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라시 카페에는 2가지의 메뉴판이 있다. 하나는 일반 음료 메뉴판. 테이블마다 하나씩 비치되어 있고, 1인 최소 1음료의 제한이 있다.

 또 하나는 ‘오모라시 메뉴’, 이 메뉴판은 오로지, 리코를 괴롭히기 위해서 준비된 메뉴이다. 메뉴에는 ‘아랫배 누르기’, ‘물소리 들려주기’ 등, 오줌의 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리코의 요의를 자극할만한 요소들이 가득 차 있다. 손님은 오모라시 메뉴를 통해, 리코를 일시적으로나마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카페가 운영하기 시작한 후, 손님들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나기는 인터넷을 통한, 그 중에서 특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어두운 커뮤니티를 통한 대대적인 홍보를 했고, 이에 혹한 많은 오모라시 페티시를 가진 이들이 찾아오게 되었다. 카페의 음료 메뉴는 다른 평범한 카페와 비슷했지만, 오모라시 메뉴의 경우는 그 가격이 크게 뛰었다. 비유하자면, ‘아랫배 누르기’의 경우, 오모라시 메뉴에서 가장 싼 메뉴이지만 그 가격이 아메리카노 5잔에 해당하는 값이다.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 그러나 공급이 적으면 그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듯이, 사람들은 비싼 돈을 주고도 끊임없이 오모라시 메뉴를 구매하였다. 하물며, 돈을 아끼겠답시고 음료만 주문하는 손님도, 리코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돈을 쓰곤 했다. 물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건 리코였지만. 아무튼 간에, 카페는 계속해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나기가 운영하던 비뇨기과 의원의 한 달 순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이익을 일주일만에 얻었으니, 나기의 사업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으로, 나기는 항상 카페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혼자서 매출을 계산하거나 홍보 및 시장조사를 했다…는 결국 부수적인 것이고, 리코의 오줌을 계속해서 감시하고 측정했다. 오후 10시, 영업이 끝난 후에도 리코는 변기가 아닌 2L짜리 눈금이 달린 투명 컵에 오줌을 누어야 했다. 이는 오줌의 양을 분석해, 마시는 차의 양과 영업시간에 지급되는 투명 컵의 양을 조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행패는 부리는 손님이 있을 시 쫓아내기 위한 용도 역시 포함되었다. 리코가 다칠 위험도 있지만, 손님이 혹여라도 리코의 아랫배를 눌러 오줌을 싸버리게 되면, 오줌을 참는 모습을 즐기는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이었다.

 리코는 이러한 사실을 다 알면서도, 정작 영업시간에는 2L들이 투명컵이 있는 선반을 무의식적으로 열어보곤 했다. 오줌을 마음껏 눌 수 있는, 오후 10시를 애타게 그리면서. 가게가 성공하면서 리코의 급여가 매우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장점이 존재했지만, 리코는 가게의 성공에 마음놓고 좋아할 수 만은 없었다.

 ‘’(오줌…오…줌…마려워……)’’

 손님이 늘어남에 따라 오모라시 메뉴의 주문은 급격히 늘었고, 그에 따라 리코의 방광이 받는 부담도 점점 커져갔다. 오줌을 참는 데에 재능이 있는 리코이긴 하지만, 고통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한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인지, 리코의 근무일은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리코의 10번째 출근일에, 카페 개업 이래 최대의 위기가 리코에게 찾아왔다.

 ‘’하읏…여…여기…카페 라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모라시 메뉴도 하나 주문하려 하는데요.’’

 ‘’ㄴ…네…’’

 시간은 오후 3시, 자리는 만석이고 리코의 다리와 엉덩이는 여전히 계속해서 앞뒤로, 위아래로 움직였다. 벌써 10번째 출근이지만, 리코는 매 시간 매 분, 매 초마다 ‘지금이라도 화장실로 뛰어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큰 돈과 극단 생활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차오르며, 그 대가로 화장실을 포기하게 된다.

 ‘’(화장실…안 돼…오줌…누면 안 돼…안 마려워…누지 않아도…)’’

 아랫배의 근질거리는 감각과 불편감에 치를 떨며 아득해지는 정신을 겨우 붙잡던 그 때, 손님이 말을 걸었다.

 ‘’여기요, ‘변기 앉히기’ 하나, 부탁합니다.’’

 ‘’ㄴ…네?! 벼…변기 앉히기…요…?!’’

 주위의 손님들이 술렁이며, 나기 역시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벼, 변기 앉히기…는…처, 처음…’’

 ‘’천천히 준비 하세요. 기다릴게요.’’

 ‘’아…알겠습니다, 손님…따, 따라오세요…’’

 이윽고 리코는 손님을 데리고 어디론가 향했고, 나기 역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나기는 가게를 나가기 직전, 남은 손님들에게 말했다.

 ‘’20분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리코 씨의 부재에 대한 보상으로, 테이블 당 ‘변기 앉히기’를 제외한 ‘오모라시 메뉴’ 1개씩 무료로 제공드리겠습니다.’’

 

 ‘변기 앉히기’, 20분 동안 진행되는 이 메뉴는, ‘아랫배 누르기’의 무려 20배의 가격을 자랑하는, 최고가 메뉴이다. 나기 역시도 ‘변기 앉히기’가 팔릴지 말지, 반신반의하던 입장이었지만, 세상에 숨은 부자는 많다고, 역시 구매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었다.

 손님과 리코, 나기는 카페와 같은 층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기는 문에 ‘청소중’이라는 종이를 붙이고, 문을 잠갔다. 리코는 제법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이다.

 ‘’시…시작하겠습니다……’’

 리코는 천천히 팬티를 벗어 나기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매우 천천히, 혹시나 앉는 충격으로 오줌이 새어나오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변기 위에 앉는다.

 ‘’하, 하으읏…?!’’

 차가운 변기 시트에 리코의 엉덩이가 닿자, 벌써부터 방광이 자극되어 요의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리코는 변기 위에서 허벅지를 비비고, 한 손으로는 가랑이를 누르고, 한 손으로는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20…분…시작하겠…습니다…’’

 ‘변기 앉히기’는 그 말 그대로, 리코를 변기 위에 앉히는 것이다. 하지만, 리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줌을 눌 수 없다. 그토록 갈망하던 변기 위에 앉았음에도, 한 방울도 방광에서 소변을 배출할 수는 없다.

 ‘’하으읏…으읏…’’

 ‘’(여…여기서 힘만 뺴면…펴…편해질 수 있는데…싸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오줌…저, 전부……눌 수 있는데…아…안 돼……)’’

 ‘변기 앉히기’ 메뉴의 존재는 카페 개업 때부터 미리 알고 있었지만, 리코는 오줌을 누고 싶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괴로워하는 리코를 뒤로 하고, 나기가 말을 시작한다.

 ‘’사람의 인지라는 건 어렸을 때부터 깊이 박힌 채로 생활하게 되는 겁니다. 밥이 있으면 먹고, 침대가 있으면 눕고. 변기가 있으면, 일을 보게 되죠. 지금, 리코의 머리는 계속해서 방광에 ‘배뇨 신호’를 보냅니다. 리코 머리의 판단으로는, 변기에 앉아 있고, 속옷도 벗었고, 지금 오줌을 누어도 이상할 게 하나 없죠. 하지만, 리코는 오줌을 참아야만 합니다. 이 ‘배뇨 신호’와 ‘참아야 한다는 의지’가 서로 꼬이게 되면서, 리코는 점점 더 혼란스럽고, 더욱 오줌이 마려워질 겁니다. 정확히는, 오줌이 누고 싶어질 것입니다.’’

 리코는 나기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요도를 꽉 조이면서, 심호흡을 하며 요도를 비집고 나오려는 소변을 가두는 데에 급급할 뿐이었다.

 ‘’(오줌 누고 싶어…오줌 싸게 해줘…오줌 마려워…오줌, 오줌…미, 미칠 것 같아…!!!)’’

 ‘’이제 3분 지났네요.’’

 리코는 등을 뒤로 휘고,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는다. 변기에 앉으면서 요동치는 요의의 파도는 리코의 상상을 초월했고, 리코는 그저 1초, 그리고 다음 1초를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차..차라리 일어서고 싶어…빨리…지나가 빨리…빨리…!!!)’’

 다급해하는 리코를 아는지 모르는지, 시계의 초침은 매정하게, 하지만 일정하게 지나간다.

 

 ‘’하아앗…하아앗…오…오줌 마려…워…’’

 15분이 지났다. 손님과 나기는, 그런 리코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이윽고 손님이 입을 열었다.

 ‘’리코 씨,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다 큰 여성이 모르는 남자 앞에서, 필사적으로 변기에 앉아 오줌을 참는 모습을 보이는거 말이에요.’’

 매우 정중한 말투와, 그에 반비례하는 무례한 내용에 리코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불쾌함을 느낀다. 하지만 리코는 화를 낼수도, 소리를 칠 수도 없다.

 ‘’소…손님…께서 만족하신다면…저…저는…얼마든…지…’’

 괴로움과 서러움에 눈물이 글썽이는 리코에게, 나기는 말을 건다.

 ‘’리코 씨, 제안 하나 할까요?’’

 ‘’네…? 제, 제안…이요…?!’’

 나기는 조그만 한 장난감 버튼을 리코의 허벅지 위로 던졌다. 놀란 리코, 하지만 이윽고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올 뻔한 오줌을 몸을 떨며 다시 방광으로 보내려 한다.

 ‘’5분 안에, 그 버튼 누르면, 오줌 누게 해줄게요.’’

 ‘’오…오줌을…누게 해…주신…다고요…?”

 ‘’하지만…’’

 의미심장한 표정의 나기.

 ‘’오늘 급여는 드리지 않겠습니다.’’

 ‘’뭐…뭐라고요…?!’’

 ‘’선택은 리코 씨 몫입니다.’’

 ‘’흐…으읏…’’

 리코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급여. 하지만, 급여를 포기하면 오줌을 눌 수 있다. 적어도 앞으로 6시간 넘게 남은 영업시간을, 참지 않아도 된다. 리코에게는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악마와도 같은 유혹.

 ‘’(아…안 돼…도…돈이…필요해…하, 하지만……오줌…누고 싶어…괴로워…오줌 누고 싶어엇…!!!!!!)’’

 리코의 혼란이 한 층더 가중되며, 거의 패닉에 빠지고 만다.

 ‘’오…오줌이…오…오줌……화장실……’’

 ‘’시간은 5분입니다. 잘 생각하세요.’’

 ‘’(누…누를까…누…눌러…버튼 누르면……오줌…눌…수…있어…!!)’’

 쉼없이 움직이는 시계. 패닉에 빠진 리코. 제발 내보내달라는 리코의 소변의 아우성. 모든 요소가 리코에겐 괴로움이다. 시간은 천천히, 하지만 계속해서 지나간다. 2분, 3분, 4분......그때였다.

 ‘’하으으읏?! 흐으읏?!?!’’

 리코의 방광에 ‘파도’가 찾아오며, 일시적으로 방광이 수축한다. 동시에, 리코의 요의 역시 일시적으로 고점을 찍는다. 아마도, 변기에 앉아있으며 뇌가 강하게 보낸 배뇨 신호의 탓일 것이다.

 ‘’하으으읏?! 흐으읏…’’

 ‘’(아…안 돼…누고 싶어…못 참아……그래도…급여가…나…이렇게…급한데……)’’

 바로 그 순간, 리코의 뇌리를 울리는 손님의 말.

 ‘’리코 씨, 오늘 급여 제가 대신 드릴 테니, 버튼 누르세요.’’

 ‘’네…네?! 그…급여…를…’’

 ‘’네, 오늘 급여, 제가 팁으로라도 드리죠…’’

 ‘’흐읏…저…정말…이…죠…?’’

 괴로움의 끝을 달리는 리코에게 내려온 한 줄기 기적 같은 희망. 리코는, 오줌을 눌 수 있다는 희망에 찼다.

 ‘’(오줌 눌 수 있어…오줌 눌 수 있어…오줌, 오줌…!!!!!!)’’

 떨리는 손으로 버튼에 손을 가져간다.

 ‘’(오줌 누는거야…눌 수 있어…마음껏…전부…눌 수 있어…!!!!!!)’’

 ‘’자! 리코 씨, 5분 지났습니다.’’

 리코의 손이 버튼에 거의 닿기 직전, 나기는 버튼을 빼앗아간다. 리코의 실낱같은 희망이, 절망으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나…나기 씨…!! 버…버튼 주세요…버튼…’’

 ‘’5분이라고 말씀드렸죠? 빨리 누르셨으면 좋았을 텐데…’’

 리코는 억울함과 분노, 당혹감, 그리고 모멸감에 휩쌓인다.

 ‘’버튼…주세요…! 누를게요…누른다고요…!! 오줌…누게 해주세요…!!!’’

 ‘’(도…돈도 보장되었고…오줌만 누면 되는데…왜…왜?!)’’

 본인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나기에게 역정을 내는 리코. 하지만 나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리코에게 말한다.

 ‘’자, 어서 일어나시죠. 다른 손님들이 기다립니다.’’

 리코는, 도무지 현실을, 몇 초 전까지 오줌을 누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가, 또 다시 참아야 한다는 절망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절망강은 마치 늪처럼 리코의 정신을 잠식해간다. 그런 리코의 마음을 완전히 깨부수는 손님의 마지막 한 마디.

 ‘’진짜로 급여만큼 팁을 드리려했는데, 안타깝네요. 잘 봤습니다, 리코 씨. 다음에 또 올게요.’’

 카페에서 정확하게 쓴 금액만큼의 현금을 나기에게 주고, 화장실을 나가는 손님. 그렇게, 리코의 기회는 완전히 박탈당했다.

 ‘’아…으읏……’’

 나기는, 손님이 완전히 화장실에서 나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를 들은 후, 어쩔 줄 몰라하는 리코에게 목소리를 낮게 하고 말한다.

 ‘’리코 씨, 손님 돈이 리코 씨 돈은 아니잖아요? 마지막에 그 태도는, 마치 손님 돈이 리코 씨 돈인 것 같은 태도였습니다. 상당히 무례하네요.’’

 ‘’아…아니……’’

 ‘’리코 씨, 급여를 포기하면 안 돼죠. 본가의 가족들은 생각 안 하세요? 당장 저는요? 리코 씨 하나만 보고 카페도 차려드리고, 편의점에 배상도 했는데요. 손님들은요? 리코 씨만 지금 20분째 기다리고 있는걸요?’’

 ‘’그……그런…’’

 ‘’자, 이해하셨으면, 천천히 일어나세요. 오줌 흘리지 말고요.’’

 ‘’…………’’

 리코는 참을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며, 하지만 소리내어 흑흑 우는 것이 아닌, 진한 눈물이 그저 뺨을 타고 뚝뚝 떨어지게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팬티를 입는다.

 ‘’자리에 있는 모든 손님께 무료 ‘오모라시 메뉴’ 하나 씩 드렸습니다. 주문 받으러 가시죠.’’

 ‘’……흣…흐윽…’’

 리코는 터질 것 같은 방광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화장실에서 나와, 도로 가게로 들어간다. 자리는 만석. 모든 테이블에 오모라시 메뉴 주문이 확정된, 오줌 참기의 지옥으로, 제발로 향한다.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기 직전, 나기는 리코에게 말한다.

 ‘’그런데 손님께 돈을 받는 게 보장되었는데, 왜 굳이 버튼을 꼭 누르고 오줌 누려고 하셨나요? 그냥 돈 준다고 하자마자 오줌을 누셔도 되었을 텐데……’’

 리코는, 도리어 아무것도 듣고 싶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