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요즘 빠져있는 [리버스:1999] 라는 게임 캐릭터로 소설 한 번 써봤음.

예전에 출시 당시에 챈에서도 '뭐? 궁극기 대사가 "내 가스나 먹어라~" 인 캐릭터가 있다고?' 하며 잠깐 언급됐던 그 게임 맞음


암튼 이번엔 리버스 주연급 캐릭터인 레굴루스랑 APPLe을 주인공으로 써봤는데,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편하라고 아래에 PV 영상 첨부하니 참고하셈

메인 스토리를 깊게 반영하진 않았으니 캐릭터랑 목소리, 성격 정도만 알고 봐도 보는 덴 문제없을 듯



https://www.youtube.com/watch?v=djUSq-XvC2o&pp=ygUW66as67KE7IqkIOugiOq1tOujqOyKpA%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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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캡틴……?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APPLe호의 일등 항해사 APPLe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응? 뭔데?”

   

어디선가 공수해 온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레굴루스가 눈앞의 APPLe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갑판 창고에 채워둔 닥터페퍼 한 박스가 보이질 않습니다만, 혹시 어찌된 영문인지…….”

   

그렇게 말하던 APPLe의 시선(?)이 레굴루스가 앉아있는 항해실 구석의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그 안에는 이미 내용물이 사라지고 찌그러진 빈 닥터페퍼 캔이 넘칠 듯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오 이런, 캡틴. 설마 저 닥터페퍼 한 박스를 전부 다 마셔버린 건가요?”

   

“물론이지~ 무슨 문제 있어?”

   

“아뇨, 캡틴이 드신 거라면 상관없습니다만. 한동안 육지로 돌아갈 일이 없으니 당분간은 조금씩 아껴 드신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또한 저 APPLe로선 레굴루스 캡틴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구요.”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하는 APPLe과는 달리 레굴루스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오랜만에 로큰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라디오 전파도 제대로 안 잡히고, 겨우 육지 근처에서 전파 좀 잡아보나 싶었더니 이번엔 해양경찰이 막 쫓아오는 바람에 전부 말아먹었단 말이야. 정말이지 열 받아 죽겠다구~ 이럴 땐 닥터페퍼로 스트레스를 달래는 수밖엔 없잖아.”

   

그러면서 남은 핫도그를 와구와구 입에 쑤셔넣는 레굴루스. 곧이어 목이 막히는지 가슴을 두드리다가 닥터페퍼 한 캔을 새로 따 쭉 들이켠다.

   

“캬아~ 바로 이 맛이지~”

   

그러면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트림을 끄윽- 뱉어내고는 “웁, 실례.” 하며 냄새를 휘휘 흩어낸다.

   


   

이곳은 1966년 영국 런던 근교의 어느 바다 위. 그곳에 스무 명은 족히 태우고도 남을 커다란 배 한 척이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항해하고 있었다. 레굴루스가 5년간 열심히 모은 돈으로 어렵게 구한 어선을 이것저것 개조하여 만든 해적 라디오 선박, 일명 ‘APPLe호’였다.

   

배 안에 있는 이는 단 둘 뿐이었다. 한 명은 이 배의 주인이자 캡틴인 레굴루스. 자칭 로큰롤 해적 선장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 배의 이름의 어원이자 일등 항해사인 APPLe. 멋들어진 넥타이를 매고 캡틴인 레굴루스를 도와 순항을 도와주는 유능하고 박학다즙한 사과다.

   

그들이 배를 타고 경찰의 눈을 피해가며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이 당시의 시대상과 맞물려있다. 냉전기를 배경으로 한 1960년대는 공영방송을 제외한 모든 민영방송이 불법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공영방송은 대중의 음악적 수요를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특히나 로큰롤이나 팝 음악은 예술적이지 못하고 천박하다는 이유로 음악방송에서조차 소외받곤 했다.

   

그래서 레굴루스는 굳이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간 것이다. 경찰이 함부로 쫓아올 수 없는 먼 바다 한복판에서, 이렇게 항해실 한 쪽을 개조하여 라디오 송출이 가능하도록 한 후, 공영 주파수를 불법으로 점거하여 로큰롤 음악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다.

   

그런 그녀가 로큰롤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바로 닥터페퍼다. 보급을 위해 육지로 입항할 때마다 반드시 닥터페퍼만큼은 무조건 공수하여 선박 창고에 꽉꽉 채워둔다.

   

평소에는 귀한 물자이니만큼 가급적 아껴 마시는 레굴루스지만, 오늘처럼 뜻대로 안 풀리는 일이 잦으면 스트레스가 풀릴 때까지 쌓아둔 닥터페퍼를 벌컥벌컥 마시곤 했다. 오랜 기간 그녀의 곁을 지켜온 APPLe이기에 그런 그녀의 모습에도 그저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 어지러이 흩어진 레코드판을 정리하고 선박의 상태를 정비하던 APPLe은 항해실 의자에 배를 움켜쥐고 누워있는 레굴루스를 발견했다.

   

“아니, 캡틴! 무슨 일이십니까!”

   

“아… 미스터 APPLe……. 몰라, 아까부터 이상하게 배가 아픈 게… 으읏!!!”

   

배를 부여잡고 심호흡을 하는 레굴루스. 허리를 움츠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힘겨워 보였다.

   

“이거 큰일이군요. 그럼 잠시, 캡틴의 배 상태를 확인해보겠습니다.”

   

APPLe은 청진기를 귀(?)에 끼우곤 레굴루스의 배를 이리저리 진찰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청진을 끝낸 APPLe은 “으음…….”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래, 미스터 APPLe? 혹시 나 심각한 병이야……?”

   

불안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레굴루스. 그녀의 청아한 호박빛 눈동자가 가늘게 떨려온다.

   

“정말 심각하군요, 캡틴…….”

   

고개를 저으며 APPLe은 말을 이었다.

   

“……심각한 변비입니다.”

   

“…………뭐어?”

   

긴장하던 레굴루스가 얼빠진 표정으로 입을 떡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APPLe은 진지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레이디에겐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캡틴. 혹시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간 건 언제였었죠?”

   

“어…… 그게 아마, 일주일… 아니, 열흘 전이었던…가……? 아하하…….”

   

멋쩍게 웃는 레굴루스를 내려다보며 APPLe은 한숨을 쉬었다.

   

“캡틴의 아랫배에선 장음이 거의 정체되어 있는 반면, 윗부분을 타진해보았을 땐 과공명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캡틴의 장 속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있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캡틴은 오늘 닥터페퍼를 무려 한 박스나 들이켰죠. 보통은 자연스럽게 배출이 되었을 탄산가스가 변비로 인해 꽉 막히며 캡틴의 뱃속에 한가득 고여버린 것입니다. 그 탓에 배가 아프신 거지요.”

   

APPLe의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레굴루스의 배에서 ‘꾸드브브드듭---’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욱--!!!!!‘ 하는, 장 속을 가스가 뻑뻑하게 울려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럼 대체 어떡해야 한단 말이야~!”

   

부글거리는 배를 움켜쥐며 레굴루스가 재촉했다.

   

“해결법은 단순하지요. 가스 배출을 막고 있는 원흉인 변비를 제거하든가, 혹은 어떻게든 가스를 완전히 배출시키든가. 가급적이면 변비를 해소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 동안 캡틴이 너무 힘드실테니, 우선은 가스를 배출하는 쪽으로 해봅시다.”

   

그렇게 APPLe의 지시에 따라 장의자에 엎드린 채로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위로 치켜든 레굴루스는 “이, 이건 좀 많이 민망한데…….” 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변비가 있는 상태에서 장내가스를 배출하려면 이렇게 괄약근을 자연스럽게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상태로 가만히 힘을 풀고 계시면 저 APPLe이 캡틴의 장 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배를 꾹꾹 눌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레굴루스의 딱딱하고도 말랑한 아랫배를 여기저기 꾸욱- 꾸욱- 누르기 시작하는 APPLe. 그때마다 레굴루스의 배에선 묵직한 울림이 꾸르르르르릉 울려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뱃소리가 최고조에 달하며 엉덩이가 움찔움찔하는 그 순간,

   

“어, 어어…? 자, 잠까안……!!”

   

다급하게 소리치며 레굴루스가 급히 엉덩이를 손으로 꾹 틀어막았다. 틀어막은 손가락의 틈새로 농밀한 방귀 가스가 피슉- 프슈욱- 새어나오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캡틴?”

   

“그, 그게…….”

   

레굴루스는 예쁜 주황빛 눈동자를 APPLe에게로 향했다가 시선을 휙 피했다.

   

“그게…… 이대로면 큰 소리가 나와버릴 것 같은데, 미스터 APPLe 앞에서 뀌기가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아니, 캡틴도 부끄러울 때가 다 있었군요.”

   

“이봐! 이래봬도 나도 어엿한 숙녀라구! 아, 으읏……!!”

   

‘피슉- 슉- 슈후우으으으윽---’

   

계속해서 손틈 사이로 새어나오던 가스의 압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엉덩잇골을 틀어막은 레굴루스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쁘붑-!!! 뿝!!!!! 부부부부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코르크 마개가 퐁- 뽑히며 터져나오는 샴페인처럼, 레굴루스의 엉덩이에서 뿜어나오는 유독가스가 막고 있던 두 손을 떨쳐내고 로큰롤 밴드의 연주 소리보다도 더욱 크고 시끄러운 소리를 울려대며 터져 나왔다.

   

레굴루스의 배를 마사지 해주느라 엉덩이 바로 앞에 떠있던 APPLe은 순간적으로 뿜어나온 뜨겁고도 세찬 방귀에 순간 뒤로 휘익 밀려났다. 균형을 잃고 조종간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APPLe은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레굴루스의 곁으로 돌아왔다.

   

―어우, 열흘간의 변비에 깊숙이 숙성된 탓에 냄새가 장난이 아니군요.

   

항해실 내부를 끈덕하게 뒤덮기 시작하는 레굴루스의 방귀 냄새에 대해 APPLe은 그렇게 평가했다. 물론 APPLE은 신사적인 사과였기에 그런 평가를 그대로 입에 올리진 않았다.

   

‘브뤅!! 브러럭!!! 브브러뤄뤄뤄뤍!!!!!!’

‘뿌와악!!! 롹!! 류류륩- 풉, 슈흐으으으으으읏---!!!!!’

   

그렇게 한바탕 뱃속 가스를 엄청난 소리와 함께 뀌어댄 레굴루스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었다.

   

“후아~ 읍, 냄새가 왜 이렇게 지독한 거야!!!”

   

“음…… 아무래도 닥터페퍼에 들어간 탄산의 성분 탓이 아닐까 싶네요.”

   

자신의 방귀 냄새에 코를 움켜쥐며 손부채질을 하는 레굴루스의 말에 APPLe은 선의의 거짓말로 둘러댔다.

   

“어때요, 캡틴. 몸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휴우~ 응, 그래. 미스터 APPLe 덕분에 뱃속이 한결 편해졌어.”

   

오늘 밤 내내 환기를 시켜줘야겠지만 말이야, 레굴루스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이 조종실 내벽에 붙어있는 전광판으로 향했다.

   

“어…라라……? 저게 왜… 켜져 있는 거지……?”

   

강렬한 붉은 빛을 발하며 켜져 있는 전광판에 적혀있는 두 글자.

   

[ On Air ]

   

“이런, 아무래도 아까 전 풍압 때문에 조종간 위를 뒹굴 때 실수로 라디오 송출 버튼이 켜졌나 보군요.”

   

APPLe이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ㅁ, 뭐어~? 그, 그럼…… 방금 전 내 방귀 소리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저어어언부 송출되고 있었다는 거야?!”

   

“아무래도, 캡틴. 안타깝지만 그런 것 같군요.”

   

송출 버튼을 도로 탁- 눌러 꺼버린 레굴루스. 전파 수신 계기판을 보자 오늘 온종일 잡히지도 않던 라디오 전파가 하필이면 지금, 가장 강한 신호로 연결되어 있었다.

   

“흐아앙~ 이게 뭐야아아~~!!! 나 그냥 바다에 뛰어내려 죽어버릴래애애ㅐㅐㅐ”

   

“아, 안 됩니다, 캡틴! 위험해요!!”

   

   

   

그리고 이것이 20세기 런던, 로큰롤 마니아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돌아다니던 ‘수상한 방귀쟁이 해적 라디오 DJ의 은밀한 송출 녹음본’의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그 당시의 레굴루스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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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자주 봤을지도 모를 유명한 그 대사 "어머니가 계셨구나!" 의 주인공 레굴루스.

인게임에서도 애정캐라서 얘가 실수로 방귀 뀌면 반응 개귀엽겠다 ㄹㅇㅋㅋ 싶었는데 이참에 소설로 한 번 써봤음


재밌게 봤으면 킹갓 아방가르드 갓겜 리버스...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