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그랑-!)


"...크으윽!"


"후우... 용사, 제법이구나."


"제길..."


만신창이가 된 채로, 검을 놓친 소년의 이름은 아탄. 왕국의 용사로, 일행과 함께 새로이 즉위한 마왕을 토벌하라는 임무를 받고 마왕성까지의 고행을 이어온 소년이었다.


"...내가 너희의 무력을 과소평가했구나. 최정예들만 선정한 암흑기사단의 다섯 대장군도, 4인의 대마법사마저도 격퇴하고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쿨럭... 마..."


"일어나지 말거라. 너희 모두, 싸울 힘을 잃지 않았느냐? 용사, 네 마음은 꺾이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지."


"무슨..."


"잘 보아라."


그 말에, 용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전사의 눈빛은 공허했다. 만신창이가 된 갑옷은 핏물로 얼룩져있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넝마처럼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사제는 싸울 의지를 잃고 말았다. 독실한 신실함으로 모두의 기운을 복돋아주던 그녀는, 마왕성과 마계의 지독한 마기로 인해 심히 정신이 약해져, 제대로 주문 영창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전 전투가, 그녀의 마지막 전투라고 어렴풋이 짐작했고, 그녀 또한 괜찮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고 나니 용사는 착잡하기만 했다.


모두들 마찬가지였다. 사수는 활이 부러졌고, 마법사는 마나의 정기를 모두 소진했다. 기사의 창은 무뎌졌고, 무투가는 힘줄이 끊어지기라도 했는지 주먹조차 제대로 쥐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검을 잡고 설 수 있는 이는, 자신 혼자라는 것을 깨달은 용사. 그럼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고 일어나 무기를 쥐었다.


"나는 싸우는 마물이 아니야. 서큐버스... 라고 들어봤으려나 모르겠구나. 수인계 서큐버스라 마법도 약하지만, 그럼에도 너희들을 물리치기엔 아주 충분하지. 힘의 격차가, 느껴지나?"


(철컹-)


"...내가, 겁이라도 먹을 것 같았나?"


"재밌구나. 재밌어. 그렇게 되고도 내게 검을 겨누다니."


"이 희생은... 내 손으로 끝내야 하니까...!"


"희생... 희생이라."


"내가 실패하고... 우리 모두가 죽으면...! 다음 용사가 나와서... 또 이 고행과 고난 속으로 몸을 던질테니까...!"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보구나. 도망치면, 네 몸 하나의 목숨은 지킬 수 있을텐데."


마왕은, 용사를 앞에 두고 무언가 생각하더니, 공간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쨍-)


"...무슨?!"


"용사, 넌 잠시 거기 있거라. ...거기, 아가씨?"


"...나... 말이야?"


"그래. 수녀복 입은 너 말이야. ...만약, 너희들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지?"


"...추방이지. 실패의 책임을 물어서 쫓겨나고... 다음 용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기도조차 들어주지 않는 신을 위해 예배를 한답시고 수없이 세금을 징수해가고."


마음이 꺾인 수녀는, 더 이상 신실하지도, 성스럽지도 않은 여인이 되고 말았다. 신성력의 근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은,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게 되었다.


"그럼, 이렇게 해볼까?"


하지만, 마왕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제법 의외의 것이었다.


"용사, 내 제안에 승낙하면... 앞으로 영원히 인간계를 침략하지 않도록 하지."


"...뭐?!"


"아까 싸우다 귀라도 다쳤나? 침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계를 말이지."


"...내가 널 무슨 수로 믿지?"


"안 믿으면, 뭘 할수 있지?"


"..."


"이제 자기 처지를 좀 아는 모양이네. 그리고... 너희들? 너흰 그냥 돌아가. 돌아가서, 날 토벌했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다음 마왕이 나올 수 없도록, 용사가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동귀어진으로 함께 영원히 봉인된 거라고."


"..."


"...왜 이런 제안을 하느냐는 표정이네. 이쪽도 무의미한 희생을 바라는 건 아니거든. 난 이전 마왕들처럼 폭력적이고, 피를 갈망하지 않아. 굳이... 내가 그런 역겨운 모습을 봐야겠어?"


(탁-)


마왕은, 손가락을 튕겨 힘을 발휘해 그들을 치료해준 뒤,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 자들을 마왕성 바깥으로 인도해라. 다치게 하지 말고. 그리고 소문을 퍼트려라. 마왕이 용사와 함께 봉인되었다고. ...거기, 너희들.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어서 돌아가."


"하지만 용사는..."


(빠콰작-!)


마왕은, 땅에 떨어진 용사의 검을 밟아 부수어 두 동강을 내고, 손잡이가 달린 부분을 건네며 말했다.


"이게 유품이라고 거짓말 좀 쳐봐. 다 믿을걸?"


"..."


"죄짓는다고 생각하지 마. 승산 없는 싸움에 너네들 죽으라고 보낸 녀석들이 잘못한거지. 안그래? 그리고... 용사. 내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만."


"...승낙하겠어."


"용사님!"


"어이, 잘 생각해! 우리야 여기서 죽어도..."


"...우리의 다음 세대는...?"


"..."


"...반복되는 희생을 무의미하게 되풀이 할 바에는... 내가 여기서 모든 것을 떠안는 게 나아. ...돌아가. 너흰."


"...용사님..."


"아무튼, 합의된거지? 자, 그럼 당장 돌아가라고. 아차, 만일을 대비해서 수작을 좀 부려야겠네. 얘들아? 텐타클? 주인의 부름에 응하렴."


마왕의 부름에, 거대한 촉수 괴물처럼 보이는 이들이 꿈틀거리며 벽에서 흘러내리듯 나와, 용사를 제외한 일행들을 둘러쌌다.


"기억을 살짝 바꿔줘. 용사와 마왕이 함께 봉인되는 기억을, 그리고 부러진 검을 유품처럼 간직하는 기억을 집어넣고, 지금까지 했던 대화는 전부 지우는 방향으로."


(우우웅-)


작별인사라도 하려던 용사는, 이내 힘이 모두 사라진 듯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이내, 완전히 힘을 잃은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왕을 보며 서서히 기절해가기 시작했다.




-----------------------------------




(부스럭-)


"...윽!? 여긴...!"


(쩔그럭... 쩔겅-!)


"...마력 수갑?! 제길...! 움직이지 않아...!"


(드르르륵- 끼이익-!)


"흐응... 일어났구나."


"...마왕?! 내 동료들은...!"


"모두 고향으로 돌아갔어. 지금쯤 환영회를 하고 있겠지. 아, 아니면 너에 대한 추모식을 하고 있으려나?"


"...뭐...?!"


"넌 이제 죽은 사람이야. 나도 그렇고. ...뭐, 인간들 사이에서나 그렇지 내 본진에서는 아니지만."


"...!"


"하여튼, 넌 이제 전적으로 내 소유야.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했잖아?"


"제안이 무엇인지도 말하지 않은 주제에..."


"제안의 내용... 그러고보니 말 안했구나? 제안의 내용은..."


(꾸르르르르- 구르륵...)


기묘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언가 마법이라도 준비하는 것일까, 긴장하며 마왕을 노려보던 용사는, 자신에게 옷을 벗으며 다가오기 시작하는 마왕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기 시작했다.


"...무...무슨 짓이야?!"


"...여자 몸 처음 봐? 흐응... 재밌는 반응이네. 역시..."


"헛소리 그만하고 옷이나 걸쳐 입어라! 죽일 거면 죽여!"


"죽이다니,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왜?"


"...뭐가 어째?"


"제안의 내용이나 읊어줘야겠네. 내 제안은..."


마왕은, 뒤로 돌아서며, 무릎을 꿇은 용사의 위에 그 풍만한 엉덩이를 짓누르듯이 걸터앉으며 말했다.


"...네가, 내 노예가 되는 거야. 단 한명의, 나만을 위한 노예가."


"...으븝...?!"


"어머, 너무 즐거운가보네? ...아, 노예니까, 넌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받아줘야 하는 거... 알지? 가령..."


뿌부부루루루루루루루룩!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뜻밖에도, 마왕은 용사의 위에 걸터앉아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뜨겁고, 지독하고, 축축하고... 마치 썩은 음식물 위에 설사를 싸지른 것 같은 괴악한 덩어리에서 올라오는 끔찍하고 구역질나는 악취가, 용사의 비강과 구강을 사정없이 두들겨팼다.


"...흐븝?! 으...으읍...! 으브브븝!"


"...하아... 이렇게, 내 방귀냄새를 전부 빨아들여서 정화시키는 것이라던가."


"...쿠흡... 윽...!"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 용사였다.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이렇게 지독하다니, 너무나 역겹고, 토할 것 같이 괴로웠다. 말이 되지 않는 끔찍한 냄새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그였지만, 마왕의 말을 듣자마자, 그 공포는 더욱 큰 절망으로 바뀌었다.


"...겨우 이 정도 냄새로 이렇게 고통스러워 하다니... 앞으로 좀 힘들겠는걸? 이제 겨우 1% 뺀 건데?"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우우웅! 뿌욱! 뿌다다다다다다당! 뿌롸라라라라라랅!


"...크흐흐읍...! 우욱!"


"냄새가 다 올라오잖아. 똑바로 못하지?"


뿌우우우우아아아아악! 뿌롸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락-! 뿌다다다다다다다당!


"크흐읍... 으... 아아... 아... 그마..."


"어?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리네. 말이라도 똑바로 잘 하는 줄 알았는데, 꼬맹아?"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다다다닥! 뿌와아아아아아아앙!


"용사 주제에 마왕 토벌도 못하면..."


뿌루루루루루루루룩! 뿌프브브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웅!


"최소한 한 군데라도..."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루루루루루룳! 뿌풔붜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럭-! 푸귀리릿!


"쓸모가 좀 있어야지. 안그래?"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뿌푸푸뷔릿-푸귀리릭! 뿌쥬뷰륡!


"...후우. 싼 줄 알았네. 그 정도는 아니라 다행인걸."


"으...으으... 쿨럭! 우...우욱!"


"...바닥이 지저분해졌네. 닦아."


깨끗하고 두꺼운 천 뭉치를 꺼낸 마왕은, 그에게 천을 건네려 했다. 용사가 비틀거리며 손을 뻗는 순간, 마왕은 걸레를 휙 낚아채 자신의 엉덩이 사이에 끼우고 대량의 방귀를 다시 쏟아냈다.


뿌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라라라라랇!


"...하아... 됐다. 자, 이걸로 닦아."


"...으... 으으... 냄새가..."


"불평불만 하지 말고 닥치고 닦아. 왜, 입으로 치우고 싶어?"


"...치울게... 치운다고!"


"하... 반말?"


마왕은, 용사의 멱살을 잡고 올려, 고개를 자신의 엉덩이에 쳐박은 다음 다시금 악취의 폭탄을 마구 쏟아냈다.


뿌루루룳! 뿌푸푸푸푸푸부부부부부부붑! 뿌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롸라라라라랅!


"으...으으으으아악! 그만... 그만해주세요...!"


"푸훗... 이제 좀 마음에 드네. 자. 어서 닦아. 이따 저녁 먹고 또 보자. 내 방귀방석아."


"...훌쩍..."


"풋... 왜,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뻐? 다 울었으면 어서 치우렴. ...앞으로, 아주 즐거울테니 기대해도 좋아."


자신을 내려다보며 잔뜩 비웃는 마왕을 보며, 용사는 굴욕적으로 울며 자신이 뱉어낸 토사물을 치우기 시작했다. 언젠가, 이 수모를 반드시 갚아주리라 생각하며.




-----------------------2주 후-----------------------




뿌푸부부루루부부루루부부루루루부루루붓!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읍 ...우욱... 브웨에... 냄새..."


"...요즘 반응이 영 아쉬운데?"


"그야 아나히타 님의 냄새에 익숙해졌으니까 그렇겠죠."


무심하게 말하는 용사... 아니, 방귀방석. 어느새 마왕의 냄새에 제대로 익숙해져버린 그는, 무심하게 그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훌륭한 방석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재미가 별로 없네. 냄새가 독해지려면... 후우... 또 그 짓거리를 해야 하나."


"...뭔데요."


"뭐긴 뭐야. 바보야. 생마늘이랑 생고구마 먹는거지."


"...마늘을 생으로 왜 먹는데요?"


"그야 먹으면 냄새가 독해지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생으로 먹냐고요. 요리 안하고."


"요리? 그런 귀찮은 걸 해야 하나? 나는 인간과 다르단 말이지."


"...이건 좀 어이가 없는데. 요리의 맛을 모르고 살고 있다고요?"


"네가 해줄 거 아니면 입 닫고 내 냄새나 맡아."


용사는 묘한 오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렇게 맛있는 마늘을 그냥 생으로 퍼먹으면서 맛없다고 한다고? 고구마를 삶지도 굽지도 않고 먹는다고? 아무리 마물이라지만 요리라는 개념이 극도로 희박해서 그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제가 해주면 되나요?"


"...어?"


"제가 해주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뭐, 할 일도 없고 심심하던 참이었으니... 어디, 재롱 한번 부려 보렴."


(딱-)


마력 수갑이 풀렸고, 오랜만에 자유를 되찾은 용사는 삐걱거리며 몸을 움직이며 일어나, 마왕이 가져온 재료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조금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잠시 후------



"...네놈이 호언장담해서 내가 특별히! 내 부하들 시켜서 어렵게 공수해 온 고기까지 여기 있어! ...내 마음에 안 들면 진짜 너... 각오하는게 좋을거다! 이렇게 날 고생시켜놓고!"


"...소금... 후추... 향신료들... 마늘... 고기... 좋아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감옥에 만들어진 간이 주방에서 무언가 열심히 뚝딱뚝딱 만드는 용사. 어느새 서서히 익어가는 고기는 향신료, 마늘과 어우러지며 기분 좋은 향기를 풍기기 시작했고, 아나히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있었다.


"...아직이에요. 기다려주세요."


"누가 뭐래? 일에 지...집중이나 해."


"...빨리 만들어보죠."


그리고, 그 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파라거스 가니쉬와 함께,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를 것 같은 마늘이 듬뿍 들어간 고기 스테이크와 달콤한 고구마 무스가 만들어져 그녀의 눈 앞에 놓이게 되었다.


"...고기가 이렇게 변할 수도 있군."


"마물들은 요리를 하지 않는 겁니까?"


"...불행하게도 그렇다. 조리한 음식이 좋은 나지만... 다른 마물들 앞에서 반찬투정이라도 하면 품위도 안 살고..."


그녀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여튼, 먹어도 되는건가?"


"뜨거우니 조심히 드세요."


"그래. ...수고했다. 용사."


고기를 썰어, 한 입 베어무는 마왕 아나히타. 이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환히 웃으며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었다.


"...맛있구나!"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뭐, 재료도 좋고 향신료도 좋으니 맛이 좋을 수 밖에 없지만."


"어떻게 만든 것이지? 배울 장소도, 방법도 없어서 이런 요리는 그저 그림 속의 케이크에 불과했다만...!"


"...용사 노릇 하면서 노숙도 하고, 뭐든 맛있게 먹어보려고 하다 보니 늘었다고 할까요."


"...으흠... 여튼, 이 일은 잊지 않으마. 정말로 수고 많았다. ...가까이 와보겠느냐?"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아나히타는 용사에게 물었다.


"...벌써 2주가 지났구나. ...그동안 이름도 안 물어봤네, 너, 이름이 뭐지?"


"이름... 전 아탄이라고 합니다."


"...그래. 아탄. 수고는 많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어?"


아나히타는, 아탄의 어깨를 부드럽게 짓눌러 바닥에 꿇어앉혔다. 마력 수갑에서 해방되었다 해도,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탓인지 아탄의 몸에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것은...


"...오늘은 조금, 부드럽게 하시면 안될까요?"


"좀 더, 비굴하게 빌면 생각해볼지도?"


"...이 불쌍한 용사 나부랭이이자... 당신만의 방귀냄새 탈취 쿠션인 저에게... 아주 작은 자비라도 베풀어주시면 안될까요... 여왕님?"


"여왕? 후...후훗... 여왕이라... 좋아, 오늘은 자세를 바꿔볼까."


아나히타는, 바닥에 엎드려 누우며, 치마를 슬며시 걷어올리고, 팬티를 옆으로 슬쩍 치우며 아탄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명령했다.


"...자, 여왕님의 성스러운 엉덩이야. 이제 뭘 해야 하지? 내가 알려준대로 말해볼래?"


"...당신의 노예 된 자로, 마땅히 엉덩이에 열과 성을 다해 봉사를 해야 합니다."


"아주 좋아. 자... 시작해."


아탄은, 아나히타의 엉덩이 사이로 쭈뼛거리며 다가가, 눈을 꼭 감고 얼굴을 들이밀고 혀를 내밀어, 아나히타의 항문을 핥기 시작했다. 단순히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토하던 예전에 비하면, 문자 그대로 장족의 발전을 이뤄낸 모습이었다.


"아... 흐응... 제법 좋구나... 조금 더..."


"...네에... 여왕님... 츄우... 츄릅..."


"...아... 흐으... 너 왜 이렇게... 기술이 조...흐읏... 아...♡"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루루룳! 뿌푸푸부루룳! 뿌푸붜러러러러러러럽! 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뿌룩!


"...쿨럭! 크흡... 욱...! 하아... 냄새가..."


"킁... 더 독해졌네. 역시, 마늘이랑... 고기가... 아주 효과가 좋다니까. 후훗... 자, 어서. 할 일은... 마저 해야지?"


군말없이, 다시금 엉덩이 사이에 혀를 밀어넣고 얼굴을 잔뜩 밀착하는 아탄. 그는, 수없이 반복된 방귀 흡입에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자신이, 그리고 그 악취에 서서히 끌리는 것을 확인한 스스로가, 이질적이고, 기묘하고,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까지 하고 있었다.


뿟스스스스스슷-! 뿌루르브르브르브프브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득! 뿌북부루루부루부루루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랅! 뿌루루룹!


"...고기 때문인가... 오늘따라 더 끓어오르네. 흐음... 지금, 스스로 무덤을 팠다고... (뿌우우우우우우우웅-!) ...후우... 생각하고 있으려나?"


"...쿨럭! 이제 조금은... 괜찮...우웁..."


"...푸훗... 괜찮다고? 좀 살만한가보네?"


"...어...에? 그... 그건 아닌...!"


뿌부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욹! 뿌뤄러러러러러럽! 뿌보로로로로로로로로로로롥!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앙!


"...크흐흐으으읍...!"


"아하하! 꽤 재밌는 표정이야. 흐음... 마음이 바뀌었어. 오늘...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으니..."


(구르르르륽... 꾸륵... 꾸르르르륽...)


"...나랑, 잔뜩 어울려줘야겠어. ...아탄."


"...으... 흐으으으으..."


애처로운 소리를 내면서도, 아탄은 군말없이 아나히타의 엉덩이를 핥으며, 소리 높여 쾌락 넘치는 추잡한 교성을 내지르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다음 날 아침이 찾아올 때 까지 지저분한 시간을 보냈다.




---------------한달 후---------------


(후두두두둑- 솨아아아...)


(쿠르르르릉-!)


"...비인가. 아니, 폭풍..."


사납게 울부짖으며, 마왕성 전체를 뒤흔드는 것만 같은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흠..."


아탄은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체력이 크게 늘었다. 문자 그대로, 아주 밤새도록 아나히타의 엉덩이 사이에 짓눌려 그 방귀냄새에 절여지는 일을 겪어도, 이제 지치는 일도, 힘들어서 나자빠지는 일도 없어졌다. 좋은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면... 기절조차 하지 못하고 그 괴악한 악취를 밤새도록 들이마셔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꼭 좋은 것이라고는 못할 것 같았다만.


그리고, 그의 성욕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우 금욕적이었다. 자신과 함께하던 일행들이, 사제와 성전사가 자신들이 믿는 신의 눈을 몰래 피해 정을 통할 때도, 기사가 먼 곳에서 마법으로 공격하는 적들에 대해 대처법을 알고 싶다는 것을 핑계로 마법사를 은밀하게 자신의 보금자리로 불러들였을 때도, 사수가 요즘 활을 당기는 힘이 예전같지 않다며 도움을 받고 싶다고 무투가의 침소에 찾아갔을 때도... 그저 그러려니 하며, 무시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아주 달랐다.


"...후우..."


그리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아나히타였다.


"...내가 어쩌다..."


마왕. 혹은 여왕... 주인님... 약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철저히 아탄의 위에서 군림하듯 자리를 차지하며, 그를 잔뜩 부려먹고, 희롱하고, 방귀로 기절 직전까지 고문하고 회복시키기를 반복하는 아나히타가 처음에는 정말 죽일 듯이 미웠고, 혐오스러웠지만, 언제부터였을까. 그녀에게 오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아탄이었다.


"...미운 정도 정이라 했던가."


그 말대로, 점점 정이 들었던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밤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극히 단순하고 권태롭고, 무료하기 짝이 없는 삶에 유일하게 찾아오는 몇 시간의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라 그러했던 것일까. 아니면 만날 이라고는 아나히타밖에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 것일까. 그 때문인지, 그 스스로도 이 상황이 그저 웃기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


어이가 없을 법도 했다. 더 이상 마물들이 인간계를 침략하지 않는 것으로 이곳에 남기를 선택한지 약 한달 하고도 반. 그 사이, 그가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아나히타가 자신이 해준 요리를 먹으며 미소를 지어보일 때였고,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 순간은 자신을 깔고앉은 아나히타가 하루종일 쌓인 스트레스와 불만을 토해내며 냄새로 자신을 마구 괴롭히면서도 이제 슬슬 질릴 법도 한데 너한테 하는 건 그렇지 않다고 할 때였다. 어이가 없을 법도 했다. 아무리 꼴이 이렇다지만, 한때 용사였던 이가 최대의 적인 마왕의 엉덩이 아래에 짓눌린 삶을 지내면서도 만족하고 지낸다는 것이.


"...어이가 없군... 내가..."


그리고, 제일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그 지독한 냄새에..."


...바로, 아나히타가 그의 얼굴을 짓누르고 무시무시한 방귀 폭탄을 터트릴 때 마다, 서서히 아탄은 흥분을 느끼며 남성기를, 쥬지를 빳빳하고 딱딱하게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나히타가 그것을 지적하며 변태 방귀방석이라고 매도해도, 추잡한 수컷이라고 희롱해도, 그것이 그저 즐겁게만 느껴지는 현실이, 지극히 괴리감이 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꽈르르르르르릉-!)


그러는 사이에도, 마치 혼란스러운 그의 머릿속처럼 번개는 미친듯이 휘몰아쳤고, 그 탓인지, 불현듯... 어마어마한 성욕이 내리치는 번개처럼 번쩍- 하고 지나갔다.


"...번개 한번 요란하네. 벌써... 1주일이나 쌓였나. 나도... 조금은..."


(끼이이익-)


그 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뜻밖에도, 평소에 찾아오던 시간보다 네 시간은 일찍 찾아온 아나히타를 보며, 아탄은 급히 바지춤을 올렸다.


"...일찍... 오셨네요?"


"...으흠."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는지?"


그는 태연하게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척, 몸을 일으켜, 아나히타에게로 다가갔다. 원래라면 마력 수갑에 묶여있어야 하나, 어느새 마력 수갑에 적응해버린 아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력 수갑을 부숴버리고, 각종 구속구도 잠결에 때려부수는 모습을 본 아나히타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모든 구속을 풀어주었다. 대신, 방에 구속의 문진을 걸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을 뿐.


"...여왕님. 무어라 말씀을 해 주셔야 제가 도움을 드리지 않을까요? 노예의 도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는데."


"...웃지 않을 자신... 있어?"


"...네?"


"...내가 말하는 거 듣고, 안 웃을 거냐고."


"...뭐길래 그러십니까? 편히 말하시죠."


"실은..."


(콰르르르르릉-! 번쩍- 콰과과광!)


"히이이익!"


(폴짝-)


"..."


"..."


"..."


"...여왕님. 진정하셨습니까?"


"...고개 못 들겠어... 너 웃고 있으면 진짜..."


"...안 웃을 거니까 고개 걍 드십쇼."


"...진짜?"


"...풉..."


"...이익...! 요즘 풀어줬더니 이게...!"


얼굴이 빨개진 채로 화를 내는 아나히타를 달래고 어르며, 아탄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 천둥과 번개가 무서우신 겁니까?"


"...그래. 아직도 무섭다고."


그녀는, 잔뜩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서큐버스 일족이 힘이 없는 하급 악마였던 시절, 고위 마물들의 세력권 다툼으로 인해 자신이 살던 마을이 휘말렸다는 것, 그리고 그 전투의 여파로 생긴 강렬한 번개 다발로 인해 수 많은 서큐버스들이 다치고 몇몇은 죽기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죄송합니다. 무례를 저질렀군요."


"알면 오늘은 더 고생할 준비나 해. ...스크램블 에그랑 고구마 파이 잔뜩 먹고 왔으니까."


"이제 요리도 잘하시네요, 주인님?"


"...부하들 시켜서 밖에서 사온거야. ...이제 단골이라고 고구마 케이크까지 얹어주더라."


"잘 됐네요. 여왕님. 그래서... 무슨 일로 이렇게 일찍 오셨을까요? 제가... 곁을 지켜드리면 되는 걸까요?"


"...인간 녀석들은 알면서 묻는걸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포옥...)


"...읏..."


"...오늘 밤은, 여왕님이 그만하라고 할 때 까지... 이러고 있을게요."


"...그래.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 ...아탄? 대답."


"네, 여왕님?"


"침대는... 편해? 잘 쓰고 있어?"


"수갑이 부서지던 날 넣어주셨었죠. ...그럼요. 아주 잘 쓰고 있어요. 혼자 쓰기에도 충분히 커서 좋았고요."


"...침대로 갈래? 바닥은 좀 차갑잖아."


"...원하신다면요."


'...어라, 이거 설마...'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며, 아나히타와 함께 침대로 들어가는 아탄.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쓴 아나히타는, 웬일로 얌전히 아탄에게 안긴 채로 조용히 있었다. 그저, 이따금씩...


"...아탄, 자?"


"...아니요."


"..."


"...자?"


"...안 잡니다만."


"...손이 풀어지길래."


"...더울까봐요."


"...그냥... 그러고 안고 있어."


...와 같은 대화를 나눌 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뿟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슷-


"...쿨럭!"


"...이거 깍지 낀 손... 풀면 가만 안둘거야."


"어련히 꼭 끼고 있을테니 걱정 마세요."


"...그럼 나도 마음놓고..."


뿌르르르르르르르르...부푸푸북! 뿌프브리리리리릵! 뿌다다다당!


이불 전체가 들썩이며 펄럭였다. 지독한 음식 썩은 냄새가 이불 밖으로 스멀스멀 기어나오며, 아탄의 코를 맹렬하게 물어뜯고 있었다.


"...쿠읍... 후우..."


"...많이 독해?"


"...네. 독하지만..."


"독하지만, 싫지 않다고... 자꾸 생각하고 있지? ...정말... 좋아?"


"...네."


"...그래. 어찌 보면 당연한거지. ...난 서큐버스니까. 수인계... 그것도 스컹크라는 동물과 섞인 서큐버스니까."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그녀의 꼬리를 의식하게 되었다. 악마의 꼬리가 아닌, 검은 바탕에 흰 줄무니가 한 줄 섞인... 오묘하게 생긴 복슬복슬한 꼬리. 그리고, 아탄의 마음을 읽은 아나히타는 피식 하고 웃으며, 아탄을 놀리듯 말했다.


"그걸 이제서야 알다니... 정말, 어지간히도 둔하고 눈치없구나? 너... 여자친구 없었지?"


"...네."


"...어라. 진짜 없었어? 얼굴은... 꽤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너 주위 애들도 다 연애라던가 하지 않았어?"


"...용사 시절엔 오직... 마물들을 토벌한다는 생각만 하고 지냈었으니까요. 그게 제 본분이라고... 다들 주위에서 그러니까."


"...힘들었겠네."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여왕님."


"...그럼 조금 더 뀐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웃-! 뿌프프프프프르르르르르르르르륵! 뿌루루루루르르르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뿌푸푸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크흐음..."


"참아. 한... 열 두 시간 정도만? 풋..."


그리고, 그는 순간, 아랫도리에 피가 빠르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야단났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도 아탄의 쥬지는 더욱 빳빳해지고 커지기 시작했으며, 이내 다 헤진 허름한 가죽 바지 사이의 구멍을 뚫고 나와 아나히타의 빵빵하고 튼실한, 그리고 구역질나는 엉덩이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으응...?! ...그렇구나... 요즘 내가 바빠서... 성욕 관리를 제대로 못해줬었지? 나만 즐기고 갔고..."


"...아닙니다. 괜찮아요. 혼자..."


"혼자라니... 그 아까운 자지 밀크를... 땅바닥에 버리게? 나 줘야지..."


"...네?"


"...네 몸... 많이 바뀌지 않았어? 알잖아. 체력도 올라가고... 평소에 그... 자...자위... 하면... 크흠..."


"..."


"...여튼, 자위하면... 사정량도 늘고. 그렇지?"


"...네."


"...서큐버스인 내게 영향을 받아서 그런걸거야. 내 냄새... 페로몬... 전부 다. 그렇게 오래 내게 영향을 받았으니까."


"그런... 그렇군요..."


문득, 아탄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점점, 심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색해질지도 모르지만, 왜일까, 그녀에게 꼭 그런 물음을 건네고 싶었다. 불확실한 도박일지라도, 조금 더... 그녀와 가까워지고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저, 하나만 물어도 될까요?"


"...뭔데?"


"...절, 이렇게까지... 대해주시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이번 기회에, 허심탄회하게, 마음 속의 질문을 내어놓는 아탄. 그리고, 아나히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니까 그렇지. 바보야."


"...저를요?"


"...원래는 그냥... 용사라고 해서, 나만큼 강하다고 해서 그냥... 장난감처럼 쓰고 싶었어. 네가 무너지는걸 보면서. 그런데... 넌 무너지지 않더라. 무언가 포기하지 않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어. 정말 충격이었지. 내 앞에 서고도... 그렇게 굳센 모습을 보여주니까."


"..."


"...그리고, 힘도 무척 강하고... 의지도 굳세었잖아. 응... 심지가 굳었지. ...친화력도 좋았어. 처음엔 겁도 없이 내게 농담이나 던진다고 생각했지만, 돌아가서 생각하니...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 다들 나를 경외하고 섬기기만 할 뿐... 내 친구라고 불러줄만한 녀석은 진작 다 죽거나 떠나버렸으니까."


그녀는, 살며시 몸을 돌려, 아탄의 품 속으로 파고들며 말을 이어갔다.


"...그때부터 뭔가... 새로운 감정이 들기 시작했어. ...실은, 네가 요리해준다고 했을때... 순간 기대까지 했었어. 말은 그렇게 했어도, 재료 구하느라 뛰어다니는데 힘든 줄도 몰랐고. ...그리고, 네가 군말없이 내 냄새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내 페로몬에 서서히 물들어가는것도... 너무... 너무 좋았어. 마왕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느낀 행복이었달까... 응..."


어느새 얼굴이 아주 붉게 달아오른 아나히타. 숨이 멎을 것 같은 아름다움에, 아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와 눈을 마주보았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난 번개가 정말 무서워. 마왕이 된 지금도. ...옛날같았으면, 그저 문을 걸어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서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겠지만... 음... 이제는, 네 생각이 먼저 나더라. 아탄."


"여왕님..."


"...여왕님이라 부르지 마. ...아나히타... 라고 해줘. 아탄..."


"...아나...히타... 음... 조금은... 아직 어색할지도..."


"...괜찮아. ...그럼, 내 냄새를 들이마시면... 내 페로몬과 향기에 익숙해져서, 어색하지 않을 테니까..."


(꾸룰루루루루루루루루룱...)


"...부글부글 끓고 있어... 너한테 잔뜩 들이마시게 하고 싶은 내 지독한 가스가... 응... 아탄... 어울려줄거지...?"


더 이상, 고압적인 말투도, 위압적이고 멸시하는 시선도 없었다. 그저, 가녀린 소녀와도 같은 아름답고, 황홀한 미소가, 아나히타의 얼굴에 만개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 순간, 아탄은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며, 그녀를 품에 안고 온 몸을 잔뜩 매만져주기 시작했다.


"응... 흐흐읏... 하아... 하아... 나와아... 배가 자극받아..."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푸푸푸푸푸푸푸루루루루루루룩! 뿌우우아아앙! 뽜라라랅!


여전히, 끔찍하고. 여전히, 토악질이 나오고. 여전히, 인간의 냄새가 아닌 것만 같은 괴상망측한 냄새가 아탄의 온 몸을 무자비하게 난타하며 고통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녀의 방귀를 잔뜩 맡아온 아탄은 변한 상태였다. 고통 속에서 찾아온 쾌락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그는, 지독한 악취와 함께 찾아온, 온 몸의 신경을 마약으로 절여버리는 것 같은 무지막지한 쾌락에 전율하며 잔뜩 솟아오른 아랫도리를 더욱 단단하게 굳히기 시작했다.


"흐으... 뜨겁고... 따뜻... 헤에... 너도 이제 다 내 냄새에 스며들었구나... 우리 귀염둥이 아탄... 에헤헷..."


뿌부루루릅! 뿌푸푸푸푸루루루루루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륽! 뿌우우우우우욱! 뿌르르르륽!


"흐으... 내가 맡아도 지독해... 썩은 치즈... 상한 우유... 부패한 시체 더미의 악취... 전부, 전부 다... 너를 위해 준비했어... 아탄..."


이미 그녀의 눈은 풀려있었다. 침대와 이불이 모두 삭아버리는, 싯누렇게 물드는 끔찍한 농도의 악취를 잔뜩 분사하며, 더욱 아탄과 밀착하여 몸을 비비며, 솟아오를대로 솟아오른 그의 남성기를 자신의 몸에 문지르고 비비며, 서큐버스로써의 아찔하고 음란하기 그지없는 매력을 잔뜩 발산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탄이 느끼는 감정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뿌푸브스스스스스슷... 뿌루루루루루룱! 뿌푸푸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뿌워어어어어어어억! 뿌루룹! 뿌푸푸우욱! 뿌아앙!


머리가 아파온다, 코가 떨어질 것 같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리며, 금방이라도 위장은 경련하며 모든 것을 토해낼 것만 같다. 독극물과도 같은 냄새에 물들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냄새를 더욱 맡을 수 있다면, 이 지독한 악취가, 어느 때보다도 따스하고 애틋해진 이 감옥 한 구석을 가득 채울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하리라. 라고 생각한 아탄은, 침까지 흘리며 절정하는 그녀의 입술을 향해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응...! 츄우... 후우... 쪼옵... 하아... 아타아안..."


"...아나...히타... 응... 후웃... 푸하아... 너무 좋아..."


"응... 나두우... 내 냄새 맡으면서... 자지 단단하게 세워주니까... 너무 행복해... 마왕 하길 잘했어어... 후우응... 나 또 방귀나올거같앙...♡"


뿌브브르르브브프브르르브드드드드드드드득! 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뿌우웃! 뿌프브르브프브프브프르르르르드다다다다다다다당! 뿌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더 이상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도, 신경쓸 여력도 없었다. 토벌의 대상이자 원수라고 여겼던 마왕이, 내 품 속에서 이렇게 음란한 모습을 보이며 어마어마한 악취를 쏟아내고 있다니... 너무나도 황홀해, 무어라 더 말할수도 없었다. 이 감정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아찔한 황홀감은, 그를, 아탄을, 돌아올 수 없는 짙고 깊은 쾌락의 늪으로 끌고 들어가버리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던 것이다.


"...으읏... 아나히타...!"


"...아...! 안돼...! 아직이야... 에헷..."


무언가 주술을 걸어,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려는 아탄의 사정을 지연시키는 아나히타. 아탄이 안절부절하며 땀까지 뻘뻘 흘리는 사이, 그녀는 야릇한 유혹을 해 보였다.


"전부 다... 그 찐득~한 자지즙... 모두 내 안에 싸줘야지이... 에헤헤헤..."


"...아나...아나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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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너희가 태어났던 거야."


"...그러니까, 죽고 죽이던 시대에 마왕으로 올라서 용사랑 눈이 맞아버려서 둘이 이것저것 다 하고 방귀플레이도 하고 했다? 그리고 그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태어난 우리도 다 여자 인간의 모습처럼 변한거고? 아예 세상의 풍조 자체도 바뀌어버리고?"


"그렇단다. 우리 딸. 어쩜 이리도 똑똑한지! 후후후..."


"...와. 놀랍다 진짜..."


놀랍다는 듯 경탄하던 아나히타와 아탄의 딸인 아직 어린 레서 서큐버스 (스컹크 수인형) 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질문을 건넸다.


"근데 좀... 궁금하긴 하네. 정확히 그 성교... 교미? 교배? 섹스? 그게 정확히 뭔지를 모르겠어. 엄마 말을 들어도."


"음... 일부러 설명 안한 거란다. 우리 딸. 후후..."


아나히타는, 자신의 옆에서 씩 웃으며 자신을 끌어안는, 그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아탄의 옷을 벗기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우후후... 오늘, 보여주려고 하니까..."


뿌우우우우우우우욱-! 뿌르륵! 뿌이이이디딕!


"아흐응... 칠칠맞게 벌써 방귀구멍에서 가스 새버렸네에~?"


"여보도 참... 정말 이러면 못참는다고!"


"...저게 섹스구나... 나도 내일 남친이랑 할까...?"


아나히타는, 아탄에게 진한 키스를 퍼부으며, 자신의 배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꾸륵거리며 끓어오르는 찐득한 거품 소리를 들으며, 아탄은 쥬지를 잔뜩 세우고, 아나히타와 함께 딸에게 '진정한 탄생의 비밀' 과, 자신만을 위해 수십, 수백, 수천 번 연주되었던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방귀 오케스트라를 보여주었다고 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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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돔으로 시작해서 순애드리프트치는게 보고싶어서 대충 쓰는 짧은 단편 하나...


좆도못쓴거맞긴한데그래도잘봐주셂... 난 이게한계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