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 사건 이후 누나와 나는 한동안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정확히는 누나가 나를 피했다.

나와 마주치지 않도록 등교 시간을 바꿨고, 늘 가던 길과 다른 길로 하교했다. 학교에서 만났을 때도 그녀는 내게서 눈을 황급히 피했다.


그때 처음으로 짝사랑의 힘겨움을 알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게 그렇게 괴로울 줄이야.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다', '가슴이 아프다'라는 표현이 은유가 아닐 줄은 정말로 몰랐다.

중학교 1학년의 나는 누나가 내게서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누나를 되찾을 길은 있었다. '어떻게든 붙잡고 얼굴을 마주하며 진실된 대화를 나눈다'라는 모범답안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나는 뻔히 알고 있는 답안을 실천하지 못했다. 

내가 이상한 것에 이끌려서 흥분했다는,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존재하는 이상 나는 누나 앞에서 백 퍼센트 진실될 수 없었으니.


나는 왜 누나의 똥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는가. 나는 왜 똥과 방귀 냄새에 의해 성적으로 흥분했는가.

나는 여성의 배설물에 성적으로 집착하는 상종 못 할 변태자식인가?


그 일은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내가 혼란을 겪을 때마다 내 옆에 있어 주었던 유일한 친구마저 없었다.

그것도 문제의 한가운데 서서, 문제의 단독 주인공이 되어서 말이다. 


괴롭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시간이었다. 

미성숙한 내가 처음으로 겪는 누나 없는 시간이기도 했으며, 자각하였던 충격적인 사실은 끝 모를 자기혐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나에게 그 시간은 매우 길게 느껴졌지만, 산술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괴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난 두 번째 대사건이 판도를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몇 개월 후 나와 누나가 진급하고, 두 가족은 함께 봄을 맞이하는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의 시작일은 금요일이었고, 양측의 부모님들은 우리가 학교에 있을 때 여행지로 먼저 출발하겠다며 우리에게 기차표를 쥐어 주었다.

우리 부모님은 누나를 잘 챙길 것을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누나네 가족 측에서도 비슷한 레퍼토리의 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부모님들은 우리가 사소하게 다투었다고 짐작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럴 것이, 누나와 나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사실은 실로 가시성의 끝판왕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동급생들에게도 "맨날 같이 있던 누나 어디 갔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였다.

아마도 그 기차표 두 장에는 우리에게 단둘이 있을 시간을 주고, 둘 사이의 문제를 풀라는 의도가 담겨 있었겠지. 당시의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쯤 되어서 뒤의 내용을 약간 누설하자면, 부모님들의 설계는 아주 훌륭하게 적중하였다. 

그 과정이 어른들(더 정확히는 나조차도)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기묘한 형태가 되긴 했으나,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알지 못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5.


이변은 여행지로 가는 기차 안에서부터 일어났다.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던 두 사람은 긴 침묵을 유지했다. 이미 날은 어두워져 가시거리가 짧아졌음에도 누나는 창문 밖만을 응시했다. 나는 가끔 누나의 눈치를 살피며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딱히 할 것도 없이 휴대폰 메뉴를 이리저리 뒤지던 차, 구릿하면서도 조금 익숙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누나의 방귀 냄새.


누나가 나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방귀를 뀐 것은 특별하다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날의 냄새가 유독 심하기는 했지만, 누나는 빈번하게 독한 방귀를 뀌고는 했으니 이 또한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시간 대비 횟수였다.


냄새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처음에는 통풍이 없어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속적으로 가스가 누출되고 있다는 걸 나는 머지않아 알아차렸다.

누나가 자꾸 꼼지락거리던 몸짓의 정체가 창문 쪽 엉덩이, 그러니까 오른쪽 엉덩이를 손으로 살짝 드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의도가 섞인 방귀를, 누나는 계속해서 내뿜고 있었다.


푸스윽-


푸슷- 푸스슷-


그날 누나가 풍기던 방귀 냄새는 흔히 말하는 똥방귀의 것이었다. 대변을 누기 직전에 나오는 바로 그것 말이다. 


누나가 방귀를 뀌었다는 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내 아랫도리는 아주 정직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녀가 창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 내 발기를 눈치 챌 수 없었다는 점은 굉장히 큰 위안거리가 되었다. 


창문 유리에 비친 누나는 내가 예상하였던 바로 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똥이 누고 싶은 누나는 변의를 숨기는 일에 있어 절망적으로 서툴렀다. 하물며 십 년을 넘게 누나와 함께 있었던 내가 그녀의 표정을 잘못 볼 가능성은 없었다.

누나는 틀림없이 급한 변의를 느끼고 있었다.


"어후, 이거 무슨 냄새야?"

"누가 똥 싼 거 아니야?"

"야, 니가 쌌지?"

"뭔 소리야. 방금 저기서 싸고 왔구만."


불운하게도, 누나가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았기에 우리 뒷좌석의 남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는 아무 방해 없이 누나의 귀에 들어갔다.

그 대화가 들리자마자 누나의 귀는 거의 자주색, 혹은 다홍색에 가까워졌다. 그걸 본 나는 잠시 웃음을 참았다.


여기서 확실히 해 두자면, 우리가 탄 기차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우리 좌석과 상당히 가깝기까지 했으니 누나가 화장실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리는 없었다. 

그러나 누나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혹시 복도 쪽 좌석에 있는 나를 지나가기가 불편해서 그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와 봤지만, 누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나와 온 동네를 쏘다니며 별의 별 화장실은 다 써 봤던 누나가 '기차 화장실은 쓰기가 불편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댈 가능성도 없었다.


이쯤 되면 원인을 눈치채어야 했지만, 중학교 2학년의 나는 그리 눈치가 있는 놈은 아니었다.


나는 불안해졌다. 이미 나는 누나의 방귀와 똥에 흥분하는 변태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기차에서 똥을 지리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불안이 불러온 조급함에 밀려, 나는 상당히 나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 누나, 화장실 가고 싶으면 가도 되는..."


"아니야!"

뿌우우웅-


내가, 아니 눈치 없는 쓰레기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녀는 이례적인 목소리 크기로 그 말을 부정했다.

나는 즉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누나가 소리를 치며 뀐 방귀를 애써 못 들은 척해야 했다.


내가 말을 잃은 후에도 누나는 자기 엉덩이를 가만히 두지 못했다. 무수한 방귀가 분출되었다. 우리 좌석 주변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 앞좌석의 젊은 여성이 구토감을 호소하며 화장실로 달려갔던 것도, 분명 누나의 방귀와 관련이 있었겠지.


불행 중 다행으로, 누나가 옷에 대변을 흘리는 일은 없이 기차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부북-

뿌르륵-


기차에서 내리면서도 그녀는 엉덩이에 손을 얹고 방귀를 뀌며 걸었다. 한계가 가까워 보였다.


우리는 역의 광장 쪽으로 향했다. 광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장실의 픽토그램이었다. 늦저녁의 기차역은 매우 한적했고 화장실 주변에도 사람 한 명 없었다.

나는 안도했다. 누나가 몇 초라도 빨리 화장실로 뛰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누나는 내 기대를 무참히 깨고,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화장실 쪽이 아닌 역의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누나는 온몸으로 '나 한계예요.', '나올 것 같아요'를 말하고 있었다.

창백해지다 못해 거의 푸른색이 된 얼굴로, 누나는 애써 괜찮아 보이는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왜, 그런 이상한 고집을 부리는 거야?

왜?


이대로라면 또, 그 때랑 비슷한....


그런 일은 없어야 해. 누나는 그 사건이 일어나고 나를 피했으니까. 

더 멀어질 거야. 분명.


결단코 그런 일은 없어야 해.



가히 광인처럼, 그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힌 나는 누나의 손을 꽉 쥐고 기차역 화장실로 달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그 사건 때와 아주 흡사한 구도였다.


나는 아무도 없는 어둑어둑한 남자화장실로 누나를 억세게 끌어당겼고, 맨 안쪽 좌변기 칸에 내던지듯 그녀를 앉혔다.


이제는 개인실 문을 닫기만 한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누나는 그대로 그 변기에 대변을 내보내겠지.

급한 불은 껐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개인실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변기에 앉은 그녀가, 내 한쪽 손을 꽉 잡고 놔 주지 않았던 것이다.  


"...."

"....누나?"


"나가지 마...."


"....응?"


"무서워.... 같이 좀 있어."


"...."


도대체 뭐가 무서운 것인지 나는 묻지 않았다. 남자화장실이라는 장소가 무서운 것인지, 어두운 밀실이 풍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무서운 것인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내 왼손을 꽉 잡은 채, 누나는 자기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조금은 구린 누나 엉덩이 냄새와 짙은 땀 냄새가 났다.

누나가 팬티를 내리자마자 난 '부우우욱-'하는 방귀 소리, 그리고 어김없이 뒤따른 똥 냄새가 내 아랫도리를 또 자극했다.


뿌직... 뿌지직....

뿌드드드득....


좁은 개인실은 순식간에 대변 냄새로 가득 찼다.

누나의 설사 사건 이후로 몇 개월. 나는 또다시 누나의 똥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건 누나가 변비를 앓을 때의 냄새였다.


"으응... 으윽.."


뿌우욱- 부직-


"미...미안해...."

"냄새가...."


뿌르륵-


"그, 그제랑 어제...."

"응가를.... 못 해서...."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누나도 말을 멈추었다.


누나는 울고 있는 듯 했다.

눈치 없는 내 자지는 여전히 빳빳했다. 


뿌즈즈즉- 첨벙-

부우우우욱- 뿡-


"하아.... 하아...."


배설의 끝을 알리는 긴 방귀 소리를 마지막으로 소리가 멎고, 누나가 내 손을 놓았다.

뒤이어 엉덩이를 닦는 소리가 들렸다. 


엉덩이를 다 닦은 그녀는 다시 입을 떼었다.


"냄새 심하지....? 더럽지....?"


"....."


"....미안해. 똥 냄새나 맡게 하고...."

"미안해. 나가자."


목이 멘 소리로, 누나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나갈 수 없었다.


"누나...."

"왜, 화장실 안 갔어...?"

"똥 누고 싶었잖아. 기차에서부터 계속...."


"...."


"말 안 해 줄 거야?"


"....."


"말 해 주면 안 돼?"


나는 기다렸다. 대답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


누나는 내 표정을 슬쩍 살폈다.

그러고는 흘러내린 눈물과 콧물을 소매로 쓱쓱 닦으며 무언가 결심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

"너 앞에서 똥 누는 거, 보여 주는 거, 싫어서...."

"내가 똥 싼다고, 너가 생각하는 것도 너무 싫어서...." 

"이거 때문에, 그동안 피한 건데...."


"....어?"


"나.... 더 싫어질까 봐....."


누나의 말소리가 점차 울음에 묻혀갔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응?"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때, 학교 끝나고 그때...."

"내가 팬티에 설사 하고, 설사 똥 위에 주저앉고...."

"그때 네가, 처음 보는 표정을 했으니까....."

"그러고, 집까지 갈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나한테, 정 떨어졌구나...."

"내가 너무 지저분한 거, 보여 줘서...."

"이제, 내가, 싫...."


참을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자제력과 이성의 끈은 완전히 끊어졌다.


나는 거칠게 누나 쪽으로 돌아서며 그녀의 두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니, 도대체...."

"도대체 무슨...."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지금....?"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누나는 누나인데...."

"내가 정이 떨어...."

"하아, 진짜, 대체...."

"절대, 절대 그럴 수는 없어, 누나.... 왜 몰라?"


"너.... 울어?"


나는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누나는 조건 반사적으로 나를 달래려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속에 있던 말을 쏟아내었다.

생각을 거쳐 나오는 말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봇물 터지듯 말이 튀어나왔다.


"나를 그렇게 몰라?"

"겨우 그 따위 일로.... 나랑 얼굴도 안 보려고 했어?"


"아니, 아니야.... 잠시만 내 얘기 좀...."


"진짜, 진짜 힘들었는데 나."

"겨우 그런 걸로?"

"제발, 누나."

"제발...."

"제발...."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나는 힘겹게 마지막 한 마디를 짜냈다.


"...."

"나 피하지 마. 혼자 두지 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울음에 묻혀 간신히 알아들을 정도였겠지만, 아마도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그것이었던 것 같다.

이 말을 하는 나는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바보 같고 꼴사나운 표정을 하고 있었을 것이 뻔하다.


누나는 그대로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나는 누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누나의 살 냄새, 머리카락 냄새와 함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는 촉감이 내 긴장을 풀어 주었다. 울음은 얼마 가지 않아 멎었다.


"미안해, 미안해."

"누나가 미안해."

"피해서 미안해. 오해해서 미안해."

"혼자 둬서 미안해."


"...."


"이제부터, 절대로 혼자 안 둘게."


"....진짜?"


"그럼, 진짜지...."

"후후."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애 같네...."

"아직은 나랑 있어야겠다."


"...."


"저기, 근데... 어..."


"....왜?"


"누나 또 응가 나올 것 같아서...."


"....안은 채로 그냥 누면 안 돼?"

"놓기 싫어."


"그, 그건 좀...."


"....."


"에이, 알았어. 변태."

"냄새 엄청 나도 나는 모른다?"


그렇게, 거의 변기의 반절 높이만큼 똥을 누고 나서야 누나의 배변은 끝을 고했다.

누나가 "하아아- 시원해~"라고 말하며 해맑은 눈웃음을 지을 때까지, 우리는 똥 냄새로 가득 찬 좁은 칸 안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로를 안고 체온을 나누었다.


두 번째 대사건의 전말은 여기까지다.


2박 3일간의 여행 간, 누나와 나는 온종일 붙어 있었다. 여행은 즐거웠다.

누나라는 마음의 안정을 찾자 나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그리고 별 반동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변태자식이라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누나가 내 옆에 있고, 내가 그 사람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

사족을 덧붙이자면 역 화장실의 불쌍한 변기, 즉 누나가 3일분의 변을 쏟아부은 변기는 당연히 막히고 말았다. 

우리는 변기를 그대로 둔 채로 도망쳤다. 실토하건대, 변기 뚜껑을 닫았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차역 남자화장실 다섯 번째 좌변기 칸의 참상을 봤을 그 누구도, 그런 흉악한 대변을 배출한 게 예쁘고 순수한 여중생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