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나는 작고 하얀 얼굴에 토끼 같이 큰 눈을 지닌 22살의 대학생이다. 그녀의 몸매는 날씬하고 여리며,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귀여운 외모로 대학 교내에서는 항상 주목을 받곤 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로, 그녀가 짝사랑하던 지후 오빠와 만나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지후 오빠와의 약속으로 한껏 들뜬 희나는 햇살 같은 미소를 띠며 거울 앞에서 머리카락을 다듬으며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오늘만큼은 지후 오빠에게 제일 예쁜 모습으로 나가고 싶은데... 어떤 옷을 입을까?"


방 안에는 여러 가지 옷들이 흩어져 있었고, 희나는 눈에 들어온 딱 붙는 청바지를 골라 입기로 결정했다. 바지에 어울리는 귀여운 하얀 스웨터를 찾아 입고 나니, 거울 속의 희나는 너무나도 예뻐보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게 있다면 어제 저녁을 너무 잘 먹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부해보였다.


"으... 나는 바보야. 오늘 같은 날을 위해서 어제 적당히 먹었어야지, 얼굴이 부었잖아!?"


희나는 전에 엄마의 약 상자에서 몰래 챙겨두었던 약봉지를 하나 꺼낸다. 엄마에게 듣기로는 붓기를 빼주는 약이라고 들었다.


"한 알 정도는 먹어도 괜찮겠지~ 오빠에게 예뻐보일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지!"


희나는 물 컵에 따라둔 물과 함께 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덤벙거리는 성격의 희나는 약 봉투에 적힌 주의 사항을 읽었을리 없다.

바로 '이뇨 작용', 즉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있는 상황에만 약을 먹으라는 주의 사항을 말이다. 


"혹시 모르니까 한 알 정도만 더 챙겨갈까...?"


희나는 바지 주머니에 약 봉투를 하나 더 챙기면서,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확인한다.


"지금이 네시 반이니까, 다섯 시에 학교 앞에서 오빠를 만나려면 이제 나가야겠다!"


희나는 옷걸이에서 오늘을 위해 장만한 비니 모자를 쓴 뒤, 목도리와 털 장갑까지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선다.


"읏... 오늘 날씨가 엄청 춥네! 목도리까지 하고 나오길 잘했다!"



지후를 만나기로한 학교 정문은 희나의 집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가야한다. 학교에 갈 때마다 타던 익숙한 버스에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았지만, 오늘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오빠를 알게 된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네. 오늘 같은 특별한 날 같이 놀자고 불러주다니, 오늘은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아!"


둘은 지난 학기 교양 수업에서 조별 과제를 하며 만났다. 보통은 조별 과제를 하면 친한 사이도 멀어진다들 하지만, 지후 덕분에 희나는 매 수업을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치만... 정작 오빠가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일은 없었지... 그래서 나도 먼저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던거고.."


희나가 같이 밥 먹거나 놀자고 부르면 지후는 항상 나오기는 하였지만, 그 이상의 감정 표현을 희나에게 한 적이 없어서 희나는 항상 속을 혼자 태웠다.


"그런 오빠가 나를 먼저 불러준건 오늘이 처음이야! 너무 설레서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걸..."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지후와의 약속 장소로 버스는 빠르게 달렸다. 거의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했을 즈음, 익숙한 감각이 희나의 미간을 찌뿌리게 했다. 


"읏.. 오줌 마려워. 아까 집에서 나오기 전에 화장실을 들렸으면 좋았을텐데.. 뭐 그렇게 급한건 아니니까, 이따 다녀올 수 있겠지!"


아까 먹은 붓기 빼는 약의 작용이 시작됐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희나는 버스에서 내리며 기다리고 있던 지후를 만난다.


"오빠~~ 많이 기다렸어? 헤헤, 오늘 같이 좋은 날 놀자고 불러줘서 고마워!"


지후도 반갑게 희나를 맞는다. 희나는 들뜬 마음에 지후와 이야기 하며 길을 걷는다.


"오, 내가 오늘 약속 있을까봐 걱정했었다고? 히힛, 오빠가 안 불러줬으면 지금쯤 심심하게 집에서 핸드폰이나 만지고 있었을껄?"


지후의 표정이 밝아진다. 지후는 희나에게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묻는다.


"오빠 많이 춥지? 기다리느라 더 추웠겠다. 우리 우선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서 몸을 녹일까?"


지후도 희나의 말에 맞장구치며, 둘은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아늑한 분위기와 은은한 커피 향기가 희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오빠, 음료는 내가 살게!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지후는 고마움을 표현한 후, 정중하게 오늘 만큼은 자신이 사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엇, 그..그렇다면 감사히 마실게! 나는 따뜻한 코코아 한 잔으로 부탁해!"


희나는 그런 지후의 모습에 감동하여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주문을 마친 희나와 지후는 빈 자리를 찾아 카페를 둘러본다. 카페는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커플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희나는 괜스레 볼이 빨개졌다.


"카페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너무 예쁘게 꾸몄다! 여기가 너무 마음에 드는 걸!"


지후와 희나는 자리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곧 음료가 나왔고, 희나는 재빨리 음료를 가져왔다.


"자, 오빠 아아랑 내 코코아. 이렇게 추운데도 아이스라니~"


지후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 희나에게 한 입을 권한다.


"쫍.. 역시 아아는 아아네! 잠이 확 깨는거 같아!"


그 순간, 차가운 음료가 몸에 들어가자 희나는 잊고 있었던 요의가 떠올랐다.


'앗, 맞다, 화장실 가야 하는데.. 지금은 오빠랑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조금만 더 뒤에 다녀와도 괜찮겠지?'


희나는 요의를 무시한 채 지후와의 대화에 집중한다. 지후는 최근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 이야기를 시작했다.


"헐, 나도 전에 제주도 갔을 때 거기 들른 적 있는데! 거기 아이스크림이 엄청 맛있는데 먹어봤어?"


지후도 동의하며, 둘은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와, 너무 재밌었겠다! 거기서는 새로 만난 사람들이랑 같이 놀았던거야?"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희나는 점점 참기 힘들어져서 이제는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한다.


'으읏... 오줌 마려워. 이젠 정말 다녀와야겠어..'


"오빠, 이야기 중에 정말 미안한데, 나 화장실 한 번만 다녀올게!"


희나는 부끄러움을 꾹 참고 지후에게 이야기하였다. 서둘러 카페 화장실로 향하였지만 어째서인지 화장실 문이 안에서 잠겨 열리지 않았다.


'아니, 안에 누가 있나? 왜 안 열리는 거야? 으으.. 급한데!'


화장실 문에 노크를 해봤지만 반응이 없자, 희나는 카페 직원에게 상황을 이야기한다.


"화장실 문이 잠겨서 안 열려요.. 누가 안에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네? 수도가 동파돼서 화장실을 못쓴다고요?"


희나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앓는 소리가 삐져나왔다.


"흐으, 네에.. 알겠습니다."


희나는 두 허벅지를 맞붙이고 두 손으로 아랫 배를 살짝 어루만졌다. 


'어쩔 수 없지, 카페에서 나가서 기회를 봐서 다른 화장실을 찾아봐야겠어..'


희나는 자신이 화장실을 못 다녀온 것을 알면, 지후가 자신이 화장실이 급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화장실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그냥 잘 다녀왔다고 둘러댄다.


"오빠 나 돌아왔어! 아, 음, 앞에 사람이 좀 오래 걸려서~ 미안, 좀 기다렸지?"


지후는 희나에게 이제 슬슬 카페에서 일어나 공원에서 산책을 하자고 이야기한다. 어느덧 창밖을 보니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었다.


"울림 공원! 거기 트리가 엄청 예쁘다고 인스타에서 유명하던데~ 좋아! 가서 산책하자!"


'거기면 분명 화장실이 있겠지.. 좀 만 더 참자.'


희나는 지후를 따라 카페를 나온다. 아까 눈이 많이 왔던 터라 거리에는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따뜻한 곳에 있다가 나와서인지, 희나는 상당히 강한 요의가 밀려와 본능적으로 손을 허벅지에 가져갔다.

마음같아선 가랑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후의 옆이었기에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하면서 힘을 꽉 주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으으.. 오줌.. 오줌.. 오늘 마신 것도 별로 없는데 이렇게까지나 오줌이 마려워지다니.. 지후 오빠 옆이라 긴장해서 그런가?'


희나는 애써 웃으며, 지후와 공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공원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댔다. 

희나는 재빨리 공원 화장실을 눈으로 스캔했다.


'아니 저 줄은 설마 여자화장실 줄이야? 어떻게 이럴수가..'


절망하고 있을 그 때, 갑자기 찬 바람이 휙하고 불어왔다.


"읏!"


희나는 몸이 움찔하며, 오줌 한 두방울이 나오려는 것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참는다.


'아슬아슬했네.. 어쩌지, 이제 진짜 빨리 다른 화장실을 찾지 않으면 바지에 쌀거 같아..'


지후는 희나가 갑자기 표정이 굳은 걸 보고 무슨 일 있는지 물어본다.


"아, 아니야 별 일.. 그냥 갑자기 찬바람이 부니까 너무 추워서.."


지후는 기분 전환 겸 희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며 공원 뒷편 한적한 장소로 희나를 안내한다.


"우와, 공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나무 울타리 너머로, 저 멀리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멋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희나는 감탄도 잠시, 밀려오는 요의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아, 어쩌지, 오빠가 있는데 풀숲에 들어가서 해결할 수도 없고, 저 화장실 줄 서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고, 아, 어쩌면 좋아..'


이런 절박한 희나의 마음도 모른 채, 지후는 희나를 바라보며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이 처음 희나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아니 오빠가 나한테 고백하려는 건가..? 것보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 이런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면 말을 자를 수가 없잖아..'


지후의 말은 계속되었다. 희나는 다리를 꼬았다 풀며 티 안나게 힘든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으으.. 화장실.. 오줌.. 화장실 .. 오줌.. 이젠 정말 한계야.. 지금 정말 어떻게든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오..오빠..나.."


그때, 지후의 입에서 나랑 사귀어 줄래, 하고 고백이 튀어나왔다.

희나는 순간 긴장이 풀리고 말았다. 좋아하는 오빠에게 듣는 고백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희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몸의 긴장을 붙잡으려 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엉덩이와 허벅지가 따뜻해지면서,  그 감촉이 점점 다리를 따라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한 희나는 어떻게든 터져나오는 오줌을 멈춰보려 했지만, 이미 한계를 넘어선 방광은 그저 모아두었던 오줌을 내보낼 뿐이었다.



"아... 아..."


희나는 따뜻한 액체가 운동화 안에까지 들어차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저 오줌이 떨어지며 찰박 찰박 나는 소리에 좋아하는 오빠 앞에서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상황이 실감이 났을 뿐이다.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망했다.. 망했어. 이제 오빠 얼굴을 어떻게 보지? 정말 최악이야..'


희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놀란듯 희나를 바라보는 지후를 뒤로한 채 도망치듯 공원을 빠져나왔다. 

사람을 피해서 정신 없이 걸어가다 열려있는 상가 화장실을 발견해 뛰어 들어갔다.


"흐으...흐어엉... 내가 다 망쳤어..."


희나의 울음 소리가 화장실을 가득 메웠다. 변기에 앉은 채, 희나는 옷의 상태를 확인한다. 

오줌에 축 젖은 바지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양말은 불쾌하게 젖어 걸을때마다 운동화에서 질퍽 질퍽 소리를 냈다. 

운동화를 벗어 뒤집자, 고여있던 오줌이 조르륵 하고 흘러 빠져나온다.


희나는 화장지를 감아 젖은 바지를 닦다가, 주머니에서 아까 집에서 나올 때 챙겨나온 약 봉지를 발견한다.

갑자기 쎄한 느낌이 들어, 희나는 약 봉지를 꺼내 적힌 문구를 읽는다.


"주의...사항. 이 약은 빠르게 붓기를 빼기 위한 약으로, 부작용으로 강한 이뇨 작용이 있으니 주의하세요? 이뇨 작용??"


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유희나 이 바보... 이런 부작용이 있는 약이었으면 손도 대지 않는 건데.. 이렇게 젖은 옷으로 이제 어떻게 하지.."


그때, 희나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지후로부터 온 카톡이었다.

희나는 떨리는 손으로 카톡 미리보기를 읽었다.

희나의 위치를 묻는 카톡에,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준다는 내용의 카톡이 와있었다.


"흑흑.. 다시 지후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오빠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리고도..?"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갈아입을 옷이 절실히 필요했던 희나는 지후의 카톡을 읽는다.

흐르려는 눈물을 참으며, 희나는 답장을 썼다.


'오빠, 이런 모습 보여서 정말 미안해. 많이 실망했지? 나는 지금 공원에서 한 블럭 떨어진 상가 건물 1층 화장실이야. 옷은 화장실 앞에 두고 가줘. 미안, 얼굴 볼 용기가 안나서. 옷 얼마인지 알려주면 바로 돈 보낼게. 미안해.'


곧 1이 사라지고, 지후는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희나는 자신의 상황이 너무 비참하여 앉은 채로 엉엉 울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희나는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지후였다.


"오빠, 그냥 두고 가줘.. 옷은 너무 고마워.."


하지만 지후는 옷을 화장실 칸 안으로 넣어주고 바깥에 서서 말하였다.

이런 모습 덕분에 희나가 더 좋아졌다고. 둘만의 비밀은 평생 지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지후가 해주는 따뜻한 말에 얼었던 희나의 마음은 차차 녹아내렸다. 

옷까지 가져다주는 이런 따뜻한 사람에게 모질게 말한 자신이 너무 미웠다.


"오빠, 갈아입고 나갈테니까 조금만 밖에서 기다려줘."


지후가 급하게 사가지고 온 속옷과 츄리닝 바지, 삼선 슬리퍼로 갈아입고, 젖은 옷가지를 검은 비닐봉투에 담았다.

희나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을 열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후를 맞이한다.



"오빠.. 정말 고마워. 진심으로 고마워. 혹시.. 나 집까지 데려다주지 않을래?"


지후는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집까지 함께 돌아가면서, 지후는 희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웃긴 이야기들을 계속 해주었다.

덕분에 희나는 오늘 있었던 아찔했던 일이 머릿속에서 살짝은 희미해진 것 같았다.

희나의 집 앞에 도착해서, 희나는 지후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을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까 오빠가 했던 말, 내 대답은 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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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이 박히면 한 편 정도 더 만들어볼까 생각 중
소재 추천도 얼마든지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