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1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나는 세는 나이로 6살 된 유치원생이었음. 문제의 사건은 유치원에서 일어났는데 같은 반 여자애가 바지에 오줌을 지려버렸어. 여기까지만 보면 유치원에서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일이라 특별한 일은 아니었지. 그 나이 대 아이들의 대소변 실수는 자주 있는 일이니까.


먼저 배경 설명부터 하자면 우리 유치원은 규모가 큰 편이었어. 유치원 단독으로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에 바로 옆에 원생 전용 놀이터 부지까지 딸려있는 큰 건물이었지. 각 층 별 시설은 다음과 같아.


지하 1층: 강당, 조리실

1층: 양호실, 원감실, 토끼반(만1~2세), 연두반(만2~3세)

2층: 파랑반(만3~4세), 분홍반(만3~4세), 컴퓨터실

3층: 하얀반(만4~5세), 보라반(만5~6세), 선생님 회의실

4층: 헨델반(만4~5세), 바흐반(만5~6세), 교구 보관실

5층: 원장 선생님 주거 구역


나는 3층 하얀반에 속해있었고 사건이 있던 날도 여느 때랑 다름없이 수업 시간에는 유치원 활동하다가 쉬는 시간에는 반에 비치 된 장난감들을 가지고 친구들이랑 같이 놀면서 지내고 있었어. 오전 쉬는 시간에 나 포함 남자애들 여자애들 몇 명이 같이 모여서 소꿉놀이 비슷한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도중에 그 여자애가 오줌 마렵다고 하면서 화장실 갔다 온다는거야. 마침 어차피 멈추게 되는 겸 나도 같이 갔지.

3층 화장실은 위 그림처럼 남녀 공용이었고 화장실 구조가 저렇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남아용 소변기 쪽으로 갔고 그 여자애는 선생님용 변기로 갔어. 그 여자애가 어린이용을 놔두고 굳이 선생님용을 쓰는 이유는 좁은 곳에 혼자 갇혀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친구다 보니 그랬었어. 같은 이유로 문도 안닫고 볼일을 봤지. 내가 이 친구를 처음 봤을 때는 문을 열고 볼일 보는게 이해가 안되서 억지로 문을 닫아주려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얘가 겁에 질려서 하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그냥 놔뒀었음. 아무튼 나는 내 볼 일 마치고 손 씻고 나서 그 여자애가 있는 칸을 보고는 "에휴 얘는 이번에도 역시나 문을 열어두고 볼 일을 보네" 생각하면서 걔한테 쉬는 시간 끝나기 전에 빨리 가자고 말하려던 찰나 뭔가 이상함을 느꼈음.


그 여자애 앞에 다다랐을 때 내가 봤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데 그 여자애는 분명 변기에 앉아있는데 이상하게도 바지를 온전히 입고 있는 상태로 앉아있던거야. 상식적으로 용변을 보기 위해서는 바지를 내려야만 한다는건 어린애도 아는 당연한 사실인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은 대체 뭔가 싶었음. 아니나 다를까 그 여자애 바지를 보니 가랑이 부분이 흥건하게 젖어있었지 뭐야?


당시 그 여자애 옷차림이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여아용 캐릭터가 그려진 벨트를 차고 있었는데 오줌이 나오기 전까지 벨트를 풀지 못해서 결국 지려버리고 말았던 거였지. 당시 그 여자애 속마음을 내가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벨트가 안풀려서 바지를 못내리는 와중에도 기특하게도 어떻게 변기에 앉을 생각을 했을까 싶음.


당황했는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벨트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 여자애를 보면서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그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괜찮아? 내가 선생님 불러올게. 잠깐만 기다려." 이렇게 말하면서 일단 안심시켰음.


통상적으로 우리 유치원에서 대소변 실수를 하는 아이가 나오면 선생님이 손잡고 1층 화장실로 데려가서 아랫도리를 벗기고 간단하게 씻긴 다음에 하반신이 벗겨진 상태 그대로 옆에 있는 양호실로 데려가서 여분의 새 옷으로 갈아입혔음. 굳이 1층까지 내려가는 이유가 양호실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편의상 그러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게 당사자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망신스러운 일이었거든. 물론 선생님들도 다 알면서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일부러 그랬던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함. 왜냐하면 층을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어린 동생들이 있는 반을 지날 수 밖에 없었고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 앞에서 "나 바지에 똥, 오줌 쌌어요." 광고하는 꼴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은 척 해봤자 결국은 부끄러움을 못이기고 누구라도 엉엉 울게 될 수 밖에 없을 정도였거든. 가뜩이나 양호실 문이 투명한 유리문이라서 구경하러 나온 애들한테 하반신이 무방비로 보여지는건 덤이었지. 유치원생들 입장에서 누군가가 바지에 지렸다는 상황이 얼마나 큰 이벤트였겠냐? 이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 만큼은 유치원 다니면서 절대로 겪어서는 안되는 일 1순위였음


그 여자애 역시 그렇게 될 위기에 처해있었는데 나는 그 여자애가 망신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선생님을 모셔오는 길에 "OO이가 바지에 오줌을 쌌는데 벨트가 안풀려서 그랬나봐요." 이렇게 말씀드리며 그 여자애가 딱히 잘못한게 없다는 것을 어필했음. 그 여자애도 선생님과 마주하니까 이 상황이 억울했는지 참았던 울음이 터지면서 "벨트가 안풀려서 그랬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음. 나도 선생님한테 "제가 도와드릴테니까 OO이 1층으로 데려가지 마세요."라고 똑부러지게 말씀드렸음. 당시 선생님도 웬 꼬맹이가 자기 친구 지키겠답시고 이러고 있으니 얼마나 같잖고 귀여워 보였는지 결국 참작하고 3층 화장실에서 조치하기로 했음.


선생님이 그 여자애 바지를 벗길 때 나는 그 친구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뒤돌아 있었고 선생님이 그 여자애를 씻기기 위해 호스를 연결하면서 말씀하시길 "너가 도와준다고 해서 1층으로 OO이 안데려가는거니까 선생님 심부름좀 해줄래? 양호실에 계신 선생님께 이거 가져다 드리고 수건이랑 새 옷 받아올 수 있어?"라고 하시면서 그 여자애가 입던 오줌지린 바지와 팬티를 나한테 주셨음. 나는 다른 생각 안하고 곧장 1층으로 가서 오줌지린 옷들을 새 옷과 수건으로 교환해왔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라서 코박죽 안해본게 천추의 한이지만 아무튼 이 사건 이후로 그 친구는 나한테 엄청 고마워 했었고 남은 2001년 같이 하얀반에 있는 동안 유치원 안에서 계속 그 친구랑 손잡고 다녔던 기억이 남는다.


이 때 있었던 사건이 나에게는 여러가지로 특별한 추억이었는데 인생 최초로 각인된 강렬한 기억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임기응변 능력을 발휘해서 누군가를 도와준 일이었고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이 나에게 크게 고마워했던 일이었지.


문제는 사춘기 전 까지는 당시 사건이 단순히 강렬한 기억으로만 남았었는데 사춘기 이후로 이 기억이 성적 취향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쳐버리고 말았음. 이 기억만 아니었어도 나는 평범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텐데 이쪽이 아니면 조금도 반응을 못하게 되는 등 여러가지로 착잡하게 되었지.


예로 내가 중학생 2학년이던 시절 어떤 또라이새끼가 몰래 제출 안하고 남겨둔 자기 핸드폰을 교실 수업용 컴퓨터에 연결해서 야동을 틀었는데 반강제로 야동을 보고서는 꼴린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불쾌하기만 했음. 이게 내가 처음으로 성인물을 봤던 경험이었는데 남들은 좋다고 보는데도 나는 전혀 관심이 안가길래 이 때 까지는 나 자신이 엄청 순수한 사람인줄 알았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갤부루 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온갖 야짤들을 모아둔 곳이었음. 호기심에 그나마 관심 가는 소재인 오줌 태그 위주로 야짤들을 검색해봤는데 신세계를 맛본 기분이었음. 그 때 확실히 깨달았지. 나는 이성이 바지에 오줌 지리는거나 좋아하는 노답 변태였구나.


삶의 목표이자 로망이 있다면 아래 짤처럼 오모라시 취향인 여자랑 만나서 심심할 때마다 변기에 앉은 채 바지를 안내리고 그대로 오줌 지려달라 하고 싶다. 기왕이면 타이트한 청핫팬츠를 입고서 벨트까지 꽉 조이고 말이지. 여자가 바지에 지려주면 그 모습을 충분히 감상하다가 내가 책임지고 씻겨주고 손빨래 해주고 싶음. 이딴 취향을 여기가 아니라면 누구한테 말이나 할 수 있겠냐? 들켰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지.


유치원 시절 그 친구는 어째서 벨트 하나 못 풀어가지고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을까? 그 친구가 벨트를 풀기 전 까지만 오줌을 참을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