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대 우주 시대.

인류가 우주 진출을 시작한 뒤 오랜 세월이 흘러 어느덧 수 세기째.

멀리 떨어진 행성까지 물자를 옮기기 위해서는 우주선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항로를 습격하는 우주해적들이 물자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의 교역로를 경비하고 직접 무역을 주도하는 우주선들은 부를 쌓아갔다.

자연스레 그런 우주선의 선장은 수많은 존경을 얻었다.

 

그리고 오늘 어느 쌍성계로 진입하는 우주선이 있었다.

 


쿠웅....!

 


워프 내내 큰 압력과 공간왜곡으로 진동하던 우주선이 강한 충격과 함께 통상 상태로 돌아왔다.

 

"초광속 상태를 벗어났습니다."

"일반 아광속 항해로 들어갑니다."

 

(초광속: 빛보다 빠른 상태. 여기선 워프와 동의어.)

(아광속: 빛에 가까운 속도.)

 

오랫동안 공간을 구부리며 움직이던 우주선 주위 풍경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우...."

 

함교에서 잠시 오퍼레이터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쿵! 하고 우주선에 다시 큰 진동이 울리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 몸을 떨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급히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무중력에서 손잡이를 잡고 부웅 몸을 돌려 떠나는 오퍼레이터에게 누군가 말했다.

 

"아직 상황 점검 중이다. 어디를 가는 거지?"


계단식 구조의 함교를 내려다보는 가장 높은 자리에는, 검은 제복과 모자를 쓴 여성이 앉아있었다.

이 우주선의 선장, 올리비아.

승조원들의 하얀 제복과는 대비되는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검은 제복이 그녀의 상징이었다.


"....자, 잠깐 화장실을."

"아직 상황 점검 중이라 말했다. 자리로 돌아가."


올리비아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하자 겁먹은 오퍼레이터가 나가는 문을 아쉽게 바라보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 엄격한 규율과 지휘야말로 올리비아가 뛰어난 선장인 이유이며, 그녀의 카리스마로 수많은 항해를 성공시켜온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침을 삼키며 다른 인원들이 단말을 조작했다.


"함체 센서 보고 이상무"

"쉴드 작동을 시작합니다."


우우우웅....!


기묘한 소리를 울리며 우주선 주위에 플라즈마 방어장이 펼쳐졌다.

SF에 나오는 단단한 보호막 같은 것은 없지만 얇은 플라즈마장이 우주의 미립자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준다.

하지만 천천히 펼쳐지기에 시간이 걸린다.


"......선체 회전을 시작합니다."


어딘지 긴장한 표정의 오퍼레이터가 말했다.

화장실을 못 가고 자리에 앉은 뒤로 쭉 그 상태다.

무중력 상태에서 몸을 고정하기위해 벨트로 단단히 하복부를 고정하면서부터 계속 다리를 떨고 있다.

올리비아는 그것까진 봐주고 있지만 혹여 쓴소리를 들을까 오퍼레이터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쿠웅....!


강하게 선체가 흔들렸다.

함교가 있는 우주선의 머리 부분 뒤쪽으로, 긴 선체의 중앙 구획이 통째로 회전을 시작한 탓이다.

빙빙 돌아가는 중앙 선체에서 원심력으로 인공 중력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 역시 속도가 붙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

그 때까진 안전을 위해 중앙 선체의 모든 출입문이 봉쇄된다.


"약중력장 전원을 공급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공중력을 만들 수 없는 함교와 다른 외곽 구획에는 회전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약한 인공중력이 적용된다.

비록 원심력을 이용한 방식과는 달리 그 세기가 약하여 마치 중력이 낮은 행성 지표에서 활동할 때와 비슷하지만 이거라도 있어야 쓸데없이 물건이 날아다니고 몸이 잘못 날아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읏."


그리고 그 미약한 중력장으로도 몸의 압박이 더해지자, 오퍼레이터가 몸을 움찔했다.


"후우.....흡."


손을 가만히 못 두고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구부리는 오퍼레이터에게 올리비아가 말했다.


"정신사납게 굴지 말고 똑바로 앉아있어라. 지금은 집중해야 할 때인거 몰라?"

"네, 넵!"


통상 항해로 복귀하는 시퀸스에 약간의 문제만 생겨도 우주선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우주에선 사소한 실수 하나가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선체 상황을 보고해고 점검하는 오퍼레이터의 책임은 막중하고, 올리비아는 집중이 흐트러진 오퍼레이터를 문책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태로 7분이 지나갔다.


"모든 상태 양호. 통상 항행에 돌입했습니다."

"선체 폐쇄를 해제합니다."

"모든 거주구획 기능을 정상화합니다."


마침내 점검이 끝나자 올리비아도 안도했다.


"수고했다. 이제 쉬어."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벨트를 풀어헤친 오퍼레이터가 다급히 몸을 돌렸다.

땅을 딛고 멀리 점프를 하지만 미약한 중력 탓에 빠르게 달릴수도 무중력처럼 날아갈 수도 없는 어정쩡한 뜀박질로, 그녀는 급히 함교를 벗어났다.


".....하아."


그걸 보며 올리비아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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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생활은 가혹하다.

무중력과 인공중력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고, 흔들리는 선체의 멀미에도 시달리고, 언제 우주해적과 마주할지 몰라 항상 긴장해야한다.

그러나 그런 위험한 항해도 몇번이나 성공시키고 덩달아 우주해적까지 수 차례 격퇴하며 무역로를 안정화시킨 올리비아의 유명세는 우주에서도 널리 퍼져있었다.

그것을 가능케한 것은 그녀의 빠른 판단력과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그리고 엄격한 규율 집행.

그런 올리비아도 휴식은 넉넉히 제공하고 있다.

그녀 역시 긴 항해에 지쳐 잠시 휴식을 취하러 함교를 벗어난 상태였다.


"빨리 좀 나와 봐!"

"이건 저쪽으로 치워!"


그런데 복도에서 잡동사니를 급히 정리하는 승조원들이 보였다.

여성 승조원 몇 명이 행동을 보채며 같이 치우고, 안절부절 못해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지?"

"예! 올리비아 선장님! 그게..."


남성 승조원이 보고했다.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던 아까의 오퍼레이터가 실수로 기계 위에 쌓여있던 상자들과 부딪쳐 잡동사니가 무너졌고 마찬가지로 화장실로 달려가던 다른 여성 두 명이 거기 뒤섞여버린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이 급했던 셋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정리를 부탁하고 급히 떠났고, 뒤늦게 도착한 다른 여성 승조원들이 화장실로 가기 위해 급히 이걸 치우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화가 났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지?"

"아마 화장실이겠죠."

".....손을 봐줘야겠군."


복도 벽을 따라 움직이는 손잡이에 매달려 올리비아가 복도를 날아갔다.

그리고 선체 중앙 구획으로 진입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중력이 몸을 붙잡아주었다.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서 줄도 없이 여러명이 모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좀 나와 봐!!"


우주에선 배설 행위가 힘들다.

비록 지금은 인공중력 상태지만 저중력/무중력 환경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화장실만 설치가 가능하다.

승조원복은 고간 부위를 열어 소변용 진공흡수기를 장착할 수 있게 만들어졌고, 그것은 진공청소기처럼 소변을 흡수해 관을 통해 빨아들인다.

대소변 겸용 변기는 손잡이를 잡고 엉덩이를 통째로 밀착해 볼일을 볼 수 있게 되어있지만 소변기보다 대형이기에 수가 더 적다.

그리고 따지자면 셋 모두 설치 가능한 면적이 제한되어 우주선 전체 승조원 수에 비해 화장실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거기에 원리를 알 순 없지만 초광속 워프 항법은 예상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 시대의 워프란 먼저 우주선이 아광속 상태까지 가속한 뒤 공간을 구부려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에 들어가고, 그 상태에서 공간을 강제로 열어 멀리 떨어진 우주 저편의 출구까지 일종의 다른 차원을 통과하는 것.

그런데 이렇게 공간을 열어 통과하는 게 신체에 기이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주선 승조원들은 워프용 특수약 복용이 의무화되어있다.


그리고 이 약에는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남성과 여성의 경우가 다르지만 여성의 부작용은 바로, 급격한 요의 증가.

일종의 이뇨제 역할을 하여 소변을 빠르게 만들고 배출하게 하는 것이다.

그 원리는 정확히 밝혀진게 없다.


거기에 추가로 중력이 오락가락 하는 우주선체에서 불규칙한 압력을 받는 몸은 더욱 소변에 민감해져버리고 그 결과가 이 참상이다.


".....모두 조용히 해!!!"


갑자기 올리비아가 분노하여 소리치자, 깜짝 놀란 승조원들이 돌아봤다.


"왜 이렇게 어수선하지! 똑바로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겠나!"

"그, 그게....."


여성 승조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화장실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리비아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


아까의 오퍼레이터.

소변기 주위의 지저분해진 노란 얼룩을 급히 닦고 있었다.

급하게 소변을 싸려다가 제대로 고깔이 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출이 시작돼 흩뿌려버린 결과다.


".............잘 들어라."


그리고 그 한심한 꼴을 보고 인내심이 바닥난 올리비아는 말했다.


"이게 무중력 상태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생리현상 하나 때문에 그 난리를 피우며 침착함을 잃으면서 우주의 비상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분노를 억누르던 올리비아가 소리쳤다.


"오늘부터 화장실 이용 시간은 정해진 시간만으로 제한한다!! 그리고 워프 돌입 전과 후 30분 간격에도 화장실 이용은 금지!!"

"예?!"

"선장님! 그건 인권 탄압입니다! 우주에서 일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잖아요! 그런데 왜 화장실까지 제한해야하는 거냐고요!"


곧바로 항의가 터져나왔다.


"그럼 잘 들어!! 우주에서 긴장을 놓으면 갑자기 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우주해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예기치않은 사고로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 그 때도 오줌 싸느라 늦어서 몰랐다고 할 텐가! 여긴 유치원이 아니야! 오줌도 못 가릴 거 같으면 기저귀를 차면 되잖아! 오줌도 못 가리는 것들을 데리고 우주를 누빌 생각은 없다! 불만 있으면 여기서 당장 내려!!"


물론 지금 우주선에서 내리면 차가운 우주에서 미아가 된다.

그 불합리한 소리에 승조원들이 동요했다.

하지만 침착함을 잃은 승조원들이 비상 상황에 대처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걸 아는 올리비아는 더 강하게 소리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규율과 생리현상으로 인한 선장과 승조원들의 갈등이다.


"10분 내로 모두 정리하고 자리로 복귀해라!"

"시, 십분?!"

"너무 짧아요!"

"시끄러! 지금도 해적놈들이 기웃거릴 지 모르는데 10분이면 감지덕지로 알아! 10분안에 다 못 쌀거 같으면 오줌 담는 병이라도 준비해! 10분 뒤에도 자리 복귀를 못한 놈들은 징계다! 알았으면 빨리 끝내!"


그렇게 말하고 올리비아가 떠났다.

당황한 승조원들이 서로 붙잡고 순서를 다투기 시작했고, 이내 구멍이 넓은 대변기 칸에 2명이 동시에 들어가는 촌극이 빚어졌다.


하지만 누가 알았을까?

이것이 우주에서 칭송받는 엄격하고 유능하며 기계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차갑고 냉혹하고 효율적인 여자 올리비아의 몰락의 시초가 될 것이라고.

이것은 올리비아가 '우주 제일의 오줌싸개'로 유명해진 계기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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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아 행성계 제4행성에서 교역품을 거래하고 승조원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한 올리비아는 급한 연락을 받고 전원 복귀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인근 우주 공역에서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다는 SOS 신호를 받아서였다.

궤도엘리베이터에서 물품을 하역하고 절반의 물자만 실은 채 우주선이 급하게 출항했다.

올리비아의 지휘 하에 살인적인 초 단위 점검 스케쥴로 최대한 시간을 단축한 우주선은 빠르게 워프 항해에 돌입했고, 그 과정에서 혹사당한 오퍼레이터들은 올리비아의 신들린 지휘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전에 올리비아가 내린 화장실 제한 명령에 이어 행성계 휴식까지 잘리고 도저히 한숨 돌릴 틈조차 없는 일정 집행에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었다.


물론 올리비아가 신속히 다른 우주선을 구하러 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는 다들 동의했기에 불만은 속으로만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비아가 순수하게 이타심만으로 지원에 나선 건 아니었다.


'이번 일에는 감사해야 할 거다.'


지원을 요청한 건 독립 우주선 선장인 올리비아와는 달리 기업체 선단 소속으로, 올리비아와 자주 마찰을 빚는 무역선단이었다.

이 기회에 해적들에게서 우주선을 구해낸 영웅의 업적도 얻고, 빚을 만들어 경쟁기업에게도 찍소리 못하게 만들어 망신을 주고 덤으로 보답으로 공격받은 우주선의 물자도 올리비아가 대신 수송해 돈을 가로챌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누가 끼어들기 전에 급히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 무리하게 단축한 일정과 부담이 많이 가는 급속한 장거리 워프는 승조원들을 금새 피로하게 만들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워프 부담을 견디기 위해 결국 올리비아는 워프 알약을 1개가 아닌 2개씩 먹어야 했다.


"워프 이탈합니다!"


마침내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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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보고는 됐으니까 짧게 요약해서 말해!"


온 사방에 잔해가 날아다니고, 선체가 쉴새없이 흔들려대길 벌써 20분째.

생각보다 잘 버티는 우주해적에 당황한 올리비아가 화력 집중을 지시하고 있었다.


'이걸 예상했어야 했는데....!!'


SOS 신호 발신을 확인한 해적들은 일부러 무역선을 마무리짓지 않고 적당히만 두들기며 지원 함선을 기다렸던 것이다.

워프를 이탈하자마자 집중포화를 얻어맞은 올리비아의 함선은 빠른 대처와 신속한 우회 기동으로 2대의 해적선을 무력화했으나 유난히 큰 하나가 버티는 사이 민첩한 다른 해적선이 뒤를 노리고 있었다.


"미사일, 준비됐습니다!"

"후방에게 집중투사! 착탄하면 곧바로 전방을 가로지른다!"


핵융합 미사일들이 일제히 뒤로 향하자 해적선이 급히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회피가 늦어 미사일이 순식간에 해적선을 산산조각냈다.

동시에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돌진한 올리비아의 함선이 다른 해적선의 사선을 통과해 이번엔 올리비아가 해적의 후방을 노렸다.


"전방 화력 집중!"


우우우웅...!!


쾅!!!


선체가 통째로 흔들리며 주포가 포격을 가하였다.

생명유지장치를 제외한 모든 출력을 집중한 하전입자포의 광선이 해적선을 관통했고, 취약한 후방을 타격당한 해적선은 그대로 내부 붕괴를 일으키며 선체가 두동강났다.

그 속으로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대자 마침내 해적선은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붕괴했다.


"......상황 보고하라."


긴장과 초조함으로 바싹 마른 입으로 올리비아가 계속 물만 마시고 있다.

지시만 내리고 바로 빨대로 물을 마시는 올리비아에게 오퍼레이터들이 보고했다.


"선체 손상 37%, 엔진 구획의 손상이 심각합니다."

"그 외 특기할 피해 있나?"

"센서 오류 탓에 당장은 알기 힘듭니다. 기초 정비 후 재진단하면 견적이 나올 겁니다."

"후우.....스캐너를 돌려. 주워먹을 건 있나 봐야지. 그리고 무역선에 송신, 부상자와 피해 물품을 보고받아라."


겨우 안도한 올리비아는 예상보다 큰 피해에 머리를 싸맸다.


'젠장....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그리고 곧 후방 구획에서 메시지가 왔다.


"후방 구획에서 간이 휴식을 요청합니다."

"....이유는 안 봐도 뻔하지. 싸움이 끝났으니 잠깐 화장실 좀 쓰겠단 거야, 그렇지? 요청은 기각한다. 언제 다른 해적 놈들이 올 지 몰라, 저 놈들이 동료들을 불렀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여유 부릴 시간이 어딨어. 일정을 속행한다! 화장실 이용은 금지야!"

"하지만 예정 일정을 맞추기엔 시간이 빠듯합니다."

"그러니 휴식이 없다는 거잖아! 알아들었으면 뼈빠지게 움직여! 어서 여길 벗어나야 하니까!"


이번에도 올리비아의 말은 정론이다.

예상보다 피해가 커진 이상 혹시 모를 우주 해적의 증원을 피해 신속이탈이 급선무였다.

하지만 혹독한 일정 집행에 승조원들은 다시 불만을 억눌러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부하들의 불만 따윈 관심 없는 올리비아는 또 다시 갈증을 달래느라 물을 마셨다.


감사를 표하는 무역선은 손상을 복구하기 위해 근처 공역에서 수리가 필요했고, 대신 물자 전달을 부탁받은 올리비아의 함선은 해적선 잔해에서 뜯어낸 온전한 부품 몇가지와 챙길만한 물건들만 수집한 뒤 신속히 워프에 진입했다.


'......하여간. 골치 아픈 일 투성이야.'


이제야 긴장이 풀린 올리비아가 한숨을 쉬었다.


'.....음.'


그리고 긴장이 풀리니 이제야 문득 위화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시계를 확인한 올리비아가 슬쩍 뒤쪽을 돌아보았다.


'.....화장실은 아직 안 가도 돼.'


조금 마렵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조금이다.

올리비아는 어려서부터 선장이 되기까지, 그 이후로도 수많은 세월을 우주에서 보냈다.

우주의 배설 문제라면 얼마든지 알고 있고 참는 훈련도 수없이 했기에 이 정도는 문제 없었다.

무엇보다도, 올리비아는 선장이기 때문에 '특권'이 있다.

올리비아의 개인 선실에는 항상 자신의 전용 화장실이 준비되어있었다.

우주용 화장실이니 만큼 번듯하고 안락한 진짜 화장실이 아닌 간이 화장실에 가깝지만 전용 공간은 혼자 쓰는 것이라 누군가의 순서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다급한 누군가가 급하게 싸다가 더럽힐 일도 없었다.

필요하다면 선장실을 쓰면 되니 올리비아는 전혀 화장실을 걱정하지 않았다.


쿠웅!!!


그리고 선체가 격하게 흔들리더니 워프에서 튕겨져나가듯 방출되었다.


"무슨 일이야! 상황 보고!"

"보고합니다! 센서 동시 오류 감지! 선체 중앙 균열 확인!"

"워프엔진 긴급 정지! 안전 브레이크입니다!"


선체에 문제가 생겨 급격한 워프의 압력을 버텨낼 수 없다 판단되면 우주선의 관리 AI가 스스로 워프를 강제 이탈시킨다.

아까는 파악되지 않았던 중앙 선체의 큰 균열로 인해 자칫 우주선이 두동강 날 수 있었다.


'젠장....!'


또 일정이 늦어진 것에 분통을 터트리는 올리비아에게 누군가 물었다.


"올림피아 성계로 돌아갈까요?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올림피아는 가깝다. 지금이라도 배를 뒤로 돌리면 올림피아로 향해 정밀 진단과 수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러면 물자 교역 의뢰에 늦을 것을 염려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정대로 물자를 운송하고 의뢰를 수행하는 게 올리비아의 강점이다.

그 신뢰를 잃을 순 없었다.


"긴급수리 후 항행을 속행한다. 항로 변경은 없다. 선체 손상이 없도록 응급수리에 집중하라."


결국 수리 작업 후 워프를 직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계획보다 훨씬 늦어지긴 하지만 오차 범위 하루 안에만 도착하면 허용 범위였다.


"보고드립니다."


그리고 한창 수리작업 진행 중 보고가 들어왔다.


"수리 작업은 완료됐습니다. 다만 아까 교전 중 입은 피해 일부가 미보고됐던 모양입니다."

"무엇이 있지?"

"후방 구획에서 엔진실로 이어지는 통로 일부가 단절됐습니다. 그리고 펌프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고...."


자잘한 피해 보고가 이어졌다.

그 대망의 마지막.


"...펌프 체계의 이상을 조사하던 도중 정화조와 배수 시설 일부가 파손되면서 비상 펌프도 같이 작동을 중지한게 확인됐습니다."

"그 말은 즉...."


물탱크는 온전하지만 펌프를 이용한 수도 공급이 작동을 멈췄다.

즉....화장실이 작동하지 않는다.

소변기의 진공흡입 역시 물 펌프와 연동하여 기능하는 것이라 같이 사용불능이 됐다.

시스템 이상을 감지한 안전체계가 수리 전까지 문을 잠가서 열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 외의 이상은 없나?"

"예. 응급수리작업도 곧 마무리됩니다. 세부 설비 복구는 조선소에서 따로 받아봐야겠지만 항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좋아,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워프에 돌입한다."

"예!"


보고가 끝난 뒤 올리비아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예상 못했어. 괜찮아, 워프로 가면 금방이니까.'


지금이라도 배를 돌리면 올림피아로 갈 수 있다.

설비도 복구할 수 있고, 휴식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을 지켜야하기에 올리비아는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결국 화장실 고장 상태로 올리비아의 우주선이 다시 출발했다.

손상을 우려하여 원래 속도의 80% 정도로만.


'......'


사실 선장석은 맨 위라 아무도 모르지만, 올리비아는 조금 전부터 다리를 떨고 있었다.

워프 중 미묘하게 선체가 조금씩 흔들리는 진동이 엉덩이를 타고 전해져왔다.

의자에 몸을 묶어두는 벨트가 하복부를 조금씩 누르는 것도 느껴졌다.


'왜 이렇게 빨리....'


올리비아도 놀랄만큼의 요의 증대.

워프약을 2알이나 먹고, 물도 많이 마신 건 맞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뇨 효과가 강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


시간을 계산해본 올리비아는 화장실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가늠해보았다.

계산이 빠른 올리비아는 금새 결론을 얻었다.


위험.


빨리 도착하려고 속도를 무리하게 높이면 다시 선체가 고장나 멈춰버릴 것이다.

그러니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늦어진 시간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요의가 차오른 속도를 감안하면 화장실까지 참을 수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 문제 없어. 겨우 이 정도도 못 참는 부하 놈들과 비교당할 순 없지.'


스스로를 타이르던 올리비아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이 녀석들은 다들 침착한 거지?'


평소같으면 올리비아가 침착하고 부하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할 텐데 지금은 반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올리비아는 화장실을 잘 안 가는 체질이지만 화장실 제한이 걸린 이후 그녀의 부하들은 만약을 위해 마렵건 마렵지 않건 화장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제깍제깍 속을 비우고 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모두 침착하게 상황을 보고 있었으나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은 올리비아는 아니었다.


'큿......'


앞을 바라보고 있는 부하들 뒤에서, 올리비아는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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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태로 시간이 지나던 중....


"선장님."

"윽...!"


남성 오퍼레이터가 원격 통신으로 말을 걸어왔다.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놀란 올리비아가 움찔했으나 금방 평소대로 태도를 바꿨다.

다만 평소와는 달리 다리를 계속 꼬고 있었다.


"뭐, 뭐야."

"정비반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배수 시스템 응급 복구가 끝나서 파이프를 우회시켰습니다."

".....요점은?"

"제한급수가 가능해져서 중앙선체 일부에 물 공급이 재개됐다고 합니다."


그것은 희소식이었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화장실 이용이 가능해졌다.


".....알았다."


보고를 마친 남성 오퍼레이터가 통신을 종료했다.


'.....선장실은, 틀렸나.'


몰래 시스템 점검으로 지도를 살펴보니 선장실까지는 물공급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한 곳뿐.

워프 항해중에는 함교의 누구도 자리를 이탈할 수 없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면 우선 워프를 벗어나야한다.

워프를 정지시켜야할까? 화장실 하나 가려고?

그건 불가능한 말이다. 그런 사소한 일로 귀중한 시간을 버릴 순 없다. 일정에 늦고 말거다.


'무엇보다도 이 녀석들한테 오줌 마려우니 잠깐 세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냐....!!'


가장 큰 이유는 모두의 모범이자 규율의 기준이 되는 선장이 오줌 하나 못 참아서 화장실을 찾는 모습을 보일 순 없다는 것이다.


'빨리 도착해라....빨리.....!!'


선장의 사투는 계속된다. 화장실이 복구된 뒤로도.

머릿속으로는 고간을 열고 소변기를 부착하는 상상이나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힘을 빼는 상상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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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 우읏......!"


움찔.

벌써 몇 번째 경련일까.

이미 올리비아는 엉덩이를 뒤로 빼고 힘껏 허리를 구부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쿵...!!


선체가 흔들리며 관성이 몸을 짓눌렀다.


'크아아아악....!!! 아아악...!'


그럴때마다 몸에 전해지는 관성이 올리비아의 방광을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중력에 익숙해진 몸은 압력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워프를 벗어났습니다."


평소대로 통상 항해 복귀 절차가 시작된다.


"하아....하아.....!!"


호흡이 거칠어져가는 올리비아는 당장이라도 벨트를 풀고 화장실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선 스스로가 정한 항행 복귀 중 함교 정위치 원칙을 어기는 짓이다.


'.....아, 아악....!!'


그래서 이렇게 본인의 가랑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야하는 것이다.


꾸우우욱....!!

꽈아아아악.....!!


특유의 검은 제복이 힘껏 힘이 들어간 손으로 꽉 붙잡혀 구겨졌다.


'하아, 하아, 크아악, 오, 오줌, 오줌마려, 오, 오줌마려....화장실....빨리잇....!!'


꽈아아아아악...!!


올리비아의 외로운 사투와 함께, 선체가 흔들렸다.


쿠웅...!!


쪼륵.


"흐읍?!"


순간적으로 고간이 따뜻해졌다. '또' 말이다.

이미 올리비아의 바지속은 습하고 피부에 달라붙어 젖어버린지 오래다.


"선체 회전을 시작합니다."


그 소리에 올리비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선체 회전이 시작되면, 중앙 구획으로 가는 출입문이 봉쇄된다.

화장실로 가는 길이 봉쇄된다.


꾸욱, 꾸욱, 꾸우우욱....!!


발정난 강아지처럼 허리를 가만두질 못하고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어대며 앞을 꾹꾹 눌러대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도저히 올리비아는 그 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우주에서 보내온 그 세월 동안 이토록 심하게 참아본 적이 없었다.

선장 인생 최대의 위기.

그것은 우주해적의 습격도 경쟁사의 기습도 무엇도 아닌, 화장실이 급해 바지에 오줌을 지릴 위기였다.


"약중력장 전원을 공급합니다."


'쿠웃....?!'


그리고 방심하던 사이 다시 배를 누르는 압력.

인공 중력이 연결되면서 몸이 아래로 쏠리는 압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오줌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하아....앗.....!"


들키지 않으려면 소리를 죽여야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왔다.


'제발 빨리, 빨리빨리빨리빨리오줌오줌오줌오줌빨리빨리빨리이이이이!!'


꽈악, 꽈아아아아악....!!

움찔, 쪼륵.

꾹, 꾸욱, 꾸우우욱....!


약 10분동안 올리비아의 외로운 사투 속 1분 1초 하나하나가 매우 길어졌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열리지 않는 문에서 등을 돌리고, 누구도 돌아보지 않길 바라며 두 다리를 들어올려 몸 앞에 두고, 의자 위에 눕는 것처럼 엉덩이는 앞으로 빼고, 양손으로는 고간을 붙잡은 추한 자세로.


"모든 상태 양호. 통상 항행에 돌입했습니다."

"선체 폐쇄를 해제합니다."

"모든 거주구획 기능을 정상화합니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다, 다들 이제 쉬어도 좋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 올리비아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눈은 질끈 감고, 벨트는 멋대로 풀어버린 상태로.

벨트를 풀어도 되는 건 모든 절차가 끝나고 선장이 휴식을 명령한 뒤지만 하복부 압박을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어 멋대로 푼지 오래였다.


'화장실!'


그리고 다급하게 몸을 돌려 몸을 붕 날리면서 올리비아가 뛰어갔다.

저중력으로 인해 한 발자국씩 길게 점프를 하며, 빠르게 달리지도 몸을 날리지도 못하면서.

선장의 좌석에는 이미 조금씩 새어나와 축축하게 젖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아아, 오줌, 더, 더는 참을 수 없어, 오줌, 오줌 싸게 해줘, 나, 오줌 싸버려, 여기에 쉬해버려, 바지에 쉬싸버려, 그건 안돼, 쉬하고 싶어, 오줌, 오줌!!!'


다급하게 중앙 선체로 들어가 사다리를 타고 회전중인 바깥쪽 구역으로 들어가자 강해진 중력이 올리비아의 몸을 끌어내렸다.


"크으으윽....!!"


강해진 중력과 그만큼 더 강해진 방광 압박에 허리를 숙이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앞을 부여잡은 올리비아가 이내 무릎을 꿇었다.


'아, 아직,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조금만 더 가면 화장실이이이...!!!'


그때.


터벅, 터벅, 터벅.


멀리서 들려온 발소리.


"어머나, 선장님. 모든 상태 양호, 응급수리 구역들 전부 정상 작동 중입니다!"


승조원이 보고했다.

그녀의 앞에서 올리비아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처럼 평소대로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보고를 받았다.


"아, 그, 그래."


더는 말할 기운이 없었다.

지금 모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한계였다.

시크하게 옆을 지나쳐가는 올리비아에게 여성 승조원이 말했다.


"그리고 지시하신대로 화장실은 전부 사용금지 상태로 설정해 현재 잠금모드입니다."

".....크, 헉....?"


숨을 삼키며 올리비아가 놀랐다.


"타이머도 맞춰놨으니 앞으로 30분 뒤에나 열릴 거에요. 모두 지시대로입니다."


쿵.

갑자기 누군가 올리비아를 지옥에 떨어트렸다.

갑자기 무거운 바위가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워프 돌입 전 후로 30분간 화장실 사용 전면 금지.

오직 정해진 허가 시간에만 개방.

전부 올리비아가 지시한 내용이었다.


올리비아의 절망도 모르고 승조원은 태연히 떠났고, 굳게 잠긴 화장실 앞에서 올리비아 혼자 우두커니 서있었다.

지금 오줌 마렵다고 온세상에 광고중인 쉴새없이 떨리는 허리와 사타구니를 두 손으로 붙잡은 보기 흉한 모습으로.


띵동, 띵동.


"선장님, 행성계로부터의 연락입니다. 긴급 인터뷰 요청이라 하니 함교로 복귀해주십시오."


그리고 안내방송이 올리비아를 찾았다.


쪼륵.

쉬이익....!


"크아, 악....?!"


이제까지 중 가장 강한 분출.

하지만 여기서 싸버릴 순 없다.


'이, 이런 건 못 참아.....대체, 대체 다른 놈들은 어떻게, 어떻게 견디는 거야....나보다 한참 참을성 없는 놈들도 견디는 걸 내가 못 견딘다니, 그건 불가능해애애애!!'


온몸을 비틀면서, 선장을 찾는 재촉 방송을 들으며 올리비아가 힘겹게 발걸음을 돌렸다.

최소한 지금 이 강한 중력 지대만은 벗어나야했다.

그런 올리비아가 떠올린 것은 이전에 본인이 했던 말.


[여긴 유치원이 아니야! 오줌도 못 가릴 거 같으면 기저귀를 차면 되잖아!]


쉬이잇.....쉬이잇....!


'오, 오줌, 오줌 싸게 해줘....이젠 싸게 해줘....!'


본인이 했던 말대로, 오줌을 못 가리게 된 자신에게 오줌 쌀 기저귀를 채워달라 애원하며 올리비아는 힘겹게 몸을 움직여야했다.


'오줌......오줌......'


속으로 오줌이란 말만 중얼거리며 눈이 풀린 올리비아가 함교로 돌아왔다.


"선장님?"


모두가 올리비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전방 스크린에도 해적을 무찌르고 무역선을 구해준 영웅의 귀환을 환대하는 이들의 원격 통신이 연결돼있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함교와 올리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읏."


그리고 올리비아는 두 눈이 풀린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두손으로 고간을 붙잡은 채 검은 제복을 꽈악 구겨버리면서 허리를 구부리고 다리를 교차한 모습이었다.

마치 '나는 지금 오줌이 마려워 어쩔 줄 모르는 유아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것처럼.

입술은 떨리고 다리는 계속 비비고 허리와 엉덩이는 양쪽으로 흔들렸다.


쉬이잇, 푸슛, 주륵, 쉬이이....잇, 주륵....

뚝, 뚝.


양손으로 붙잡은 바지 고간은 주변보다 더 짙은 얼룩이 번지기 시작했고 다리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하나씩 바닥에 떨어졌다.

바지 속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떨렸다.


"하아....."


마지막으로 아주 짧게 올리비아가 숨을 뱉었다.


'......이제, 쌀래.'


쿵.

누구에게도 날카롭게 호통을 치는 여자 올리비아가 오늘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피부에 밀착하게 꽈악 붙잡아 구겨질대로 구겨진 제복 바지에서 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올리비아의 다리를 타고 흐른 물은 무릎에서부터 천을 뚫고 새어나와 바닥에 퍼지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어대던 올리비아의 몸에서 모든 힘이 빠졌다.


철푸덕.


바닥에 퍼져가던 웅덩이 위로 엉덩방아를 찧은 올리비아는 W자 모양으로 앉아 고간위에 둔 손으로부터 계속 물을 뿜어냈다.


"......"


그 참상을 보던 주위 승조원들이 모두 코를 찌르는 냄새에 표정을 구겼다.


워프약의 또 다른 부작용.

소변에서 더 강해지는 암모니아 냄새.


우주에선 강한 냄새를 맡을 일이 적기 때문에 더 악취에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소변기가 진공흡입하기에 오줌 냄새를 맡을 일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올리비아의 찌린내에 놀랐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그리고 여전히 올리비아의 멈출줄 모르는 소변이 칠칠맞은 고간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퍼져가는 웅덩이는 계단 끝에 다다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중력 탓에 아주 천천히, 소변방울도 우주유영을 즐겼다.

올리비아의 방광이라는 비좁은 감옥을 벗어나 넓은 우주로 해방된 그녀의 소변이 힘차게 방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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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엄마!"


올림피아 성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동서적을 들고 온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자랑했다.


"또 그거 읽어? 안 질려?"

"응! 이게 가장 웃겨!"


그것은 우주해적을 무찌르고 우주를 여행하는 어느 우주선의 용맹하지만 엉뚱한 선장의 이야기.

웃기게도, 우주를 여행하며 멋있게 싸운다 싶을 때면 오줌으로 바지를 적셔버리는 엉뚱하고 겁많은 한심한 영웅 이야기이다.


그 제목은, [황금캡틴 올리비아].


올리비아가 힘차게 제복바지에 칠칠치 못하게 소변을 지려버리는 모습은 도착했던 행성 전역에 생방송되었다.

부축을 받아 옷을 갈아입으러 떠나는 올리비아의 한심한 뒷모습도. 흠뻑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은 오줌범벅 바지에 속옷과 엉덩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는 비참한 모습도.

그날 우주선의 수리를 위해 모든 인원이 퇴함해야 했기에 올리비아는 바지를 갈아입은 모습으로 우주공항에 모습을 드러냈고 도망치듯 잠적하여 우주선 출항날까지 누구에게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 우주의 존경을 받고 관계자들에겐 엄격하고 무서운 인물로 소문난 올리비아의 한심한 추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구경꾼들에게 웃음을 주면서 금새 소문이 퍼졌다.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게 올리비아 본인의 행동이었다.


"워프를 벗어났습니다."


우주선 함교에서 오퍼레이터가 보고했다.

늘상 하던대로 익숙해진 항행 복귀 절차가 시행될 동안 올리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함장님. 모든 상태 양호, 통상 항해로 복귀했습니다."

"....."


여성 오퍼레이터가 보고하였다.

그녀는 항상 올리비아에게 혼이 나곤 했지만 지금은 유능함을 발휘하여 올리비아 직속 참모로 승진한 상태였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고개만 끄덕여 그녀를 돌려보냈다.

본래 책상단말과 의자만 있던 그녀의 자리는 몸을 가려주는 칸막이가 추가되 스스로를 격리하듯 감싸고 있었다.

그 속으로 조금만 고개를 올려 들여다보면 곧 바지를 벗은 채 앉아있는 올리비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간 부위에 고깔을 고정시킨 모습으로.


쉬이이이이이이이이......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올리비아가 볼을 붉혔다.

의자는 간이형 소변기로 개조되어있고, 그 옆에는 흠뻑 젖어버린 바지와 누렇게 변색된 속옷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워프약에 예민하여 매 항해마다 극심한 요의에 시달리다 바지에 소변을 지리길 반복하고 있다.

그녀의 배가 일정에 늦는 일은 절대 없으며 우주해적들도 그녀를 당해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행성에 도착하건 반드시 올리비아는 바지를 적신 채로 도착한다.

반면 그녀의 우주선 탑승원 중 그 누구도 그녀처럼 심각한 소변 문제는 겪지 않는다.

그 비교대상들 탓에 올리비아는 매일 스스로에게 가혹한 소변 훈련을 시키고 있으며, 현재까지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에서 오줌을 지려버려 함교에 소변방울이 잔뜩 떠다니게 만드는 행태에 보다못한 선원들은 선장석을 변기로 개조했다.

그렇게 바지를 적신 뒤 선장석에서 소변기에 볼일을 보고 있는 아랫도리 알몸의 올리비아는 함선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행성에서든 바지를 적신 채 나타난다는 황금선장 올리비아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궤도 정거장 카메라 체계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올리비아는 언제나 행성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많이 오줌을 쌌는지 광고를 하게 된다.

반면 그런 선장 탓에 훨씬 화장실에 관대해진 규칙과 승조원들의 자발적인 소변 관리 습관은 그들이 항상 깔끔한 컨디션을 유지하개 해준다.


그러니 올리비아는 언젠가 오줌을 가릴 수 있도록 선원들과 비교당하며 영원히 오줌 훈련을 거듭해야하는 것이다.

거주구에서 생활할땐 항상 기저귀를 차고다녀야 하고 매일 아침마다 기저귀에서 넘친 소변으로 이불을 적셔버리지만, 언젠가 오줌을 잘 가리게 될 것이라 믿으며.


"......행성 입항 준비."


소변기에 연결된 고깔을 사타구니에 부착한 채, 엉덩이와 맨다리를 드러내며 몸을 일으킨 올리비아가 명령했다.

오늘도 바지 벗은 황금선장의 찌린내 나는 항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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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올리비아의 행동에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버린 승조원들의 암묵적 계획에 따라 몰래 그녀의 워프알약을 특제 이뇨제를 포함시켜 제조한 물건으로 바꿔치기하고, 일부러 통상 복귀 절차를 느리게 수행하면서 최대한 그녀의 화장실을 방해한 결과임을.

그 결과 바지에 쉬야나 흘리는 선장에게 더이상 휘둘리지 않게 된 승조원들은 훨씬 널널해진 규칙에 만족하며 한심해진 자기 선장을 비웃으며 오늘도 즐거운 생활을 이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