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Prologue <프롤로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암흑마계편]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명록마계편] <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 편] <3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기슭> 편] <4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깊은 곳> 편] <5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산악지대 <산 속 마을> 편] <6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마을 <도심지(2)> 편] <7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上] <8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콜로세움 - 下] <9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Ⅰ] <10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Ⅱ] <1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던전 - Ⅲ] <12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사막 도시] <13편>


-----외전-----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헬하운드와 함께 여행을] <외전 1편>

세상을 물들인 유황빛 왜곡 - [수인 노예 기록일지 <치료> ] <외전 2편-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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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갈리는 마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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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사이를 거침없이 나아가는 메카니르. 이내 그의 눈 앞에, 멀리서 봤을 때 보다 제법 커 보이는 사막 유적의 입구와 '피라미드' 라는 이름의 사각뿔 건축물이 나타났다.


"...상태가 좋지 않아... 생각보다도 더 좋지 않아..."


메카니르는, 공기 중에 자욱한 악취, 그리고 '상당히 짙게 퍼져버린 분진 형태의 녹색 이물' 로 인해 빛까지 녹색으로 일부 편광이 이루어질 정도가 된 환경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으면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에티오트레아] 라고 적힌 안내판 형태의 구조물에 소복히 내려앉은 녹색 먼지를 털어내며 한숨짓는 메카니르. 머지않아, 바실리스크 마물 '코라' 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신속히 달려... 아니, 기어왔다.


"하아... 하아... 정말... 같이 가자니까요..."


"미안하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잠깐 손을 줘보게."


(지지지직- 파직!)


메카니르는 다급히 권능을 끌어모아 코라의 몸에 방진형 보호막을 씌웠고, 오묘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낀 그녀는 놀란 토끼눈(물론 가면을 써서 보이진 않는다)을 하고 메카니르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이물로부터 자네가 다시 중독되는 것을 막아줄 가호라고 하면 되겠군."


"...과연... 처음 경험해보는 고양감, 그리고 용기... 힘이 느껴집니다."


"다행이로군. ...그래. 여기가 모든 일의 근원이었어. 아무래도 이 유적 전체를 정화해야겠으니... 자네가 나의 길앞잡이가 되어주게."


"...알겠습니다. 에티오트레아 유적의 모든 곳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메카니르 씨."


비장한 얼굴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메카니르의 앞에 서며 유적으로 들어서는 코라. 무어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장엄함이 느껴지는 곳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서는 메카니르였다.




(뚜벅- 뚜벅-)


매 걸음마다, 신발 밑창이 사암을 때리는 소리가 유적 내부에 크게 울렸다. 조금은 그 소리가 신경 쓰인 것일까, 코라는 먼저 메카니르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은 을씨년스럽지 않나요? 공허하게 울리는 소리가..."


"이래야 유적 아니겠나. 신경쓰지 말게. ...지금은 그것보다도..."


"...욱..."


"...흠. 상당히 역한 냄새가 풍기는군."


"...저도 좀 바깥바람을 쐬서 그런가... 냄새가 역하게 느껴지는군요."


...그들의 말마따나, 유적의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로부터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지독한 악취가 밀려나오고 있었다.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막의 암살자, 길타블리르 여인, 티모르가 제대로 숨도 못쉬며 구토를 한 것이 이해가 가는 악취였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건...


"...근원지는 보이지도 않고, 입구에 다다랐을 뿐인데 이 정도의 악취라니...?"


"...심각하죠. 어서... 가야 해요. ...읏... 냄새를 맡으니 배가 좀 아파오는 기분인데..."


"일단 내 앞에선 안 참아도 상관없네."


"지독...하지 않나요?"


"...자네보다 몇 배는 더 지독한 악취를 내뿜는 여인이 내 아내... 아니, 아직 아내는 아닌가. 음, 이걸 뭐라고 해야..."


"...그 느낌 잘 알죠. 메카니르 씨. 풋... 아, 어서 들어가죠."


"...그러지."




(뚜벅...)


"...허. 이게 무슨?"


"...처음 오시는 분들은 거의 모두가 놀라시곤 하죠."


메카니르는, 순간 자신이 무언가 잘못된 왜곡으로 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마주한 것은...


"...바깥에서 본 크기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의 공간은 존재할 수 없는데 말이지."


"맞아요. 하지만 반발성을 지닌,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두 개의 고대의 힘이 담긴 마나의 근원이 충돌하는 장소라서 말이죠..."


그 말을 하며 앞으로 나서는 코라. 서서히 바스라지는 사암 바닥으로 몸을 움직이던 그는, 코라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 같은 감각이 들어 바닥을 내려다보자, 실제로 바닥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물론, 둘이 실제로 날아오른 것이 아니라, 바닥이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메카니르와 코라의 몸을 붕 뜨게 한 것이었지만.


"꽤 어이없는 감각이군. 유적 속에 이런 환경이..."


"어찌 보면 천혜의 환경인 셈이죠."


'...과연, 공간의 불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아이러니하게도 '장소' 라는 틀에 얽매여 안정한 외피를 얻게 되었군. 우연의 산물과도 같은 지형이야. ...그래. 에르가페가 먹었던 아이스크림 튀김이 이런 모순적인 느낌이었지. ...나도 이런 환경을 더 만들어볼까? 재밌는걸.'


잡다한 생각을 하던 사이, 메카니르는 어느새 천장에 '붙은' 형태의 문 앞으로 다가서게 되었다.


"...벽도 바닥도 아닌 천장에 붙은 문이라. 그마저도 어떠한 형태의 접근 방식도 없는 것 같았던 문이라니."


"신박한 개념인가요?"


"흠, 딱히 상상을 해본 케이스는 아니니 말이지. ...대체 왜 이런 형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아주 흥미롭군."


가까이서 본 문은, 메카니르의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솔직히, 신기할 정도였다. 신이 한낱 피조물의 유적을 보고 감탄하다니, 그 스스로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의아함이 들고 있었지만, 분명 사실이었다.


"들어가면 되나?"


"...네. 다만, 들어가면..."


(뿌우우우웃부푸룩! 뿌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음? 뭔가, 이 요란한 소리는..."


"...이 문을 지키면서, 도전자... 그리고 방문객들을 문제로 가로막는 첫 번째 수호자가 있거든요."


"그 수호자도 상태가 말이 아니겠군. 서둘러 보러 가지.




(쿠우우우우웅- 기기기기긱...)


문은 기괴한 굉음을 일으키며, 마치 하늘이 열리는 것 처럼 서서히 열려나갔고, 동시에 그 열린 문틈 사이로 마나의 흐름을 일으켜 메카니르와 코라를 문 안쪽... 아니, 위쪽 공간으로 빠르게 끌어당겼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는군. 여긴 마치..."


"서실, 대학자의 연구실... 이런 느낌이 들죠? 그야 그럴 것이... 여기를 관리하는 마물은..."


(뿌우우우우우우으으으윽-! 뿌푸푸푸푸루루루루루드드드드드득!)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굉음과도 같은 소리. 어디서 나는 소리인가? 싶었던 메카니르는 주위로 고개를 돌려보았고, 이내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흠,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했더니, 저기인가?"


"...맞을 거에요. 제가 불러보죠."


그리고, 코라는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이 커다란 방 한 가운데에 두둥실 떠올라있는 굳게 닫힌 방을 향해 큰 소리를 질렀다.


"스피카! 잠깐 나와봐!"


(끼이이익... 덜컹-!)


문이 거칠게 벌컥 열리며, 살짝 볼록하게 부푼 배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쾌락에 물들다못해 격한 쾌락에 지쳐버린 표정을 한 처음 보는 형태의 고양이 마물이 그 안에서 나왔다.


"...그렇게 소리지를 필요는 없다냐... 다 듣고있는것이다냐..."


"...여전히 상태가 말이 아니네."


"...그래도 잔뜩 뀌고 나서 좀 나아진거다냐. 자고 일어났을때는 그냥 이만~큼 부풀어있었는데, 어떻냥, 훨씬 나아보이지 않냥?"


"...그건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아, 잠깐 실례 좀..."


뿌우으으아아아아악!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푸푸웃!


"...실례 좀 하겠다냐~ 냐흐읏... 하앙..."


"...죄송해요. 메카니르 씨. 다들 상태가..."


"이럴 줄 알고 있었으니 상관은 없다네. 상태가 다들 영 좋지 않아보이는게 더 신경쓰이는군."


"...제게 씌워주셨던 보호막을..."


"가능하다네."


(팡- 파지직...)


"냣?! ...파란 실타래같은게 주위를 떠돌아다닌다냥!"


"...자네의 장내 불안을 재워줄 보호막이라네."


"...그런 게 가능한거였냥? 이상하다냥... 분명 현대 마도학 원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의미불명의 중독증세라 나도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냥... 무슨 원리의 응용인거냥? 뭔가... 보호막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과 구조가 익숙한 듯 낯설다냥. 레글리니-슈나이저 마나쌍생성 이론이랑 글렌스티드 추측에 기반한 값들을 복소평면으로 옮긴 것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 마나분포와 비슷한 것 같은데냥..."


"어느 정도 비슷하지만 독자적인 이론이라네. 마공학과 마도학뿐만 아니라 일종의 연금술 관련 지식도 필요할걸세."


"다시 보니 연금술적인 지식도 활용한 것이 보인다냥! 신기하다냥! 이 정도 지식이면 대학자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데..."


"...나 지금 좀 어지러운데, 먼저 저기 가 있어도 될까?"


코라는 지끈거린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고, '스피카' 라는 이름의 마물은 코라를 냉큼 끌어안고 혓바닥으로 잔뜩 그루밍을 해주며 메카니르에게 말을 연이어 건넸다.


"냐하하! 코라가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수리논리적 지식 쪽에는 약하다냥. 내가 연금술 쪽에 약한 것처럼 다들 약점이 있는 거 아니겠냥? 그건 그렇고 누구냥? ...설마 코라의 남자친구?!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ㅁ...무례하긴! 저 분 유부남이야!"


"냐냣?! 더 놀랍다냥! 완전 만능인 사람 아니냥?! 마물처럼 보이진 않는데냥..."


"...설명하자면 좀 길다네. 내 소개는 잠시 뒤로 미루고,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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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니르는 스피카라는 고양이 마물에게,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이유로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한 마지막으로, 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음냥... 그런 일이 있었던거냥... 어떻게 보면 인근 도시라도 안정화 궤도에 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냥."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 코라가 길잡이가 되어주고는 있다만..."


"...으흠. 그래도 규칙은 규칙이다냥. 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내가 내는 문제를 맞혀야 할 것이다냥."


"...문제?"


"다섯 문제를 낼 것이다냥!"


"...좀 바쁜데. 세 문제 정도로 압축 안되나?"


"...이 스피카 님이 통 크게 봐주겠다냥! 그럼 세 문제!"


"...메카니르 씨, 그냥 문제 자체를 안 풀고 넘어가는 것도 방법 아닐..."


"샤아아아악!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핑크스의 관문을 무시하지 말라냥! 코라!"


"...하아아..."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 스피카는, 메카니르를 내려다보며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장난기 넘치는 그녀의 표정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즐겁게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표정이었다.


"...첫 번째 문제! 코라도 맞춰보라냥! 상식을 부수는 문제니 말이다냥!"


"...여기서까지 네 장단 맞춰주..."


"너무 그러지 말게. 코라. 좀 쉬어갈 필요도 있지 않겠나?"


"...그런가요."


"...첫 번째 문제, 간다냥! ...자, 사람이 키우는 돌이 무엇일까~냥?"


"...사람이 키우는 돌? 골렘이겠네. 마물이니까!"


"땡!"


"...그럼 노움? 도롬?"


"아니다냥!"


"...설마 오토마톤? 금속도 돌로 놓는건 아니지?"


"냐핫! 아니다냥! 상식을 깰 필요가 있는거다냥!"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정답. 반려암."


"딩동댕~! 아주 똑똑한 인간이다냥!"


"...에에엥?!"


"반려, 암. 왜, 문제 있나, 코라?"


"...그...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


어이가 없는 상황에 가면이 덜덜 떨릴 정도로 당황하던 코라. 그리고 그저 태연한 메카니르. 한편, 스피카는 싱글싱글 웃으며 코라의 뒤로 다가선 뒤, 코라의 정수리에 자신의 탱탱한 엉덩이를 꾹 누르듯이 가져다대며, 웃음기 가득한 소리로 말했다.


"냐핫! 틀린 녀석에게 내려지는 벌칙은 알고있지냥?"


"...무...뭐?! 이런 문제가 어딨어!"


"오늘은 넌센스 퀴즈가 마려운 날~ 그리고...!"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롸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푸프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아아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구...구려...! 콜록... 냄새...! 욱...!"


"냐하하핫! 방귀도 마려운 날~! 에에잇!"


뿌푸프르르릅-! 부루룱! 뿌우우으으브프프프프스슷-- 뿌푸뷔리릭! 뿌뤼리리리리립! 뿌푸븁쥬류류뷰퓨퓨뷰류류류듀듀드득! 뿌류류뷰류뷰쥬쥬쥭! 뿌뷰쥬쥽!


"...냣? 싼 거 아니지냥?"


"콜록... 콜록... 우우읍... 쿨럭... 쿠으읍...!"


"냥! 역시 완벽한 괄약근 조절! 안 샜을 줄 알았다냥~!"


"...다...닥쳐...웁..."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걸친 옷이 들썩거리며 흔들릴 정도로, 그리고 코라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휘날릴 정도로, 격렬하고 굉장한, 어마무시한 악취의 폭풍이, 진한 녹황색 바람이, 뜨겁고 추잡하고 냄새나는 격렬한 열풍이 쏟아져나와, 코라를 덮쳤다.


"콜록... 콜록콜록...!"


"냐핫, 잘해보라냥~ 코~라? 냐하하항!"


"...너... 진...콜록... 냄새...! 뭘 먹은거야!"


"계란후라이... 샤카리 뒷다리 튀김... 계란 삶은거... 절임 양배추... 군고구마... 스크램블 에그..."


"계란좀 작작... 콜록...! 우욱... 웩! 그만 먹...으으라고..."


"그렇게 독했냥? 쏘리~ 아무튼, 다음 문제!"


(덜그럭-)


스피카는, 자그마한 가방 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거대한 미노타우르스 아가씨를 이 가방 안에 집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냥?"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쿨럭...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흠... 정답. #include<string> #include<vector> int main(void) { vector<string> bag; bag.push_back("Minotaurs"); return 0; } 이렇게 하면 좀 맞나?"


"...무슨 알아먹기도 힘든 개소리를 하고 계신 거에요, 메카니르 씨?!"


"흐음... 자료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도 정답이지만... 조금 더 로맨틱한 답을 원한다냥! 마물스러운 것!"


"...왜 씨발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건데요!"


"...그렇다면, 미노타우르스의 남편과 그 미노타우르스의 아이를 가방 안에 넣으면 되겠군. 결국 그 아이도 미노타우르스니까."


"그거다냥!"


"..."


코라는 이미 상식적으로 무언가를 이해하기를 포기한 듯 했다. 어이가 없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코라는 메카니르와 스피카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역시, 똑똑한 사람이다냥. ...그리고 코~라?"


"...이번엔 또 왜."


"대답을 안한 것도 틀린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데, 모르느냥?"


"...그... 그딴 게 어딨...!"


(규이잇- 물컹-!)


"...흥무웁!?"


"냐하하응... 역시 입에다 대고 방귀를 뀌는게 제일...!"


뿌붜뤄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럷!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푸푸푸푸풔러뤄더더더더더더덕! 뿌우우우으으으스스스스스스스스슷- 푸부부북! 뿌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냐아아... 즐겁다냐아앙..."


"...커...커흐흐흡...! 커읍...!"


"냐항... 어떻냥? 오늘 냄새가 독하다고 해서 특히 더 고양이자세로 뿡뿡! 해줬댜낭~"


"...구... 구으읍...! 꺼으으으윽... 꺼어어억-! 꺼윽... 크... 크흡... 너 이새끼 진짜...! 급... 끄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꺼어억! ...하아... 하아... 우우욱..."


"...괜찮나, 코라? 얼굴이 흙빛이군."


금방이라도 구토를 쏟아낼 것만 같이 하얗게 질려버린 코라의 얼굴. 메카니르마저도 접근하기 거부감이 들 정도의 끔찍하고 지독한, 수백 수천 구의 시체가 상한 계란과 배설물 무더기의 혼합물 위에서 썩어가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심지어, 이 표현마저도 그 냄새를 표현하기엔 역부족으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저리... 가세요오..."


"도움이 안 되어서 미안하군."


"...다... 다 집어치워요오..."


거의 죽을 상이 된 코라는 반쯤 포기한 채로 몸 속에 들어찬 가스를 위로 토해냈고, 그러거나 말거나 스피카는 마지막 문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문제!"


"...그래. 이번엔 나도 이악물고 맞춰주지...!"


"...용기가 가상하다냥, 코라! 그렇다면 내 문제를 받아보라냥!"


"뭐든 내봐!"


" '영' 번째 숫자는 1, 첫 번째 숫자는 1. 그리고 두 번째 숫자는 2, 세 번째 숫자는 5다냥."


"...1, 1, 2, 5? 잠깐, 첫 번째가 아니고 영번째?"


"맞게 들었다냥. 네 번째는 14, 다섯 번째는 42, 여섯 번째 숫자는 132다냥."


"...어...어?"


"자, 그럼 23번째 숫자는 무엇이 되겠냥?"


코라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넌센스처럼 보이진 않았다. 1, 1, 2, 5... 14... 42... 132...?


"...정답."


"...잠깐! 메카니르 씨. 말하지 말아봐요. 이건... 제가 풀어볼 테니까요!"


"...음, 내 답만 먼저 제출하겠네."


"...어디... 맞다냥! 이렇게 빠른 연산이라니... 놀랍다냥! 말이 안 된다냥! ...그건 그렇고 코라? 열심히 해보라냥!"


"...두고 봐. 반드시 풀어볼테니까!"


"그렇다면 난 너만을 위해서 시간 왜곡 역장을 작동하겠다냥! 아직 작동해서 다행이다냥~"


...하지만, 코라는 보았어야 했다. 비릿하게 웃는, 이길 수 밖에 없는 싸움을 건 스피카의 표정을...




-----------세 시간 뒤-----------




"니미라아아알... 모르겠어어어어..."


"흐응... 그래도 어느 정도 맞았다냐! 더 해보지 않겠냥?"


"...좆까... 집어치워... 안해... 이게 대체 뭐야... 뭔지도 잘 모르겠어..."


"...해설이 필요한 것 같으니 가볍게 말해주지. 괜찮겠나?"


"...이게 뭔데요오오..."


"여기 지역에선 무엇이라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카탈란 수' 라고 불리는 일종의 수열의 행렬이라고 볼 수 있다네. 애초에 스피카가 0번째 수를 언급한 것도 이것 때문이지. 0번째 값이 1, 1번째 값이 1. 2번째 값이 2. 3번째 값이 5. 무엇인지 알겠나?"


"...뭔데요?"


"0번째 수는 1. 1번째 수는 0번째 수와 0번째 수의 곱, 2번째 수는 0번째 수와 1번째 수의 곱, 그리고 1번째 수와 0번째 수의 곱의 합."


"...네?"


"세 번째 수, 이것은 0번째와 2번째 수의 곱, 그리고 1번째 수와 1번째 수의 곱, 그리고 2번째와 0번째 수의 곱의 '합' 으로 보이지 않나?"


"...그건..."


"그래. 일종의 규칙성을 지닌 수의 곱의 합이지. 이렇게."


[14 = c4 = c3c0 + c2c1 + c1c2 + c0c3]

[42 = c5 = c4c0 + c3c1 + c2c2 + c1c3 + c0c4]


메카니르는, 계속해서 숫자를 써내려 간 다음, 어느새 천문학적인 크기의 숫자를 적어내려가며, 코라에게 풀이를 설명했다.


"그러니, 23번째 수는 22번째와 0번째 수의 곱부터, 0번째와 22번째 수의 곱의 합까지. 전부 합해서... 어디 보자, 이걸 다... 합해서... 그래. '3430억 5961만 3650' 이라는 값이 나오겠지."


"...그렇게 큰 수라니... 애초에 내 힘으로 못 푸는 거였잖아..."


"그렇지만, 코라! 12번째 수까지는 전부 맞았다냥! 수학적 분야에 자신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단한 결과를 얻어낸 것 자체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냥. 정말 멋졌다냥."


"...못 맞췄잖아. 그래도."


"...정답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조금 지친 것 뿐이었다냥. 상황이 상황이라 그렇지, 시간만 충분히 주어졌다면 답을 당연하게도 구해냈을 것이다냥. 정말 기대중이다냥. 나중에 나랑 같이 여기나 관리해보자냥. 적적해서 심심하다냥..."


"...나중에 생각해볼게. 스피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테니까."


"...정말이냥? 냐힛...! 신난다냥! 나중에 남자 모험가를 잡으면 같이 잔뜩 맛보자냥...♡"


"그...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건가?! 나... 나쁘진 않지만..."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냥~"


생글생글 웃으며 코라를 꼭 끌어안고 핥는 스피카. 그 사이로, 메카니르가 점잖게 끼어들었다.


"...흐흠. 잠시, 실례 좀 하겠네."


"왜 그러냥? 혹시... 우리를 보고 욕. 정. 해버린..."


"아니."


"...싸늘하다냥... 가슴에 딜도가 날아와 꽂힌다냥..."


"...다만, 조금 다른 쪽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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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편찬인거였다냥... 대단하다냥. 냐앙..."


"...도와줄 수 있겠나?"


"당연한 말이다냥. 저 거대한 문을 여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냥. 원래라면, 보통 여기까지 온 모험가들은 나랑 즐거운 시간을 갖거나, 아니면 커플이나 부부 탐험가라면 내 장난에 당해서 서로 뜨거운 관계를 맺거나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건 처음이다냥! 재밌다냥~"


"...다들 일 봐요. 난 조금 잘래..."


허공에서 작은 펜을 꺼내와,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의 정보를 기입하기 시작했고, 코라는 아주 자연스럽게 메카니르와 스피카 사이에 기대 편하게 몸을 뉘이고 잠깐의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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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 나는 방금 두 시간 동안, 방귀를 뀌었을까~냥? ... 247번? 틀렸다냥! 정답은 251번이다냥! 에잇~!]


[스핑크스 - Sphinx]


[속 : 고양이과 / 형 : 수인]


[서식지 : 사막 유적]


[식성 : 잡식이나 고기를 더 선호]


[성격 : 제멋대로, 변덕이 심하며 장난을 좋아함]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웨어캣의 아종. 웨어캣다운 우월한 신체능력과 높은 지능, 또한 유적의 주인 마물에게 영향을 받은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파라오가 잠든 유적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유적의 심부를 지키는 아누비스와 대조되는 존재로, 유적의 외부, 혹은 입구에서 유적으로 나아가려는 자의 길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문제를 맞추지 못하는 이에게 저주를 건다.


유적으로 향하는 인간이나 마물을 발견하면, 강력한 매료의 저주를 건다. 저주의 트리거는 '수수께끼 문제' 로, 그녀들이 상대가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회피 불가의 저주를 걸어버리는데, 남성의 경우, 저주에 의해 스핑크스에게 매료되어 그녀가 바라는 대로 성관계를 갖게 되며, 그녀가 만족할 때 까지 엉덩이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찐득한 독방귀 냄새를 맡아야 한다. 여성의 경우, 매료의 저주의 성질이 일부 변환하여 '가스의 저주' 에 걸리게 되어, 일반적인 상황에 비해 가스의 분비량이 약 3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문자 그대로 걸어다니는 방귀 탱크가 되어버리며, 온 몸의 쾌락 또한 매료의 저주로 인해 크게 증가한 상태이기에, 항문을 비롯한 괄약근 전체가 강렬한 성감대가 되어 고양이 자세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엉덩이를 쭉 치켜들고 뿡뿡거리며 방귀를 뀌어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이는 저주로 인해 장내에 생성된 가스가 모두 다 소요될 때 까지 이루어진다. 마물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이 수수께끼에 정확한 답을 해버린다면, 저주가 역류하여 그녀 스스로가 저주의 포로가 되어버린다. 완전히 발정이 나버린 그녀들은, 고양이답게 소리를 죽여 사족보행으로 사뿐사뿐 걸어오며,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말 그대로 석실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마구마구 뀌어댈 것이며, 상대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곧바로 덮쳐버리고는 자신의 냄새로 한껏 덮어버릴 것이다. 결국, 어떠한 경우에도 그녀와의 성교로 귀결되고, 이 강렬한 쾌락에 의해 더 이상 문제를 내는 것도 맞추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는, 서로 머릿속이 쾌락으로 잠겨 그녀와 뜨거운 자리를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들은 저주를 사용하는 용도 이외에도 '일상적으로' 수수께끼 질문답을 하곤 하는데, 그 답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에 따라 그녀들의 기분과 무드,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지곤 한다. 가급적이면 정답을 맞추는 쪽으로 가면 유리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갈 확률이 높다.


재밌는 것은, 유적을 수호받는다는 임무를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임에도, 의외로 파라오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편이다. 충성심 보다는 아주 친하고 멋지고 예쁜 동네 언니 정도로 생각한다는 듯 하다. 그렇기에, 유적으로 다가오는 여행객들 중 커플 여행객을 발견한다면, 바로 아누비스에게로 토스해버리는 경우도 많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가라는 식으로 혼자서 놀고만 있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모험가들 측에서 먼저 이야기를 걸고 간단한 만담을 나누며 웃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아무리 무해한 모습이라고 해도 마물은 마물, 인간들이 그녀와 오랜 기간 문답을 주고받으면, 자연스럽게 그 마물의 마기에 침식되어 마물화가 더욱 빨라지며, 아예 인간 남성이 홀로 방문하는 경우라면 눈에 불을 켜고 그 남성이 기혼자인지 미혼인지 밝혀내며, 맘에 든 경우 '맞출 수 없는 모순덩어리 수수께끼' 를 내고, 행동불능이 된 남성을 덮치고, 자신의 냄새로 미친듯이 물들이며 교미를 나누고 남편으로 맞이하게 되며, 그 이후에는 유적의 수호 임무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남편이랑 재밌게 놀기, 스무고개 하기, 마을로 산책 나가기, 아생 사막여우 통구이 해먹기 등등 다양한 일을 한다고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같이 유적을 도굴해서 유물을 내다 팔고 그걸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파라오에게 딱 걸려 마나 역류 처벌을 받아 며칠 내내 방귀를 통제하지 못하는 몸이 되는 처벌을 받기도 한다는데, 이 벌을 받고 난 뒤에는, 남편들과 함께 찾아온 스핑크스들이 그 '벌' 을 한번 더 내려달라고 달라붙기도 한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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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암... 잘 잤네..."


"일어났나, 코라? 마침 스피카의 필기도 끝난 참이었네."


"...그렇구나... 음... 하암... 어때요, 스핑크스라는 마물... 꽤 신기하죠?"


"신화적인 존재가 생각나는군. 재밌어."


내용을 곱씹던 메카니르는, 무언가 궁금증이 하나 생긴 듯 스피카에게 질문을 건넸다."


"...흠? 그렇다면 신기한 사실이 있군. 왜 나는 문제를 다 맞추었는데... 저주가 역류하지 않은 것이지?"


"코라는 문제를 전부 틀렸고, 너는 문제를 다 맞혔다냥. 저주의 순환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면서, 동일한 주파수의 마나 간섭이 이루어진 나머지 나도, 코라와 너도 저주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냥."


"재밌군. ...코라, 자네 덕에 시간이 크게 줄었네."


"...으으으... 딱히 위로가 되진 않네요..."


"뭐! 여튼 그건 그렇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주겠다냐, 덤으로..."


스피카는, 품 속에서 작은 마나 에너지봉을 꺼내 메카니르에게 건네며 말했다.


"...안에서 무슨 위험한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이걸 깨부수라냥. 주위에 있는 사람, 마물 가릴 것 없이 전부 함께 이 자리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냥."


"...요컨대, 하나의 안전장치로군. 이건 나보다는 자네가 들고있는게 더 좋겠어. 코라."


"...그렇겠군요. 스피카, 이건..."


"매스 텔레포테이션의 일종이다냥. 고전적인 스크롤 분해 순간이동 방식보다 더 간편하고 빠르다고 생각하면 된다냥. ...그리고 당신도, 여차 하면 일단 도망치라냥. 여긴 어디까지나 우리의 유적이니까. 이방인을 위험 속으로 밀어넣고 싶진 않다냥."


"...고맙네. 스피카. 꼭 이곳을 원래대로 돌려놓도록 하지."


"...힘내라냥. 당신도, ...코라 너도."


"그래. ...이 장난꾸러기 방귀쟁이야."


"칭찬 고맙다냥~"


얄밉게 웃으며 코라와 메카니르를 배웅하는 스피카. 코라는 여전히 심기가 조금 불편한 채로, 메카니르와 함께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1장, 스핑크스 편 [END]




"...음? 여기서부터는..."


(쿵-! 타닷...)


"엇챠. 중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군?"


(스르르...)


"그렇죠. 여기서부터는 '다른' 마물의 영역이니까요."


"...흥미롭군. 다른 마물이라..."


굉장히 위압적인 느낌이 드는 기묘한 장소.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벽화에 그려진 늑대와 비슷한 마물들의 눈빛이, 차갑게 메카니르를 내려다보는 듯 했다.


"제법 호전적인 녀석이 살고 있나?"


"그렇습니다. 상당한 강자지요. 어중이떠중이 모험가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하죠. 그렇기에, 여기의 시련을 돌파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정면돌파로 쓰러트리고 나아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버티는 겁니다. 그녀의 총공세로부터 3분을 버티면 길이 열리는 것이죠."


"그 정도로 강한가. 흠..."


"...참고로, 회피에 특화된 모험가들은 2분까지, 몰아치는 그녀의 마법을 피하는 경우는 꽤 많답니다. 문제는, 마지막 1분이죠. 그건..."


(쿵-!)


설명을 이어서 하려던 찰나, 유적 전체가 크게 울리는 것 같은 굉음이 메카니르와 코라의 귓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무슨 소리지?"


"...그녀로군요. 이 구역의 수호자..."


(콰직-!)


"...여기까지 방문객이 오다니. 별일이로군."


"...그대가 이 구역의 수호자인가?"


"그렇...다."


"유적의 최심부로 향하는 길이지. 그러니 여길 지나가야겠소. 길을 열어주게."


"아무나 들여보낼 수는 없지. 여길..."


뿌우우우우으으으으으으드드드득! 뿌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룹!


"...여길 지나가려면, 먼..."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푸푸푸푸루루룱! 뿌브프프프프픗... 뿌루룩! 뿍!


"...먼저, 날 넘어..."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루룩!


"...넘어서야 할 것이..."


뿌루루루르르르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뷰뷰뷰류류류퓨퓨류류류류류류류류류륙! 뿌루루룩!


"...것이다. 나를 이길 수 있..."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


"..."


"..."


"...뭐라고? 자네 방귀 소리 때문에 하나도 못알아먹었네."


"시... 시끄럽다! (뿡우우웃!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아무튼 나와 싸워서 이겨야 여길 지날...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르르르르르르릅!) ...수 있을 거다!"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 지 모르겠군."


"...크윽... 유적을 지키는... (뿌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저주의 권사의 힘을 얕보지 마라! 타아앗!"


(슈욱- 퍽-!)


"...큿?!"


"...흠.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해 보겠나?"


"...얕보지 마...(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악!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락!)...얕보지 마라고..."


"...콜록... 콜록콜록... 으으... 머리가 좀 아픈데..."


"코라? 어디 신선한 공기라도 좀 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래도 자네도 장 컨트롤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군?"


"...윽... 보면 모르냐..."


"...잠시 그대로 있어 보게."


(팡- 파지직...)


"...이건?"


코라에게 씌웠던 보호막을, 처음 보는 개과 마물에게도 씌워주며, 메카니르는 차분하게 그녀에게 설명을 했다.


"일종의 보호막이지. 유적 전체에 자욱히 깔린 녹색 입자들로부터 추가적인 중독을 막고, 자체적으로 내부의 독소를 정화하여 가스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걸 막는 걸세. 단, 안에 있는 가스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이렇게 빼주면 좀 낫다 이거지. ...실제로도 그렇네. ....근데 당신, 대체 무슨... 마법사? 학자인가?"


"글쎄... 무어라 정의하기 제법 애매하군. 하지만... 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어."


"...그래? 그렇다면 이쪽의 입장도 변함이 없지. 날 이겨야... 나아갈 수 있을 거다. 정말 누군가의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나 이 전통과 관습은 지켜졌으니 말이지."


"그렇다면 당당하게 널 쓰러트리고 나아가야겠군."


"그 도전, 받아주지... 다만, 그 전에..."


(꾸르르르르르르르륽...)


"...가스 좀 빼고..."


"좋을 대로 하게."


"...나는 숨막혀 죽겠... 콜록..."


"...미안. 코라. 너도 알잖아... 그... 나 냄새 독한거..."


"...제발... 아나... 좀 참으면..."


"만전의 상태로 한번 겨뤄보고... 싶어서...! 좀 집중해서 뀔거라 미리 미안...!"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유적의 석실이 아주 빠르게, '아나' 라고 불린 마물이 내뿜은 가스로 가득 차올랐다. 코라는, 이미 이전에 스피카로부터 잔뜩 독방귀 테러를 당해서였을까, 스피카에 이어 아나의 지독한 썩은 시체의 냄새보다도 더욱 악랄한 냄새가 나는 무지막지한 방귀를 정면으로 직격당하고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벽에 몸을 기대고 간신히 상체를 지탱하고 있었다. 단 한번의 배출만으로도 이 정도의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는 그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아나라는 마물은, 이 자리에서 매우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이 석실을 이미 충분히 자신의 냄새로 잔뜩 물들인 상태였다. 이미 일반적인 인간들도, 마물들도, 감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진한 농도의 악취나는 방귀로 한가득 들어찬 상황에서, 여기서 숨을 쉰다는 것은 차라리 자살행위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폐 자체를 갈고리로 긁으며, 심장을 꽉 짓누르는 것 같은 맹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코라는, 눈물 콧물이 저절로 줄줄 흐르게 만드는 무지막지한 농도의 악취 속에서 몸부림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크흐으... 하아... 이제야 속이 좀 비는 기분...인데...!"


뿌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프프프프프프프프프프픅! 뿌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뽜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괴풍, 괴이한 바람. 그렇게 부르기에 충분한 악취의 태풍이 아나의 엉덩이 사이에서 맹공을 퍼붓는 천군만마와 같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악취는 또 얼마나 심했던지, 아마 모르는 사람이 맡았다면 '장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환자' 의 엉덩이에서 터져나온 방귀 라고 평가를 내릴 것만 같았던 무지막지하게 역겨웠다. 솔직히, 단순히 '역겹다' 라고 한 표현마저도 이 방귀에 비하면 그저 한없이 부족한 표현이었다. 악취가 지나치게 심해 눈이 따가운 것을 넘어 눈이 멀 것만 같았고, 후각 기관과 연결된 신경계는 두통을 느끼다 못해 뇌 속에 날카로운 마계은 줄톱을 박아넣고 있는 힘껏 켜는 것만 같았다.


이 세상 어떤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여서 이 냄새를 표현해도, 감히 인간의 표현력으로는 그 냄새를 따라갈 수 없어, 어떻게 해도 이 방귀의 진정한 악취를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향긋하게' 느껴지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끔찍한 악취가 수 시간에 걸쳐 빠르게 증폭되어 이 자리에 매우, 무진장 많이 쌓인 탓에, 눈 앞이 노랗게 물든 것 처럼 보이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마 이 자리에서는, 그 어떠한 강인한 식물을 가져다 놓아도, 순식간에 노랗게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은 악취였다.


"으...으윽...! 우욱...! 토할 것 같아아..."


괴로움, 고통, 그리고 음란한 고양감. 모순된 감정들이 코라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역시 마물의 방귀인 탓일까. 그 어마어마한 가스의 분출은 지극히 강렬한 '마물'의 매력 덩어리, 페로몬과 함께 분사되었고, 충분히 짙어진 페로몬은 같은 마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이르렀으며, 코라는, 스스로가 끔찍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동시에, 아랫도리가 점차 젖어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이 사실을 '흥분 상태' 에 돌입한 아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려 했다.


"흐느으... 후우... 코라...? 젖었네에..."


"...윽... 어떻게...!"


"개코를... 무시하면 쓰나아....?! 으응...!"


...당연하게도 들켜버린 코라. 곧이어 코라는, 앞뒤 구분하지 않고 덤벼들어 자신의 냄새를 묻히기 시작하는 아나에 의해 덮쳐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크윽!"


(쿵!)


"아야... 너무 거칠잖아! 응...! 읍... 엉덩이 치워엇...!"


"너도 방귀 때문에 흥분한 주제에에... 그런 말 하기 있기야? 크힛... 너도 아직 뱃속에 내보내지 않은 방귀가... 많잖아...!"


(꾸루루르르륵-!)


"...큿?! 아... 아나...! 거기 누르면...! 히야아앙...!"


뿌르르르르르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랍!


"큿... 쿠욱... 우흐아아... 진짜 너도 한 냄새 한다니까... 나도 질 수 없지이...!"


"아...아니야! 져도 괜ㅊ..."


부루룩!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또...! 또 입에다 방귀 꼈어...! 스피카도 그렇고 다들 성욕이... 얼마나 쌓였던건데! ...후우읍...! 내장까지 썩어버릴 것 같아...! 위험해...! 진짜 위험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풍만한 엉덩이에 짓눌려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코라는, 참으로 불쌍하게도... 그 묵직하고 거대한 메탄가스 발사대 아래에 깔려, 그대로 '방귀 냄새로 범벅' 이 되어버릴 때 까지, 그녀의 방귀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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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하하하... 시원하네! 뱃속이 홀가분한걸!"


"...흠. 다행이구료."


"그건 그렇고, 당신 대단한데? 두 마물의 방귀의 향연 속에서도 정신을 유지하다니... 코라는 기절까지 했는데 말이야. 안 그래, 코라?"


"...콜록... 닥쳐..."


"기분 풀라고! 내가 어디서 좋은 신랑감 하나 잡아올테니까. 하핫!"


"...유적 밖으로 안 나가는 주제에 어디서 물어오려고..."


"그야 간단하지! 여기 오는 독신 남자 모험가들이 여기까지 오면 내가 바로 잡아서 너랑 같이 즐기면 될 거 아냐?"


"...이거 분명 몇 시간 전에 들었던 말..."


"잡담들은 다들 그쯤 해두지.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서로 '만전의 상태' 로 겨뤄봐야 하지 않겠나, 아나?"


"...그래. 언제 그 말을 하나 했지. ...자, 봐주는 일은 없을 거다."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군."


"건방진데? 마음에 들었어!"


(쿵-! 콰직!)


대뜸 지팡이를 땅에 꽂아버리고, 그 지팡이를 매개로 유적 내부에 흐르는 두 가지의 상충되어 보이는 힘을 끌어모으는 아나. 곧이어, 그녀는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주먹을 메카니르에게 겨누며, 씩 웃으며 선전포고하듯 말했다.


"받아보라고! 내 주먹에 쓰러지면, 오늘 하루 종일 내 방귀방석이 될 테니 각오하고!"


(슈웅-!)


잔상이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아나가 달려들었다. 흘릴까, 받아칠까를 고민하던 메카니르는, 둘 다 하기로 결정하고, 아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그녀의 공격을 분석했다.


"...흠...!"


(퍼억-!)


"어떠냐!"


곧, 그는 몸을 빠르게 움직여 방어 자세를 취하고, 일부러 주먹을 맞고 방어한 뒤...


"흐읍...!"


"...큿...?! 설마 주먹이 안 들어..."


"몸통!"


"...큭!"


(퍼엉-!)


"다리!"


(콰작!)


"...크으윽...!"


강하게 두 대 카운터를 꽂으며, 아나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콰드드드드득...)


"...호오, 꽤 하는데, 인간?"


"처음 마주하는 마물들은 꽤 당황하곤 하지. ...흠. 아직도 팔로 막은 부위가 얼얼하군."


"아누비스 일족은 저주 마법을 다루는 데 특화되어있거든. 그렇지만... 마법은 뭔가 맛이 안 살아! 치고받는 느낌이 좋단 말이지!"


"...이해해주세요. 콜록... 아나는 아누비스 중에서도 별종이라서요."


"크핫!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자... 그럼 또 간다!"


(슈와아악- 파바바박!)


쉼없이 쏟아지는 연타. 메카니르는, 가드를 올리고 그녀의 주먹을 적절히 받아내던 양 팔에, 서서히 무언가 검은 그림같은 것이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문신은... 저릿하군. 이게 저주인...(터엉-!) ...가? 꽤 치는군."


"크하아... 그래. 맞아. 그나저나 당신같은 인간은 처음인걸?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그 주박의 낙인이 삼분지일도 완성되기 전에 바닥에 쓰러져 골골거릴건데... 댁은 대체 뭐지? 낙인이 벌써 열 번이 넘게 중첩되었는데 말이야!"


"...과연. 이것 때문에 피곤했던것이군. ...할당값 해제."


[쨍그랑-!]


"...저주가...?!"


"...슬슬 결착을 내야겠군. 그 발버둥을 보는 것도 지겨워졌다."


건틀릿을 낀 손에 힘을 끌어모아, 날카로운 검 하나를 만든 메카니르. 이내, 그가 당황한 아나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검격을 날려보냈고...


"...그대로 쓰러져라!"


(파지지지직-!)


"크윽...! 끄아아악!"


날카로운 마기를 가득 머금은 창과도 같은 검격이 그녀를 꿰뚫었고, 적절히 합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던 아나는 그렇게 쓰러졌다.


"...아...아나...!"


"걱정 말게. 마계 금속으로 벼려낸 검에 내 기운만 덧씌운 것 뿐이야. 맥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진 뒤, 욱씬거리는 기분과 함께 깨어날걸세."


"...그런... 그런 위험한...!"


"...위험이라... 언제 한번 진정한 위험을 보여주고 싶군."


완전히 멸망한 차갑기 그지없는 세상에 담긴, 쓰라린 기억을 반추하던 메카니르는,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아나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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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지...? 처음 보는 형태의 힘..."


다가오는 메카니르에게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아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경외감이 가득 담긴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설명하자면 좀 길겠군."


"...뭐, 그것보다도 아주 완패로구만."


"그래도 잘 하더군. 훌륭했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딱히 위로가 되는 말은 아니로군.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그건 그렇고, 여길 지나겠다는 건... 이 최심부에 볼 일이 있다는거야?"


"...내가 말 안했던가?"


"...그러고 보니 이 환장할 것 같은 상황에 유적엔 왜 온거야?"


"...못살겠군.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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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게 이야기를 듣던 아누비스 마물, 아나는 메카니르의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유적에 닥친 재앙을 몰아내러 온 사람들이었군. ...제길. 도전자가 아니었다면 차라리 그냥 보냈을텐데... 이 씹같은 성격..."


"그 불같은 성격이 그대 매력일세. ...그러고 보니 내 와이프도 은근히 성격이 괄괄하고 귀여웠지. ...보고 싶구만. 얼른 해결하고 돌아가야겠어."


"흠. 메카니르 씨? 분명 와이프까진 아니ㄹ..."


"잘 모르겠군."


"...흐음... 그래요? 뭐 아무튼, 아내분이라고 생ㄱ..."


"모르겠다고."


"...푸훕..."


"크흐흐... 영 신통치 않은 구석도 있네? 여튼! 그런 줄 알았으면 진작 말이라도 들었어야 했어. ...흠흠. 결전의 석실을 수호하는 자의 명을 따르거라. 문이여, 이자들을 받아들여라!"


나름 자세를 잡고 대사를 외치는 아나. 그러자, 순식간에 굳건하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는, 깊은 미로와도 같은 공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오. 여기도 미로인가."


"어. 미로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내가 동행하지. 여기 지리는 내가 꽉 잡고 있거든. 서둘러, 다들!"


"...의욕 하나는 정말... 아나! 같이 가!"


먼저 후다닥 달려나가는 두 마물. 그리고 메카니르는, 괜히 에르가페가 생각나는 듯 그녀가 건네주었던 모듈을 꺼내서 만지작거리다가, 둘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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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넓고 정교하군."


"그래. 파라오 언니도 미로 만드는게 제일 빡셌다더라. 아포피스 언니도 미로에 몇번 갇혔었다가 자신만이 아는 자취를 남기고 빠져나온 적이 여러 번 있다더라고."


"...이런 미로를 다 꿰고 있는 자네도 대단하군."


"아이... 참. 쑥스럽게 그러지 마라구. 유부남이 플러팅하는거야?"


"...이 동네는 허들이 정말 심각할 정도로 낮군. ...흠, 잡담할 시간 있으면 뭐라도 하나 부탁이나 해도 되겠나?


사전을 내밀며 눈치껏 알아먹으라는 듯 바라보는 메카니르. 그리고 아나는 그 말뜻을 바로 이해한 듯, 피식 웃으며 작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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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에 침입한 적을 노려보는 것 처럼 나온 이 아누비스는 '남편과 오늘 함께 먹을 저녁 메뉴' 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누비스 - Anubis]


[속 : 늑대 / 형 : 수인]


[서식지 : 사막 유적]


[식성 : 육식 일편단심]


[성격 : 성실함, 개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쾌활하면서도 단호함.]




[사막지대에 서식하는 웨어울프의 아종. 병사인 머미, 즉 미라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중간관리자로써, 사막지대 각지의 유적 심부에 서식하며, 유적에 잠든, 혹은 남편과 함께 통치중인 파라오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높은 지성, 다양한 저주의 힘, 강대한 완력, 폭발적인 힘, 꺼지지 않는 불 같은 지구력, 그리고 늑대과 마물 중에서도 극히 드문 지극히 이성적이고 성실한 쪽에 가까운 마물이다.


유적의 외부를 지키는 스핑크스와는 달리 유적의 내부를 살펴 침입자를 찾으면 곧바로 전투를 신청하고 저주의 힘으로 포박한다. 포획된 이들은, 그녀들의 즉결 처분을 받게 되는데, 보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저주로 인해 항상 부글거리는 뱃속의 가스가 텅 빌 때까지 그녀들의 냄새를 강제로 맡는 형벌이고, 두 번째는, 유적을 관리하는 미라들에게 던져지는 형벌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혹은 같이 온 부부나 커플 모험가들이든, 방귀를 뀌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미라들에게 던져진 시점에서 평범한 몰골로 탈출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포획한 대상이 그녀의 맘에 들었을 경우, 그녀는 특별한 처벌을 내리겠다며 자신의 주거지로 끌고 가, 마킹이라는 형벌을 실시한다. 코볼트, 웨어울프, 헬하운드와 같은 늑대, 혹은 개과 마물들이 그렇듯이, 수십~수백 리터의 방귀를 일시에 내뿜으며, 조금 작은 방 크기 정도의 주거지를 단 1초만에 자신의 끔찍하고 역겨운 방귀냄새로 한가득 채워버린다. 머리가 아파오는 상황에서, 기침을 하고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는 남성에게 마구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들은 '이렇게 약해서는 훌륭한 정자를 만들 수 없다. 이제 나랑 매일같이 수련에 매진하는거다.' 라고 하며 상사와 부하의 관계처럼, 정형화된 방귀 수련을 하게 될 것이다. 아침식사 후 방귀고문, 아침 운동 및 공부 후 방귀고문, 점심 식사 후 방귀고문, 식후 부부간 관계 결속을 겸하는 가스배출 운동 후, 또 방귀고문. 그리고 저녁 식사 이후 곧바로 방귀고문, 잠에 드는 순간까지, 방귀냄새를 맡으며 여가 생활을 즐긴 뒤, 침대에 들어서서는 아누비스들의 탱글한 구릿빛 엉덩이 사이에 코를 파묻고 터져나오는 방귀 냄새를 맡으며 자야 하고, 일어나는 그 순간에도 그녀들의 우렁찬 방귀 폭발음을 들으며 기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남성들은 착실히 아누비스의 취향에 맞춰지는데, 어느 정도 임계치를 넘어가면, 남성의 몸에 방귀 가스의 형태로 쌓인 마력이 역류하는데, 이 상황에서는 거의 광란, 착란에 가까운 상태로 수 톤의 물건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면서도, 아주 섬세하게 아누비스를 마구 덮쳐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덮쳐진 그녀들은 허둥지둥하며 '이건 계획에 없는 일인데에...!' 하고 당황하면서도, 남편의 사랑 가득한 섹스로 인해 머리가 녹아내리는 것 처럼 쾌락에 물들어버리며,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만을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마치, 한 마리 암캐처럼. 그렇기에, [성실한 아누비스가 침대에 먼저 올라간다] 는 격언도 있는데, 아무리 성실해보이는 마물이라도 다들 쾌락에 빠져 남성을 원하는 모습이야말로 마물들의 근본에 가깝다는 뜻이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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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을 지키는 충견이라. 굉장하군. 그리고... 자네는 좀 쾌활하군?"


"그래도 지킬 건 다 지키니까. 안그래?"


"그건 확실히 그렇지. ...그나저나, 주먹으로 싸우는 아누비스라..."


"뭐, 다들 저주의 힘으로 도굴꾼 같은 작자들을 혼내주는 타입들이 많지만... 이쪽은 좀 다르거든."


나름대로 근육을 뽐내듯 허공에 주먹을 훅훅 휘두르는 아나. 그 모습이 퍽 웃겼는지 같이 동행하던 코라는 가볍게 피식 웃었으나 메카니르는 웃지 않았다.


"...저주의 근원을 끌어모아 하는 전투라... 과연. 사막 지역다운 굉장함이야.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부하는 신경쓰지 않는건가?"


"저주가 몸을 타고 흐를 때마다 찌릿하고, 어지럽긴 하지만, 그 감정을 견뎌내고 주먹을 휘두를 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개과 마물은 죄다 대단하군."


순간, 발걸음을 내딛던 메카니르는 알싸하다 못해 조금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독한 냄새가 훅 넘어오는 것을 느꼈고, 그 악취의 자취를 추적한 그는, 기묘하게 생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경쓰이는 악취로군. 저쪽이 근원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않나, 코라?"


"...우우우욱...!"


"...후우..."


"...부...부루읍?! 부으웨에에에에에엑...!"


메카니르는 작은 가죽 주머니를 만들어 코라의 입에 가져다 댔고, 코라는 기다렸다는 듯 잔뜩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지독했던 탓일까.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코라를 그나마 숨쉴 만한 곳으로 아나와 함께 옮긴 뒤, 메카니르는 몇 가지 재료들을 순식간에 만들어내어 정화장치를 만든 뒤, 급한 대로 일단 코라에게 씌웠다.


"...스으으읍... 후우... 추태를 보였군요..."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으니 괜찮네. 그렇지 않나?"


"그래. 언제 토하나 했어, 우리 코라."


"...묘하게 절 돌리는 것 같..."


"음, 그건 그렇고 이 악취의 근원에 대해 좀 설명해야겠네. 이 냄새의 근원은... 바로 이 친구들 때문이야."


아나는, 악취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문의 근처로 다가가더니, 이내 활짝 문을 열어젖혔다.




--------------------------------------------------------------------------------------- 2장, 아누비스 편 [END]




(푸화아아악-!)


"...우웁?! 생각보다 더 지독해졌네..."


"...코를 찌르는 악취로군."


"...두 분 반응을 보니 이 장치가 아니었으면 전 기절했겠네요."


어떻게 보면 주거 공간처럼도 보이는 넓은 방. 이전에 자이언트 앤트의 개미굴에서 보았던 것과 유사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아나가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참, 말을 안했네. 여기 시공간은 꽤 안정된 동시에 이런 경계면 쪽으로는 불안정해서..."


"외부에서 보이는 것 보다 더 큰 공간이 내부에 형성되어 있다. 알고 있소. 코라가 이전에 조금 귀띔으로라도 말해주더군."


"그래?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여긴 우리 유적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마력으로 유지보수를 맡는 미라와 케프리들이 사는 곳이야. 냄새가... 좀 많이 독하지?"


"...그렇구료. 좀 과할 정도로..."


"...음, 언데드 마물들은 다른 마물들에 비해 '가스' 라고 부르는 것들, 즉 방귀라는 것들이 평균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져. 대신, 체내에서 가스를 적절하게 분해하여 양을 조절한다거나, 혹은 괄약근 주위 근육들을 강하게 조일 수 있는 힘이 크게 발달해있어서, 평균 이상의 가스량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배출로 인해 곤혹을 겪는 일은 없어. 그렇지만... 미라들은 좀 예외거든."


"예외라?"


"한때, 유적의 '인간 주민' 들이었던 이들이, 불완전하게 마력을 받아들여서 되살아난... 생과 사의 경계 중간에 걸친, 마물인 동시에 인간이며 언데드인 동시에 살아있는 존재들이거든. ...그런데 참 이게 시너지가 기가 막힌 쪽으로 발현되었어. 언데드의 가스량, 그리고 인간의 한계용량, 마물의 성욕."


"...허 참... 누가 작정하고 그렇게 만들기라도 한 것 같군."


"그러게. 여튼, 그런 이유로 인해..."


(터벅... 터벅...)


"...아나 언니야."


"응?"


무언가가 부르는 소리에, 아나는, 그리고 그 곁에 있던 메카니르와 코라 또한 덩달아 뒤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리고 모두들, 메카니르의 명치 부근까지 겨우 키가 오는, 조금은 앳되어보이는 소녀가, 몸에 붕대를 대충 칭칭 감고는 다가와서 말을 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르나? 무슨 일이야? ...잠깐, 다른 미라들은? 옐레나, 루온, 나룸... 다들 어딨어?"


"응... 그것보다도... 별로 안 좋은 속보가 있어..."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르륿! 뿌푸프프프프스스스스스스슷-


"...쿠흐븝?! 우욱...!"


"...우응... 코라 언니... 미안... 배가 자꾸 꾸륵꾸륵..."


코라는, 오늘 내 코가 정말 몹쓸 주인을 만나 죽도록 고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코가 썩어서 떨어져나갈 것 같은 괴상망측한 악취를, 방 안 가득 들어찬 그 지옥의 썩은내를, 정면에서 그 근원들 중 하나를 마주한 뒤 그 지독한 방귀를 코로 받아들이자, 그녀는 순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괴로워했다. 메카니르가 급조한 장치가 순식간에 썩어 부스러지며, 그 기능을 다해버렸고...


"...커...크흐웁...!? 우욱...!"


순식간에 악취에 중독되어버린 코라는, 휘청거리다가 다시금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메카니르가 다시금 품 속에 있던 금속들을 임의로 개조하여 복잡한 기기들을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훨씬 튼튼해진 호흡 보조 도구를 만들어 코라에게 씌웠고, 그녀가 숨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무르나' 라고 불린 미라 마물은, 아나에게 자신이 전해야 할 메세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응... 언니. 아포..."


뿌우우으으으으으읏-! 뿌푸푸푸푸푸푸푸푸루루루루루부부부부부부북!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다다당!


"...아포피스 님이, 뭔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은 것..."


뿌루르르브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웃! 푸부부부부부루루루루루루룩!


"...않은 것 같으시대... 으응... 그 덩어리..."


뿌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푸부루뷔리리리리릭!


"...그 녹색 덩어리가 어느 순간부터..."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우욱! 푸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드드득-!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흐우응... 어느 순간부터... 그게 한 덩이로 뭉쳐 움직이기 시작했대..."


"...그거 비상이잖아! 다른 녀석들은?!"


"다들... 유적에 남은 마물들한테... 그 소식을 전하러... 아포피스 님하고 파라오 님은 자리를..."


"...염병! 큰일이군...! 그럼 지금..."


뿌우우욱-!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랇!


"...좀 참아봐! 이런 상황에서는!"


"...우으... 그치만 방귀 뿡뿡 하면 기분 좋은데..."


"에이 씨... 여튼, 여기까지 온 건 정말 고맙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코라, 남은 사람들의 대피를 부탁해도 될까? 나는 어떻게든 이 미로의 안전 공간으로 두 분을 모시도록 할게. ...그리고 당신, 당신도 어서 나가.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일이..."


"안내나 하게. 이런 경우를 상정하고 들어왔으니."


"안돼! 지금 저 쪽으로 들어가는건 미친 짓이라고!"


"저 쪽? 그래. 저기로 가면 되겠군. 고맙소."


"이런 씹...! 미친 놈 같으니...! 거기 서!"


(쐐액-! 쿠당!)


"큭..."


그리고 당연하게도, 메카니르의 손짓 한번에 무력화된 아나. 몸을 툭툭 털며 일어나려는 아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며, 그는 조용히, 하지만 낮고 확실하게 읊조렸다.


"괜히 말리지 말게. 난 자네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만 알아뒀으면 좋겠군."


"...에이 씨...! 그럼 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무사해야 해! 뭐에 휩쓸려도 내가 도우러 못 갈수도 있으니까... 제발!"


"알겠으니 자네는 자네 소임을 다하게. 코라? 아나를 도울 수 있겠나?"


"...무슨 의도로 말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지금의 유적은 너무나도 위험해요. 그런..."


"된다 안된다로만 말해주게."


"...부디 무사하시길. ...아나, 나는 바깥으로 모두를 대피시킬테니. 아포피스 님과 파라오 님을 부탁할게."


"그건 걱정 마. 다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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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다다다닷-)


"염병...! 점점 더 농도가 진해지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으응... 뭔가 큰 일이 생겼을지도... 우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루루루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릅!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르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다다다다다다닥!


"...콜록... 콜록콜록...! 너도 좀... 문제가 많...많네..."


"...후우으... 이러면 기분이 좋은데에..."


"...참아...보라고... 읍... 개과 몬무스라 진짜... 좆... 꾸웁...욱..."


아나는, 무르나라는 미라 마물 소녀의 꾸덕하고 찐득한 악취로 인해 정신이 성욕에 완전히 지배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무르나 그녀 자신 또한 스스로의 냄새로 인해 아랫도리를 찔꺽이며 종종걸음으로 아나와 메카니르의 뒤를 따르고 있었기에, 사실상 제정신인 사람은 메카니르 단 한명 뿐이었다.


"자네들... 괜찮나?"


"...이렇게 냄새가... 독하면서도 황홀할 줄은 몰랐는걸..."


"...여기도 이제 맛이 갔군 그래."


"그을쎄에... 내 정신보다 내 방귀냄새가 훨씬 더 지독하게 맛이 갔을 텐데... 어때...?"


"...일단 난 사실상 기혼자라 안되겠고, 지금 상황이 매우 급해서 두 번 안되겠군."


"으헤에... 딱딱하긴. 누군 지금 존나 꼴려서 한 발짝도 못움직이겠는데 말이지...?"


메카니르는 한숨을 푹 내쉬고 머리를 긁적이며 바닥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리며 통상적인 아누비스 마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를 내려다보있고, 그 시선을 알아차린 아나는 아예 우수에 찬 눈을 하고 주인의 손길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메카니르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유적의 수호자라고는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딱히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굳이 신경을 쓰진 않는 것 같았다.


"우응... 빠르게 조금만... 여기 안쪽을 찌걱찌걱 긁어주면... 너무 기분 조아서 여기도 뿌웅뿌웅 하면서 좋아할 것 같은데에에...?"


메카니르는 그만 두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딱히 에르가페와 너하고만 잠자리 비슷한걸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나? 안했나? 뭐 아무튼, 그 스스로 생각하길 암튼 상당히 큰 죄를 짓고만 있는 것 같았다. 이래도 되는 걸... 안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걸 무시할 수도 없고... 좀 쌓여있기도 하고...


"와앙... 이거 봐... 당신도 여기 잔뜩 쌓였잖아...? 내 방귀탱크 사이에 자지 끼우고 스윽스윽 하고싶지 않아...? 나한테 이런 취급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당신을 포함해서 딱 세 명 뿐이었다구...?"


"...그렇지만... 나... 나는..."


"분명... 이해해줄걸...? 이런 상황이라며언... 나도 몸을 회복하기 위해 정기가 필요하던 참이구우... 아, 그럼 이건 어때...?"


"...무슨..."


"...내 가스를 빼주면 말이지... 무르나를 시켜서 도감의 한 장에 미라에 대한 기록을 채워줄게."


"...허어..."


"...어때...? 분명 남는 장사일텐데... 안 그래, 이쁜이...?"


"...호... 호칭은 또 왜..."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응...? 이 구멍... 맛있어보이지 않는거야...?"


털이 드문드문 자란 추잡스러운 애널을 훤히 드러내고,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볼기짝을 팡팡 두드리는 동시에 방귀를 북북 뀌어대며, 메카니르를 유혹하던 아나는, 끝내...


"...어디 가서 말하면 유적 째로 모래 속에 파묻어버릴테니..."


...그를 함락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무려, 신을.


"흐헤헤... 걱정 마라구, 크흐... 무르나?"


"...응... 이 사전 내용처럼... 가득..."


"에헤헤ㅡ 계약 성립이네? 오늘은 존나게 안전한 날이니 부담없이 해도 좋다구. 아니면... 뒤로 할래? 아, 둘 다 해버릴까?!"


"...후우..."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무르나가 필기를 시작했고, 메카니르는 눈을 딱 감고 아나의 볼기짝 사이 골짜기에서 움찔거리는 가스배출구멍을 찾아서 미친듯이 솟아올라 단단해진 자신의 물건을 가져다 대고는, 서서히 앞뒤로 움직이다가, 이내 그녀의 음부 사이의 균열을 찾아, 그 사이로 서서히,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찔꺼억...!)


"...오...호으으읏...?!"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앍! 뿌루루부붑!


"큿...흐에에헤... 미안미안...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못 참았거드은... 근데에... 꼬추가 더 커지고 있네에...? 잔뜩 쌓였던거구나...?"


"...크읏... 그 정도까진..."


"아니...기인...? 그러엄... 움직인다아...?"


(찌거억... 찔거억... 찌걱- 찌걱- 찌걱-! 찌걱찌걱-!)


뿌욱- 뿌루룩! 뿟뿌드드득-! 뿌루룩! 부욱! 뿌아앙! 뿌루루르륵! 뿌룩!


철벅이는 동시에 찐득하게 들려오는 추잡한 소리, 살과 살이 맞닿는 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더욱 지저분하고 역겨운 소리. 성욕의 노예가 된 천박하고 추잡한 암캐의 뒷구멍에서 뿌륵거리며 터져나오는 역겹기 그지 없는 그 소리, 세상 역겹고 지저분한, 숨이 턱 막혀오는 끔찍하고 무어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그저 역겨운,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은, 마치 허파를 잡고 쥐어짜며 뽑아내는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이성과 합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즐거움이, 악취가 끔찍하게 할퀴고 지나간 상처 사이로 스며들어 뇌와 신경계를 멋대로 주무르는 것 같은,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 같은 쾌락이 동시에 느껴지고, 동시에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지저분하고 부도덕한 배덕감이 그의 마음을 뱀처럼 옥죄며, 그 더럽고 지저분한 쾌락을 노래했다.


"...큭... 너무 거칠...잖나...!"


"고자악...이 정도로 난리치기느은...! 이거나 먹고... 좆 더 세우라...고옷...!"


뿌우우우우우웅! 뿌붑! 뿌푸푸푸프르르르브브브븝! 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크읏...?!"


화신의 몸이라 피조물의 유혹 정도는 가볍게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막상 이런 특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리고 그 특수한 상황에서 성적 페티시즘을 동시에 자극받을 때의 쾌락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그 스스로도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엄연히 사실이었다. 메카니르는, 문자 그대로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은 고통과 쾌락 속에서 몸부림치며, 서서히 한 줌 남은 본능만을 부여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크읏... 점점... 더 격해지네...? 그래... 솔...지익... 해지며언.... 얼마나 좋아...? 읏...! 배가 계속 눌려서...!"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부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부우욱!


"...에헤... 미안하게 됐네...? 자꾸만... (뿌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방귀가 나와서...! 크흣... 하아..."


적당히 장단만 맞춰 줘야지, 빨리 하고 끝내야지, 그런 생각만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메카니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추잡한 쾌락의 포로가 되어, 반쯤 이성을 놓고 허리를 흔드는 자신을 발견하자, 한편으로는 깊은 자괴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종의 방어심리가 작동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진한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 생각은 이내 더욱 커져, 한층 더 격한 움직임과, 음란한 몸짓으로 나타났으며, 나중에 가서는 아예 대놓고 아나의 탱글탱글한 구릿빛 엉덩이를 짝-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때리고, 방귀의 배출을 촉진시키려는 듯 엉덩이를 주물럭거리기까지 하며, 쾌락을 추구하려는 몸짓으로 가득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오랜만에 격한 절정으로 치달았다.


"흥햐앗...!? 엉덩이를 때리다니이... 아주 짐승이야 그냥...?! 응... 그렇게 치면 자극... 된다구...!"


뿌푸푸푸루루루루루루루룱! 뿌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뿌아아아아아아앙!


"크읏...!"


"쌀 거... 같아...? 그럼 나도... 마지막으로...! 큰 거 한방... 읏...흐응...!"


뿌스스슷...


"...이거 맡고... 잔뜩 싸버리라구...!"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브프드드드드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우웅!


"...크...흐읍...!"


퓨뷰르르르르르릇-! 뷰륫-! 퓨뷰류류류류륫-! 뷰프프르르르르르르릇-! 뷰류륫... 뷰릇... 뷰르르르르릇-! 뷰르르르르릇... 뷰륫-! 뷰퓨퓻... 뷰웃...


"...크...크흐흐흡...! 흐... 하아... 하아...."


"읏... 흐느아... 안에 잔뜩 차오르는 기분... 처음 맛보는 형태의 독특한 정기네에...? 이런 맛도 나쁘지 않네에... 응... 흐아아..."


"..."


메카니르는, 조금은 침울한 표정으로 뒷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간 아나는, 그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그만 피식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저질러버렸구나... 으... 에르가페... 미안해... 이건 어떻게 보면 조금 불가항력에 가까운... 그런 느낌이라..."


"흐응... 그런 걸 고민하고 있었던거구나?"


"...나름 심각한 고민이란 말일세... 하아... 제기랄... 내가 쾌락에 미쳐서 이런..."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미치기 직전의 마물에게 정기를 베풀어 살렸다고 말하면 오히려 더 좋아해줄걸? 미혼 마물인 입장에서 정기를 어떻게 수급하기도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푸후후..."


"...그런가... 정말 그럴까?"


"그럼! 대단한 일 한 셈이라고. 당신은. ...그나저나 이름이 뭐야? 이름도 못 물어봤네."


"...메카니르라고 하오."


"그래. 뭐 아무튼 아주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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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응? 벌써 일어났어?"


데이모스는, 자신의 요람에서 잠을 청하고 일어나 나오는 에르가페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녀는 그 인사를 받으며 몸을 거의 두 배 가까이 쭉- 늘려 기지개를 펴고 원래대로 돌아오며 말했다.


"하암... 응. 몸을 좀 움직이면서 이제 좀... 다시 감을 잡아본다고 해야 하나? 그러고 싶어서."


"...그건 그렇고 여기 나와서도 화신 모습이구나?"


"응. 이 모습이 좋다고 하더라고. 후후... 안에서 잘 지내고 있으려나?"


"...음. 만약에 말이야, 메카니르가 너 없는 사이에 다른 마물이나 뭐... 그런 애들하고 관계를 가지면 어떨 것 같아?"


"...응? 글쎄. 생각 안해봤는데.... 음..."


"용서할 수 없는 죄야?"


"그것까진 아니지! ...단지..."


"단지?"


"...꽁꽁 묶어놓고, 일주일간은 내 마음대로 쓰면서 내 나름의 복수를 할 거야. 앞으로 그런 허튼 생각은 꿈에도 못 할 정도로 아주 지독하게 내 페로몬으로 절여놔야지. 안그래? 쿠후훗..."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질투쟁이 서큐버스인가..."


"내 피조물들 중 하나인 라미아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지. 뭘. ...아, 그래. 라미아들처럼 메카니르를 굳혀놓고 일주일 밤낮으로 안 쉬고 잔뜩 뽑아내볼까? 잔뜩 말라비틀어지고 지쳐서, 내 냄새에 잔뜩 절여진 채로 내 품에서 헐떡이는 우리 귀염둥이 모습을 생각하면... 하응... 한번 정도는 꼭 보고 싶으니까 가벼운 바람기 정도는 있어도 될 것 같네에...♥ 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각인시켜서 영원히 잊지 못하게 만들어줄거니까아...♥ 후후... 에헤헷..."


"...오... 오우... 이거 쉽지 않네..."


참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이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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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뭔가 분명... 분명 무서운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


사시나무가 바람에 떨듯, 식은땀까지 흘리며 파들파들 떨어대는 메카니르를 보고, 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메카니르? 얼굴이... 와우. 아주 파랗게 질렸는데?"


"그...그정도인가?"


"...아주 사색인데. 뭐 안좋은 일이라도?"


"...아닐세. ...일단 어서 나아가도록 하지."


(부스럭...)


"응... 여기... 메카니르 씨...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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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붕대가 풀어진 부분은 고의적으로 풀어놓은 거라고...?]


[실제로 그녀들도 이와 같은 맨살을 맞대는 교감에서 오는 쾌락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라 - Mummy]


[속 : 좀비 / 형 : 언데드]


[서식지 : 사막 유적]


[식성 : 인간 남성의 정기, 배고프면 인간들의 요리도 잘 먹음]


[성격 : 단순함, 음란함, 방귀 좋아...]




[사막의 유적 등지에 서식하는 언데드의 일종. 보통은 인간의 사체에 마물의 마력이 깃들어 새 살과 마나를 얻고 되살아난 존재이나, 아누비스의 저주에 당해 마물화가 급속히 진행된 인간 여성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마물로 거듭난다. 생전 기억, 성격 등은 남아있으나, 만약 굶주린 상태가 되거나, 뱃속의 가스가 빵빵해진 상태가 되면 이성이 격하게 흐려지므로 무척이나 위험하다.


항상 몸이 말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고 하며, 그렇기에 뭘 항상 먹고 있다. 보통은 사막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 특수한 마계 카사바의 아종을 가공하여 만든 섬유질이 가득한 칩을 먹으며 허기를 달래곤 하는데, 그렇기에 그녀들은 항상, 언제나, 문자 그대로, 어마무시한 방귀쟁이들이다. 보통은 흰 붕대를 감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본 붕대는 연노란색이나, 혹은 진한 노란색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보통 '방귀의 성분으로 인해 흰 붕대가 누렇게 떠버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여기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데, 언데드 마물들은 특유의 부패한 육신 때문에, 다른 마물들에 비해 '가스'. 대신, 체내에서 가스를 적절하게 분해하여 양을 조절한다거나, 혹은 괄약근 주위 근육들을 강하게 조일 수 있는 힘이 크게 발달해있어서, 평균 이상의 가스량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배출로 인해 곤혹을 겪는 일은 없다만, 미라들은 예외에 속한다.


유적의 '인간 주민' 들이었던 이들이, 되살아난 상태이고, 다른 부활한 언데드들보다도 평균적으로 높은 전생과 관련된 기록과 결속률을 보이는데, 이렇게 생과 사의 경계 중간에 걸친, 마물인 동시에 애매한 인간이며 언데드인 상태이기에, 아주 해괴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언데드의 가스량, 그리고 인간의 한계용량, 마물의 성욕.이 한 데 뭉친 아주 괴물같은 음란한 성욕 덩어리로 거듭나게 된다.


그녀들의 피부는 매우 자극에 약한데, 단순히 만져지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수준의 쾌락을 느끼며, 신체의 통제권을 일부 상실할 정도이다. 한동안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이완된 괄약근 너머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는 것이 일상일 정도니 말이다. 가뜩이나 조절 능력이 약한 미라들인데, 항상 가스로 들끓는 몸에 가스를 더욱 폭발적으로 만드는 음식을 달고 살기에, 미라들이 많이 머무르는 유적의 심부 쪽으로 내려갈수록 문자 그대로 '숨 쉬는것 자체가 끔찍한 고문으로 느껴지는' 농도의 악취로 치닫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 민감한 피부 때문에 만일 미라들에게 포위당했다면, 어떻게든 미라들의 붕대를 잡고 풀어버린 다음 그녀들이 '방귀를 쏟아내기 전' 에 도망친다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것이, 거의 모든 미라들은 신체의 일부를 붕대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로 그곳을 만져주면 싫어하기는 커녕 격렬하게 좋아하며 남성을 붙잡고 자신의 몸에 비빈 다음, 방귀냄새로 잔뜩 쩔어버린 싯누런 붕대를 감겨주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아, 일단 아누비스의 말을 들으면서 유적을 수호하는 것은 2차적인 목적이고, 가장 큰 목적은 '남성과의 교미' 로 보이는 것 같다는 듯 하다는데... 진위 여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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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읽은 메카니르는, 흥미롭다는 듯 몇 가지 주석을 적고는 다시 품 속에 사전을 집어넣으며 감사를 표했다.


"...큰 신세를 졌구려. 고맙소."


"고마우면... 나랑..."


"...이...이젠 진짜 아니 되오. 절대로. 내 아내가 정말 슬퍼할..."


"그럼... 넣는 거 말구우... 여기 방귀구멍좀... 잔뜩 핥아주라..."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가스가아... 잔뜩 차서어... 간질간질해... 우응... 넣는거 아니니까... 노카운트인걸...?"


"그래. 우리 무르나한테도 좀 베풀어주라고. 길은 내가 바로 돌파할 수 있도록 뚫어둘테니."


"...흐어어어어어... 이게 진짜 마지막이야..."


반쯤 체념한 채로 무르나의 항문에 손과 입을 가져다 대는 모습을 보며, 아나는 호탕하게 웃으며 미로를 질주해나갔다.




--------------------------------------------------------------------------------------- 3장, 미라 편 [END]




(콰앙-!)


"크하하앗...! 역시 몸으로 미로를 돌파할 때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니까!"


"...이건 미로가 아니고 벽부수기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으응... 우리 아나 언니야 전매특허야... 쎄지...?"


(후두둑... 후수수...)


벽과 모래의 잔해를 털어내며, 미로의 끝자락으로 내달린 아나와 메카니르, 무르나. 그리고, 그들은 숨을 미처 고르기도 전에, 강대한 힘을 가진 자줏빛 마나의 흐름과 함께 큰 폭발음을 듣게 되었다


(파지지지직-! 콰광!)


"...이 힘은... 아포피스 님...!"


그리고, 아나의 외마디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에키드나보다는 살짝 작지만 매우 커다란 라미아 계통의 마물 한 마리가 거칠게 튕겨져 나와, 겨우 자신의 지팡이를 땅에 꽂으며 몸을 가누며 허리와 배를 문지르며 아픔을 달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끄으윽... 아포피스 체면이 말이 아니군. 누구 본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아포피스 님!"


"...그 말 취소..."


"괜찮으십니까? ...우웁...?! 구린내가...!"


"...아나로구나. 미안하게 되었다. 저 괴물 녀석의 공격에 직격당하고 나서는... 끝내 내 장도 통제 불능이 되었는지 말이다. 윽... 클레오는...?"


(슈팟-!)


"...니토!"


"...난 괜찮아. 제길..."


"괜찮긴... 녀석은?"


"튕겨져 나오면서 구속의 인장을 무수한 중첩으로 걸어뒀어. ...1분 정도는 묶을 수 있을거야."


아나, 무르나, 그리고 처음 보는 두 마물의 곁으로 빠르게 다가선 메카니르는, 일단 주위 환경으로부터 완벽하게 숨을 수 있는 은엄폐용 역장을 전개한 뒤, 헛기침을 몇 차례 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쪽이 끼어들 틈이 없군. 지금 대강 무슨 상황인지 설명을 좀 들을 수 있겠나?"


"...이쪽은?"


"이 분께서는..."


"아닐세. 아나. 내 소개 정도는 내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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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메카니르라고 했나, 인간? 당신이 꽤 강한 인간이라는 건 알겠지만... 저 괴물을 직접 상대하겠다는건, 자연재해에 맨몸뚱이로 맞서겠다는 것과 동급의 무모함이야."


"니토 말이 맞네. 고대신의 힘을 편린이나마 발휘할 수 있는 우리마저 속수무책으로..."


"뭐든 대 보기 전엔 모를 일이지. 그렇지 않나?"


(우웅...)


"...뭐... 뭐라고?! 지금 제 정신...!"


(스릉... 철컥-)


"제정신이냐고? 그렇다마다. 내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선명하다."


(쿠웅-! 쨍그랑!)


"...깨졌군. 젠장...!"


"...구마왕 시절 골렘만큼이나 피와 살덩이에 굶주려 있어. 우리나 인간이나... 까딱 잘못하면 산 채로 생분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저 덩어리 속으로...!"


(쩌적... 쩌억-)


"...다녀오지."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못 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그래?"


"잠시 비켜주게. 휘말릴 수 있으니."


"...이 간덩이 부은 인간이!"


(쿠웅-!)


"크윽...!"


"놈이로군."


유적의 깊은 심부를 부수고 나오며, 모두가 있는 석실 전체가 울리도록 거칠게 포효하는 존재를 본 메카니르는,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것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흠. 던전에서 만났던 슬라임에 이어... 이건 뭐지? 골렘? ...누군가의 악의가 담긴 인형처럼 보이기도 하는군."


"...분명해... 구마왕 시절... 인간과 마물 모두에게 공포로 군림했던 살육 기계...!"


"골렘의 약점이 무엇이지?"


"...골렘마다 다 다르지만, 보통 사막에서 활동하는 녀석들은 타오르는 더위와 건조한 열풍에서 힘을 얻으니, 그 반대되는 것이 약점이라고 볼 수 있지."


"물 말이겠군."


"그런데 여기 물이 어딨냔 말이지...! 젠장!"


(그오오오-!)


"...피해!"


(텅-!)


"...굳이?"


"...어...?"


한 손으로 가볍게 거대한 진녹색 골렘의 주먹질을 막아낸 메카니르. 거칠게 손을 휘둘러 공격을 뿌리치고, 검을 휘두르려던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며 행동을 거두었다.


"...잠깐, 물이 약점이라면... 여기서 귀찮게 치고받고 싸울 필요가 없겠군."


"...지금 왜... 이봐! 위험해!"


'...에르가페가 준 모듈 테스트나 해볼까? ...어디... 클래스... 하이드로. 이거겠군.'


(꿀렁...)


"...음?"


(촤아아...)


"...뭔가..."


(촤아... 촤르륵-)


"...잠깐, 기대한 정도의 출력을...?!"


(푸화아아아아악-!)


"...우...우와앗?! 이런 출력이라니...?! 에르가페! 대체 뭘...!"


천 년에 한 번 올것 같은 무지막지한 홍수와도 같은 급물살이, 순식간에 메카니르의 양 손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물에 대한 통제권을 빠르게 파악한 그는, 물을 조작하여 거대한 수구(水球)를 만들어, 마치 무중력 상태에 놓인 거대한 물방울과도 같은 형태의 물 감옥을, 그대로 골렘에게 격돌시키며 진녹색 덩어리 골렘을 완벽하게 격리하는 데 성공했다.


"...저...저런 양의 물이...?"


"...물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로... 말도 안돼..."


"...미친... 대체 이 인간 정체가 뭐지...?"


"...우우웅... 물놀이하고 싶다아..."


'...적당한 묵시적 형변환을 취해주면 되려나? ...클래스 체인지... 다음 명령어로... 아이스. 이거겠군.'


(치시이이이이익-! 치지지지지직!)


"...어...얼었어?!"


"...지독한 한기로군..."


그리고, 모두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메카니르는 얼음 속에 갇힌 골렘에게로 다가가, 손을 뻗고 자신의 힘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규격 재조정."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엄지와 검지로 집어올릴 수 있는 크기의 구슬로 그 거대한 골렘을 압축한 메카니르는, 아무렇지 않게 한기를 흩뿌리는 구슬을 주워들어 대충 주머니에 담고,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나와 무르나, 그리고 두 명의 마물에게 다가갔다.


"...또 다른 녀석이 있소?"


"...아...아니... 일단은 그게 전부처럼..."


"그렇소? 어디..."


(우웅... 파스스스스-)


"...흠. 그래보이는군. 별도의 격렬한 반응은 느껴지지 않으니. ...아무래도 이 거대한 인공 생물의 형태로 모습을 갖춘 이물이, 더운 사막의 열기와 건조한 바람을 이용하여 이 독기를 흩뿌리고 있었나 보오."


"...그렇...구나?"


"여튼, 아무래도 사건은 일단락 된 것 같구려. 흠... 그나저나 일단 여기저기 묻은 이물부터 청소해야겠구려."


"...그건 그렇네. 벽도 바닥도 영 말이 아닌걸. 일단 내 거처부터 할 수 있을까? ...어째 클레오 방에서 튀어나왔는데 왜 내 방이 더 더러워진거지? 아무튼... 음.... 근데 당신 정체가 대체..."


"...일단 좀 걷지. ...아, 무르나, 그리고 아나. 자네 둘은 유적 바깥으로 피한 사람들에게 다시 들어와도 좋다고 전하지 않겠는가?"


"음... 그게 좋겠네. 나 혼자 갈게. 무르나? 다른 미라들과 케프리들에게 말해서, 유적을 재건할 준비를 하라고 말해줘."


"응... 언니 말대로 하자고 할게."


어디론가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무르나, 그리고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입구를 향해 달리는 아나. '클레오' 와 '니토' 라고 불리는 두 마물과 함께, 메카니르는 유적의 최심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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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강한 힘이 느껴지는군.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분명 아나랑 주먹을 맞댔을 때 이런 느낌이었는데."


"...아포피스의 제단에 맨몸으로 들어왔으니까. 원래 유적을 도전하는 순서가 파라오의 시련을 먼저 이겨내고, 그 가호를 받은 다음 내게 대적하는 게 정석적인 도전 경로인데... 당신... 진짜 강한 수컷이구나? 정체가 뭐야?"


"...실은, 그것 때문에라도 말씀드리려 했는데 워낙 일이 급박해서 말이죠. 미안해요."


"아닐세. 그냥 내가 피곤해서 그런 것 같네. 어차피 어지간한 저주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 몸이라. ...그래. 제대로 사람을 긴장시키려면 이 제단 전체 길이보다 세 배는 더 긴 외계 괴수라도 있어야겠군."


"...그런 게 있다고요?"


"나중에 시간 나면 올드 웨스트 타운에 가보게. ...엇챠... 여기는 이만하면 된건가?"


"...덕분에 어디가 파손되었는지 빠르게 알 수 있었네. 고마워. 인간. ...아니, 메카니르라고 했나?"


"감사 인사는 일이 다 끝나고 하시오. ...아, 이제 내가 조금 부탁을 할 차례인가."


"부탁? ...웬 책이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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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사전... 학회 연구직이나 그런 쪽이었어?"


"사전 집필을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둘 다... 가능하겠나?"


"안 될 것도 없지. 어떻게 보면 유적의 해결사인데 말이지."


"그럼요. 이 정도는 물론 해드려야죠. 내가 먼저 할까, 클레오?"


"그래줄래? 적으면서 움직일 수 있지?"


"그럼. ...자, 다음엔 클레오의 방을 살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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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한 번 중독되면 그녀의 가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절대로...]


[아포피스 - Apopis]


[속 : 라미아 / 형 : 파충류]


[서식지 : 사막지대, 사막 유적지]


[식성 : 육식, 인간 남성의 정기]


[성격 : 드셈, 호색함.]




[명계의 힘, 지옥의 낙인을 몸에 품었다고 전해지는 칠흑빛의 거대한 라미아속 마물. '파라오' 라는 마물의 대적자로써, 신이 만들어낸 인조적인 마물이며, 사막에 유적에 잠든 파라오의 각성을 저지하는 것이 '그것' 들의 임무였다. 폭력적으로 모두를 짓누르고 살육을 즐기던 구마왕은, 선한 성향의 파라오가 각성하여 자신들에게 인간과 함께 반기를 들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구마왕 시대에는 파라오가 그것들에 의해 명을 달리하여 주인 없는 폐허와도 같은 유적이 산재하거나, 거대한 뱀의 목을 왕좌 위에 과시하듯 걸어놓은 유적들이 산재했으나, 지금은 다 지난 이야기로, 일단은... 대립 관계이기는 하나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일은 없다.


그녀들은 몸속에 강한 신경독을 품고 있는데, 이 독은 다양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사냥감이 남성이라면 '마물과의 쾌락에 빠지길 바라는 인큐버스' 로 순식간에 거듭나는 방향의 '마나 침식독' 으로 작용하며, 여성의 경우, 일종의 소화기 계통 독과 신경독으로 작용한다. 우선 일차적으로 격한 열과 쾌락을 동반해 몸을 침식하고 육체를 쾌락에 민감하게 만들며, 몸매를 정말 폭력적이고 탐욕스럽게 만든다. 머지않아, 몸의 근육의 형태가 녹아내리고 변화하는데, 이 과정은 고통이 아닌 격한 쾌락과 '극심한 복부팽만감' 을 동반한다. 독에 침식된 그녀들은, 순식간에 다리가 하나로 달라붙고 뱀의 하반신처럼 변하며 신체의 재구성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마나의 찌꺼기, 노폐물, 부산물 등이 기체 상태로 압축되어 장내에 모이기 때문이다. 이후, 온전한 형태를 갖춘 소확기를 통해 압축되었던 가스가 순식간에 격한 흐름이 되어 쏟아져나가며, 자신이 변태를 이룬 그 주위를 '수백 리터 이상의' 어마어마한 양의 똥방귀로 뒤덮어버린다. 이후, 그 독은 사라지지 않고 몸에 남아 계속해서 가스 생성을 촉진하며, 일반적인 라미아 계통 마물보다 약 두 배 이상의 가스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여기서 재밌게도, 여성의 성격이 온화하든, 성실하든, 겁이 많든, 무뚝뚝하거나 솔직하지 못하든 어떤 성격이든, 평소 스스로 남성을 덮치지 않는 여성이라도 금새 사랑하는 남성에게 고백하고 덮치고 올라타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성형 마물들의 경우, 몸이 라미아로 변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동일한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은 '아포피스의 충실한 노예' 가 되어, 자신에게 이러한 즐거움과 쾌락을 일깨워준 그녀에게 진심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독은 파라오에게도 작용한다. 독에 중독된 파라오는 한 마리 암컷이 되어 왕국의 번영이고 재건이고 모두 뒷전으로 밀어두고, 함께 침실에서 영원한 쾌락만을 추구하며, 침실 밖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귀가 새어나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변태적인 성욕을 가진 암컷이 되어 남편과 격렬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유적은 아포피스의 차지가 되는데, 그녀들은 유적의 문을 활짝 열고, 스핑크스와 아누비스들, 케프리와 미라들을 구슬려 낙원을 넓히고 함께 사랑을 찾아 이곳을 마계로 만들자는 문란한 계획을 세우며, 많은 인간 남성들과 마물들을 꼬셔 유적으로 유인하고, 어느새 마계가 된 유적에 발을 들인 이들은 마계의 주민들이 되어버린다.


한 가지 웃긴 점은, 그녀들 또한 스스로의 독에 저항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암약하는 일면의 뒤에는 '사랑과 쾌락을 얻고 싶어. 나도 파라오처럼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어. 스핑크스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방귀냄새를 전해주고 아누비스처럼 남편을 방귀로 물들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데, 만약 이 때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포착한다면 독을 잔뜩 주입해 뱀의 몸으로 속박하며 교미를 시도하고, 이 시점에서는 흐트러진 정신으로 인해 마나의 흐름이 상당히 망가져서 대량의 가스 역류를 일으켜, 언제나 가스가 부글거리는 몸이 되어, 남편을 몸으로 쭉 감싸안고 키스를 하며, 뒤통수, 머리 옆, 이마 등 다양한 장소에 꼬리 뒷부분에 달린 항문을 통해 무지막지한 양의 가스를 쏟아내며 사랑을 추구하며, 매일을 즐거움 속에서 살아간다. 파라오를 만나기 전에 남자를 먼저 만나버린 경우, 자신의 일과 본분을 거부하고 남편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마을에 정착하는 경우나 유적에 대놓고 셋방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최근 들어 파라오와 아포피스의 공존이 자주 관측된다는 점이다. 보통, 이런 경우 과거 일어난 대규모 사건으로 인해 아포피스와 파라오가 동시에 깨어나 서로를 만난 뒤, 성욕에 잔뜩 굶주려서 서로 극적인 합의에 이른 경우다. 그런 경우, 둘이 한 명의 남편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두 마물의 성향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자주 관측된다고 한다. 가령, 파라오가 자신의 문장으로 계속해서 남성기를 수그러들지 않게 하면서 의식을 유지시키고, 아포피스는 봉인의 낙인 등으로 남성을 적절하게 묶고, 방귀 때문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잔뜩 구린내로 물든 방에서 두 마물은 한 명의 남자를 놓고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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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좀 만족스럽게 적혔나?"


"...흥미롭구려. 헌데 이 내용대로라면 아포피스와 파라오라는 마물은 적대하는 관계가 아닌... 합의를 본 사이인가?"


"응. 그렇지. 다 개인차가 있는 법이지."


"혹시 그 합의라는 게...?"


"한 쪽이 남자가 생기면, 같이 공유하는 걸로 극적 타협을 봤지. 그래서, 우리 둘 다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를 발견하면 서로의 시련에 도움이 되는 축복이 아닌 저주를 몰래 걸어주기로 했다고나 할까?"


"...근데 그... 그거 불법..."


"에이~ 유적 주인 마음대로지 뭐~"


"...그런가...?"


"으흠!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쪽은... 우리 관심 없어? 방귀쟁이 독사하고..."


"...언제나 배가 부글부글 끓는 사막의 여왕 말이에요. 후훗..."


"미안한 말이네만 기혼자라서... 와이프가 이 광경을 보면 날 묶어놓고 쥐어짤걸세."


"음. 확실히 그렇겠네. 아까운걸. ...자, 이번엔 클레오. 네 차례일 것 같네?"


"그러게. 확실히 적어서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자, 여기를 한번 둘러봐주시겠어요?"


발을 맞춰 걸으며 깃펜으로 필기를 시작하는 클레오, 그리고 소리없이 움직이며 혹여나 남아있는 잔재가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찾는 니토. 메카니르는, 포집기를 펼치고 서서히 걷기 시작하며, 클레오의 필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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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훌륭한 군자 파라오. 그 위엄과 매력은 그 어느 누구라도 이겨낼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다.]

[삽화 속 대화 내용 : "여보도 참... 숨만 헐떡이지 마시고, 누구 냄새가 더 독한지 말해주시라니까요?" / "이렇게 우리가 방귀를 뀔 때마다 하얀 애기즙을 븃븃 하면서 말도 못하고 있으면... 정말, 결론이 안 나잖아?" / "고민할 거 없죠. 답이 나올 때 까지 또 뿡뿡 하면 되니까요..." / "우후후... 그게 좋겠네에..."]


[파라오 - Pharaoh]


[속 : 좀비 / 형 : 언데드]


[서식지 : 유적]


[식성 : 다양함]


[성격 : 다양함]




[유적 깊은 곳,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의 주인, 사막의 지배자... 마물이면서도 신의 힘을 품은 그녀들은, 아누비스와 스핑크스를 다수 거느리는 매우 강대한, 일반적인 마물은 비교조차 실례일 정도의, 그 재앙의 뱀이라는 아포피스와 동급의 강자이다.


유적에 서식하는 마물들이 남성을 얻어 교미를 계속하면 유적이 고농도의 정기와 마력으로 가득차는데, 이 환경에서 비로소 그녀들이 깨어나는 것이다. 혹은, 평생 반려가 될 운명의 짝과 만난다거나 해도 운명을 각성하기도 한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보통은 잠에 빠진 상태로 있으나, 강한 마력의 영향에 휩쓸리거나 하는 경우 조금 이른 각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신과 같은 힘을 지닌 그녀들이 깨어나면, 그 강력한 마력에 의해 유적 주위에 물이 솟으며, 푸른 나무가 자라나 오아시스가 되고 자연스레 정령들이 모여들며 큰 마을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에는 자연스럽게 모험가들이 모이고, 그 모험가들 중 강한 이들은 이 마나의 근간이라는 유적에 흥미를 갖고 탐험을 시작하며 파라오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험가들은 어느새 명록마계에 가까워진 유적 내부를 보고 굉장히 신기해하기도 한다고.


사람을 휘어잡는 왕의 재능과 그들을 비추는 신의 힘, 그리고 마성의 매력을 품은 그녀들은 왕의 힘을 지녔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 어느 누구라도 그녀들을 직접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명령을 이행한다. 그 명령은 아주 절대적이기에, 하루 종일 업무로 가득찬 아누비스도 그녀들의 명령을 받으면 침실에 틀어박혀 남편과 정을 나누고, 반대로 노는 게 제일 좋은 스핑크스도 그녀들의 명령 한 마디면 충직한 사자처럼 입구를 수호하게 된다. 미혼 남성이 그녀들의 남편이 되라고 명을 받는다면, 그녀들을 토벌하기 위해 온 용사더라도 그녀들의 반려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언령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언령에 저항할 수 있는 존재는 마찬가지로 그 신과 동급의 존재이거나, 그만큼 정신력이 강한 경우 뿐이다.


남편이 된 수컷에게, 파라오가 처음으로 내리는 명령은 '나의 뒤로 올 것' 이다. 보통 파라오들은 무수한 시간을 잠에 빠져 지내고, 각성하여 깨어난 뒤에도 수많은 마물들에게 명령을 내리느라 바빠 스스로의 쾌락을 추구할 시간이 없어 장 속에 가스가 쌓인 채로 수십, 수백 년을 지낸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 목적 없이 쌓여가던 가스가 마침내 배출될 명분을 찾았다면, 그 다음 결과는 당연지사. 유적 전체가 우렁우렁 울릴 정도로, 입구를 지키던 스핑크스가 화들짝 놀라 뛰어오르고, 아누비스도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경외감을 드러내게 할 정도의 괴멸적인 방귀의 폭탄을 10초 단위로 터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수한 시간 동안 장 속에서 고여 썩어가던 대량의 가스는 그 어느 언어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괴멸적인 악취를 뽐내는데, 직접 맡아본 파라오의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온 몸이 썩어 문드러진 시체 더미에 코를 쳐박고 숨을 쉬어도 이것보다 더 향긋할 것 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그 끔찍한 악취는 한번 배출되기 시작하면, 그녀가 만족할 때 까지, 그러니까 보통 약 열 시간에서 열 한시간 정도 끊임없이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터지는 소리 또한 인간의 이해를 아득히 넘어선 수준이며, 특히 그 세기가 궁금했던 모 학회의 연구진이 세라믹 재질의 변기와 비슷한 강도의 측정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배출해볼 것을 부탁했는데, 단 세 번의 배출만에 측정 기구가 녹아내리고 부서져 '측정 불가' 라고만 적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악취를 받아내는 남편의 몸은 날이 갈수록 그 악취에 적응하고 강해져 철인과도 같은 몸이 되는데, 이렇게 서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인 파라오는 더욱 관용적이고 포용력 있는 모습이 되며, 경우에 따라 자신을 해하기 위해 존재했던 아포피스마저도 받아들여 매일같이 누구 방귀가 더 지독하고 시끄러운지, 누가 남편님의 아이를 더 일찍 임신하는지 등 티격거리면서도 좋은 친구 사이가 되어 남편을 공동으로 두고 함께 쥐어짜고, 남편이 지쳤다면 동성애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고 하며 남성의 정욕을 다시 일깨워, 셋이 함께 뱀처럼 얽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포용력과 출신 성분 때문인지 인간에게도 마물에게도 매우 호의적이나, 주신 교단만큼은 좋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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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신화적인 그런 존재로군. 흥미로워."


"이전에는 파라오도 남성 형태의 신이 많았고, 아포피스도 여성이라기보다는 무성에 가까운 거대한 뱀이었죠. 새로 즉위한 서큐버스 마왕의 음란한 마력이 지나치게 강해 세상을 뒤덮은 나머지, 유적 속에 파묻혀있던 우리에게까지 그 여파가 다다랐다고도 봐야겠네요."


"...그건 그렇고, 으음... 이제 당신은 뭘 할 생각이야?"


"또 다른 사건 사고를 찾아서 떠날 것이오. 이렇게 녹색 이물질 때문에 큰 재앙이 닥친 곳이 한두 곳이 아닌 것 같소만."


"그렇긴 그렇지. 그럼 다음은... 음, 혹시 바다 지역은 어때? 마침 코트 알프로 향하는 정기선이 내일 모레 출항인데."


"코트 알프라고 한다면..."


"세상 모든 수생 마물들은 다 거기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어때?"


"원하신다면 저희가 편지라도 한 통 써드리죠. 배를 운행하는 선장인 세이렌 자매, 로미와 나미에게 미리 언질을 줘서 편의를 제공해드릴 수 있어요."


"...좋은 정보구료. 고맙소. 니토, 그리고 클레오. ...그나저나 주신 교단? 이건..."


(우루루루루루...)


"...응? 이 소리는..."


"오호라! 다들 오는군! 케프리들하고..."


"우리 가족들이네!"


"니토 님~ 클레오 니이이임~! 괜찮으세요~?!"


"...이거 참. 소란스러워지겠군. 풋..."


웃으며, 슬며시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는 메카니르였다.




--------------------------------------------------------------------------------------- 4장, 아포피스, 파라오 편 [END]



(잠시 후...)


"...음. 복구 작업이 굉장히 빠르군."


"그렇죠?"


"...음? 어느새 여기..."


"여기요. 이걸 전해드리려고요."


어느새 메카니르의 곁으로 다가온 클레오는, 파피루스로 만든 편지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이걸 이 번호의 정기선 승무원인 지니 마물, 마릿트에게 보여주세요. 선장에게 안내해줄거에요."


"고맙소. 항구는?"


"항구라고 하면... 여기서 좀 거리가 있답니다. 하지만 요즘은 교통편이 다 좋아서요. 워프 시스템이 수복되었다고 하니 그걸 이용해서 여기 화산 지대의 경계면으로 가시면 될 거에요. 금방 찾으실거에요."


마나를 흩뿌려 약도를 그려주는 클레오. 메카니르는 그것을 숙지한 뒤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고, 마침 그 때 특정 구역의 파괴를 수복한 케프리 무리가 다가와 그 사실을 보고했다.


"클레오 님! 압제의 석실의 복구가 끝났어요!"


"그래? 벌써? 정말 대단하구나! 후후... 힘내서 나머지 구역도 열심히 해 보자꾸나."


"네에~!"


마치 어린 소녀들을 돌보는 것 같은 선생님의 모습이 겹쳐 보여, 그는 가벼운 미소를 자신도 모르게 지었다.


"...케프리 친구들, 귀엽죠? 우리 유적의 자타공인 귀염둥이랍니다."


"그래보이는구려. ...케프리? 그나저나 처음 듣는 마물이군."


"아하, 케프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군요? ... 아, 잠시..."


클레오는, 일을 하고 있던 케프리 한 개체를 불러, 메카니르의 앞에 앉혀놓았다.


"그럼, 이 아이들에 대해 한번 알아가 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에에?! 벌써 제가 여자로써... 우웅... 제 이름은 모나라고 해요. 그럼 잘 부탁드립..."


"아니니 옷 다시 입게."


"좋다 말았넹... 그럼 왜 부르신건가요, 절?"


"...잠깐 알아가고 싶은 게 있어서."


"그렇다면 역시 몸으로 알아가는 대화를...! 방귀도 잘 뀌니까...!"


"...다시 입게."


"메에에엥..."


볼을 부풀리며 삐진 아이처럼 궁시렁거리는 케프리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클레오는 메카니르에게 말했다.


"사전에 실을 가치는 분명 있을 거랍니다. 자, 그럼 저는 이만, 일이 많아서 말이죠? 후훗..."


클레오가 떠나가자, 메카니르는 어느새 제법 두꺼워진 사전을 꺼내며, 케프리 소녀에게 내밀었다.


"...책? 공부 재미 없는데..."


"그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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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일종의 자기소개로군요?"


"이해가 빠르군. 부탁해도 될까?"


"그럼요! 여기 니토 님하고 클레오 님의 자료도 있으니까... 이것처럼 한번 써볼게요?"


활기차게 필기를 시작하는 케프리 소녀 모나. 그 모습이 퍽 귀여워, 그는 가볍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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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화된 케프리의 마나 구체는 상품 가치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피부 미용, 다이어트, 가스 배출량 증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케프리 - Khepri]


[속 : 비틀 / 형 : 곤충]


[서식지 : 사막 유적]


[식성 : 완전 잡식. 고기 선호, 마물들의 마력이나 인간들의 마력도 섭취 가능.]


[성격 : 헌신적, 충직함, 순박함]




[사막 유적에 무리지어 사는 금색 풍뎅이. 보통 파라오를 잃고 폐허가 된 유적 어딘가에 어느샌가 나타나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의 마을을 이루어 지내고 있다. 마물의 마력을 다루는 데 능숙하고, 평상시, 교미 시, 혹은 사냥이나 전투 등 격한 활동 시 터져나오는 마력을 모아 굴려서 공 형태로 만들어 옮기며, 주거지인 유적 내부로 모으는 습성을 지녔다.


이 마나의 구체는 비활성 상태를 유지한다. 케프리들의 자극을 제외한 그 어떤 것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손상되지도 않는다. 릴림이나 파라오, 아포피스, 최고위 드래곤이나 고대의 말레프 드래곤, 혹은 불사자의 도시의 최고위급 언데드 등의 절대적인 강자에 가까운 존재가 아니면 흠집조차 낼 수 없으며, 실제로 그들조차 평범한 방법으로는 마나의 구체를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그 구체는, 오직 케프리만이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그 방법이라는 것도 '구체를 항문에 가져다대고 일정량 이상의 방귀를 뀌어 구체를 자극해야' 활성화되는 것이다.


유적 안에 인간 남성이 헤메인다면 대군으로 남성에게 달려와 그대로 납치하여 왕의 침실로 데리고 간다. 이는 남성이 유부녀인 경우에는 어떻게든 그의 부인까지 찾아와 유적으로 납치해가고 (재밌게도 이 현상은 일종의 문화적, 본능적 행동으로 간주되어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여성인 경우에도 자신들과 같은 존재인 케프리로 만들기 위해 그 자리에서 덮치고 마구 마력을 방귀의 형태로 주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납치된 남성은 비어버린 옥좌가 자리한 왕의 방으로 옮겨져 거기서 매일같이 케프리들이 건네주는 '활성화된' 마나 구체를 주입받는데, 이 과정은 나름대로 체계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여러 명의 케프리가 남성을 묶는 동시에 쾌락을 선사하고, 한 명의 케프리가 자신이 모은 마나 구체를 잔뜩 섭취한 뒤 빵빵해진 배가 꺼질 때 까지 검은 안개와도 같은 방귀를 쉼 없이 분사하여, 남성이 그 지저분한 케프리의 마나를 전부 흡수할 때 까지 그 행동을 반복한다는 메커니즘이 있기에, 마력 주입이 한 번 시작된 방이라면 몇 시간, 혹은 며칠이 지나도록 그 지저분한 방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만약 여성과 함께 납치된 유부남 남성의 경우, 여기서 '방귀를 마구 분사하는 케프리' 의 역할을 그 부인이 맡게 된다. 케프리들이 건네는 방귀 덩어리 마력 구체를 마지못해 어떻게든 섭취한 그의 부인들은, 순식간에 부풀어오르는 아랫배의 팽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백 리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방귀를 쏟아내는데, 이 과정이 한 번 끝났다고 하더라도, 아직 수십 명의 케프리들이 쌓아둔 수백 개의 마나 구체를 전부 소비할 때 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그녀들 또한 마물로 거듭나버리며, 이후 왕의 자리에 올라 무한한 성욕을 갖고 수없이 많은 케프리들과 지저ㄹ분한 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사이에서도 가장 가깝고 친밀하며 사랑을 많이 받는 케프리 정실부인이 된다고 한다.


물론, 왕을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 그녀들의 행복이라고 하고, 신체를 원해지는 것이 행복이며, 왕의 곁을 모시는 귀여운 소녀같은 하인 이미지의 케프리도, 건장한 몸을 지닌 거대한 병사 케프리도, 성적인 분위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엄격한 인상의 재상 케프리도, 그 어느 누구라고 할 지라도 왕과 교미하는 것을 바라며 스스로 육체를 바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아예 서로 순번까지 정해서 왕에게 달려가 성욕을 해소하는 것을 하루 일과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누구에게 봉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며, 특히 유부남인 남성이 왕이 된 경우 정실 부인 케프리의 질투 섞인 응석부리기 섹스를 매 시간 단위로 해줘야 하기에 솔직히 체력이 남아나지 않아서 힘들다고 (실제 인터뷰 내용 중).


보통은 이렇게 지내지만, 만일 '파라오' 가 잠들어있는 것을 뒤늦게마나 확인한 경우, 그녀들은 자신이 만든 마력 구체를 활성화시켜 파라오를 깨우는 데에 집중한다. 이후, 깨어난 파라오의 앞에서 잃어버린 왕국을 부활시켜줄 것을 부탁하고, 그녀의 충직한 신하로 거듭나는데, 물론 그럼에도 성욕 자체는 크게 달라지질 않아서 유적 내부에 침입한 남성들을 자신들만의 거처로 끌고가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잔뜩 위로받으며 성욕을 해소시켜주는 남편으로 삼아버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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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마력을 굴려서 공처럼... 특이하군..."


"후후... 신기하죠?"


"그렇다마다. 그대들을 마지막으로 사막 사전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웠군. 정말 고맙소. ...그런고로... 이쪽도 이제 슬슬 짐을 싸야겠군."


"우웅... 이렇게 간다니 좀 아쉽네요. 가시면서 다들 인사라도 하고 가주실래요? 다들 좋아할거에요."


"그러려던 참이었다네. 하하... 그래. 모나라고 했지? ...잘 있게나."


"네!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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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 뚜벅...)


"...오! 왔구나!"


"뭐, 이렇게 일단락이 되는구려."


"유적 전체가 댁한테 큰 신세를 졌다고 봐야겠네. 뭐, 난 이것저것 추가로 신세를 더 졌지만! 하하하!"


"...그... 조용히 좀..."


"으응... 나두 같이..."


"자...자네도 조용히..."


아나와 무르나를 진정시키던 중,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안에서 대단한 일을 하셨다면서요? 후후... 여기도 치료제 배급이 끝나서 다들 정상으로 돌아갔답니다. 아프사라스 분들을 비롯한 여러 분들도 찾아오셨어요."


"...하하, 이것 참... 오늘은 여기서 조금 쉬어가야겠군."


어느새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다가온 스피카와 코라를 비롯한 다양한 마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짤막한 휴식을 취하는 메카니르였다.




--------------------------------------------------------------------------------------- 5장, 케프리 편 [END]




(뚜벅... 뚜벅...)


"...후우. 새벽 공기가 차군."


"벌써 가시는건가요?"


"코라?"


"...아쉽군요."


"이 또한 인연이지. 자네들을 잊지 못할 걸세."


"우리도 말이죠. 후후... 언제 한번, 우리 유적에 또 놀러오세요. ...기왕이면, 부인 분과 함께 오시면 제대로 놀 거리를 제공해 드릴게요. 후후..."


"...이거 기대해도 되겠나? 푸훗..."


메카니르는 웃으며, 코라와 악수를 하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참! 메카니르 씨? 이거 지금 가셔도 워프 관련 부서는 업무를..."


(슈파앗-!)


"...어라?"


푸른 섬광과 함께, 온데간데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명멸하는 작은 전하의 흐름만을 남기고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메카니르. 그가 떠난 자리에서 끊어진 발걸음을 멍하니 바라보던 코라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분이로군요. ...그 강함도, 태연자약한 마음가짐도, 배포도..."


그리고, 그녀는 그 말 끝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마치, 유쾌한 신을 보는 것 같은..."


그러다가,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는, 잡다한 상념을 떨쳐내는 그녀였다.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려나요? 풋... 신이라니. 그럴 리 없지... 이제 우리 유적도 바빠질테니... 하암... 부족한 수면을 미리 보충해야겠네요. ...들릴 지 안 들릴지 모르겠지만, 잘 가요. 수수께끼의 이방인 씨."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침소로 스르르 기어갔다.


야경이 아름다운 사막의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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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팟-!)


"...흠. 화산 지대 인근이라... 항구는 안 보이는데... 좌표가 조금 어긋났나?"


한편, 밤에도 식지 않는 따스한 열기가 느껴지는 사막 지역 인근의 화산지대에 도착한 메카니르.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편지에 적힌 날짜를 상기하며 생명 반응이 크게 느껴지는, 마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니, 좀 걸으면서 생각해볼까..."


"에헴! 거기~"


"...음?"


"멋쟁이 아저씨, 좀 피곤하지 않아? 우리랑... 원나잇 콜? 나 냄새 독하다구~?"


"...흠... 출발하기 전에 사전을 좀 더 두껍게 채울 수 있겠군."


...처음 만난 마물 소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대가, 그의 마음에 차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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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 하기 좆같을때마다 글 썼더니 어떻게 잘 쓰이는데 또 시험공부 하러가야해서 거의 못써가지고 더럽게 오래걸렸네


아 공부하기 싫다 좆같다 씹 


다음편? 시험끝나고 해봐야하나...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시험들었으니... 아 몰라 시발 중간고사니까 그래도 다행인거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