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었다. 


"다정 선배, 왜 저희가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하는 거죠?"


차 안의 적막을 깨고 지훈이 입을 열었다. 지훈은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를 바라보며 입을 삐죽였다. 다정과 지훈은 가전 제품 회사의 선후배 직원 사이로, 올해 입사한 지훈을 다정이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다정과 지훈은 중요 고객의 컴플레인 때문에 회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출장을 가는 길이었다. 지훈은 이런 짖궂은 날씨에 고객 한 명을 위해 멀리까지 다녀와야 한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정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스타일러 제품의 문제는 우리 회사에서 판매한 제품이니까 책임을 져야해. 그리고 그 분은 매년 수 천 만원씩 우리 회사 제품을 구매해주시는 큰 손이신데, 이런 고객에게 드리는 서비스야 말로 중요하지 않겠어?”


그러나 지훈은 여전히 답답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하필 이렇게 날씨가 안 좋은 날 부르다니, 그 사람 돈은 많아도 인성은 안 봐도 뻔하네요.”


다정은 여전히 삐죽거리는 지훈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나도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이렇게 직접 방문해서 사과드리고 제품 수리나 보상을 드리는게 잘 이해가 안갔는데, 직접 이렇게 고객들을 찾아 뵙는게 회사 이미지에 잘 먹히나봐. 인상 풀어, 금방 해결하고 돌아가자.”


지훈은 다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은 이런 침착하고 부드러운 다정의 말투가 참 좋았다. 지훈은 슬쩍 옆눈으로 다정을 한 번 쳐다봤다. 오늘 다정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중요 고객을 뵈러 가는 중요한 자리인지라 입은 남색의 원피스가 겨울에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다정의 예쁜 체형이 잘 드러나는 옷차림이었다. 




다정은 회사에서 인기 만점이었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하얗고 고운 피부, 거기에 검은 생머리는 인형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였다. 지훈은 그런 다정을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다른 남자 직원들이 다정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스스로가 모자라보였다. 최근에 다정과 함께 일을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주변 직원들로부터 시셈의 눈초리를 받긴 했지만 알 바 인가. 지훈은 다정에게 점수를 따고자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다정을 더 챙겨주고 있었다.


다정이 지금 마시고 있는 따뜻한 커피도 이런 지훈의 노력의 일원이었다. 출발하기 전 잽싸게 카페에서 커피를 사온 덕분에 다정에게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하게 고마워!” 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고객 컴플레인을 가는 것에 불평하던 그였지만, 사실은 다정과 함께 출장을 가는 것이 너무 좋아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한 것이었다.


다정은 네비를 보며 말했다. 어느덧 위치가 도착지 근처임을 알리고 있었다.


“곧 도착이네. 내가 고객님께 드릴 선물을 챙길테니까 지훈 너가 수리 장비를 챙겨줄래?”


지훈은 알겠다 대답하고, 바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짐을 챙긴 다정과 지훈은 컴플레인의 주인공 고객의 집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 그 안에서 다소 인상이 험한 중년 남성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의 눈가엔 화난 듯한 빛이 번득였고, 언짢은듯 찌뿌린 표정이 지훈이 마른 침을 삼키게 했다.


“당신네들은 OO회사에서 온 직원들이냐?”


남성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지훈은 왜 초면에 반말이지? 라는 생각으로 기분이 팍 상했지만,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다정이 긴장한 채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OO회사에서 스타일러 제품 이상과 관련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남성은 냉소적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일단 안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누지.”


둘은 남성을 따라 집에 들어갔다. 집은 잘 정돈이 되어있었고, 넓은 평수에 꽤나 고가의 가전 제품들을 보며 지훈은 눈을 휘둥그레 했다. 다정은 두리번거리는 지훈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고는, 선배답게 차분하게 남성의 안내를 따라갔다.


남성은 둘을 거실의 테이블에 앉도록 손으로 제스처를 보냈다. 부엌에서 찻주전자와 찻잔 두 개를 가져오더니, 지훈과 다정에게 차를 한 잔 씩 따라주었다. 지훈은 차 향기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남성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스타일러에 옷을 넣고 돌렸는데 시커매져서 나왔오. 이게 도대체 무슨 문제인지 자세히 설명해보시오.” 


그 말에 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최근에 판매된 스타일러 중 일부에서 먼지 필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다정은 긴장해서 목이 탔는지, 남성이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그 문제는 저희 회사의 기술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저희는 소비자 분들께 큰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남성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죄송하다는 말이면 다인가? 내 옷은 어떻게 배상해줄거지?”


다정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저희가 죄송한 마음을 담아 회사 차원에서 최근에 나온 신제품 하나를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지훈은 가져온 가방을 열어 제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새 다정이 차 한 컵을 비웠는지, 남성은 다정의 잔에 새로 차를 한 잔 더 따라주었다.

선물을 확인한 남성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다시금 제품 이상으로 인해 받은 피해를 제차 강조하기 시작했다. 지훈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말씀 나누시는 동안, 제가 제품 점검 및 수리를 봐드리겠습니다. 혹시 해당 스타일러로 안내해주실 수 있나요?”


남성의 말을 듣는데에 싫증이 난 지훈이 장비를 들고 테이블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남성은 말을 잠시 멈추고, 지훈을 안방으로 안내했다. 지훈은 장비 가방을 열어 공구들을 꺼내고, 스타일러 점검을 시작하였다.


그 동안 다정은 웃는 표정으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다정의 모습은 어딘가 초조해보였다. 사실, 오는 동안 커피를 마시기도 했고 고객의 집에 들어와서 차를 연거푸 넉 잔이나 마셔버려서 상당히 오줌이 마려웠다. 하지만 어떻게 고객에게 사과를 드리러 온 자리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을 할 수 있는가. 그래서 앞에 앉은 남성이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정도로 참고 있었다. 빨리 이야기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의 수리는 20분 정도 걸렸다. 그 동안 남성은 더 많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떠들어대고 있었고, 다정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요의에 남성의 말이 전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지훈이 거실로 나오자 다정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스타일러 수리는 잘 끝났습니다. 사용하시다가 언제든 불편하신 점 있으면 문의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지훈은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다정의 표정이 신경쓰였으나, 분명 저 남성의 꼬장 때문일 것이니 하고 생각했다. 다정은 조만간 소정의 추가 보상을 드릴 것을 약속드리고는 남성과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다정과 지훈은 남성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집을 나왔다. 나오는 동안 다정의 눈은 화장실을 찾았지만, 근처에 화장실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런 다정의 마음도 모른채 지훈은 차로 향해서 다정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다정은 회사까지 돌아가는 30분이면 충분히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최선은 회사로 돌아가 바로 화장실에서 급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다정의 큰 오산이었다.


다정은 차에 타서 지훈에게 말했다.


“지훈 사원, 조금 빨리 회사로 돌아가줄 수 있을까?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의 시동을 걸고 서둘러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차가 전용도로로 빠진 직후, 차들이 달리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아예 길에 서버리고 말았다.

아까보다 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아마 앞에서 눈길 사고가 났었던 모양이다.

다정과 지훈은 꼼짝 없이 전용도로에 차들 한 가운데에 갇히고 말았다.

다정은 막히는 차들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흐으…”


지훈은 다정을 쳐다보며 물었다.


“다정 선배 괜찮아요?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아보이던데, 어디 아픈거 아녜요?”


다정은 자신의 요의와의 싸움을 지훈에게 털어놓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더 컸기에, 일단 괜찮다고 둘러대었다.


“아까 컴플레인을 받고 오느라 좀 지쳤나봐..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 다정의 상황은 많이 안 좋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서 지훈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한 손으로 고간을 누르고 있었으며, 이마에 식은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얼마나 더 걸리는거지? 하는 질문이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훈 사원, 혹시 회사까지 얼마나 걸릴거 같아?”


지훈은 교통 정보를 검색해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한 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평소에는 30분이면 가는 길을 한 시간이나 걸려 가야한다니, 그래도 선배랑 같이 있으니까 훨씬 낫네요. 이걸 만약 혼자 왔었더라면..”

 

다정은 지훈의 말에 애써 웃음 지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라니. 다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한 시간을 더 참을 수 있을까? 막막함에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지만, 티 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였다.


지훈은 표정이 어두워지는 다정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선배, 진짜 괜찮아요? 표정이 너무 안 좋아요, 뭐 도와줄 수 있는게 있을까요?”


다정이 울상을 지으며 지훈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아까부터 화장실이 너무 급했는데, 회사 돌아가서 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냥 출발했어. 더 이상 못 참겠어, 이대로라면 나.. 나..”


지훈은 놀랐다. 그리고 이러한 다정의 상황을 일찍이 눈치채지 못한 자신을 질책했다. 


“선배 미안해요, 몰랐어요. 어쩌죠.. 지금 전용도로 위라 차를 세울 수 도 없는데..”


다정은 몸을 비틀며, 숙녀의 체면을 버리고 두 손으로 고간을 꽉 붙잡았다.


“제발, 어디라도 좋으니 제일 가까운 편의점 같은 곳에 차를 세워줘..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이러다 쌀 것 같아..”


지훈은 마음이 안 좋았다. 좋아하는 선배가 고통 받는 것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항상 완벽했던 선배가 필사적으로 몸을 꼬고 안절부절 못하며 오줌을 참는 모습을 보니, 인간적으로 느껴져 다정이 더 좋아졌다.


“선배, 저만 믿어요. 여기 정체 구간만 빠져나가면 바로 차 세울 수 있는데 찾아서 세울테니까, 그때까지만 조금만 더 참아요.”


다정은 대답 대신 “으읏..” 하는 소리를 뱉었다.

방금 몇 방울의 오줌이 빠져나와 속옷을 적셨기 때문이다. 다정은 패닉하고 요도 괄약근을 온 힘을 다해 막았다. 덕분에 더 지리는 일은 없었다.

그때 다정의 눈에 아까 다정이 마셔서 텅 빈 커피 컵이 들어왔다.

찰나동안 거기에라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지만, 이내 다정은 이성의 끈을 붙잡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후배 직원 앞에서 컵에 오줌을 싼다니, 그런 상스럽고 수치스러운 일은 할 수 없었다.

다정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이쪽 저쪽으로 자세를 바꿔가며 요란스럽게 오줌을 참고 있었다.

지훈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절박하게 참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차가 정체를 빠져나왔다. 지훈은 다정에게 응원한답시고 말을 걸었다.


“선배, 드디어 길이 풀렸어요! 조금만 더 참아요, 제가 금방 화장실을 찾아드릴게요!”


다정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알았으니까 빨리 좀 부탁햇…흐익?!”


뜨거운 오줌이 다시금 속옷을 적셨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많은 양이었다. 다정은 필사적으로 더 나오려는 오줌을 막고, 원피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속옷이 흡수해줘서인지 겉으로는 티는 안났다. 안도하였지만, 이제는 진짜 한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 때 갑자기 잘 가던 앞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고 지훈도 놀라서 따라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 덕분에 추돌 사고는 막았지만, 그 충격으로 앞으로 쏠린 바람에 안전 벨트가 다정의 아랫배를 강하게 눌러버리고 말았다. 다정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꺄악!!”


지훈은 놀라 다정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선배 괜찮아요?”


하지만 지훈의 눈에 들어온 다정의 모습은, 충격 받은 얼굴로 고개를 떨군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


(쉬이이이.. 툭.. 투둑.. 투두두둑..)


물줄기가 흘러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차 안을 휘감았다.



지훈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가 자신의 눈 앞에서 옷에 오줌을 지리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았다.

다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기어 들어가듯 말하는게 들렸다.


“제발.. 보지마.. 딴 데 쳐다봐줘..”


지훈은 미안하다 사과한 뒤, 정면을 응시하면서 빠르게

회사로 향했다. 옆에서 다정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히터의 바람을 타고 오줌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이 느껴졌다. 다정도 이를 느꼈는지, 조용하게 창문을 내리는 그녀였다.


얼마 안 있어, 차는 회사 주차장 뒷편에 도착했다. 지훈은 먼저 차에서 내려, 다정이 있는 쪽 문을 열어주며 다정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 그녀의 좌석에는 오줌이 고여 있었고 원피스의 엉덩이 부분에는 짙게 젖은 얼룩이 남아있었다. 지훈의 부축을 받고 내리자, 원피스가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한 오줌이 주차장 바닥에 흘러 떨어졌다. 다정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쪼그리고 앉아 흐느꼈다.


“흐어엉.. 지훈 사원.. 나 어떡해? 못 참고 지훈 사원 차에.. 차에.. 흐어엉..”


서럽게 우는 다정을 토닥여주다가, 지훈은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다정의 허리춤에 둘러주었다.


“선배, 제 차는 걱정하지 말아요. 선배가 더 걱정인걸.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비밀로 할테니까 걱정말고, 부장님께도 병가라고 잘 말씀드려놓을테니 아무 생각 말고 집 돌아가서 푹 쉬세요.”


다정은 지훈의 배려에 감동 받기도 했고, 다시 회사에서 지훈을 어떻게 봐야하나에 대한 막막함이 올라와 한참을 더 서럽게 울었다. 그 동안에 지훈은 다정의 옆에서 묵묵히 토닥여줬다.


그런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도저히 지훈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다정은 며칠간 회사에서 지훈을 피해다녔다. 지훈은 그런 다정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까웠다. 지훈은 회사 생활의 활력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 날도 지훈은 힘 없이 출근해서 자리에 앉았는데, 모니터에 핑크색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10시에 회사 8층 카페에서 만나.  - 다정”


설레는 마음으로 10시까지 업무를 보며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자 단숨에 카페로 올라갔다. 다정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이 자리에 앉자, 둘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며칠 동안 피해서 미안해. 도저히 그때 그 일을 잊을 수가 없었어. 근데, 그 날 네가 해준 배려가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더라고. 너무 고마웠어. 그리고 미안해, 이거 세탁한 네 재킷이야.” 


지훈은 재킷이 든 종이 가방을 받으며 말했다.


“저도 이렇게 선배랑 멀어지면 어쩌지 너무 걱정됐어요. 기분은 조금 나아졌나요? 선배 힘들어하는거 싫어요.”


다정은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지훈 사원, 혹시 그냥 물어보는건데, 오늘 저녁때 약속 없으면 나랑 밥 먹을래?”


지훈은 뛸 듯이 기뻤다. 지훈이 기뻐하며 수락하자, 다정은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둘 사이에는 어느덧 직장 동료 이상의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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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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