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살 남성, ‘나기’가 리코를 만난 것은 어느 편의점에서였다.

 ‘’어, 어서오세요…’’

 리코는 진열대의 상품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점장이라고 적혀 있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카운터에서 휴대폰을 하면서 앉아있었다. 편의점은 그렇게 크지 않아서, 점장이 굳이 일어나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상품을 정리하는 리코를 충분히 바라볼 수 있었다.

 나기는 별 생각 없이 저녁으로 먹을 라면을 고민하고 있었다. 1~2분 정도 라면 진열대 앞에서 고민을 하던 나기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으읏…하앗…’’

 작지만 확실한 신음의 소리. 나기가 무심코 옆을 바라보자, 한 손으로 가랑이를 누르며, 다른 한손으로 애처롭게 상품을 정리하는 리코가 보였다. 티셔츠에 긴 청바지, 앞치마를 입은 리코. 식은땀이 흐르는 몸에, 빨개진 얼굴은 리코의 상황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생전 처음보는 남자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빤히 째려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듯이, 리코는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신음하며 다리를 좀처럼 가만히 두지 못했다. 표정은 마치 조그만 자극에도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읏…아…안 돼…’’

 이윽고 리코는 한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양손으로 가랑이를 누르기 시작했다. 과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편의점에 울려퍼지며, 점장은 슬그머니 리코를 바라본다. 리코는 필사적으로, 하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몸을 카운터 쪽으로 돌려서, 점장에게 말을 걸었다.

 ‘’저…점장님…저, 화, 화장…’’

 어떻게든 할 말을 쥐어짜는 리코. 하지만 리코의 소변은 너무도 성급했다.

 (슈우우…투두두둑…)

 ‘’하읏…아, 안 돼…?!’’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리코의 오줌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흐으읏…흐아앗…’’

 다리를 교차시키며 어떻게든 오줌을 막아보려 한 리코. 하지만 오줌은 하염없이 바닥을 향해 분출되었다.

 (투두두둑…슈와아아아…)

 ‘’흐윽…시…싫어…’’

 강한 물줄기가 리코의 다리 사이에서 바닥을 향해 뿜어진다. 청바지를 뚫고 강하게 내리치는 오줌 줄기는, 리코가 얼마나 오줌을 참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리코는 몸을 떨며, 오줌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 듯이 가랑이에서 손을 떼고, 앞치마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슈와아아아…)

 자그마치 2분이 넘게 이어진 방뇨는, 리코의 몸이 떨림과 함께 멈추게 되었다. 리코는 패닉에 빠져,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울면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죄…죄송합니다…’’

 나기와 점장 모두 크게 당황하여, 그 모습을 멍하게 지켜 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나기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울고 있는 리코에게 덮어주었다. 긴 코트가 리코에게 입혀지자 코트 아랫부분이 바닥에 닿으며, 리코의 오줌이 나기의 코트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나기는 크게 개의지 않고, 리코를 데리고 편의점 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나선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명함을 점장에게 건네었다.

 ‘’혹시 그…젖어서 팔지 못하게 된 물건이나, 저 분 급여나, 하여튼 혹시 변상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그 후, 나기는 리코를 데리고 같이 걸어갔다. 

 

 도착한 곳은 근처의 공원. 해가 진 후의 공원은, 그 날따라 유난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적었다. 리코는 울어서 약간 부은 눈으로, 멍하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리코.

 ‘’괜찮아요.’’

 리코를 달래는 나기. 오줌이 묻은 나기의 코트 아랫부분이 땅에 끌리며, 흙이 잔뜩 묻었다.

 ‘’그, 제가 이 코트도 빨아서 드릴게요…점장님…점장님께는…히끅…’’

 편의점에 가서 오늘 일을 수습할 생각을 하니, 절망감과 수치심에 다시 울컥하며 서러운 마음이 든다.

 ‘’그…초면에 실례지만, 왜 그렇게까지 참으신 거에요? 충분히 가려면 갈 수야 있었을텐데…’’

 리코의 얼굴이 붉어진다. 잠시 망설이더니, 이윽고 리코는 입을 열었다.

 ‘’그게…화장실 너무 자주 가면 점장님이 안 좋게 보셔서요…가뜩이나 화장실 간다고 하고 농땡이피다가 한참 후에 오는 알바생 하나 최근에 자르기도 하셨고요…오, 오늘도 2시간 전에 막 갔다 온 참이었어요…그런데 그…오늘 손님이 많이 없어서 별 생각없이 차를 계속 마셨더니…그…금방 마려워져서…’’

 ‘’2시간…이면 갔다 올 만하지 않나요…?’’

 ‘’그…그래도, 점장님께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안 돼요…저, 어떻게든 일을 해야 하거든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마음이 약한 리코는 나기에게 금세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리코는 도시로 상경한 지방 출신의 22살 여성이었다. 배우를 꿈꾸며 극단 생활을 했는데, 잘 풀리지 않아 아르바이트와 극단 생활을 병행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건강이 안 좋아져 일을 하지 못하시게 되어, 리코는 본가로 생활비를 보내주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극단에서 그만두고, 일주일 내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본인 역시도 겨우겨우 먹고 사는 상황이었다.

 ‘’대학에는 못 갔어요…집이 넉넉하지 않았거든요…그래서 바로 극단에서 일을 했는데…사실 연기 보다는 청소나 무대 준비 같은 허드렛일 위주로만 했던 거 같아요…그렇지만 또 잘 나가는 극단이 아니다보니 급여를 받지는 못했고요……다 그만두고 하는 편의점 일인데 그 일마저…’’

 ‘’그런 일이 있었군요…많이 힘들었겠네요.’’

 ‘’그치만…이제 어떡하죠…저…아마도 잘릴거에요…’’

 잔뜩 풀이 죽은 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을 손으로 닦는다.

 ‘’그…성함은 이름표에서 봤습니다. 리코 씨?’’

 ‘’…네’’

 ‘’저는…이런 사람입니다.’’

 나기는 자신의 명함을 리코에게 내밀었다. 명함을 받은 리코는, 깜짝 놀라며 나기에게 말을 했다.

 ‘’의…의사세요?!’’

 ‘’네, 비뇨기과 의사입니다. 정확히는…의사였죠.’’

 ‘’아…지금은 아니신가요…?’’

 ‘’운영하던 병원이 부도가 나서요…하하’’

 ‘’아…’’

 ‘’그래서 일할 수 있는 다른 병원들을 알아보고 있죠…다행인 건 결혼을 안 해서 저만 아끼면 지출을 최대한 아낄 수 있다는거죠.’’

 ‘’……’’

 리코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그 때.

 ‘’저, 리코 씨?’’

 ‘’네?’’

 ‘’그…굉장히 이상한 질문이지만, 저랑 같이 일하실 생각 있으실까요?’’

 ‘’이…일이요?’’

 ‘’네, 리코 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어, 어떤 일이요? 돈만 벌 수 있다면…뭐든 좋아요…’’

 ‘’자, 그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아까 리코 씨가 흘리신 그…소변의 양을 보았습니다. 꽤나 많더라고요.’’

 ‘’…네?!’’

 리코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양 손으로 양 팔을 감싸쥐며 가슴 밑에 두고, 슬그머니 나기로부터 떨어져 앉았다. 눈에는 당혹감과 수치심이 가득했다.

 ‘’그…진정하고 들어주세요, 중요한 얘기입니다.’’

 ‘’……’’

 ‘’제가 비뇨기과 의사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리코씨만큼 방광이 큰 분을 처음 뵈었습니다. 리코 씨의 방광은, 참고 계셨다는 것을 생각해도 남들에 비해 굉장히 커요.’’

 ‘’…네.’’

 리코는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기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의 방광과 오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상황이 리코에게는 불쾌감을 주었다.

 ‘’제가, 평생에 걸쳐 구상한 카페 사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리코 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싶어요.’’

 ‘’…카페요?’’

 ‘’솔직히 커피 내리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만들려는 카페는 일반적인 카페가 아니에요. 바로 ‘오모라시 카페’ 입니다.’’

 ‘’…그게 뭐에요…’’

 ‘’말투가 많이 날카로워 지셨네요…만약 리코 씨가 저와 함께 일해 주신다면 지금 편의점에서 매일매일 일하셔서 버는 한 달 월급에 정확히 2배가 되는 돈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뭐, 뭐라고요?!’’

 ‘’말 그대로에요. 업무는 주 3회,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나머지 요일은 자유롭습니다. 하고 싶으신 연기 활동을 하셔도 되고, 친구가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만나셔도 됩니다.’’

 리코는 어안이 벙벙해져 그저 나기를 바라만 보았다.

 ‘’제가 잘 아는 친구 중에 극단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리코 씨를 소개해 드릴게요.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제가 하는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그 친구 역시 이해해 줄 겁니다.’’

 ‘’그…그런 제안을 제가 받아도 될까요…너, 너무 수상한데요…’’

 ‘’리코 씨는 단순히, 영업시간 동안 오줌을, 참아 주시면 됩니다.’’

 ‘’…………네?’’

 이렇게, 오모라시 카페의 기획이 시작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