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를 마치고 복귀중인 웨스트 크리샤 함.

 웨스트 크리샤 함처럼 1000톤급이 넘어가는 함정은 보통 출항 기간이 적게 잡아도 일주일, 혹은 이주일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임무에서 복귀하는 날은 모두가 들뜨기 마련이었다.

 며칠 동안 푹 쉬거나 느긋하게 여가 생활을 즐길 수도 있고 가족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휴무일은 함선의 가장 말단 병사부터 시작해 지휘관 급의 간부들까지 모두가 기다려온 시간이나 마찬가지.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날에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환자가 아닌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했지만 어째서인지 웨스트 크리샤 함의 함장인 아이린은 표정에 '여유'나 '느긋함'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어지간한 사병들과 비슷할 만큼 젊은 나이에 웨스트 크리샤 함처럼 큰 함정의 함장 자리를 꿰찼다는 이유 만으로 긍정적인 쪽으로든 혹은 부정적인 쪽으로든 다른 이들의 화젯거리가 된다는 걸 아이린 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최소한 임무가 진행중일 때 만큼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만을 보이고 싶었던 걸까.

 물론 그 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사실 지금 아리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고 심지어 안색히 허옇게 변하려고까지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뱃속에 어마어마하게 차오른 가스 때문.

 일과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미리 가스를 처리했어야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그러지 못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함장이라고 해서 항상 조타실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부두 거의 근처까지 도착한 상황.


 출항 및 입항 때는 반드시 자리를 지켜 지휘를 해야 했던 만큼 아이린은 그저 성이 난 뱃속을 달래가며 참아낼 수 밖에 없었다.


 부두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몸부림을 치는 가스 덩어리 때문에 요동을 치는 아이린의 뱃속.


 바람이 꽤 강한 날이라 기상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부두 근처였음에도 배가 간혹 크게 꿀렁 거리고는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린은 항문 근처가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중심을 잃거나 해서 괄약근에 주고 있던 힘이 풀리거나 했다가는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 틀림 없었다.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조타실에 유독 가스를 살포해버렸다가는 창피함이 문제가 아니라 함정 요원들이 지독한 가스에 중독 되어 큰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는 일.


 특히나 입항 중에 그런 사고가 벌어졌다가는 정말로 큰 일이 날지도 몰랐다.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으면 돼...'

 입항할 때는 말단 병사부터 함장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되는 법인데 아이린은 자신의 복부와 엉덩이 쪽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탓에 식은 땀이 다 흐르기까지 한다.

 시끄러운 무전 소리와 함수, 함미 쪽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와 엔진 소리까지 해서 굉장히 소란스러웠지만 엉덩이 구멍 입구를 두드려대는 가스 덩어리 때문에 아이린은 그런 소음 따위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실수가 없는 아이린 답게 뱃속에서 난리통이 벌어졌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것 마냥 능숙하게 지휘를 내렸고 별 다른 탈 없이 입항을 완료한다.

"13시 18분, 웨스트 크리샤 함 부두 내에 입항 완료."

 입항을 알리는 부함장의 함내 방송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이린.

 만약 입항이 10분, 아니 5분 정도만 늦었어도 정말 큰 일이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만큼 아이린은 정말 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보름 간의 임무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함장 님. 아, 그런데 이번에 제출해야 할 항해 일지 말입니다."


 곧장 함장실로 달려가 가스를 내보낼 생각 뿐이었던 아이린이었지만 예상치 못 하게 항해사가 아이린의 발목을 붙잡는 게 아닌가.


 물론 업무 때문이었으니 발목을 잡는다는 건 너무한 표현이었지만 지금 아이린에게 있어서는 업무고 뭐고 난리가 난 뱃속을 진압해야 하기 바쁜데 그걸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다.


 "저번에 본부에서 항해를 보름 동안이나 했으면서 항해 일지 내용은 왜 이렇게 빈약하냐고 꼬투리를 잡던데 어떻게 할까요? 사사로운 내용을 더 채워 넣는 거야 어렵진 않은데 아무래도 함장 님은 그런 걸 별로 안 좋아 하시지 않습니까."


 "아, 그게..."


 "별 일이 없었으니까 항해 일지에 특별히 적을 게 없는 거지 뭐 그러면 바다 위에서 크라켄이라도 만나라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현장 한 번 제대로 안 뛰어본 인간들이 위에 앉아 있으니까 별 시덥잖은 걸로 꼬투리를 다 잡네요 이거 원..."

 "귀, 귀관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러면 뭐... 적당히 꼬투리 안 잡힐 정도로만 늘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네엣...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그럼 저는 잠깐 내려가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장 님."

 생각지도 못하게 시간을 끌린 아이린은 거의 도망을 치듯 조타실을 빠져 나왔고 부리나케 함장실로 향한다.

 가벼운 방귀 정도는 그냥 화장실에서 몇 번에 나누어 걸쳐 해결 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 뱃속의 상태로 미루어보아 이건 평소보다도 훨씬 더 어마어마한 위력이 깃들어 있을 게 분명했다.

 개인 샤워실은 없어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음 처리는 물론이고 아무리 지독한 냄새가 깃든 방귀를 시원하게 뀌어 재껴도 수십 분이면 말끔하게 환기를 시킬 수 있는 및 공기 청정 및 환기 시설까지 갖춰져 있는 함장실이 아니면 함부로 내보낼 수도 없는 양의 가스.

 뽀옥-! 뽀옥-! 부우우욱- 뿡! 뿌익!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다보니 아이린의 엉덩이 틈에서는 귀여운 방귀 소리가 신나게 새어 나와 버린다. 

 다행히 함정의 소음 때문에 소리가 묻히긴 했지만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다.

 엉덩이에 주고 있던 힘이 조금이라도 더 풀려버렸다면 아마 굉장히 와일드한 방귀 소리가 뿜어져 나왔을 터.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구리구리한 향기를 풍기며 함장실로 빠르게 걸어가는 아이린.

 다행히 늦지 않았다고 안도를 할 차례였건만.

 "앗, 함장 님 고생하셨습니다."

 함정의 젊은 병사가 함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청소 좀 하려는데 괜찮겠습니까?"

 "지, 지금...?"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지금 일초라도 빨리 방귀를 펑펑 퍼부으며 불이 난 속을 진압해야 하는데 청소 같은 걸 할 틈이 있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을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함장실 청소는 나중에 한다고 쳐도 바로 근처에서 청소를 한다면 방귀 소리가 들릴 지도 모를 일.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지금 뱃속에서 느껴지는 이 묵직한 가스를 내보낸다면 우렁찬 소리가 새어 나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아니었다.

 "어, 얼마나 걸릴 예정인가...?"

 "얼마 안 걸릴 겁니다. 길어야 한 15분 정도..."

 15분.

 전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아이린에게는 말도 안 되게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대단한 정신력과 건강한 육체로 어찌 저찌 5분 정도는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15분을 견뎌내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한 일.

 "그래... 수고 하도록..."

 예기치 못한 상황에 결국 가스를 처리하는데 실패한 아이린.

 화장실이라도 이용해야 하나 싶었지만 냄새까지는 원래 화장실에서 나던 냄새라고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소리는 도저히 감출 수가 없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함정 안에 있는 화장실은 물론이고 부두에 마련된 화장실 조차도 구조상 소리가 뻥뻥 울리지 않겠는가.

 "으윽...!"

 배가 팽팽하게 부풀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차버린 가스.

 이대로면 정말로 큰일이 나리라는 생각에 다급하게 머리를 굴려보는 아이린이 간신히 떠올린 곳은 부두 한 쪽에 마련된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창고였다.

 자주 쓰는 물건들을 모아두는 창고라면 모를까 어지간해서는 쓸 일이 없는 것들을 모아두는 곳이었기에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고 부두의 제일 외진 곳에 위치한 만큼 문을 꽉 닫기만 하면 누가 근처에 있는 게 아닌 이상 소리 걱정도 없을 터.

 더 이상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도 없었던 아이린은 다급히 창고 쪽으로 달려갔고 그 와중에도 그녀의 엉덩이 틈에서는 방귀 소리가 뿡뿡 거리며 새어 나오려 하고 있었다.

 부두 내에 있는 병사들이 아이린이 지나갈 때마다 경례를 하곤 했는데 엉덩이를 손으로 틀어 막아도 모자랄 판에 경례까지 받아주려니 그야말로 고역이 따로 없었다.

 제발 근처에 아무도 없기를 바라며 창고에 도착한 아이린.

 천만다행이도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고 창고의 전등 역시 꺼져 있었다.

 아이린은 다급하게 창고 문을 열고 해치를 있는 힘껏 닫아 버린 뒤 그대로 가스를 살포해 버린다.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부부부부부부부부부북---- 뽀와아악!! 푸시이이이이이익--- 부우우우우우우욱!!!

 "후아아... 흐아... 하아..."

 정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뱃속에 한가득 쌓여 있는 가스를 배출하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안도감과 해방감.

 그 흐트러짐 없기로 유명한 아이린 함장이 어두컴컴하고 밀폐된 창고 안에서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숨까지 헐떡이며 가스를 우렁차게 배출하고 있을 것이라 과연 누가 감히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마치 아이린이 무사히 가스를 처리한 것을 축하라도 해주듯 어딘가에서 뱃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는데 아이린의 터프하면서도 천박한 방귀 소리는 그 뱃고동 소리에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아이린이 '살았다' 라고 생각할 만큼 위험천만했지만 그래도 위기를 잘 넘겼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창고 안 쪽에서 웬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불이 꺼져있었으니 당연히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창고 안에 있었던 것.

 심상치 않은 소리에 뭐가 터지기라도 한 줄 알았는지 누군가 화들짝 놀라며 창고 안쪽에서 뛰쳐나오는 발 소리가 들리자 아이린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을 정도로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창고 문을 다시 열고 엄청난 속도로 튀어 나와 버린다.

 안에 있던 사람이 만약 자기를 봐버렸으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는 아이린.

 혹여나 봤다고 해도 내부가 좀 어두웠으니 얼굴은 제대로 못 봤을 것이라고, 못 봤어야만 한다고 애를 태우지만 이미 화끈한 방귀 소리는 엉덩이 구멍에서 터져나오고 난 뒤였다.

 아이린은 한 쪽에 몸을 숨기고 식은땀을 흘리며 창고 쪽을 지켜보는데 이상하게도 안에서는 아무도 나오지를 않는 게 아닌가.

 봤는지 안 봤는지를 떠나서 일단 안에서 대피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신의 방귀 냄새가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굉장히 지독하다는 건 아이린 본인 역시 잘 알고 있는 일.

 아이린의 방귀 냄새를 저렇게 가까이서 맡아버렸다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칠 수 밖에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창고에서는 누구 하나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 가스를 너무 우렁차게 배출해버려서 그 풍압 때문에 뭔가가 쓰러진 것 뿐이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비약적인 상상을 하는 아이린.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명했던 발소리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았다.

 "설마...?"

 아이린은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창고 쪽으로 황급히 달려가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젊은 병사 한 명이, 그것도 웨스트 크리샤 함 소속의 병사가 얼굴이 퍼렇게 질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괜찮은가 클랜...?!"


 괜찮을 리가 있겠는가.


 아침 식사로 소고기 패티가 일품인 빅 사이즈 햄버거와 고구마 튀김까지 양껏 섭취하고 그걸 양분으로 삼아 한껏 농축된 아이린의 위력적인 가스에 온 몸이 노출되어버렸는데 멀쩡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계까지 참았다가 배출한 가스였으니 그 독가스에 담긴 위력은 말 할 필요조차 없는 일.


 바닥에 손전등을 떨군 채 처량한 모습으로 기절해 있는 클랜이라는 이름의 병사를 일단 들쳐 업고 밖으로 나오는 아이린.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자 아주 시퍼렇게 질려있던 클랜의 얼굴은 다행히 조금씩 조금씩 혈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색이 되어버린 아이린의 낯빛.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제발 아무 것도 못 봤기를 바라며 자신의 부하를 의무실로 데려가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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