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청 멜빵 바지는 그녀의 귀여운 매력을 한층 더해주었다.

가벼운 화장을 마친 그녀는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같은 과 친구들과 시내에 있는 유명한 이자카야에 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녀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지연은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연아, 여기야!" 


영미가 크게 소리쳤다. 

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함께 버스에 올라탄 그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자카야로 향했다. 


"요즘 수업 어때? 들을만해?" 


수진이 물었다. 


"응, 그럭저럭 잘 따라가고 있어. 근데 새로 바뀐 교수님이 너무 깐깐해서 힘들어."


지연이 툴툴거렸다. 


"맞아맞아, 과제량도 어마어마하던데." 


영미가 거들었다.


그러다 영미가 갑자기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요즘 너네 연애 사업은 어떻게 되가니~?" 


지연과 수진은 살짝 볼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 


"에이, 너나 잘하셔!" 


수진이 영미를 가볍게 밀며 말했다.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고, 저녁노을이 버스 안을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이내 목적지에 도착한 지연과 친구들은 버스에서 내려 이자카야로 향했다.


"와, 벌써 좋은 냄새가 나는데?" 


영미가 코를 살짝 씰룩거리며 말했다.


"맞아, 배고파 죽겠어. 얼른 들어가자!" 


지연이 친구들의 팔짱을 끼며 힘차게 말했다.


그들은 조잘조잘 이야기를 이어가며 이자카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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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던 지연과 친구들은 어느새 술잔이 몇 번이고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반복했다. 

맛있는 안주에 술을 곁들이며 웃음꽃을 피우던 그들에게 현실로 돌아올 것을 알리는 듯, 영미의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기숙사 통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였다. 

셋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나가 버스를 타지 않으면 기숙사에 제때 도착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계산대 앞에서 지연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는 동안, 영미와 수진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지연에게 말했다. 


"우리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금방 올 테니까 먼저 계산 좀 해줄 수 있어?" 


지연은 살짝 망설이다 자신은 그리 마렵지 않다는 걸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 다녀와. 내가 계산할 테니까 오래 걸리지 마!" 


친구들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지연은 카운터로 다가가 계산을 시작했다.


영미와 수진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셋은 재빨리 이자카야를 나섰다. 

살랑살랑 부는 밤바람에 술기운이 달아나는 듯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귀에 익숙한 버스 엔진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꼭 잡은 채 옆 골목길로 꺾어 들어가자, 눈앞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셋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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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연은 갑작스럽게 아랫배의 불편함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마렵지 않았던 오줌이 이제는 터질듯 급해졌다. 


'아, 내가 아까 영미랑 수진이랑 같이 화장실에 갔더라면...'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어버린 터였다. 

지연은 안절부절못하며 다리를 꼰 채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영미와 수진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옆에서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지연의 침묵이 점점 길어지자, 영미가 문득 고개를 돌려 지연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달리 말 수가 현저히 줄어든 지연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낀 영미가 물었다. 


"지연아, 왜 그래? 갑자기 조용해졌네." 


그제야 눈치 챈 수진도 지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아... 너무 오줌이 마려워서 그래. 나도 아까 나오기 전에 갈껄 그랬나봐."


수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떡하지? 이제 막 출발해서 내릴려면 30분은 걸릴 텐데... 참을 수 있겠어?" 


지연은 괜히 친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30분 정도야 당연히 참을 수 있지! 걱정 마, 괜찮아." 


하지만 지연의 속마음은 그리 평온하지 못했다. 

방광이 터질 듯 아파오는 상황에서 과연 30분이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중간에 버스에서 내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가는 영미와 수진이 마저 기숙사에 제때 들어가지 못하게 될 터였다. 

결국, 지연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오직 하나, 꾹 참고 버스에 앉아있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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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달리는 동안, 지연의 요의는 점점 더 급해져만 갔다. 

처음에는 그저 불편함 정도였던 요의가 이제는 온 신경을 잡아먹을 지경에 이르렀다. 

초조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나 가늠해 보지만, 도로 위의 차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었다.


"아씨... 오줌 마려워… 이러다 싸겠어.." 


지연이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화장실이 급했던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중학교 때 명절에 고속도로 정체를 겪으며 간신히 참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의 절박함이 지금의 상황과 오버랩되며 지연을 더욱 힘들게 했다.


옆자리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수진과 영미의 얼굴에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다리를 꼰 채 자세를 뒤틀며 허벅지를 꼬집어대는 지연을 보니, 친구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지연아...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거 같은데... 조금만 더 참아봐." 


수진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 거야. 힘내!" 


영미도 지연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하지만 달리는 버스 안에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진과 영미는 지연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버스가 빨리 도착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으으... 제발 빨리 도착했으면..." 


지연은 이제 거의 울먹이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기도도 소용없이, 요의의 파도가 무자비하게 그녀를 덮쳤다.

지연은 몸을 부르르 떨며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하읏…흐으…”


절박함이 극에 달한 나머지 방광이 저절로 수축해버린 것이다. 

한 줄기의 오줌이 속옷을 적시며 흘러나왔다.

속옷이 젖어드는 감각에 지연은 필사적으로 손으로 잡아 눌렀고, 간신히 더 이상의 누출은 막아냈다. 


'다행히 겉으로는 티가 안 나는 것 같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한계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버스 안에서 못 참고 싸겠어..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해!'


"애들아..." 


지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미안한데... 나 여기서 내려서 화장실 가야 할 것 같아..."


눈물을 글썽이는 지연을 보며 영미와 수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어. 그게 최선이겠다."


"맞아... 바지에 실수하는 것 보단 백 배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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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거장에 버스가 멈추자, 영미와 수진은 재빨리 지연을 부축해 조심스레 버스에서 내렸다. 

영미가 지연의 양 어깨를 꼭 잡아주었고, 수진은 그들의 앞에서 빠른 걸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간절히 화장실만을 찾을 뿐, 세 친구에겐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흐읏... 근처에 화장실 어디 없나?" 


지연이 절박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깐만, 내가 주변을 좀 더 찾아볼게." 


영미가 앞장서서 이리저리 주위를 살폈다.

수진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편의점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셋은 필사적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늦은 시간인 탓에 대부분의 상점은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지연의 절박함은 더해져만 갔고, 그녀는 이를 악물며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저기! 저기에 카페가 있는 거 같아!" 


그때 영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지연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정말? 어디어디?"


"바로 저기 앞에 있어. 불도 켜져 있고!"


"어머 이 시간에 열려 있는 카페라니, 너무 다행이다..." 


수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지연에게 기쁨도 잠시, 이미 한계에 도달한 방광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방울방울 오줌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속옷이 점점 더 젖어갔지만, 지금의 지연에게 그런 사소한 문제는 중요치 않았다.


"하아.. 빨리... 화장실..." 


지연은 카페 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화장실에 가서 해방감을 맛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카페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간 셋은 곧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숨을 헐떡이며 지연이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실례합니다. 화장실 좀 빌려주시겠어요? 정말 급해서요..."


점원은 다리를 꼭 잡고 절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연의 모습을 보더니, 즉시 상황을 이해한 듯 화장실 열쇠를 건네주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화장실은 카페 밖으로 나가셔서 계단을 올라가시면 바로 있어요."


열쇠를 받아든 지연은 점원에게 감사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한 채 재빠르게 카페를 빠져나갔다. 


'흐읏... 조금만  더 버텨줘...' 


계단을 향해 달려가는 지연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제발... 조금만 더 가면 돼. 화장실만 가면 끝이야.'


입술을 꽉 깨문 채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속으로 되뇌었다.


'하아.. 빨리... 제발...'


초조함에 휩싸인 나머지 열쇠를 꽂는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지연은 이를 악물고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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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은 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쾅 닫고 잠금장치를 돌렸다.


'드디어... 이제 곧이야...' 


그녀는 안도감에 휩싸여 중얼거렸다.

변기를 향해 다가서며, 지연은 떨리는 손으로 멜빵 바지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어? 잠깐... 왜 안 풀리지?"


단추가 꽉 껴서 쉽사리 풀리지 않자, 지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 왜 하필 오늘 이 벗기 어려운 바지를 입고 나온 거야!' 


속으로 자신을 저주하며, 그녀는 다시금 단추에 도전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할수록 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차분하게 했다면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멜빵 단추가, 지연의 떨리는 손가락을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제발... 제발 좀..."


지연이 멜빵 단추와 사투를 벌이던 그 순간, 그녀의 방광은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는 듯 항복을 선언했다. 

화장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긴장이 풀려 조금씩 새어 나오던 오줌이, 

마침내 결계를 무너뜨리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쉬이이이이이


'..........아... 안 돼...'


숨을 헐떡이던 지연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마치 생각이 멈춘 것처럼 그녀의 몸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따뜻한 오줌이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자, 연한 색의 청바지 멜빵 바지가 순식간에 짙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바지 앞면에서 뒷면까지, 오줌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연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오줌은 이내 바닥에 고였고, 그녀의 하얀 운동화마저 젖어들기 시작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멜빵 바지를 붙잡은 손에 힘이 풀리고, 그녀는 천천히 주저앉기 시작했다. 

질척해진 청바지가 피부에 달라붙는 불쾌한 감각에 지연은 얼굴을 찌푸렸다.


'스물 두 살이나 먹고 바지에 오줌이라니...'


스스로도 멈출 수 없는 오줌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고, 지연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지연은 잠시 멍하니 벽에 기대어, 방광이 비워지는 해방감에 젖어들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오줌도 서서히 그 세기가 약해지더니 이내 멎고 말았다.


'하... 그래도 다 싸긴 했네...'


씁쓸한 마음으로 중얼거린 지연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멜빵 단추에 손을 뻗었다. 

급했던 마음이 가라앉자, 이번에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뭐야... 이렇게 쉽게 풀리는 거였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손 안에 들린 멜빵을 바라보던 지연의 얼굴에 이내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텐데... 정말 어이없어.'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후회한들 젖은 옷이 마를 리 없었다. 

지연의 시선은 곧장 젖어 있는 멜빵 바지에 꽂혔다. 

축 늘어진 바지는 물에 젖어 유독 진한 색으로 보였다.


“하… 이 꼴로 어떻게 나가지…”


지연은 변기에 힘이 풀려 스르륵 주저 앉았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멜빵 바지를 절망적으로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맺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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