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4월의 어느 봄날, 벚꽃 길로 유명한 『골든 파크』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공원 입구부터 끝까지 이어진 벚꽃나무들은 만개하여 마치 하늘에서 분홍빛 눈이 내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들은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고, 이는 마치 자연이 선사하는 축복 같았다. 

공원 곳곳에서는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벚꽃 아래에서 소풍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사한 옷을 입고 데이트를 나온 많은 커플들이 보였다. 

연인들은 손을 맞잡고 벚꽃 아래를 거닐며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어떤 커플은 벚꽃나무 아래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도 했고, 어떤 커플은 벚꽃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공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이런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은 봄날의 정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예지와 수호도 그런 커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은 난처한 상황이었다. 

벚꽃 구경에 푹 빠져 있던 중, 예지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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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전, 골든 파크에 오기 전에 예지는 수호와 데이트를 하며 카페에서 큰 사이즈의 커피를 다 마시고, 

이후 점심을 먹으며 레몬에이드 한 잔을 다 마셨다. 

나중에 화장실을 다녀오면 될 거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예지는 카페에서 마신 커피와 레몬에이드로 인해 방광이 가득 차 있는 상태였지만, 

데이트의 설렘에 휩싸여 화장실에 대한 생각은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에 들어가자마자 예지는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함을 느꼈다. 

평소였다면 참을 수 있었겠지만, 오늘따라 방광이 더 빨리 차오르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데이트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울 것 같았고, 예지는 빠르게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골든 파크의 문제는 넓은 공원에 비해 화장실이 입구에 하나밖에 없었다. 

예지와 수호는 벚꽃 길을 따라 걸으며 화장실을 찾아 헤맸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점점 예지의 걸음이 빨라지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호야, 화장실 어디 안보여? 오줌 마려워 죽겠어." 


예지가 조마조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참아봐, 예지야. 금방 화장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수호가 예지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예지의 초조함은 가시지 않았다.


예지는 한참을 공원을 돌아다니며 화장실을 찾았다. 

벚꽃 아래를 지나 연못 근처까지 왔지만,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점점 예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니, 이 넓은 공원에 화장실이 이렇게 없다고? 으으..." 


예지가 힘겹게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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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점점 강해지는 요의에 아랫배에 압박감이 느껴지고, 손에 땀이 났다. 

예지는 이를 악물며 화장실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흐읏.. 수호야, 제발 화장실 좀 찾아줘.. 이대로라면 진짜 쌀 것 같아.." 


예지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는 예지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조금만 참아. 곧 찾을 수 있을 거야." 


수호의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두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화장실을 찾아 헤맸다. 


예지는 갈수록 초조해지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한 손으로는 가방을 꼭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배를 짚었다. 

갈수록 얼굴이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수호야, 나 진짜 너무 급해. 이러다 여기서 바지에 쌀 것 같아.." 


예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알았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참아." 


수호는 예지의 손을 잡아주며 그녀를 지탱해주었다. 

하지만 예지의 다급한 모습을 보니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저기 앞에 공원 관계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보여. 가서 물어보자." 


수호가 재빨리 예지를 이끌며 앞에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화장실이 어디에 있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 제 여자친구가 많이 급해서요." 


관계자는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아, 화장실은 공원 입구로 가셔야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거기밖에 없어서.." 


수호는 감사 인사를 하고 예지에게 돌아와 상황을 설명했다. 


"화장실이 입구에 밖에 없어서 돌아가야 한대. 조금만 더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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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서둘러 입구로 이동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동안에도 예지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간신히 화장실 표지판을 발견한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온 건 까마득히 긴 여자화장실 줄이었다. 

줄은 화장실 입구에서부터 꽤 멀리까지 이어져 있었고, 수십 명의 여성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어떡해... 저 줄을 끝까지 기다리다간 진짜 싸겠어.. 난 몰라..."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예지는 마음이 너무 급했지만, 하는 수 없이 줄의 맨 뒤로 뛰어가 줄을 섰다. 

다리를 꼭 맞잡고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뒤로 수호가 따라왔다. 


"괜찮아, 예지야. 내가 같이 있어줄게. 줄은 금방 줄어들거야." 


수호는 예지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그의 말은 예지에게 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예지의 절박함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리를 꼬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 예지의 모습은 영락없이 화장실이 급해 보였다. 

예지는 한 손으로는 배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방을 꼭 쥐고 있었다. 

이따금 다리를 바꿔 꼬거나, 제자리에서 뛰듯이 발을 구르기도 했다. 

얼굴은 이미 창백해져 있었고, 이마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예지의 모습을 힐끗힐끗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화장실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수호야, 나 너무 급해.. 으읏… 빨리.. 화장실… " 


예지의 목소리는 울먹이는 듯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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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예지의 앞에는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녀는 마음 한구석으로는 안도감을 느꼈다.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 차례야.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어.'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방광은 폭발 직전이었다. 

예지의 차례도 임박했지만, 그녀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제발 좀 만 빨리.. 으으...' 


예지의 머릿속은 절박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주변의 시선이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지금 예지에게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가랑이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제자리에서 종종걸음을 하며 허벅지를 꽉 오므렸다. 


'오줌.. 화장실.. 빨리...' 


부끄러움을 참으며 예지는 몸을 꼰 채로 간신히 버텼다. 

심장은 마구 뛰었고, 손과 발은 차가워졌다. 머릿속이 하얘질 것만 같았다.


그때 강한 요의의 파도가 예지를 덮쳤다. 

예지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숨이 멎는 듯했다. 


'아, 안 돼. 제발!' 


그녀는 필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지만, 한 줄기의 오줌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예지는 온 힘을 다해 괄약근을 수축시켰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 나와줘!' 


예지는 간신히 더 이상의 누출은 막아냈지만, 방광이 터질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어. 이러다 진짜 바지에 싸겠어.’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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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용기를 내어 앞에 서 계시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죄송한데, 혹시 한 칸만 자리를 양보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 정말 쌀 것 같아서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끝마쳤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대답은 냉정했다. 


"지금 여기 안 급한 사람이 어디 있어? 다들 마찬가지야." 


싸늘한 목소리에 예지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어떡하지... 이러다 진짜로 못 참고 바지에 싸는 거 아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주저앉아 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절망감에 빠져 있던 그때, 갑자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예지의 뒤에서 줄을 서고 있던 초등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두 명이 킥킥거리며 장난치고 놀고 있었다. 

그때, 아이들 중 한 명이 갑자기 발을 헛딛고 중심을 잃고 넘어지다가 앞에 있는 예지의 등을 강하게 밀었다. 

예지는 완전히 방심한 상태라 버틸 재간이 없었다.


"꺅!" 


예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균형을 잃은 예지는 휘청하며 앞으로 쓰러질 뻔 했다. 

그러나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겨우 버티어 섰다.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를 굽혀 가까스로 중심을 잡은 예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해 방광이 순간적으로 수축한 것이다. 

이 작은 충격은 예지가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평형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아..! 안돼..!" 


예지는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양손으로 가랑이를 움켜쥐었다. 

절박하게 다리를 오므리고 무너지는 댐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힘을 주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듯 했다. 

천천히 스며드는 축축함이 점차 허벅지에서 종아리로 퍼졌다. 

따뜻한 감각이 가랑이를 꽉 붙잡은 예지의 손에 느껴졌다.



쉬이이.. 조르륵…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아... 아아..." 


더 이상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예지는 고개를 숙인 채, 새어 나오는 오줌을 손으로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솔솔 흐르는 소변을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는 오줌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바지 앞단이 짙은 색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포기한 듯 축 늘어진 어깨가 들썩거렸다. 

양 무릎이 맞닿은 채로, 간신히 주저앉지 않으려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이 예지의 귀에 들어왔다. 


"엄마, 저 언니 오줌쌌나봐!"


"얘야, 조용히 하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놀란 듯 흠칫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렸다. 

아마도 예지가 바지에 오줌을 싸는 모습을 보고 웅성거리는 것이 분명했다. 


끔찍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온몸을 휩쓸어 내렸다. 

얼굴이 확 달아올라, 마치 불이 붙은 것 같았다.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수호의 앞에서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끝도 없이 쏟아지는 오줌으로 바닥에는 웅덩이가 고였다.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오줌이 신발 속으로 들어찼다. 

축축하고 피부에 달라붙는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한동안 쭈그려 앉은 자세로 오줌을 싸고 난 뒤에야, 예지는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흐릿한 시선을 옮겼다. 

부끄러움에 눈물이 맺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