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으로 물든 하늘에 달이 나지막히 빛나고 있었다.


적막한 고요.


그 고요를 깨는 것은 누군가의 발걸음이었다.


저벅.저벅.


발걸음의 주인공은 가녀린 소녀였다. 그녀는 무언가 찾는 것이 있는듯 주변을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아…배야….!!’


‘산책이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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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이이이이익_


‘으악.. 뭐 이리 지독해..’


푸스으읏


프시익 -


방에서 홀로 지독한 방귀만을 분출해내고 있는 하윤이였다. 


‘하.. 방귀만 나오지 말구 똥도 나왔으면ㅜㅜ’


그녀의 이런 심정을 모르는지 야속하게도 신호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언제 쾌변했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며 일주일 전쯤의 추억을 되새기는 그녀였다.


‘벌써 일주일이나..’


벌컥!


“언니! 나 충전기 좀.. 으엑!’


“언니 방에서 썩은내 나는데? 방에 뭐 문제 생긴 거 아니야?”


“아냐~ 어서 충전기 가지고 나가기나 해”


“아니 언니는 이 냄새가 안 느껴져? 이거 심각한데”


“느껴지니까 가~”


하필 좋지 않은 타이밍에 들어온 동생이었다. 하윤은 부끄러워서 동생 시윤이 어서 나가길 바랬다.


“왜 이런지 알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


“아 뭔지 아니까 가”


“왜 이런 건데?”


말실수였다. 차라리 냄새가 안 난다고 우길 걸 하고 후회하는 그녀였다.


“왠지 나도 알려줘~~”


“아 내가 방귀뀐 거니까 빨리 나가!!!”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던 걸 자꾸 물어보는 바람에 괜히 신경질이 나 소리를 지르게 된 그녀였다.


“헐 뭐야 방귀 냄새 왜 이래? 언니 변비야~?”


왠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쓸데없는 것을 물어보는 시윤이었다. 


“어..”


“변비약 먹어야 되는 거 아니야?”


“아 변비약은 싫어”


변비약, 관장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에 뭔가 거부감이 강렬히 느껴졌다. 그렇게 그냥 미안하게 장 속에 변을 묵혀두고 있던 것이었다.


“산책 다니는 것도 변비에 좋다던데”


“산책..? 넘 늦었지 않아..?”


“원래 결심은 내일로 미루면 안 되는 거야~ 할 거면 꾸준히 오늘부터 해야지”


“그런가..?”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게 될까..? 아닌 거 같은데..’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안은 채 산책을 지속하는 그녀였다.


‘으.. 가스차..’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조금만 배출할까..?’


푸스스…


푸슈우우우우욱


‘하.. 시원해..’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암살자였다. 진동하는 구린내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책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었다. 왼쪽 아랫배에서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으읏… 배야…’


‘화장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렇게나 들어가도 될 만한 공공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쇼핑몰이 들어왔다.


가게들은 문이 닫혀 있었지만, 나름 불은 켜져 있었다.


‘저기다..!’


발걸음을 더욱 재촉해 달려가는 그녀였다.



철컹-쾅! 

털썩


뿌우우우웅! 뿌와아아아앙!


그간 쌓여 있던 가스가 연달아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뿌우우우우욱! 뿌우웅뿡!!


그러나 이는 그녀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번엔 진짜 나올 거 같은데 왜 또 안 나와..!’


복통은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고, 그야말로 대변이 엉덩이 끝에 걸친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끄으응…!!


끄으으응..!!


후..하…


그러나 모처럼의 변의에도 불구하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왜 안 나와..ㅜ’



하윤이 한번 더 힘을 더 주려던 찰나,




저벅.저벅.


시연이 화장실에 걸어들어왔다.


똑똑.


시연은 그대로 하윤의 칸에 노크를 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분은 왜 옆에 빈 칸 많은데 내 칸을 두드리지..?’


‘혹시 몰래 쓰는 거 걸리는 건가..? 관계자신가..?’


‘위험한 사람이면 어떡하지…?’


‘아무도 없는 척 해야겠다’


새벽에 몰래 화장실을 쓰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었고

이는 하윤의 판단을 누구보다 빠르게 했다.








한동안의 정적 후, 시연은 반대쪽 끝칸에 들어갔다.


‘아 뭐야 그냥 화장실 쓰는 사람인가 보네… 소변 빨리 보고 나갔으면 좋겠다’

하윤은 내심 기대를 품었다.


흐읏..


뿌우우우우우웅!!


뿌와아앙!!


뿌즈즈지지지지지직


푸드덩


그러나 그런 하윤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생생한 대변의 음성이 그녀의 귀에 꽂혔다.


‘에구..ㅜ 기다려야지 뭐..그래도 나처럼 변비는 아닌 거 같으니까 빨리 쓰겠다’


뿌우우웅!


뿌지지지지직-


풍덩~ 푸드덕…풍덩-


‘우와.. 엄청 많이 싸네… 이제 나가겠지..?’


‘나가면 혼자 편하게 일 봐야지..ㅎ’


금방 금방 배출하는듯한 시연의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는 하윤이었다.






뿌지지지지지지직


푸득..! 푸드덩…


푸드드득..!!


그러나, 똥 덩어리들이 변기에 내려앉는 소리들이 선명히 들려왔다.


믿을 수 없는 양에 부러움과 경악을 동시에 느끼는 그녀였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많이 나오지…? 부럽다..’




뿌즈즈즈지지짖


푸더덩..! 푸드덩..!



‘근데.. 언제까지 싸는 거지..? 읍.. 냄새..’


지겨움과 함께 더러움도 조금씩 느껴졌다. 특히나 고요한 새벽의 특성상 똥이 배출되어 변기에 닿고 쌓여가는 음성이 생성이 들리는 것이 그러한 감각을 배가시켰다.



게다가, 점점 스멀스멀 올라오는 지독한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져왔다. 


‘이제.. 진짜 끝인 건가..?’




뿌우우우웅우! 즈푸드득..


뿌즈즈즈지지직 푸릅푸즉즈직… 




‘으에에엑..!!! 언제까지 싸…’


‘게다가 도대체 뭘 먹었길래 이렇게까지 지독한 거야..’


‘으으ㅡ…’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는 하윤이었다.


그녀는 점점 답답해져 갔다. 

없는 척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갑자기 있는 척을 하기도 뭔가 이상하고 

그렇다고 계속 기다리자니 냄새가 너무 지독했다.


‘으악..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어..’







촤악.. 촤아악.. 


찹 찹 찹


촤아악


찹 찹 


‘이건 분명히..!  뒤를 닦는 소리다..!’


드디어 해방의 순간이 머지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몇 번 더 여러 정리하는 소리가 들려온 뒤,




철컥!


분명히 화장실 잠금이 열리는 소리였다.


이제 손만 씻고 나가면 하윤은 자유인 것이었다.







끼잉-처컥


‘엥…?’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물소리가 아니었다.








털썩.


즈직뿌지지직..!..풍덩..!   뿌지지지직 퐁당! 푸득푸드드드득!!


‘뭐야 끝난 거 아니었어..?’


푸더덕덕.. 푸드덕.. 푸륵푸르르륵… 뿌우우웅! 뿌왕 푸드득


다시금, 변기에 대변이 낙하하고, 쌓여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으윽.. 냄새.. 살려줘..’


‘남 똥싸는 소리도 그만 듣고 싶어..’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똥을 계속 싸는 거야..!!!’


점점 고통스러움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몸부림치는 그녀였다.









푸드덕 푸드지익…


‘더 싼다고……? ‘


지독한 냄새와 더러운 소리에 이성의 끈을 잃어가는 하윤이었다.




‘이대론 안 되겠다..’


‘그냥 내가 후딱 끝내고 먼저 나가자’


노선을 변경한 하윤은 다시금 힘을 주었다.



뿌와아앙!


그렇게 시원하게 방귀를 배출했다.





푸딕..


그러자, 갑자기 시연이 배변을 멈추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정적이 흐르자, 괜히 하윤도 부끄러워져 다시 힘 주는 것을 멈추었고 고요만이 남았다.


‘아니 아까 그렇게 잘만 배출하더니만 왜 갑자기 멈춰 부끄럽게..?’


‘설마 진짜 내가 없는 줄 알았나..?’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뒤,


촤악! 촵촵촵! 스으윽- 처컹


우다다다!


굉장히 빠르게 뒤를 닦고 달려 나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저 분.. 물은 안 내리고 가시나.. 냄새 겁나 지독한데..ㅜ’


‘내가 후딱 내리고 내 일 해결하고 가야겠다.’


그녀는 시연이 쓴 칸으로 향했다.














철컥.












‘으악..!!!!!!!!’


화장실 문을 연 그녀를 맞이한 것은 예사 광경이 아니었다.


변기엔 거대한 변이 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리는 시도를 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어떻게 사람 똥이… 저런 굵기와 크기지…?’


비유적 표현이 아닌 진정으로 하윤의 팔뚝을 능가하는 크기였다.




게다가 그녀의 칸에 있을 때도 지독히도 그녀를 괴롭히던 냄새는 직접 마주하니 훨씬 초월적이었다. 

그녀의 일주일 묵은 변비 방귀 냄새는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지독하다못해 코가 아리는 냄새였다.








‘근데 아까.. 두 칸 쓰지 않았나..? 이 칸이 이렇게 꽉 차서 옆칸으로 옮긴 건가..?’


‘옆 칸 가볼까..?’


 호기심에 후회할 결정을 하는 그녀였다.












옆 칸은 더 가관이었다.


여러 덩이의 거대한 똥이 쌓이고 또 쌓여 변기가 가득 차 넘치려 하는 모양새였다.


똥덩어리들이 서로서로 짓눌려 질퍽해진 것이 눈에 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월적인 양으로 인해 변기로부터 튀어나오려 하는 아찔한 광경인 것이었다.


인간의 몸으로부터 어떻게 저런 것이 배출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직접 보고도 믿기 힘든 참상이었다.



‘인간이 변기를 가득 채운다는게 가능하다니…’

깨닫는 그녀였다.


그야말로 순수한 갈색으로 가득 찬 압도적인 광경에 그녀는 서둘러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으악.!!!’


‘아니 어떻게 이 칸이 저 칸보다 더 심각해..!!!’







변의 따윈 안중에도 없어진 채 집으로 돌아온 하윤은 이 이야기를 주변인들에게 풀었으나 

믿는 이는 없었다.


그녀가 직접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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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봤으면 댓글좀 ㄱㅅ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