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퀄 : https://arca.live/b/scottoberg/82131017
1화 : https://arca.live/b/scottoberg/97712560
2화 : https://arca.live/b/scottoberg/100256277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져서 호시와의 결전은 4화로 잘렸다
캐릭터 프로필도 조만간 올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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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르르륵...꾸구우우우우욱...]

'안돼, 지금 터지면...이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대한 대합실, 방귀쟁이 히어로 유도희는 딱 봐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중심에 서있었다. 얼마나 방귀를 참은건지 그 뽀얗고 아름답던 얼굴빛이 칙칙해지고, 대합실을 잔뜩 울릴 정도로 뱃소리가 크게 났다. 창문 밖은 칙칙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도희의 뱃소리는 잿빛 하늘을 장식하는 천둥소리같았다.

[구으으으으으윽...꽈르릉, 꽈르르릅...]

'안돼, 제발...안ㄷ...'

어떻게든 방귀를 참아보려는 그녀의 희망이라도 깨는듯, 툭, 하고 누군가가 그녀와 부딛쳤다. 보랏빛 광택이 도는 검은 머리, 검은 털에 흰 줄무늬가 있는 꼬리와 동물귀, 자줏빛 가학적인 눈빛. 일전에 그녀의 멘탈을 무참히 깨버렸던 방귀쟁이 빌런, 호시였다. 호시는 씨익 웃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라졌다. 도희의 엉덩이 힘은 한 순간 풀려버렸고, 드디어 잿빛 하늘에 천둥이 치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랫동안 발산되지 못했던 천둥은 대합실 안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사람들은 방귀에 휩쓸려 아지랑이가 사라지듯 사라져갔다. 도희의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타인들은 도희를 원망하고,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도희는 풀썩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안돼요...! 흐으윽...저를... 저를 떠나지 말아줘요...!"

눈이 붓고, 양 볼이 축축하게 젖어 대합실 바닥에 눈물이 뚝뚝 떨어져 고여갔다. 빗물이 들이친건지, 도희가 그만큼 슬펐는지, 바닥에는 발목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 도희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통곡했다.

그러다, 돌연히,

풀썩, 하고 도희를 안아준 누군가의 감촉이 느껴지자마자 도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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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눈을 뜨고 보니 자신의 침실. 시간은 새벽 4시. 어디에 부딛친건지 반팔 잠옷 너머로 조금 멍이 든게 보이는 윤상이 도희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아픈것도 아랑곳 않고, 윤상은 그저 제 아내를 꼭 안아 보듬어주고있었다.

"...괜찮아요? 안 좋은 꿈이라도 꾼거에요?"

그제서야 도희는 꿈에서 깨어나, 당신은 곁에 있어주었다는 안도감과, 자신을 위로해준 남편에 대한 사랑과, 잠결이었다곤 하나 방귀로 그를 다치게 했다는 미안함을 포함해 온갖 감정을 눈물로 게워냈다.

윤상은 말없이 도희를 안아줄 뿐이었다.
#06. 팬미팅

아침이 되고 다시 일어난 도희의 몰골은 꿈 속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방귀를 참아서 안 좋아진 얼굴빛에, 많이 울어서 생긴 눈의 붓기까지. 도희는 윤상의 어께에 든 멍에 약을 발라주면서, 윤상이 읽어주는 문자를 들었다.

"히어로 협회에서 여보한테 연락이 왔어요. '황금의 바람'을 찾는 편지를 받았다던데요?"

"도발하는 내용은...아니겠죠? 그때 그 빌런이 저를 노린다던가..."

"그건 아닌것같아요. 당신이랑 아는 사이같아보이는데...수수께끼처럼 와서 누군진 모르겠어요."

윤상은 도희에게 도착한 편지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녀팬이었던, 황금의 바람에게.

안녕, 우리는 너의 큰 팬이자, 너의 아이돌이기도 해. 뉴스로 네 소식을 접했어, 몸이랑 마음은 좀 괜찮니?

빛과 유리가 가득한 일터에서, 간만에 같이 놀자. 너를 위로해주고싶어. 진짜 너라면, 이 편지의 내용을 알거라고 믿어.

-너와 가장 닮은, 동심 속 너의 친구이자 아이돌이.'

도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곰곰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너와 가장 닮은, 동심 속 너의 친구... 설마."

뭔가 떠오른듯, 약을 바르는 손이 잠시 멈춘 도희. 윤상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도희에게 물었다.

"왜요, 떠올랐어요?"

"좀 허무맹랑한 이야기긴 하지만...이 답밖에 안 떠올라요. 제가 무척이나 좋아했고, 의지했고, 부러워했던... 그리고 우리나라 어린이라면 모두가 알았던... 그런 방귀쟁이들."

"...진짜로 그거라구요?"

"...저도 믿겨지지가 않지만...답이 그것밖에 안 나와서..."

약을 다 바른 윤상이 옷자락을 정돈하는 도중에, 도희는 제 전화를 켜서 어린 시절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 해맑게 웃고있는 어린 도희 옆에, 주황색과 분홍색 인형탈을 쓴 두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셋은 똑같이, 방귀를 뀌는듯한 포즈를 하고있었다.

"...제가 어렸을때 이 방송에 나가서 같이 놀다가 온 기억이 있거든요, 그때도 방귀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 경험이 그때의 저한텐 엄청 큰 위로가 됐었어요."

"...그럼 이 편지를 보낸건 제작진일까요?"

"...그게 제일 유력하긴 하겠지만...종영한 프로그램 제작진이 어린이도 아니고 스물일곱살 히어로한테 편지를 굳이 쓸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도희는 곰곰히 생각해보다가는, 결국...

"...역시 가고싶어요, 여보. 같이 갈래요?"

그 수수께끼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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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유리라 함은, 조명과 카메라. 그것들이 가득찬 어느 방송국의 텅 빈 세트장 한가운데, 인형탈을 쓴 두 명이 가위바위보를 하고있었다.

"진 사람이 먼저 말 걸기 하자, 토마!"

"이긴 사람이지, 좋은 일 하는건데 이긴 마리가 걸어야지!"

"그치만 지구인 어른하고 팬미팅은 처음이잖아! 거기에 우리가 좋아하는 황금의 바람이라구! 긴장되니까 진 토마가 해줘!"

그렇게 아웅다웅 다투던 둘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에 든 뭔가를 급히 바닥에 떨구고 후다닥, 세트장 한구석으로 숨었다.

"계세요~?"

도희의 목소리였다. 두 인형탈은 어색하게 숨을 죽이고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웅크려서 그린스크린 뒤에 숨었다. 도희는 조심스레 윤상과 함께 안으로 들어와서는, 그 가운데 놓인 종이를 보았다. 던져지다시피 바닥에 널부러진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보인 도희는 그걸 찬찬히 읽어보았다.

"우리를, 부르는 방법...기억하지...?"

도희는 얼굴을 확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며 한참을 고민했다. 윤상은 무슨 일인가 하고 도희를 빤히 보다가, 도희에게 갑자기 껴안기고 말았다.

"꼭 안아요, 여보..!"

"ㄴ...네?!"

"으흡...!"

-뿌우우우우우우웅!!!!-

도희 기준으로는 아주 조금의 가스를 뿜어낸것밖엔 되지 않지만, 세트장을 온통 흔들거리게하는데는 충분했다. 카메라와 조명을 지탱하던 삼각대들은 그 머리를 흔들거리다가 간신히 멈추어 제자리를 찾았다. 그 트럼펫같은 소리가 세트장 안에서 몇번이고 메아리치고 나자, 두 인형탈은 어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주황색과 분홍색, 머리에 난 이파리. 어릴적 추억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였다.

"괜찮...으신가요?"

도희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황색 쪽이 대답했다.

"멋진 한 방이었는걸. '황금의 바람'이라는 증명은 다 된것같아."

어릴때 들었던 것보단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가, 인형탈 안에서 울리고있었다. 주황색 인형탈은 머리에 쓴 탈을 벗고 어색하게 웃었다. 탈의 색처럼 주황빛 숏컷을 한, 보이시한 인상의... 소녀였다.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토마. 이 탈을 쓰고 20년 넘게, 지구인들을 놀아준 방귀대장 외계인이야."

"...그니까 당신이, 진짜로...?"

도희가 묻자 토마는 생긋 웃으면서, 인형탈을 쓴 채로 배에 살짝 힘을 주었다.

-뿌위이이이이이이이익...!-

인형탈 안에서 뿜어져나온 새하얀 방귀는 이윽고 부드럽게 토마와, 옆에 선 분홍빛 인형탈을 감쌌다. 방귀가 걷히자 인형탈은 어릴적에 tv에서 보던 광경을 보는듯, 마법처럼 사라져있었다.

"진짜로...방귀로 변신했어."

"이거면, 나도 진짜라는 증명은 됐겠지? 황금의 바람!"

도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중얼거리자, 토마가 대답했다. 그는 어느새 주황빛 후드티 차림으로 갈아입혀져 있었다. 분홍빛 인형탈을 쓰고있던 분홍 장발의 소녀도 환하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전했다.

"안녕안녕~! 나는 마리! 토마 옆에 있는 분홍색이면, 내가 누군지는 알거야! 어때, 토마의 마법? TV에서 보던거랑 똑같지? 이번엔 cg가 아니라 진짜라구!"

"아하하...생각보다 엄청 활기차시네요."

양기에 눌린 윤상이 뻘쭘하게 말했다. 기억 속에선 수줍음 많은 모습이었던것도 같았는데, 인형탈을 벗은 마리는 그 정반대로 보였다. 그녀는 분홍색 후드티에 무릎까지 오는 치마를 입고있었다

"어쨌든...우리 수수께끼를 맞춰줘서 고마워. 지구인이고, 우리에 대한 추억이 있는 '진짜 황금의 바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그래서...수수께끼를 내신거군요?"

"그럼. 더군다나, 너는 정체를 감추고 싸우는 신비주의 히어로니까... 외계인들이 너를 사칭하기도 더욱 쉽겠지. 그래서 한번 떠봤어. 어릴적에 우리랑 만나서 같이 방귀를 뀌며 놀았던 소녀가, 진짜로 황금의 바람이 맞는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그때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있던 도희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인형탈을 입은 토마와 마리의 방귀는 TV에서 cg로 보던(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쓸수있는) 마법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도희에겐 충분히 마법같은 경험이었으리라. 평생의 아이돌 앞에 선 그녀는 궁금한건 많지만, 우선 하나를 물어보기로 했다.

"그래서...저를 부른 이유는, 다시...방귀를 뀌며 놀자고 부른건가요?"

"그런것도 있고...너한테 마법을 걸어주고싶어서 그랬어."

"무슨 마법...이요?"

도희가 묻자, 토마는 기세등등하게 답했다.

"네가 걱정없이 히어로 활동을 할수 있도록, 도와줄 마법을 만들어왔거든."
토마는 허리에 손을 얹고 설명을 시작했다.

"생중계된 전투를 보고서 짐작해봤어, 네 가장 큰 고민이 뭘까, 하고. 아마...방귀로, 죄없는 누군가를 상처입히지 않는거겠지?"

"네, 그렇죠...?"

"그래서...딱, 악당만 골라서 방귀로 혼내줄수 있도록...방귀에 제약을 걸거야."

"악...악당만요?!"

도희는 눈을 반짝이면서 토마에게 물었다.

"그렇...지만, 뭐, 물건이 날아가는건 못 막고, 조건에 맞지 않는 사람이 피해를 볼수도 있어서 아직 부족한건 많지만말야."

토마는 머쓱한지 시선을 살짝 피했다. 그러곤 헛기침을 하며 본론을 꺼내들었다.

"네 방귀에 내 마법을 걸면...'너를 사랑하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방귀에 피해를 입지 않게 될거야. 조건에 맞으면 네가 진심으로 뀐 방귀도 센 바람정도로밖에 안 느껴질거고."

"저를 사랑하고...제가 사랑하는...윤상 씨 말인가요?"

"윤상 씨면, 너랑 같이 온?"

"네, 제 남편이에요."

도희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토마는 설명을 이었다.

"사랑의 범주는 생각보다 엄청 넓어. 네 낭군님은 물론이고...팬으로써 가지는 동경도, 너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이 갖는 고마움도, 전부 히어로인 너에 대한 사랑이 될거야."

"그럼..."

"사람들이 황금의 바람을 응원하고, 너가 그들을 돕겠다는 의지도,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포함되는거지."

도희는 한순간 눈을 반짝였지만, 이내 다시 축 쳐졌다.

"그치만...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같아서..."

윤상은 그런 도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뒤에서 지켜보던 마리에게 무언가 속삭이듯 제안했다. 마리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는, 쉿, 하고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댔다. 토마는 그걸 힐긋 보고는 웃으면서, 다시 도희를 바라봤다.

"그럼, 숙제를 줄게. 황금의 바람이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내 마법을 받은 뒤에 고민해볼래? 윤상 씨가 아이디어가 있는것같거든."

"제가, 사랑받으려면..."

도희는 윤상을 한번 돌아보았고, 윤상은 말없이 미소로 응원해주었다. 도희는 고갤 끄덕이며 토마를 다시 보았다.

"해...해볼게요. 이대로 가만히 있는것보단, 백배 천배는 나을테니까."

"좋아! 내가 마법을 쓰는 방식은 기억하지?"

"기억하죠...? 근데 진짜로요?"

"그럼. 깊이 들이마셔야된다?"

토마는 뒤로 슥 돌아, 제 후드티 자락에 가려진 반바지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른이 됐으니까, 주문은 스킵! 간다~!"

- 뿌르륵! 부욱, 뿌우욱! 뿌위익! 뿌웅~! 뿌부부우우욱!!-

엉덩이를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천진난만하게 방귀를 잔뜩 뿜어대는 토마. 산들바람처럼 불어오는 기분좋은 따뜻함이 그 은근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도희의 폐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갔다. 도희는 토마를 따라 웃으면서 깊게, 토마의 마법을 몸 안에 들였다. 몸이 따뜻하게 감싸지는 기분이 들다가, 곧 원상태로 돌아왔다.

"프하, 느낌이 어때?"

엉덩이를 탁탁 털며, 토마는 다시 도희 쪽을 바라보았다.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뱃속도 좀 진정되는거같고..."

"좋아, 주문이 잘 먹힌거야. 한번 시험해볼래?"

도희는 그 말을 듣곤 좀 고민하다가,

"근데...제가 요즘 방귀를 참아서...여기서 편하게 뀌면 건물 무너질것같거든요..."

하고 쭈뼛대면서 말했다. 그걸 들은 윤상은 마리, 토마랑 아이컨택트를 한번 하곤 말했다.

"집에서 뀔래요, 여보? 다 비우면, 토마 씨랑 마리 씨랑 같이 맛있는거 먹으면서 숙제를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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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대는 아름답다
"여기가 너네 집이야? 내 전력으로도 끄떡없겠는걸?"

토마가 도희의 견고한 집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도희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전력이면...날아가요."

잠깐의 정적이 감돈 뒤에야, 세 방귀쟁이 여인들과 윤상이 집으로 들어갔다. 네 사람은 집으로 먹을 걸 시켜둔 뒤, 토마와 마리가 배달을 기다리고있는동안 윤상과 도희는 안방에서 마법에 걸린 도희의 방귀를 시험하며 뱃속을 정리하기로 했다.

"진짜 괜찮을까요, 여보..? 이런 적은 진짜로 처음이라..."

"괜찮지 않을까요? 마법이 거짓말같진 않았던데..."

"...그럼...시험 삼아서 딱 한발만 쏴볼게요. 벽에 꼭 붙어있어볼래요? 여보 보고 있을테니까, 반대쪽 벽 맞고 돌아온 바람이 버틸만하면...더 뀌어볼게요."

윤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에 등을 기댔고, 도희는 심호흡하며 배를 조금 가다즘었다. 윤상과 눈을 마주친 그녀는 아내를 응원하는 남편의 미소에 후우, 하고 깊게 숨을 내쉬면서 살짝, 한발 쏘았다.

-뿌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

커튼이 펄럭펄럭 휘날리고, 베게와 이불이 창문 쪽으로 날아가 퍽, 퍽, 하고 부딛치는 폭풍같은 방귀. 창문에 부딛치고 방안 가득 휘몰아치는 성난 바람이 윤상을 마구 때려댔지만, 윤상은 기묘한 감각에 조금 놀라 도희를 보며 멋쩍게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지...진짜요?!"

도희는 감격하며 웃었다. 윤상은 기뻐하는 아내를 위해 부연설명해주었다.

"네, 아프지도 않고, 몸이 밀리는것같지도 않고...그냥 산책하면서 바람 맞는것같아요."

"그...그럼 더 뀌어볼테니까, 그것도 안아픈지 말해줘요!"

도희는 웃으면서 다시 방귀를 뀌었다. 방금 뀐 것보다 조금 더 세기가 센 이번의 방귀는 그녀가 괴인에게 발사하는 평타 수준의 방귀. 단 한 방이라도 인간 체구의 악당이라면 저 멀리 날려보내 제압할수 있는 녀석이었다.

-부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이것도..?"

아까에 비해 세진 방귀였지만, 윤상은 여전히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는 아예 문을 잡던 손까지 놓고 도희에게 말했다.

"저한테 직접 뀌어도 될것같은데요?"

"...처음이라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해볼게요."

여지껏의 테스트로 1단계 증명은 끝. 도희는 뒤돌아 윤상에게 직접 엉덩이를 겨누고, 아랫배에 다시 한번 힘을 주었다.

"으응...!"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점점 위력을 올려가는 방귀. 이번의 것은 무게가 톤 단위인 괴수도 십 수 미터는 뒤로 물러나게 하는 레벨이었다.

"이...이것도...?"

"괜찮아요!"

윤상은 다시 한번, 아무렇지도 않았다. 윤상이 무사한걸 확인하자, 도희는 다시 한번 포문을 열었다.

"흐읍..!"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것도...?"

"괜찮아요!"

"그럼...! 으흐으읍...!"

-뿌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이...이것도오..?"

"응, 완전 괜찮아요!"

"그럼 혹시...흐으응...!!"

-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진짜로...진짜로 괜찮아요!"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기어코 도희가 괴인을 마무리하는 수준의 필살기까지 도달했지만...윤상의 몸은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러나 도희의 필살기는 윤상의 몸이 아니라...마음에 정통으로 적중하고 말았다. 며칠전 술에 취해 아이처럼 웃으면서 방귀를 뀌던 도희를 보고 그녀의 방귀에 의외의 두근거림을 느낀 윤상은, 그녀의 필살기를 온몸으로 맞으면서 심장이 두근거려오기 시작했다.

윤상은 잠시 그 두근거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했다. 방안을 가득 채운 도희의 냄새가 윤상의 폐를 채웠다. 케흡, 하고 기침이 한번 나오긴 했지만 이 구릿한 냄새마저 윤상에겐 사랑스런 아내의 자랑스런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다.

윤상은 곧 책장의 덮개를 열고 비닐로 포장된 책 한 권을 꺼내들어 포장을 벗기곤, 도희에게 다가가 도희를 뒤에서 조심스레 안았다. 도희는 흠칫 하고 놀라 제 옆을 바라보았다. 윤상은 사랑이라는 시럽에 담궜다 뺀듯 달콤한 눈빛으로 도희를 바라보며, 제 책을 도희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방귀쟁이 며느리...여보가 쓴 책이네요. 완성본은 처음 봐요."

"여보한테 자랑하려구요, 이 세상에 하나뿐인 방귀쟁이 히어로를 보고 쓴 책이니까요."

윤상이 책을 펼치자 일러스트 한장한장이 윤상이 쓴 글 옆에 펼쳐졌다. 도희와 닮지는 않았지만 도희처럼 어여쁘고 성숙한 여인이 제 강력한 방귀로 사람들이 다칠게 두려워,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까 두려워 시댁에서 방귀를 참고 참다가... 펑.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방귀를 터트리곤 엉엉 울어버린다.

"저랑...닮았네요."

도희는 눈물짓는 며느리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윤상 앞에서 방귀를 내보내고, 그를 상처입히고 비밀을 드러내버린 슬픔에 울어버린 그 때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댁 사람들은 며느리를 보듬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워해 조금 거리를 두었다. 며느리는 자신의 방귀 때문에 일어난 일을 해결하고 싶어, 부끄럽지만 큰 결심을 했다.

"이것도, 여보랑 닮았죠?"

"그렇네요...다른 방귀쟁이 며느리 동화책하곤 다르게요."

며느리는 집안에 도둑이 들이닥친 날 도둑들을 방귀로 날려버리고, 사람들을 해치는 도적떼와 맹수를 방귀로 해치우는 마을의 영웅이 되었다. 며느리의 방귀는 더는 사람을 해치는 위험한 단점이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장점이 된 것이다. 남편은 며느리를 꼭 안아 뽀뽀해주면서, 며느리가 시원하게 방귀를 내보내는 모습으로 책은 막을 내렸다.

"...남편은 더이상 며느리의 방귀가 무섭지 않게 되었고, 며느리의 방귀가 얼마나 세고 지독해도 진심으로 사랑해줄 수 있었답니다..."

도희는 마지막 페이지의 구절을 읽으면서 힐긋 윤상을 바라보았다. 이 글의 글쓴이는 방귀쟁이 아내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 말대로...아니, 이젠 저, 이 말도 넘어버린 단계에 와버렸어요."

"이 말도 넘었다면...무슨 의미인가요?"

"저...여보의 방귀도, 진심으로 좋아졌어요."

"...네...?"

윤상은 뻘쭘한지 조금씩 시선을 피하면서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당신이랑 데이트하고 치맥 잔뜩 했던 날에...술에 취해서 아이처럼 웃으면서 신나게 방귀를 뀌던 모습을 보고 두근거렸는데...이렇게 당신이 안심하고 웃으면서 배를 비우는게 너무 좋아졌어요."

윤상의 설명에 조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는 도희에게, 윤상은 용기내어 눈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이...행복하게 방귀를 뀌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전에는 방귀는 아직 무서웠지만...지금은, 그렇게 나온 방귀도 저한텐 너무나도 예뻐요."

도희도 한 순간, 윤상과 같은 두근거림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그 어떤 장벽도 두 사람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고, 가장 높은 고난이었던 도희의 무시무시한 방귀도 지금은 두 사람을 위한 축가처럼 울릴 판이었다.

"...여보는, 웃을 때가 제일 예뻐요. 그러니까 더는 망설이지 말고...시원하게 뀌면서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좋아요, 여보 앞에선 그럴수 있지만...아직 다른 사람들 앞에선 걱정되는걸요..."

"그렇지 않아요, 제 책에서처럼...당신 방귀로 사람들을 구하고 돕는다면, 점점 당신을 믿고 당신의 방귀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날거에요."

"...방귀쟁이 며느리처럼...맞죠?"

"그럼요. 제 사랑스럽고 늠름한...방귀쟁이 히어로님이라면."

윤상은 그렇게 말하며 도희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곤 살살 문질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후련하게 뀌고, 훌훌 털고 일어나줘요."

"알았어요, 평소처럼...꼭 안아줄래요? 날아가진 않더라도...그냥, 안겨있고싶어요. 저를 백허그해준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니까..."

윤상은 꼭 아내를 안은 채로 방귀쟁이 와이프의 뱃고동을 느꼈다. 도희는 환하게 웃으면서, 윤상의 귀에 속삭였다.

"뀔게요, 여보?"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뿌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가고, 침구류가 날아다니고, 커튼이 펄럭거려도...상관없었다. 윤상은 그 방귀에 몸을 맡기며, 두근거리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도희의 배를 문질러주었다. 도희는 후련함과 사랑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윤상에게 말해주었다.

"두번째...갈게요."

 -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푸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우우우우웅!! 뿌우우우우웅!!!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

도희가 아랫배에 다시 힘을 주어 가스를 밀어내자, 윤상의 마사지와 시너지를 일으켜, 평소에 쏘던 필살기 이상의 파워풀한 방귀가 뿜어져나왔다. 집이 흔들리고, 리미터 이상의 화력에 자동으로 창문이 열리고 팬 소리가 들리며 도희의 방귀를 밖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이번 방귀는...진짜로, 당신의 마음에 처음으로 쏘는 필살 방귀에요. 이정도의 방귀를 뀌어본건 오랫만이라...준비 됐나요?"

"영광이네요. 당신이 강해지는데 제가 도움이 되다니..."

"헤헤, 그러네요. 어떤 적을 만나든...걱정없이 뀔수 있게 됐으니, 더 진심을 낼수 있게 됐으니까..."

기분좋게 울려오는 뱃소리가 그녀의 무기가 장전되었음을 알리자 도희가 말했다.

"술 취했을때 냈던, 토마 씨 흉내...해볼까요?"

"...저 심쿵사할지도 몰라요."

"어머, 그정도에요?"

도희와 윤상은 키득키득 웃다가, 진심으로 웃으며 진심을 담은 마지막 한방의 발포를 맞았다.

"필살기, 쏠게요! 뿌우우웅~!"

- 뿌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

그 견고한 환기 시스템조차 파지직거리며 작동을 멈추고, 무적의 방어력을 가진 그녀의 집의 벽조차도 콰직, 하고 금이 가버릴 정도의 위력. 투명 신소재로 견고히 만들어진 창문과, 그걸 가두는 창틀은 통째로 뜯겨져나가 사라져버렸고, 집안에 있는 온갖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방귀가 멎자마자 들려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도희와 윤상은 같이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었다. 도희가 느낀 배출의 쾌감은 물론, 두 사람의 사랑, 흥분, 애욕이 섞인 숨소리가 쭉 이어지다, 도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사랑해요, 여보. 고마워요."

윤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두요.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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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이 된 집구석을 정리하다가 드디어 배달이 왔다. 떡볶이를 식탁에 펼쳐놓고 네 명은 맛있게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토마가 물었다.

"해답은 찾았어? 네가 사랑받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럼요, 여보가 알려줬어요. 새 코스튬에 히어로네임을 갖추고, 정체를 드러내고 싸우려구요. 컨셉은..."

도희는 웃으면서, 윤상이 쓴 방귀쟁이 며느리 책을 꺼내들었다. 원작자는 힐긋 도희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복방귀를 뀌는, 방귀쟁이 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