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연지, 어느덧 3달이 흘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괴로워하며, 오줌을 누고 싶다는 마음 가득으로, 일을 하는 리코.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리코의 방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3개를 지급하던 250ml 컵을 오늘부로 2개로 줄였을 뿐. 덕분에 참지 못하고 오후 4시 반에 컵을 모두 소진해버린 리코는, 더욱 심해진 요의를 견디는 중이다. 시간은 벌써 오후 9시.

방금 막 ‘물소리 들려주기’ 메뉴를 끝낸 후, 파도치는 요의를 최선을 다해 진정시키는 리코에게, 나기가 말을 걸었다.

‘’리코 씨, 특별한 손님이 왔습니다.’’

‘’트…특별한…손님이요…?’’

천천히 고개를 돌린 리코는, 이내 소스라치게, 아니 거의 기겁을 하면서 놀라고 말았다.

‘’다…다…단장님…?! 여…여긴…흐으읏…’’

‘’안녕하세요, 리코 씨. 초대해줘서 고마워, 나기.’’

‘’잘 와주었어. 저기 빈 자리에 앉으면 돼.’’

카페에 들어온 이는 바로, 나기의 친한 친구이자, 리코가 들어간 극단의 단장이었다. 리코는 단장이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로, 나기에게 말했다.

‘’어…어쩌자고 다…단장님을…여…여기에…’’

‘’단장님도 솔직히 궁금해하시지 않겠어요? 리코 씨의 ‘본업’이 무엇인지.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말이에요.’’

‘’아…아무리 그래도……연기…는……제 개인적인….’’

‘’정확히는 제가 소개해드리고 입단시켜 드렸으니 저의 권한도 일정부분 있죠. 그리고, 단장님도 아시거든요.’’

‘’뭐…뭘요…?’’

‘’ ‘오모라시 페티쉬’ 말이죠.’’

‘’흐읏…?!’’

리코는, 극단과 카페의 일은 마음속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철저하게 분리해서 살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는 하루종일 오줌을 참으면서 야한 옷을 입고 카페에서 일을 한답니다.’라고 극단 사람들에게 밝혀봤자, 좋을 게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카페의 일은 어떻게든 숨기며, 혹여나 누군가가 물어봐도 평범한 카페라며 거짓말을 하고, 위치를 물으면 얼버무리며 지내왔다. 그런 리코에게, 극단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단장이, 그것도 오모라시 페티쉬의 존재 마저 알고있는 상태로 와버린 것이다. 카페 일이 아무리 힘들어서 극단 일은 깨끗한 마음으로, 새로 시작해보자고 생각했던 리코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이었다.

‘’뭐해요, 리코 씨. 주문 받아야죠.’’

‘’흐…흐읏…’’

리코는 오줌이 마려워서 차마 허리를 바로 펴지는 못하고, 앞으로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로 나기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나기는 눈에 힘을 빼고 별 일 아니라는 표정으로, 리코의 눈을 응시했다. 천천히 단장 앞으로 다가간 리코.

‘’주…주문은 어떻게…하시겠어요?’’

‘’리코 씨가 평소에 이런 모습으로 일하셨군요. 옷이 잘 어울리네요. 카페 라떼 아이스로 한 잔 부탁드립니다.’’

‘’아…알겠습니다…잠시만…기다려주세……요오…’’

리코는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기분좋게 들을 수가 없다. 오늘의 옷은 평소보다 노출이 심한, 상체가 거의 드러나는 옷이다. 리코에게 옷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야하다’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은, 리코에게 큰 수치심으로 다가왔다.

라떼를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는 리코. 리코의 마음 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제발 오모라시 메뉴는 안 하길…제발……제발…오모라시 메뉴는……하지미…!!)’’

본업으로, 꿈으로 간직하던 배우의 일. 더 이상 단장에게 부끄러운 꼴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당장 수요일인 오늘이 지나면, 내일 극단에 가 다시 단장을 보아야 한다. 도대체 내일 단장과 무슨 얼굴로 만나야 할지조차 까마득하다.

‘’그…오모라시 메뉴라는 걸 팔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리코 씨가 오줌이 더 마렵게 하는 거라고 했죠?’’

‘’하읏…네…마, 맞아요……’’

‘’저는, 오늘은 리코 씨가 궁금해서 왔기 때문에, 오모라시 메뉴는 주문하지 않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다…다행이다…!! 아, 안 해도 돼…오모라시 메뉴……안 해도 돼…!!!)’’

‘’대신 말이죠.’’

‘’…네?’’

‘’리코 씨에게 연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손님들 앞에서요.’’

‘’ㄴ, 네…?!’’

의미심장한 표정의 나기. 그리고, 불안한 표정의 리코. 단장은 사람 좋은 미소로 너그럽게 웃을 뿐이다.

 

이윽고 카페 벽을 등지고 선 리코. 리코 앞에는 노트북이 펼쳐져 있고, 노트북에는 리코가 할 대사가 적힌 PPT가 있다. 당장은 빈 화면의 노트북. PPT의 첫번째 페이지이다. 가게의 조명은 거의 꺼지고, 소수의 조명이 리코를 중심으로 켜져있다.

‘’독백 연기니까, 혼자서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다 읽으시면 넘길 테니, 대사는 그대로 보고 읽으시면 됩니다. 힘내세요!!’’

‘’흐읏…흐…하아아……’’

터질 것 같은 방광. 야한 옷.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주목. 시간은 9시 15분, 리코의 정신력은 이미 바닥이고, 오줌을 눌 수 있는 컵의 양이 줄면서 평소보다 더한 요의를 견디는 리코의 괴로움은, 부끄러움과 함께 요동쳤다. 리코는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을 바라본다. 그리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집중력으로 오줌을 참으며, 연기를 시작한다. 빈 화면이었던 노트북에, 대사가 뜬다.

‘’저…저는 지금……오, 오줌이 너무도 마렵습니다…?!’’

리코의 얼굴이 화악 붉어진다. 크게 당황한 리코가 단장을 바라보자, 단장은 그저 웃으며 계속 진행하라는 손짓을 한다. 리코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연기를 할 뿐.

‘’제…오줌에 관한 이야기를……하겠습니다…저는 중학교 1학년 때……수업시간에 오줌을…싼 적이 있습니다……선생님께서 화장실에…보내주지 않으셔서……오줌이 너무나 마려웠지만…참고……참다가…결국 오줌을 싸버렸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그저 대사일 뿐이다. 하지만 리코는 얼굴이 붉어지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연기를 할 때는 ‘마치 자신이 그 주인공인듯’ 행동하려 했던 리코. 그렇게에 리코는, 대사를 하면서 수치심이 점점 드는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 후로 저는…친구들에게 괴롭힘을……당하게 되었습니다…화장실에……가려고 할 때마다 친구들은…’오줌싸개 리코’라며 저를 놀렸고……화장실에 가지 못하게…했습니다……그 후로 저는……한 달에 두 세번은……복도나 교실에서……오줌을 싸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집중해서, 마치 리코의 개인사를 듣듯이 리코의 대사에 몰입한다.

‘’괴롭힘은……고등학교 때까지…이어졌습니다…저는 학교에서 언제나 오줌을 참았습니다……하교 후에도……괴롭힘은 이어져서……제가 오줌 참기에서……벗어날 수 있던 건……20살이 된 후의…일이었습니다……6년간의 괴롭힘으로 인해…그 이후로 저는…오줌에 대한…큰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한 손으로는 가랑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 아래에서 윗배를 감싼다. 아마 피해의식에 의한 자기방어일 터. 리코는 호흡을 가다듬고, 비장하게 모니터를 바라본다.

‘’저는…오, 오줌이 마렵기만 하면……큰 수치심을 느낍니다……트라우마의 영향으로…오줌이…마려우면……마려울수록…점점 더……큰…부끄러움을……느낍니다……제대로 된 일상생활도 어렵습니다……한 번은 공원에서 오줌이 마려웠는데……화장실에 줄이 있어서 20분 정도…기다렸습니다……그런데…오줌이 마려운 제……모습을…주위 사람들이……지켜보는 것 같고…저를……보고 재밌어하는 듯……했습니다…급해지는 요의……사람들의 시선……저는 거의…패닉에 빠졌습니다……이윽고 화장실에…들어간 후……저는…오줌을 참는……무척이나 부끄러운…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칸에 들어가……소리 없이 펑펑……울었습니다…’’

리코는 자기도 모르게 노트북에서 눈을 떼고 주변을 보았다. 집중하는 관객들. 수많은 남성들의 눈동자. 시선. 결정적으로, 오줌이 마려운 리코 자기 자신. 대사에 자기도 모르게 몰입한 리코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와 불안에 공황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하읏…흐…흐읏…보…보지 마세요…제, 제발……모, 못…하겠어요……안 돼요…모, 못해요……오줌…오…줌이……’’

단장은 여전히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

‘’계속하세요. 잘 하고 있어요.’’

‘’다…단장…님……’’

‘’계속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하…하아…하아아……’’

리코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괴롭다. 도망치고 싶다. 무섭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리코는 울먹이며, 다시 노트북을 바라본다. 눈물이 고여 앞이 뿌옇게 되어 대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리코는 눈을 꼭 감았다가 뜬다. 눈의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다.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과 무서운 현실도 다시 선명해졌다.

‘’그…그리고 지금……저는…그런 트라우마를 겪고도……예전에 괴롭힘을 당했던……그…친구들에게……학교에서 만난……그 나쁜 친구들에게……다시 붙잡혀……야한 옷을 입고……강제로 오줌을 참게 시켜지고 있습니다……저를 괴롭히던 친구들…중……오직 남자만…그것도 여러명이…수많은 눈들이……오줌이 마려운…방광이 터질 것 같은 저의…부끄러운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고…공원에서는 그럴 것 같다는…느낌 만으로도……공황에 빠졌는데…이…이런 상황……이런……상…황…수…숨이 가빠집니다…’’

리코의 숨이 가빠진다.

‘’얼굴이…빨개집니다……’’

리코의 얼굴뿐만 아니라 귀까지 빨개진다.

‘’누…눈물이……흐릅니다…’’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오…오줌이…훨씬……더…마려워…집니다앗…?!’’

순간, 폭발하듯이 치솟는 요의. 리코는 양손을 가랑이 사이에 넣고,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인다. 리코의 땀과 눈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수도 없다. 그저 가만히, 다리를 앞뒤로 힘껏 꼬고, 온 신경을 요도에 집중시키고, 오줌이 나오는 것을 막아낸다. 가빠진 숨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한다. 숨을 쉬는 것 만으로도, 방광이 자극되는 수준이다.

‘’(시…싫어…오줌 마려워…무서워…괴로워…보지마…보지마…무…무서워…오줌 마려워…오줌 누고싶어, 오줌 누고싶어, 오줌누게해줘어어어!!)’’

리코가 눈물 범벅의 얼굴로 덜덜 떨며 고개를 들자, 노트북에는 또 새로운 대사가 나타났다. 리코는 울먹이며, 또 다시 대사를 읽는다.

‘’이…이런 제가……싫습니다…비참……합니다……저, 저는…왜…이런 모…습으로……이런…인생으로…제…제발……저, 저를 제발…그만…괴롭혀……주세요…시…싫어요…싫어…아…안 돼요…싫어…무…무서워요…괴, 괴로워요………괴…괴롭…습니다…오줌이……마렵습니다……제발…제…제, 발……그, 그만……해주세요…그, 그만……’’

‘’오케이!’’

소리치는 단장. 가게 전체에 불이 켜진다.

‘’정말 좋아요!! 리코 씨, 최곱니다!!’’

곧,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가게에 울려퍼진다. 리코에 대한 칭찬과 함성이 이어지고, 나기와 단장은 크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정말 대단합니다, 리코 씨!!’’

‘’정말 대배우가 되실 거에요!!!’’

‘’그 눈빛과 표정, 정말 훌륭합니다!!’’

모두 리코를 칭찬하며, 리코의 연기에 극찬을 보낸다.

하지만, 그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리코는.

‘’(무…무서워…오줌…오줌이…마려워……싫어…저…저리가…시…싫어…무…무서워……오줌 누게해줘, 오줌마려워, 오줌마려워…오줌…화장실…무…무서워…)’’

고개를 푹 숙인 자세로 덜덜 떨며,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오줌을 참으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