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true story

(본 작품에 등장하는 상황과 인물들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같은 부분이 있어도 이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내 이름은 서민지

경기도권 여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그리고 오늘은 악명 높은 '관장 실습'이 진행되는 날이다

대부분의 간호학과에서는 모형에 관장 실습을 진행하지만

우리 학교는 사람에게 직접 관장 실습을 진행하는 몇 안되는 간호학과 중 하나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동기에게 자신의 항문을 보여준다는 것은 미치도록 수치스러운 일이기에

몇년 전부터 모형으로 실습을 진행하면 안되냐는 건의가 매년 끊임없이 있었으나

교수님은 환자의 마음을 알아야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학생들의 건의를 무시했다


관장실습이 진행되는 시간은 3교시

100명이 넘는 간호학과 인원이 모두 일시에 관장을 할 수는 없기에

학과 내에서 나뉜 반으로 실습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내가 소속된 반은 A반 총 인원 40명

1교시 수업을 위해 모인 A반 학생들 사이에선

다가오고 있는 관장 실습에 대한 얘기 뿐였다


"아 진짜 오바 아니야? 아니 시대가 어느 땐데 관장 실습을 실제 사람에다가 하냐고"

"그니까 다 같이 뉴스 같은데 제보하면 안되나?"

"야 그랬다가 ㅇㅇㅇ 교수님한테 들키면 한국에선 간호사 못해"

"하 개노답이다"


"애들아 오늘 화장실 배치도 잘 기억하고 꼭 지켜야 돼"

 A반의 반장인 윤보경이 말했다


여기서 말한 화장실 배치도란 관장 후 자신이 가야할 화장실과 칸을 미리 정해둔 것이다

2인 1조로 총 2회 진행되는 관장 실습이기에 한번에 스무명의 인원이 동시에 관장을 하게 되고

15분 후에 화장실에 가야하는 조건이 있어,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기 때문에 

발생하는 혼란을 방지하고자 관장 실습이 진행되는 

ㅇㅇ관 2층과 3층의 화장실 중 자신이 대변을 볼 화장실을 미리 정해둔 것이었다

실습실 바로 옆 화장실부터 비교적 먼 화장실까지 매우 공정한 방식으로 화장실을 배정하고

심지어는 어제 답사(?)까지 진행했다


이는 5년 전 발생한 관장 실습 대참사와 같은 일을 방지하고자 관장 실습 대참사가 발생한 다음 해부터

관장 실습 전에 필수적으로 행하여지는 우리 학과의 전통과도 같은 일인데

5년 전, 우리 학교에 ㅇㅇㅇ교수님이 오시고 관장 실습의 대상이 모형에서 실제 학생으로 변경된 첫 해

30명의 학생이 동시에 항문에 관장약을 주입했고 ㅇㅇㅇ교수님은 어김없이 15분 동안 참을 것을 요구했다

15분을 참은 학생들의 변의는 당연하게도 한계에 달해있었고

교수님이 화장실에 가도 좋다고 하자 모두가 실습실 옆의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 과정에서 칸에 먼저 들어가려고 온갖 장면이 연출되었으며

참지 못하고 옷에 실수를 해버린 학생들이 속출한 것이 바로 관장 실습 대참사이다

그 사건 이후 상당히 많은 간호학과 학생들이 자퇴를 했으며 

간호학과는 꽤 오랜 시간 다른 학과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야 근데 1분도 참기 힘들다는데 15분을 어떻게 참아?"

"한국에서 간호사하려면 참아야지 ㅅㅂ"

"ㅇㅇㅇ한테 관장약 넣고 15분 참아보라 하고싶다 지도 못참을듯"


관장 실습에 대한 거부감은 나의 항문을 누군가에게 보여야한다는 것에서 오는 것이 가장 컸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옷에 똥을 쌀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것도 상당했다

ㅇㅇㅇ교수님의 화장실에 가도 된다는 말이 있기 전에 참다못해 화장실로 달려간

선배들이 ㅇㅇㅇ교수님에게 당한 부당한 대우는 학과 내에서 유명했고

ㅇㅇㅇ교수님에게 찍혀 고통 받는 것보단 차라리 옷에 똥을 싸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판단했기에 옷에 똥을 싼 사람에 대한 

그 어떤 언급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 학과의 금기가 되었다

옷에 똥을 싸는 것이 자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일까

오늘은 동기들의 패션이 평소와는 다르게 촌스러운 느낌였다

버려도 되는 바지를 입고 온 것 같다... 그건 나도 동일했고...


시간은 흘러 3교시가 되었고

40명의 A반 인원이 모인 실습실에

ㅇㅇㅇ교수님이 들어왔다


"자 그럼 관장 실습을 진행하겠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