐 수 있다고."

"... 그으, 렇구나..."

"그래서...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단장 대행으로서... 너에게 사소하게라도 처벌을 내려야 해."

"응, 나도 이해해. 받아들일게."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지.

다행히 앰버를 의심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니...


"그래서, 처벌 내용이 뭐야?"

"음... 페보니우스 기사단 의무 훈련에 참여하는 거?"

"의무 훈련...? 그건 뭐 하는건데...?"

"간단해. 2인 1조로 1박 2일간 정해진 구역을 순찰하고, 현황을 분석하고 돌아오는거야. 형식적인 훈련이니... 이틀만 힘내줘."

"ㅈ, 잠깐... 2인 1조라고?"

"응. 왜? 너한테는 페이몬이 있잖아. 둘이 다녀와도 돼."

"어... 그게... 그으러니까아..."


망했다.

나 지금 걔랑 싸워서 혼자 다니고 있는데.


"아... 그러엏구나..."

"그러고보니 지금은 안 보이네. 어디 갔어?"

"그...! 폰타인에 볼일이 남았대...! 하하..."

"...?"



***



"하아... 일이 꼬여도 이렇게 꼬이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몬드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페이몬이 이토록 그리웠던 적이 있던가.

기사단이면 웬 달린 것들만 가득할 텐데... 초면인 애랑 1박 2일을 다녀오라고...?


"진심이냐...?"


나는 하얗게 불타버린 채로 그저 실소만 하염없이 내뱉고 있을 뿐이었다.


진짜 하나도 없나...? 엠버... 는 지금 좀 사리는 중이고... 노엘... 은 아직 기사가 아니고... 미카... 도 달린 건 똑같은데...


"... 잠깐."


떠올랐다.

페보니우스 기사단 소속이자, 몸매나 성격, 둘 다 끝내주는 여자가.


"와이씨밬핰 난 천재가 분명해!"


주변 사람들이 대낮에 웬 미친놈인가, 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지금 씨발 그런 건 나를 막을 수 없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딘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디오나, 미안!

이번만큼은 너희 술집에 못 갈것같아!


"그래... 여기렸다...?"


[천사의 몫]


나는 간판에 쓰인 이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주 멋진 간판이야. 가끔씩 들어가는 것도 잊고 적혀있는 문구를 완독할 때도 있다니까.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은 점심시간.

그리고 타겟은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기사단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디어 헌터도 점심시간에 눈치가 보이긴 마찬가지고... 그럼 남은 곳은 여기밖에 없지.


나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고...

역시나, 구석에서 맥주와 닭고기 스튜를 먹고 있는 유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 먹어?"


내가 자연스럽게 앞자리에 앉으니, 유라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응...? 여행자...?"

"왜, 난 이런 음침한 곳에서 밥 먹으면 안 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

"볼일은 무슨. 친구끼리 만났으면 인사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 친구..."


아무리 유라라고 해도... 낮술은 조절했는지, 나름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하, 친구라니... 누가 그렇게 불러도 좋다고 했지? 이 원한, 기억해두겠어!"

"... 그건 좀 억지 아니냐."

"시, 시끄러...! 아무튼, 주문 안 해?"

"아, 예예... 저기요~ 여기 스테이크 하나랑 높이 쌓기 하나요~"


그 후로는 별 생각 없이 밥을 먹었다.

물론 겉으로만 그래보이는 거고... 내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본론을 꺼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 그리 신경쓸 일은 아니긴 하지만... 이성에게 1박 2일 훈련을 같이 가자고 말하는 건... 좀 부자연스럽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갔고... 잡담 주제도 계속 바뀌고 있었다.


"요즘은 좀 괜찮아? 그, 뭐냐... 널 좋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좀 많잖아."

"아~ 그거~? 뭐 언제부터 안 그랬다고... 이제 와서 그런 걸 묻는거야?"

"아니, 뭐... 정 힘들면 말하라고."

"하! 지금 걱정하는거야? 이 원한..."

"야야, 다 씹고 말해, 튀잖아."

"크흠...! 아무튼..."


그런 얘기도 해보고...


"이번에 속삭임의 숲이 출입 금지됐다며?"

"그렇다네... 갑자기 형언할 수 없는 악취가 풍긴다나..."

"바르바토스께서 폭풍이라도 일으켜 주시면 좋겠는데 말이다~"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초록색 음유시인을 흘겨보며 그런 얘기도 하고...


"여행하는 건 어떤 느낌이야?"

"음... 자유로운 느낌? 몬드랑 크게 다르진 않을걸."

"다르지 않기는~ 난 또 의무 훈련 나가야 하는데..."


... 어라?


"의무 훈련...?"

"페보니우스 기사단에서 하는 뭐 1박 2일 있어... 원래는 엠버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애가 하필 몸이 좀 안 좋대. 하아아..."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많지! 기사단 안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대부분은 남정네들에, 몇몇은 이번 기회에 나한테 무슨 짓을 할 분위기라고..."

"그, 그럼 나랑 가도 되지 않아...?"


유라가 순간적으로 '뭐?'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 너무 성급했나...?


"너랑?"

"아니, 생각해봐... 나도 일단은 명예 기사니까 가능은 해?"

"..........."


유라가 말이 없다.


조졌다.

이거 진짜 개조졌다.


빨리 뭐라도 말해야...!


"진짜...?"

"어... 어...?"

"그럼 진짜 좋지! 와~ 다행이다... 진짜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는데..."


... 이게 되네?


"그럼... 보자, 넌 훈련이 익숙하지 않을테니까... 준비는 내가 다 할게! 넌 참여만 해줘."

"어... 그래준다면 고마운데..."

"캬아~ 좋다... 여기 한 잔 추가요!"


유라는 맥주를 한 잔 더 시키고는 기분 좋은 표정으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음... 괜찮은거겠지...



***



오늘은 의무 훈련 당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훈련이라는 걸 나가보는 날이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꽤 많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유롭다는 점이겠지.

그래서 지금껏 규칙이나 제도를 썩 지키는 편은 아니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훈련이라는 게 기대되는 중이다.


몬드성 밖으로 나왔더니, 수많은 기사들이 둘씩 모여 정렬해 있었다.

치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인원 빼고 전원이 참여하는 훈련이라고 했으니...


"... 진짜 기사단이긴 하구나."


뭔가 페보니우스 기사단이 일곱 나라의 무력기관 중에 가장 약해보였는데...

그래도 확실히 진 단장만 개고생하는 건 아닌가보네.


유라가 어디있나, 한 번 둘러봤더니... 저어기 구석에서 홀로 서있었다.

우와... 짐이 뭐 저렇게 많아...


"어? 여행자, 왔어?!"

"... 짐이 이렇게 많아? 1박 2일 아니었어...?"

"아니~ 뭐... 필요한 건 다 챙겼더니 그만..."

"좀 줘, 나도 들어줄 수 있어."

"어... 어? 괜찮은ㄷ..."


나는 거부권따위 주지 않았다.

유라의 짐을 확 채가고 등에 얹으니, 유라는 작게 '허' 하고 말하더니... 정자세로 다시 앞을 봤다.


... 뭐야, 삐진건가?

무언가 물어보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힘찬 구호가 들려왔다.


"네!!!!!"

"으엄마... 깜짝이야..."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단원들이 각자 정해진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언가 분위기에 휩쓸리다가... 혼자 앞서가는 유라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고...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기, 유라."

"... 뭐."

"그래서... 우리는 어디 가는거야?"

"바람맞이 산."

"... 거기 못 간다고..."

"바보야? 우리는 둘 다 바람의 날개 있잖아."

"... 아."


그렇네.

나 빠가인가?


"아니, 그리고 뭐가 그렇게 화가 났어... 짐 들어주는 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뭐, 그런 거 아니거든...!"

"... 뭔데, 대체..."


나는 가방을 열어보았고...

그 안에서 유라의 예비 옷들과 속옷... 을...?!?!?!


"야!!!!!!"

"으아아악!! 미안해요!!!"


결국 맞았다.

좋나게 맞았다.


정말 뒤지게 쳐맞고 구석에서 손을 들고 서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여자의 가방을 들춰본 나는... 찍소리도 못한 채 그대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씨이... 이이이익...!"


유라가 주먹을 세게 쥐었고... 나는 눈을 꽉 감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지만...


"아, 됐어! 거기 있는 가방이나 들고 따라와!!"

"넹..."


나는 전보다 세 배는 무거워진 가방을 들고 그저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해가 저물고, 우리는 바람맞이 산 아래의 언덕, 눈앞에 바다를 두고 텐트를 쳤다.

그 사이에 유라의 화는 풀렸고... 난 짐을 반반씩 들고 갈 수 있었다.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후우... 여기, 저녁이야."

"고맙다, 근데..."


... 뭔가 굉장히 고기의 비율이 높은 것 같은데...


"그,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이렇게 먹어도 돼...?"

"왜? 훈련을 그만큼 더 하면 되는거야."

"우와... 그렇구만..."


뭐, 나도 열량 소모량이 적지는 않으니 괜찮지만...

유라는 저걸로 용케 몸매를 유지하네...


"불침번 서야 해?"

"아니, 이 근처에는 마물이 없어. 그러니까 괜찮아."

"그래... 뭐... 그래서 이제 뭐해?"

"뭐 하긴? 자야지. 거기 침낭 넣어뒀으니까, 니거 들고 와."


나는 유라가 가리킨 가방을 열어보았고...

... 가방 안은 텅 비어있었다.


"... 이 안에 있다고?"

"어! 나도 거기서 꺼냈잖아, 왜 못 찾아?"

"아니... 없다니까...?"


유라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가방을 열어보았고...

가방 안을 쳐다보는 얼굴이 하얘지는 것이 훤히 보였다.


"... 어? 이게 왜 없...?!"

"그, 괜찮아... 나 원래 맨바닥에서 자니까..."

"아니! 그건 안 되지!"


... 뭐?


"절대 안 돼! 난 그런 거 용납 못 해!"

"... 엄."


그래서 뭐 어떡하게.

뭐하게...?


"후우... 이렇게까지 극한의 훈련이 될 줄은 몰랐지만...!"

"뭔데, 뭔데...?!"




그리고 이게 그 결과다.

우리는 지금 한 침낭 안에 낑겨있다.


듣자하니 어제 신나서 술 마시다가 너무 자연스럽게 침낭을 하나만 챙겼다고 한다.


아니, 뭐...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이건 그럴 수 없는거 아니냐고!!!!!


"야... 야...! 이거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

"가만히 있어...! 나도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

"으아아악..."


아니... 이게 무슨 정신나간 짓이야...

그냥 불침번을 서거나... 잠깐 주전자 가서 자고오면 되는 일인데...!


이게 무슨... 몸이 완전 딱 붙어서... 그것도 배랑 배가 완전히...


- 꾸르르르르륵ㅡ!


"으윽...?!"

"뭐, 뭔데...? 무슨 일이야...?"


... 들렸다.

하지만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그게 예의인 것 같아서.


애초에 이 거리에서 안 들릴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


 - 꾸르르륵...!


"끄흑...!"

"... 혹시 아직도 배고픈거야...?"


... 더이상 모른 척을 해주기엔 글렀다.

이미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이것마저 모른 척 하면 너무 티가 나니까...


"그, 괜찮아... 정 배고프면 내 가방에 비상식량 좀 있..."

"으윽...!"


부으으으으으윽...


"........."

"........."


순간적으로 침묵이 찾아왔다.

맹세컨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려 했지만... 나의 알량한 시도는 이내 풍겨오는 악취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윽... 그... 유라...?"

"아, 아니거든...?! 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꾸르르르륵...


스으으으으으으...


다시 한 번 들려오는 파열음.

그리고 무자비하게 퍼져나가는 악취.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내 성벽을 부정하려 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엠버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끔찍한 냄새... 정말 생물학적인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윽...! 유라...! 잠깐만 나가게 해줘...!"

"ㅈ, 잠깐...! 그렇게 몸부림치면...!"


뿌ㅡㅡ르르르르르럭!

뿌우우우우웅!


"읏...! 아흑...! 으흥...!"

"쿨럭! 유, 유라... 제발..."

"아학... 으흥...! 흐으응...!"


글렀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얼굴을 한껏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몸을 마구 비틀며 손을 꽉 쥔 자세...

이건, 이미 명예고 품격이고 자시고 그냥 이 자리에서 전부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유라... 제발...!"

"하으으응...!"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한 차례, 몸이 움직이고는 들려오는 파열음.

이미... 늦었다.


나도 제정신을 유지하기에는... 여러모로 너무 많은 자극이 들어오고 있었다.

정상인이라면 당황하며 괴로워하는 게 전부였지만... 이미 나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니...


"윽...! 유라... 으윽...!"

"하아... 하아... 으흐으응..."


절대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버리고 만 것이다.


발단은 의외로 내가 아니었다.

유라는 침낭 안에서 몸을 비틀다가... 이내 자꾸만 내게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도 내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허벅지 사이의 그것을 내게 비비고 있으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남자가 이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한단 말인가.

고자새끼도 아니고. 이미 한 침낭에 남녀가 같이 들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한계였는데.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본다.


이미 황홀경에,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는 그 작은 공간에서 내게 안겨오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타인의 앞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한다면 수치심이 차오를 뿐... 성욕이 차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보았을 때...

나는 당연히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뿐이었고...


내가 절제해야하는... 모든 근거와 이유는... 그녀의 반응과 행동으로 인해... 사라졌다.


"으흥...! 흣...!"


뿌우우우ㅡㅡ우욱...

뿌웅!

르르르르륵ㅡ!


나는 내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유라를 쳐다보았다.


"윽...! 유라... 절대로 끝나게... 안 할거야...!"

"하앙...! 으흐으으응...!"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쾌락의 늪은... 사람을 짐승보다 못하게 만든다고 하였던가.


하지만 그것을 욕하려거든, 그 사람이 아닌 창조주를 욕하도록.

이건 모든 생명이 살기 위한... 기본 욕구일 뿐이니까.


나는 그녀의 몸을 그녀가 가장 원할 상태로 '조절'해주었고...

이내, 그녀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밝게 웃어보였다.


"지금...! 흣...! 굉장한 게... 아흥...! 나왓...!"

"참지 마... 전부 받아줄 수 있어... 전부 다...!"

"흐으으응...! 아항... 으그으으윽...!"


그 좁은 침낭 사이로... 우리는 서로의 하반신을 미친듯이 더듬을 뿐이었고....

마침내 서로의 옷을 마구잡이로 내리는 충격적인 행위를 벌인 후에야...


그녀의 시간은... 비로소 시작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ㅡ!!!

뿌르르르르르르륵!!!

뿌드드드드득...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앙ㅡ!!


아무런 생각도, 판단도... 평가도 필요없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끌어안고... 서로의 성기를 맞대며... 앞뒤로 끊임없이 몸부림쳤다.


그동안의 모든 절제, 품위, 인내, 그리고... 결정.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을 잊으며... 끝도 없는... 본능과 쾌락의 끝으로...


"으흐으응...! 끄흣...! 아하아앙...!"


뿌으으으으으으윽...

부르르러러러러러럭ㅡ!


"아항... 츄릅... 응...! 으흐으응... 흐읏..."


그녀의 튼실한 허벅지는 이내 나의 것을 꽉 감싸고는... 미친듯이 앞뒤로 몸을 흔들었다.

절대로 놓지 않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 시간이 절대 끝나지 않게 하려는 것처럼...


침낭이 두 세 바퀴 굴러갈 정도로 격하게 부둥키던 그녀는... 마침내 나를 자신의 위에 올리는 데에 성공했고...


그 구도는... 남자를 미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으흥...! 나... 나 가버려... 뱃속에 있는 거 전부... 싸버려어엇...!"

"응... 전부 해버려... 시원하게... 전부 보여줘..."

"간다아... 하아앙...! 가버린다앗...! 흐아아아앙...!"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ㅡ!!!

우우우우웅ㅡ!!!

부르러러러러러러러러럭ㅡ!!!


밤은 길었고...

우리의 시간은 많았다.


인간은 바라는 것이 눈앞에 놓였을 때... 가장 강해진다고 하였던가.


바람맞이 산의 모든 등불꽃이 시들고... 세실리아꽃이 고개를 숙일 만큼 끔찍하고도 역겨운 악취였지만...

나는 그 모든 흔적들과 향기를... 감히 세상에서 가장 완벽했다고 표현하려 한다.




***




""명예 기사 아이테르, 페보니우스 유격대장 유라, 정규 훈련을 마쳤음을 보고드립니다!""


페보니우스 기사단 앞, 보고 현장.

나는 유라가 미리 일러준 문장을 그대로 따라 외치며, 조금은 어정쩡한 경례를 했다.


우리는 결국 밤을 새버렸고... 침낭은 어느샌가 걸레짝이 되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뭐, 그런 게 언제부터 중요하기나 했던가.


"음. 두 사람이 처음으로 복귀한 단원들인가. 긴 시간 불편함을 이겨내느라 고생했다. 이만 해산!"

""예!!!""


진 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경례를 풀고 90도로 고개를 숙이고는... 몬드 거리로 나왔다.


"후아... 우리가 1등이구나...? 하긴, 좀 일찍 출발하긴 했지..."

"응... 그치... 둘 다 한숨도 못 잤으니까..."


""하아아아아암...""


혹자가 말하길, 피로는 성취, 혹은 낭비의 증거라 하였다.


내가 어제 했던 것은... 성취인가, 낭비인가.


"저기, 유라."

"ㅇ, 응...?"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다음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변태 유격대장님."

"ㅁ, 뭐...?! 누가 누구더러! 하! 어이가 없어서... 이 원한, 기억해두겠어!"


내가 해낸 것은... 한 친구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모든 추한 면을 받아들였으며... 그를 통해 그 누구보다 가깝게 될 수 있었던...


... 일생의 성취였다고.




ㅡㅡㅡㅡ


올린다고 해놓고 한참을 안 올렸네...

기다렸을 리는 없겠지만 암튼 늦어서 ㅈㅅ


핑계라도 대보자면... 그냥 뭔가 손에 안 잡히는 것도 있고... 내가 유라라는 캐릭터를 거의 모르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 쓰면서 자꾸 지멋대로 쓰러졌음... ㅅ1바 유라 ㅈ꼴이노

이게 어케 짬통이냐


암튼 다음화는 언제 올지 모른다. 원하는 캐 있으면 적어주셈.

아무래도 개연성이 있으려면 몬드캐가 좋지만... 리월캐, 잘 쳐줘서 수메르까지는 가능하니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