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커미션도 신청해서 공들여 써왔다... 색도 없고 서식도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게 즐겨줘
캐릭터들 프로필 궁금하면 나중에 갖고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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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도희? 입을만하지?"

"컨셉에 제대로 맞는데요? 나름 귀여운것같기도 하고..."

히어로 협회 본부 연구실, 도희의 새 코스튬을 거울 앞에서 구경하며 아랑이 말했다. 샛노란 저고리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다홍치마. 통이 크면서도 은근히 몸 라인을 잘 살려주는 한복 코스튬은 청순한 미인 도희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진짜 방귀쟁이 며느리같네. 누구 아이디어야?"

"윤상 씨요. 저 보고 쓴 며느리 동화책을 보여주면서 위로해준게 너무 와닿아서..."

"멋지네. 그런거보면 진짜 너네 부부는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찐사랑을 하는것같기도 하고 말야."

"후후, 고마워요 언니."

벽을 뒤덮은 거울을 빤히 바라보다가, 거울로 방을 한번 슥 둘러본 도희가 말했다.

"한방 쏴봐도 돼요?"

"방안에 암것도 없으니까...원한다면? 너무 세게 뀌진 말고."

"당연하죠."

도희는 배를 살짝 문질러보다 힐긋, 아랑을 보며 물었다.

"언니, 나 믿죠?"

"고럼, 당근 빠따지."

"고마워요, 뀔게요!"

제 방귀에 걸린 제약 덕에,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하게된 도희는 아랑의 화답에 기분좋게 가벼운 한방을 내질렀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가볍게 뀐 방귀이긴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가로막던 가장 큰 장벽이 사라졌기에 그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세기. 다홍치마가 펄럭거리며 그 속에서 꽃이라도 피어나듯 황금빛 방귀가 잔뜩 쏟아져나왔다. 동화에서나 볼법한 신비로운 안개가 화사하게 주변을 감싸자 은은한 내음이 두 사람에게 전해졌다.

도희의 방귀를 맞고도 아랑은 완전 멀쩡했다. 그녀들이 바닥에 깔린 안개를 딛고 선 모습이 마치 구름 위의 선녀들 같아보이기도 했다. 도희는 웃으면서 치마자락을 정리하곤 아랑을 바라보았다.

"후~전보다 세진거같은데?"

"에이...제 방귀는 변한게 없어요. 마음이 편해져서 그래요."

"그래, 잘된거지 뭐. 히어로네임은, 정했어?"

"그럼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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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복향, 대지에 서다
며칠 뒤, 어느 강당.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모여있는 그곳에, 정장 차림의 아랑과, 자기 인형탈 모습의 인형을 안고 있는 토마와 마리, 그리고... "황금의 바람" 시절의 슈트를 입은 도희가 앉아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은은하게 웃고있는 도희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여지껏 신비주의를 유지하시던 당신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음...이야기하자면 기니까, 제 진짜 정체의 소개부터 찬찬히 들려드릴게요."

도희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변신을 풀고 평상복 상태로 돌아왔다. 기자들은 깜짝 놀라 마구 셔터를 눌러댔고, 도희는 생긋 웃으며 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유도희, 직업은 히어로고... 엄청나게 강한, 방귀를 뀌는 초능력이 있어요."

아직은 조금 부끄러운지, 조금 얼굴을 붉히며 말을 잇는 도희.

"제 무기는 차를 날리고, 괴수를 없애고, 하늘도 노랗게 물들일 정도로 강해요. 다들 황금의 바람이라고 불러주셨던 이유가 있죠. 눈치가 좋으신 분들은 제 무기의 정체를 일찌감치 알아차리셨겠지만 믿기지 않으셨을거에요. 이거, 방귀 맞아요."

도희의 뒤에 자료화면으로 띄워진 '황금의 바람'의 싸움들. 스피커로 소리가 나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저걸 보고있는것만으로도 이미 귀청에 방귀소리가 울릴 정도로 확실한 것이었다.

"자랑할만한 능력은 아니라서, 어릴때 많이 놀림도 받고 그랬었지만...어른이 되고 나서 히어로 협회의 정아랑 실장님의 스카웃 제안을 받고 살짝 나아졌어요. 어디서도 뀌지 못할 골칫덩어리를 쓸 데가 생긴거니까..."

그녀의 히어로 인생 첫번째 구원자인 아랑은 웃으면서 도희의 말을 듣고있었다. 도희는 두번째 구원자이자, 가장 신세를 진 낭군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죠. 동화작가 윤상 씨랑 서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이라, 제 방귀도 걸림돌이 안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어요.
그치만 신혼 때 방귀를 참다, 참다... 터져버리기도 했고, 그 덕에 집도 날리고... 그래도 윤상 씨는 절 사랑해주셨어요. 덕분에 윤상 씨한테 처음으로 정체를 드러내고, 진짜로 방귀를 튼 사이가 됐죠."

두번째 구원자의 업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희의 뒤에 가짜 황금의 바람, 호시의 사진이 나타나자 도희는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나타난 이 방귀쟁이 빌런은 행복해보이는 절 질투하고, 제 능력에 대한 상처들을 끄집어냈어요. 그때 절 위로해준 사람들이 토마 씨와 마리 씨, 그리고 윤상 씨였죠.
여러분도 잘 아시는 토마 씨랑 마리 씨는 어릴적에 저랑 놀아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우울해하는 절 찾아와 마법을 걸어주셨고...
제 방귀마저 사랑하신다고 해주셨던 윤상 씨는 절 보듬어주시면서,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셨죠. 덕분에 방귀에 대한 상처를 벗고, 토마 씨의 마법을 이렇게 활용할 결심을 했어요."

도희는 토마와 마리, 그리고 윤상과 눈을 한번씩 마주치고는 기나긴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었다.

"제가 여러분 앞에 나온 이유는, 토마 씨의 마법 덕분에 '사라을 주고받은 사람'에게 방귀로 해를 끼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여러분을 지키고 싶어하는 만큼, 정체를 드러낸 뒤에 여러분이 절 믿어준다면...제 천둥같은 방귀도 여러분에겐 기분좋은 산들바람처럼 느껴질거에요."

기자들은 방금의 말이 아직 와닿지 않았는지 웅성거렸지만, 도희는 힐긋 웃으며 윤상을 바라보았다.

"못 믿으시는것같은데...한번 보여줄까요, 여보?"

"저야 좋죠."

윤상과 도희가 단상의 양 끝에 서자, 도희가 윤상에게, 그리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 믿죠?"

윤상은 고개를 끄덕였고, 도희는 윤상을 향해 가볍게 한방, 방귀를 쏘았다.

-뿌후우우우우우우웅~!!-

황금빛 안개가 꽃이 피어나듯 퍼지며 강당 안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삼각대에 얹혀진 카메라들은 흔들리다 자리를 찾았고, 도희는 웃으면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증명이 됐을거라고 생각해요."

도희의 은은한 냄새가 기자회견장을 채우자, 도희는 정식으로 히어로로써의 새로운 자신을 소개했다.

"여지껏 히어로네임이 없었지만, 정체를 드러낸만큼 진짜 이름은 있어야겠죠?

제 이름은 복향. 여러분을 구할 복방귀를 뀌는 유일무이 방귀대장 히어로랍니다!"

도희가 말하며 배에 손을 올리자, 한복 모양의 새로운 코스튬이 입혀지는 여파로, 주변에 온풍이 확 하고 퍼졌다. 바닥에 깔려있는 노란 안개가 걷히면서 강당에 한번 더 향기를 퍼트렸다. 복을 부르는 향기, 복향이라는 이름대로였다.

"그리고 여기 계신 두 분, 방귀쟁이 외계인이신 토마 씨와 마리 씨는... 아이들의 미소 이상으로, 모두의 미소를 위해 일하는 제 사이드킥이 되어주셨어요."

토마와 마리는 그 말을 듣고 일어나서는 웃으며 기자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인형탈을 벗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들에게도, 이 자리는 중요한 재데뷔였다.

"그럼 앞으로도...복향을 믿고 많이 사랑해주세요!"

...
도희의 이 인터뷰는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정체를 알지 못했던 미스터리한 히어로가, 인외 수준의 방귀를 뀌는 한복 차림의 미녀로 돌아왔다니. 초능력이 좀 깬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황금의 바람이 여지껏 쌓아온 활약상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도희, 유도희라고 했지."

검은 옷의 방귀쟁이 라이벌, 호시는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

"이번에야말로...네 행복을 빼앗아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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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는 사랑받고 있어
"자, 유도희씨 인터뷰, 테이크 포. 셋, 둘, 하나... 큐!"

슬레이트가 탁, 하고 쳐지며 카메라 앞에서 스르륵 물러나자 mc는 코스튬 차림의 도희에게 질문을 이어나갔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앞으로의 계획이라면...평소처럼 히어로 일을 하는거죠. 대신 얼굴을 드러내고, 이렇게 여러분 앞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어필하려구요. 그래야 저를 사랑해주는 분이 늘고...제 방귀에도 상처받지 않게 될테니까요."

한옥 모양 세트장 안의 두 소파에 앉아, 잔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카메라 뒤에서 지켜보는 윤상과 아랑, 그리고 토마와 마리는 소리없이 흡족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랑이 속삭였다.

"...이상한 냄새 나지 않아?"

"무슨...아, 확실ㅎ...커흡,윽..."

윤상이 냄새를 맡자마자 기침을 하며 휘청거렸다. 몇번이나 맡으며 익숙해진 아내 도희의 냄새가 아니었다. 살의가 담긴 독한 냄새가 은밀하게 퍼져나가고, 이내 실내 세트장의 모두가 머리를 부여잡고 기침하게 되었다.

"호시..!"

도희가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사태에도 미동도 없이, 캡모자를 눌러쓴 채 미소를 감추고 있는 스태프가 하나 보였다.

"...충전 끝, 이건 나한테 맡겨줘!"

스태프들 사이에 선 마리가 배를 문지르던걸 그만두더니 말했다. 후드티 자락을 걷어올리고, 허리를 숙이더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면...내 진심을 담은 향기로..! 흐읍!"

-뽀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분홍빛 긴 머리칼이 흩날리고, 치마자락이 펄럭이며 싱그러운 꽃같은 향기가 세트장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지독한 호시의 방귀냄새도 단박에 누그러뜨러질 정도의 아름다운 향취에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는 사람들을 향해 마리가 말했다.

"헤엑...다들 도망쳐..!"

토마는 마리를 부축해주면서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은 내가 지킬테니까, 호시는 너한테 맡길게, 도희야!"

"맡겨둬요, 지금의 복향이라면 자신있으니까요!"

아랑은 전화를 꺼내들어 히어로 협회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마리와 토마의 인도에 따라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전화를 마친 아랑이 뛰어나가자, 마지막으로 남은 윤상이 도희와 눈을 마주쳤다.

"여보, 화이팅!"

"응. 시원하게 해치우고 갈게요."

윤상은 은은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따라나섰고, 세트장 안에는 두명밖에 남지 않았다.

"호시, 맞지?"

캡모자를 눌러쓴 스태프는 모자를 벗으며 도희의 질문에 답했다.

"당연하지. 정체를 드러내준 덕에 잠입도 쉬웠다고."

스태프는 보랏빛 눈을 번득였고, 그 직후 위장이 스르륵 풀리며 검은 꼬리와 귀가 드러났다. 스컹크 수인, 호시의 본모습이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네 행복을 뺏으러 왔어. 네 남편도, 상사도, 사이드킥도... 지켜야할 사람들도 앗아줄게."

"..."

도희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시가 손가락을 튕기자, 수많은 괴인들이 호시의 뒤에서 나타나 도희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세트장 밖에서도 괴인들과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호시는 씨익 웃으면서 외쳤다.

"널 완전히 무너뜨리겠어, 유도희!"

도희는 묵묵히 괴인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호시의 웃음소리가 얕게 들리는 세트장 밖, 사람들을 이끌고 대피하던 토마와 마리, 아랑과 윤상은 호시가 풀어놓은 괴인떼를 마주하고야 말았다.

"...수가 좀 많네."

토마가 멋쩍게 정수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윤상이 물었다.

"괜찮겠어요, 토마 씨?"

"아하하...난 도희만큼 세게는 못 뀌어서, 얘네 전부를 혼자 상대하기엔 힘들지도 몰라. 거기에 마리도 아까 그 방귀를 정화하려고 있는 힘껏 방귀를 뀌느라 지쳐있고..."

토마가 말하며, 배를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랑 씨, 지원 불렀다며? 언제 온대?"

"속도엔 자신있는 오빠들이라 곧 오긴 할텐데..."

아랑이 대답하자 곧, 주변에 먹구름이 끼고 천둥이 치기 시작하며, 하늘에서 내려온 벼락이 쾅, 하고 괴인들 앞에 내려꽂혔다. 곧이어 구름을 타고 벼락이 내려친 자리 옆에 누군가가 내려왔고, 스파크와 구름이 걷히자 두 지원군의 모습이 드러났다.

"엄청 빠르네."

"설욕하고 싶어서 빨리 왔지, 만나서 반가워. 토마 씨."

토마의 말에 대답하곤 헤헤, 하고 웃으며 뒤를 돌아보는 스트릿 패션의 단신 히어로. 배트를 어께에 걸친 그의 옆에선 푸른 갑옷과 주황빛 고글의 청년이 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도 반가워, 망량 씨랑 금강 씨. 마스크 있지?"

"물론입니다. 지난번 적을 대비해서 히어로 전체가 구비해뒀죠."

"그럼 다들 마스크 쓰든, 코 막든 하고있어. 같이 싸우려면 좀 독할거거든."

"라져."

금강이 대답하자 아랑은 뒤에 서있는 스태프들을 바라보면서 제 코를 막아보였고, 스태프들과 사람들은 다같이 코를 막고는 토마와 두 히어로들을 바라보았다.

"한번에 가자고, 형."

"좋아."

번갯불이 파직거리고, 하늘에 거대한 네온사인 도깨비가나타나고, 천둥소리가 토마의 뱃속에서 울려왔다. 각자의 필살기들이 요란하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짓밟아버리자고. 이매,망량!"

"하늘을 밝혀라. 금강, 충천!"

"간만에 힘 좀 써볼까~!"

토마가 뒤돌아 괴인들에게 엉덩이를 겨누고 말하자, 일제히 세명은 필살기를 쏘았다.

"고스트 퀘이크-!!"

"라이트닝 광선-!!"

"흐으읍~!"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토마의 지독하고 강렬한 방귀가 괴인들을 일차로 휩쓸고 지나가자, 망량이 소환한 거대한 도깨비의 방망이가 땅을 내려찍어 수많은 괴인들을 짓뭉개버렸고, 마지막으로 금강의 에너지 광선이 남아있는 괴수들마저 없애버렸다. 사람들은 안도감에 웃으며 코를 막은 채로 히어로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토마는 씩 웃으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더니 말했다.

"히어로 되길 잘했어."

"그죠?"

코맹맹이 목소리의 아랑이 따봉을 올려주며 맞장구쳐주었다.

...
도희는 스튜디오 안의 괴인들에게 전진하면서, 다가오는 괴인들을 눈으로 훑어 살폈다.

"합-!"

도희는 맨 처음 다가오는 괴인에게 주먹을 날려 주춤거리게 하곤, 그대로 뒤돌아 엉덩이를 괴인의 배에 들이밀었다.

-뿌우욱!!!-

가볍게 뀐 방귀로 괴인이 날아가며 다른 여러 괴인들을 덮쳐 쓰러트리자마자 다른 괴인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희는 그 다음으로 다가온 녀석에게 빠르게 뒤로 돌며 팔꿈치로 몸을 가격하곤, 발차기로 밀어내 쓰러트렸다. 도희의 뒤를 노리는 녀석은 또 다시,

"흡!"

-뿌르릅!!-

방귀 한 방으로 저만치 날려버려 벽에 쳐박아버리기도 했다.

도희는 그렇게 전진했다. 세게 뀐 방귀는 한번도 없었지만, 무술과 잔방귀 몇번으로 괴인들의 숫자는 꽤 많이 줄어있었다.

"나머지는, 한번에...흐읍!!"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황금빛 안개의 꽃이 만개하며 스튜디오를 가득 채웠고, 괴인들은 이 충격으로 벽에 이리저리 부딛쳐대거나, 형체가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호시도 이 방귀를 그대로 맞고는 스튜디오 밖으로 날아가, 도로 한복판에서 주욱 미끄러지며 보도 울타리에 쳐박혔다. 아스팔트에 긁히느라 그녀의 바지는 엉망이 되었다.

"크윽...제법인데."

"이제 1대 1이야, 호시. 예전의 내가 아니란걸 보여줄게."

"으으윽...그래도 이기는건, 나야-!!"

호시는 잔뜩 찢어진 반바지를 손으로 잡아 벗어버리곤, 일어나서 도희에게 엉덩이를 겨눈 채 있는 힘껏 방귀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도희도 마찬가지로 제 장기로 응수했다.


"흐읏!"

"으흐으으읍...!!"

-뿌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뿌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르릅!!!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뤼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푸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

예전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악에 받친 채로 방귀를 내보내는 호시의 방귀와, 아예 미소까지 지으며 여유롭게 내보내는 도희의 방귀는 막상막하였다. 도로에 금이 가고, 호시가 부딛친 표지판은 이리저리 굽어 날아갔다. 거리 전체를 황금색과 보라색 안개가 채웠지만, 그들의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흡!"

"으으으으...흐으으으응!!"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부부북!!!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드드드드드드드드드더더더더더덕!!!!-

호시의 방귀를 점점 압도해가는 도희, 이윽고 황금빛 꽃봉오리는 보랏빛 폭풍을 덮어버리고, 찍어눌러버렸다. 도희는 여유만만한 웃음기를 가지고 배에 아주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으윽...으흐읍...으으윽...!"

-뿌뤼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리릭...!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푸스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윽....뿌후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으으윽...가스가...더는...!"

보랏빛 폭풍이 멎음과 동시에 호시는 저만치 날아가 땅바닥에 쳐박혀버렸고, 도희는 엉덩이를 홀가분하게 털면서 호시를 바라보았다.

"젠장...어떻게...나랑 동급이었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마음의 족쇄가 풀린것 뿐이야. 나는 너보다 한참 강해. 방귀도, 마음도."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호시가 간신히 일어나면서 말하다가, 저 멀리 상처입은 괴인에게 붙잡혀버린 사람 하나를 발견하고는, 자신 쪽으로 끌고와 무릎꿇리고 꽉 결박했다.

"자, 유도희..! 날 쏘면, 이 사람은 죽을거야. 널 사랑해줄 사람 따윈 없을테니까, 이 사람도 나와 날아가버릴거라고!"

공포에 질린 인질과 눈이 마주친 도희는 그를 바라보면서 찬찬히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돼요?"

"도균...이도균이요..."

"도균 씨, 나 믿죠?"

도균이라고 답한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닥쳐, 저 여자는 사랑받을 자격따윈 없어!"

"글쎄, 내가 괜히 재데뷔를 했겠어?"

도희는 여유롭게 웃으며 인질을 끌어안은 호시에게 엉덩이를 겨누었다.

"지켜야할 사람들에게 내 방귀는 복이고, 해치워야할 악당들에게 내 방귀는 천둥번개지. 그걸 지금, 너한테 보여줄게. 호시."

"이이익...!"

"제 필살기지만, 전혀 안 아플거에요, 도균 씨. 쏩니다?"

도균이 고개를 끄덕이는걸 확인하자, 도희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시원하게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갑니다! 뿌우웅~!"

-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우우우웅!!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릅!! 뿌우우웅!! 뿌우우우우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

시원시원하게 온 거리와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여버린 이 방귀에, 도균은 아무런 위해도 받지 않았다. 이 폭풍에 휘말려서 거리에 남은 모든 괴인과 호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말았다. 은은하게 구릿한 내음이 마을을 다 채우자, 도균은 긴장을 풀고 털썩 주저앉았다. 도희는 뒤를 돌아 환하게 웃으며 도균에게 엄지를 올려주었고, 도균도 따봉으로 화답했다. 승리를 만끽하며, 사라진 라이벌에게 도희가 중얼거렸다.

"봤지? 난 사랑받고 있어."

...
"여보, 얼마나 남았어요?"

사후처리팀의 밴에 앉아서, 옆자리의 도희에게 묻는 윤상.

"글쎄요, 아침으로 먹은 시리얼만큼?"

웃으면서 농담기있게 대답하는 도희에게 윤상이 살며시 물었다.

"아껴놨다가...저 줄래요, 여보?"

"후후, 좋아요. 아예 야식도 먹고 잔뜩 뀔까요?"

"좋은데요? 뭐 먹을래요?"

"지난번에 못먹은 위스키 어때요? 밖에서 맘껏 뀌면 바가 무너질지도 모르니까...위스키 한 병에 콜라까지 사서, 치킨 시켜서 하이볼 왕창 먹는걸로."

"완전 콜이에요."

두 부부는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잡담을 나누다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랑해요."

"저두요."

두 부부가 입을 맞추자, 황금빛 안개가 조금씩 밴 안에 퍼지며 그 은은한 향기로 사랑을 축복해주었다. 복을 가져오는 향기, 이름 그대로 그녀의 방귀는 모두와 윤상에게 큰 복이 되어주었고... 도희는 그렇게,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