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XXX년, 인류는 완전한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수백억 이상으로 늘어난 인구 수는 전세계적인 기초 사회 시스템의 눈부신 발달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느새 전 세계의 인구밀도는 비상식적인 수준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동시에, 당연하면 당연하게도 인류의 자원은 서서히 고갈되어가고 있었다.


장밋빛 미래로 점철된 것 같았던 미래는 서서히 검은 색으로 얼룩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 불안감을 느낄 때 즈음, 자원 탐사를 위해 지구 바깥으로 나갔던 인력들이 복귀하기에 이른다.


모두의 귀추가 그들에게 몰린 가운데, 그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처음 보는 하나의 '씨앗' 을 꺼내보이며, 이것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플래튜랄리스]


이와 같은 이름으로 명명된, 현대 생물학 계통으로 분류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이 씨앗은 지구로부터 한참 먼 곳에 떨어진 '사지타리우스-에이 스타' 자리 부근에서 발견된, 기존의 망원경으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소형 특이 천체에서 채취해 온 식물형 개체의 일종으로, 문자 그대로 '인류의 꿈' 에 가까운 식량 자원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현생 인류가 개발한 그 어떤 종류의 곡물, 과수, 채소, 기타 작물들보다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단위면적당 식량 생산률을 보이며, 이를 어떤 국가의 어떤 극한 환경에 적용시켜도 아주 가볍게 '식량자급률 지수' 를 10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또한,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류의 비타민, 단백질, 각종 영양소가 고루 분배되어, 마치 오로지 인간과 그 가축들을 먹이기 위해 존재하게 된 식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뛰어난 영양 밸런스를 갖춤과 동시에, 같은 땅에서 여러 번 재배해도 땅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 휴년기 자체가 필요없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지닌 작물이라는 점 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맛 자체도 굉장히 준수하지만, 현생 인류가 개발한 그 어떤 종류의 요리법에 부재료로 사용해도 감칠맛을 확 끌어올리고 풍미를 더해주는, 천혜의 식품첨가물의 모습도 관측되었고, 특히 어린아이, 산모, 환자 등 대량의 영양소를 필요로 하면서도 아무거나 섭취해서는 안되는 이들에게서도 99.9888% 이상의 복용자가 부작용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극히 일부의 부작용마저도 추후 '지나친 과식으로 인한 더부룩함' 으로 밝혀짐으로써 어떠한 인류에게도 알러지를 비롯한 자가면역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 작물을 가져온 연구진은 이 작물의 대단함은 단순히 식량 자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에너지 연료 자원' 으로써도 그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혜의 물질이라는 사실 또한 발표했다. 특수한 공정을 거친 기체 형태의 플래튜랄리스는, 우라늄, 플루토늄 등의 핵에너지보다도 훨씬 높은 발전 효율, 각종 설비 및 관리 차원에서 오염물이 조금이나마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와 다르게 100% 재사용이 가능한 극강의 재처리 효율을 보였으며, 동시에 핵분열 원자로, 핵반응 원자로, 화력 발전소 등 어느 시설에서든 활용할 수 있어, 추가적인 시설 자체가 아예 필요하지 않아, '기적의 구현', '신의 물질' 이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환경만 맞는다면 빠르게 생장하기로 유명한 대나무 이상의 생장속도를 보이며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 발표를 바탕으로 해당 물질의 가치를 추정한 한 연구진은, 플래튜랄리스 1톤의 가치가 약 40억 달러. 한화 약 5조 2천억에 이른다고 평가를 했으니 말이다.


여지껏, 이런 물질은 고사하고 이런 것에 '근접한' 것조차 없었으며, 아무리 인류의 기술력이 올라가도 식량과 에너지원을 동시에 만족하는 초고효율의 재사용이 100% 가능한 친환경 물질을 만드는 것은 좀처럼 요원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 작물에 열광했다. 식량 자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특히 사막이나 극지 등 극한의 험지에서의 영양 배급에 활로가 트이자 모두가 이 작물이 널리 퍼져나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 너무나도 무궁무진한, 두려울 정도로 잠재력이 높은 작물이 어떠한 파란을 불러올 지 몰랐기에, 세계 각국의 주축들은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초법적인 국제 기구이자 국제 연합 산하 기관, NECMP-(Neo Energy Control and Management Program)를 만들기로 협의를 보았고, 모든 종류의 육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도달불능점 중 하나에 아주 거대한 인공 섬과 인공 도시를 만들기에 이른다. 그리고, 마침내, 전 세계의 모든 희망과 꿈, 그리고 미래가 담긴, 그린란드만큼 거대한 인공 섬 위에, 그 섬을 모두 덮을 만큼 거대한 인공 도시가 세워졌고, 그 도시 중앙에 NECMP의 본부가 세워지기에 이르렀고, 모두들 앞다투어 그 소식을 전했다.


모든 인류의 꿈과 희망을 다음 '파토스 섬' 이, 마침내 완성되었노라고.


그리고, 전 세계는, 특히 파토스 섬은 이 지구 최후의 희망으로 남은 플래튜랄리스라는 물질을 발판삼아 매우 빠르게 발전해나갔다. 그리고,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특기할만한 점은, 인공 섬이라는 특징에 맞춰 광활하고 평평한 대지 위를 미친듯이 달리고 질주하는 일종의 '레이싱' 이라는 장르가 국민적인 오락거리로 떠오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그걸 제외하면 다른 대도시와 대동소이하게...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해가며, 하나의 국가를 넘어 중앙정부의 통제를 따르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형 국가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해나갔다. 덩달아 인접한 대륙 전체가 부유해졌으며, 차고 흐르는 낙수효과로 인해 모든 대륙이 크게 번영하며 다시 한 번 인류는 전성기를 맞이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범죄 또한 늘어난다고 했던가, 도저히 범죄가 없을 것만 같았던 이 유토피아에도 범죄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파토스 섬에는 애초에 어떠한 무기도 반입이 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총기류든, 도검류든... 모두 출입국 심사대에서 걸러지며, 설령 밀반입에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도처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통해 즉각적으로 제압당하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였다.


그렇기에, 범죄자들은 '무기' 를 들여오지 않았다. 대신, 섬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물품'을 무기로 개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교통 수단, 특히 자동차 그 자체를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무기를 부착하는 것도 아니고, 미친듯이 난폭운전을 하며 교통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섬은 속수무책으로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갔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요, 정부조차도 손을 쓰기 힘들었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어지간한 군경의 총탄은 모두 튕겨내는 수준의 방탄 장갑과 타이어를 갖춘데다가, 더욱 끔찍한 것은 '인공지능 자율 주행' 형태로 난폭운전을 했다는 것이다. 인접 대륙에서 대형 화기를 빌려와도 문제는 여전했는데, 마치 그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그 인공지능 차량들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심만을 골라서 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에 공격을 하기 위해 폭격이라도 하는 순간, 대도심에 폭격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었다.


어찌어찌 테러 행위를 일삼는 자동차를 파괴해도, 마치 그들을 가지고 놀기라도 하는 듯 도심의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테러 신고가 들어오며, 손쓸 새도 없이 섬은 그것들에 의해 유린되어갔다. 사람들은, 이 공포스러운 인공지능 테러리스트에게 UAAV, 'Undefined Aggressive Auto-drive Vehicle (미식별 공격적 자율주행 차량)'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골머리를 앓던 NECMP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가지 방책을 내놓았다.

'내로라하는 드라이버들이 직접 특수제작된 차량을 운전하며 UAAV들을 무력화시킨다'

얼핏 보면 얼토당토않은 의견이지만, 사실상 무기 자체의 반입이 완전 금지된, 치안유지용 소형 화기밖에 존재하지 않는 파토스 섬 한정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특수한 장갑, 그리고 충격 흡수 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탑승한 베테랑 드라이버가, 시민들을 덮치려던 UAAV를 단단한 벽에 쳐박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어느 정도 직감한 NECMP는, 전 세계적으로 명망있는 드라이버, 정비공 등을 모집하기 시작하고, 특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UAAV를 만드는 것은 누구이며, 배후에서 이 모든 것을 조작하는 이는 누구인가' 를 밝혀내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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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의 익히 알려진 내용 중에서, 딱 한 가지... 알려지지 않은 것이 있다.]


20대 초반 정도로, 아직 풋내를 다 벗지 못한 소년은 펜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문장의 뒤에 방점을 몇 개 찍고는 말했다.

"...이런 내용까지 일기에 적어야 하나...? ...하긴 뭐, 나만 볼건데."

(사각... 사각사각...)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소리가 방 안에 조용히 울렸다. 그러던 중, 소년이 있는 방의 문이 열리며, 한 단발머리 소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조금 부풀어오른 배를 매만지며 고개만 빼꼼 들이밀고는 소년을 찾았다.

(부스럭... 끼익...)

"...유현아, 지금 시간 괜찮아?"

"어? 나린아? 왜?"

"그야 뭐... 일단, 시간 괜찮아?"

"어. 괜찮지."

"그래? 그럼... 나 연료 생산하는거... 도와줄래?"

"물론이지. ...그런데 참, 아직도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말하는..."

"...지도 괜히 쪽팔려서 말 다 못하면서..."

"...반박은 못하겠네. 그럼, 여기서 할까? 아니면..."

"여기가 제일 편하니까. ...여기서 하게."

소녀는 부끄러운 듯 

"...젖었네. 혹시 뭐 기대라도 하고 있었어?"

"...뭐어?! 땀 차서 그런거거든?! 무슨 개소리야!"

"오늘 가을날씨 아닌가?"

"시끄러! 그... 그리고! 너랑 이런 짓 한다고 해서 딱히 남자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아 예~ 예~ 어련하시겠어요. 하긴, 너같은 녀석이 나같은 애가 눈에 들어올 리 없겠지?"

"...말을 그렇게 할 것 까진 없잖아? 니가 뭐 어때서?"

"...흐음...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시... 시끄러워. 부끄러우니까..."

뿟스슷... 부푸푸스스스스스슷...

"...윽... 빨리 끝내애... 가스 더부룩하다고..."

"알았어. ...너무 보채지 마라고."

"자...자연스럽게 어깨에 손 얹지 마."

"...미안."

"...내리라고 한 적 없어."

"...진짜 알기 쉬우면서도 어렵다니까. 너는."

"...몰라. 등신아."

(끼익... 덜컹-)


바지춤을 풀며, 유현이라는 청년은 나린이라는 여인과 함께 침실로 향했다. 유현이 떠나기 전, 일기에 마지막으로 적은 내용은, 이와 같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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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튜랄리스를 연료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만큼은, 해당 기관을 비롯한 단체에서 극비에 감추는 이유가 있다. 어떠한 공정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 이유는, 실제로 기계적 설비가 아니라 '인간의 몸', 특히 '여성의 소화기관' 을 이용해서 연료 형태로 만드는 것이고, 그 연료 형태는 반드시 '기체' 가 되어 나타난다.


기체가 되는 과정은, 소화 기관에서 일어나는 소화 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로 인해... 이를 섭취한 여성들은 매우 'Gassy' 한 상태가 된다. (실제 학술지에서 사용하던 표현이었다.) 그리고, 그 몸 속 가득 들어찬 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수단은...


친밀감을 형성한 이성 파트너의 '도움' 을 받아야 한다는 듯 하고, 또한... 이를 위해 각종 피임도구가 보급된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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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에 했던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기반 설정인데 이걸로 연작쓰면 봄? (사실언제쓸지아무도모름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