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k tock tick tock

시계는 아침부터? 하면 대답으로 나오는 시계소리 의성어다.

영어로 이렇게 적혔으면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보통 자주 나오는 번역이 "똑 딱 똑 딱"이다.

이해는 간다. 원문에 띄어쓰기가 있으니까 그것까지 살려야 한다는 뜻일 텐데

이걸 역번역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모종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영어 사용자가 우리말 "똑딱똑딱"을 번역하면 무슨 글이 나올까?


동요 부르는 어린이라면 우리나라 어린이는 "똑딱똑딱"이라 하고

영어권 어린이라면 tick tock tick tock을 떠올리기 더 쉬울 것이다.

그러면 붙여쓴 "똑딱똑딱"의 번역은 tick tock tick tock이 더 걸맞다.

십중팔구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을 번역한다면 tick tock tick tock이 나올 텐데

영어로 된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똑 딱 똑 딱"이라고 띄어 써야 하는 걸까?


"똑 딱 똑 딱"은 원문의 함정을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예시라고 봐도 될듯하다.

"원문 존중"은 원문을 고스란히 들고 오라는 뜻이 아니다.

원문의 요소 중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을 고스란히 들고 오라는 뜻이다.

귤을 선물받으면 껍질을 안 까고 먹는 걸 "귤 존중"이라고 하지 않는다.

먹는 게 아님을 알았으면 껍질을 까고 알맹이를 먹어야 한다.

글의 알맹이는 어떤 상황에서는 형태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단어마다, 문장마다, 문단마다, 글마다 다르다.

원문의 형태에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 대응 관계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

역번역도 간단하지만 효과 좋은 도구인데

본질적으로는 "이 문장이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였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생각하면 좋다.

문장 형태만 따라가려고 하면 번역기를 추월하지 못한다.

번역기 요즘 좋지만 인간은 아직도 맥락 파악하는 능력에서는 한 수 위다.

의미와 맥락에 맞춰서 문장을 재구성하자. 그래야 인간이 인간의 번역을 할 수 있다.



PS : 네이버 사전에 tictoc, ticktac 같은 "붙여쓰는 영단어"가 있긴 하다.

뭐 "똑딱똑딱"에는 그걸 쓰고 "똑 딱 똑 딱"에는 tick tock을 쓰면 되지 않냘 수도 있는데...

똑 딱 똑 딱과 똑딱똑딱은 별 차이 없는데 tick tock과 tictoc은 그렇게 호환되진 않는 듯하다.

tictoc이 좀더 슬랭이라거나 낭만적?인 표현에 가깝지 않을까.

만약에 동요라면...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보니까 tick tock만 어린이 컨텐츠가 나오더라.


PS2 : 내가 tick tock을 번역한다면? 틱틱틱틱 이라고 한 글자로만 채우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