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예원은 설레는 마음으로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동갑내기 남사친 지웅과 함께 야구 경기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예원아, 여기야!"


야구장 입구에서 지웅이 반갑게 소리쳤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 예원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오늘 제법 멋있어 보이는걸...' 


평소 친한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지웅이 남자로 느껴졌다.


"이욜, 오늘은 유니폼을 입고 왔네?"


예원이 다가오자 지웅이 장난스레 말했다.


"어때, 나한테 잘 어울려?"


"음... 나쁘지 않은데?"


둘은 웃음을 터뜨리며 야구장 안으로 들어섰다. 무더위에 지쳐있던 예원이었지만 지웅과 함께라서 왠지 즐거웠다.


"저기 우리 자리 있다. 가자!"


지웅의 말에 예원이 고개를 돌리자, 3루 쪽 좋은 자리에 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우와... 여기 자리 정말 좋다. 역시 너랑 같이 오길 잘했어."


"하하, 그렇지? 야구는 이런 자리에서 봐야 제맛이지."




예원과 지웅이 자리에 앉자, 경기장은 어느새 붐비기 시작했다. 올해 시즌의 첫 경기인 만큼 야구 팬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응원 도구를 든 사람들,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는 사람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역시 한화 팬이 정말 많구나."


예원이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그럼, 우리 대전 홈 팀인데. 시즌 첫 경기라 더 기대되나 봐."


지웅의 목소리에도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지웅과 예원은 신이 나서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벌써부터 그라운드에는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관중석에도 야구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류현진 선수 좋아하지?"


"당연하지. 요즘 폼 대박이잖아."


"앗, 경기 시작한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고,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원과 지웅도 덩달아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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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예원아. 저기 봐봐."


지웅이 그라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3회말이 끝나고 전광판에는 이벤트 진행을 알리는 큰 배너가 띄워져 있었다.


"오,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네!"


예원이 현수막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상품이 뭔지 궁금하다."


"1등 상품이 올 시즌 외야 지정석 연간 회원권이래. 우와, 저거 타면 올해 한화 경기는 공짜로 볼 수 있겠는데?"


지웅의 말에 예원의 눈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 지웅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예원에게 말했다.


"야, 예원아. 저거 안 나갈래? 너가 가뿐히 이길 것 같은데."


"뭐? 갑자기 왜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 너가 나가야지!"


"아니, 너가 맥주를 더 잘 마시잖아. 매번 술 마실 때마다 나보다 더 마셨어."


그 말에 예원은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소심한 여자애로 보이기 싫었던 예원은 벌떡 일어났다.


"어디 한번 해볼까? 내가 상품 따올테니까 딱 기다려."


씩씩거리며 그라운드로 향하는 예원의 뒷모습을 보며 지웅은 실실 웃었다. 사실 예원이 이길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은 예원을 포함해 총 4명. 시원한 맥주가 큰 유리 잔에 가득 담겨 참가자들 앞에 놓였다.

언뜻 봐도 1L는 되어보였다.


"자, 제한 시간은 단 1분! 준비~ 시작!"


심판의 신호와 함께 참가자들은 맥주를 입에 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응원이 쏟아졌다.


예원은 시종일관 침착했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면서도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예원의 잔은 모두 비워졌다.


"오!!!"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58초! 우승은 바로 이 분, 7번 참가자 박예원 씨입니다!"


사회자의 외침에 지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예원아! 너가 해냈어!!!"


그 말에 얼굴이 벌게진 예원이 지웅을 향해 따봉을 날렸다. 그리고는 연간 회원권을 받아 들고 지웅에게 다가왔다.


"어때, 내가 이길 줄 알았지?"


"역시 네가 짱이야. 앞으로 같이 경기 보러 올 때 이거 써야겠다."


둘은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웅은 술기운에 볼이 상기된 예원이 꽤 귀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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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화장실 좀 가고 싶네.'


예원은 경기에 집중하려 애쓰면서도 아랫배의 묵직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분명 아까 마신 맥주 때문이 분명했다. 아까 이벤트때 마신 맥주가 이제 와서 방광을 자극하고 있었다.


예원은 괜히 자신을 다독였다. 딱히 요의가 급한 건 아니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한창 경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투수와 타자의 마인드 게임, 긴장감 넘치는 승부. 이 맛에 야구 경기를 보는 건데 중간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화장실은 잠깐 참자. 곧 9회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될거야. 게다가... 지웅이한테 내가 오줌이 마렵다고 말한다고? 창피해 죽겠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 자체가 좀 민망하기도 했지만, 특히 지웅에게 그런 말을 꺼내는 건 더욱 부끄러웠다. 어쩐지 지웅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예원은 꾹 참기로 마음먹었다. 다리를 꼭 붙인 채, 마치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경기가 빨리 끝났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점점 강해지는 요의를 억누르며, 예원은 경기에 집중하려 안간힘을 썼다.


'좀만 참으면 돼. 좀만 참자.'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며, 예원은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방광은 만만치 않았다. 조금씩 더 강해지는 압박감에 예원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으..."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옆에 있던 지웅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예원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어? 아... 응, 괜찮아. 경기나 보자."


예원은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보이지만, 지웅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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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한화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스코어보드의 점수는 여전히 3 대 3. 팽팽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예원의 아랫배에서는 계속해서 묵직한 압박감이 전해졌고, 방광이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아... 제발 좀만 더 참자. 경기 곧 끝날 거야.'


예원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요의는 더욱 거세졌고, 머릿속은 화장실 생각으로 가득 찼다. 예원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때, 한화의 간판 타자 노시환 선수가 타석에 섰다. 결정적인 순간, 팀의 운명을 가를 일대일 승부였다.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깡!"


날카로운 타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홈런이었다.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3 대 3의 동점을 깨고, 한화가 6 대 3으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와아아아!!!"


예원과 지웅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에 휩싸였다. 서로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해냈다! 우리가 이겼어!"


그런데 왠지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무언가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아... 설마...'


 예원은 숨을 삼켰다. 예원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허벅지로 시선을 향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청바지 위로 진한 오줌 자국이 선명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지금껏 참아왔던 오줌을 홈런의 흥분 속에 그만 지리고 만 것이다. 


쉬이이..


"...예원아, 너..."


지웅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바지를 타고 흐르는 오줌은 쉴 새 없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물줄기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예원의 귓가에 또렷하게 꽂혔다.

그 물줄기로 인해 예원의 발밑에는 노란 웅덩이가 금세 생겨났다. 웅덩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넓어졌고, 그 위로 오줌 냄새가 진동을 하며 퍼져나갔다. 신발과 양말까지 흠뻑 젖어들어 축축하고 불쾌한 감촉을 느꼈다.


"읍... 흐윽..."


예원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새빨개졌다. 눈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런 예원을 보며 지웅도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괜찮아, 예원아...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지웅은 겉옷을 벗어 예원의 허리에 둘러주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예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 바보야... 이야기를 하지 참다 이게 뭐야..."


예원은 지웅의 부축을 받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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