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주먹구구로 하는 허접한 식자지만

처음 식질 해보려고 할 때 많이 얼탔던 게 생각나서 

혹시라도 처음 해보려는 분들한테 작은 도움이 될까 별거 아닌 미세한 팁이나마 써봅니다.


저는 항상 정발본의 느낌을 추구하는데 혹시 저와 같은 분이 있다면 참고해보세용.


예시는 리디북스에서 캡쳐해 온 전기톱맨과 원피스입니다.



1. 평범한 말풍선

 - 기본은 가운데 정렬.

 - 글자의 크기는 말풍선이 계란이라 쳤을 때, 그 노른자만큼만 채운다는 느낌으로.

 - 글자가 너무 크면 답답, 너무 작으면 허전.

 - 근데 짤처럼 말풍선 크기가 이상적인 경우는 거의 없으니 만약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큰 쪽이 나아요. 일단 잘 보이기는 하니까.






2. 칸 한쪽에 붙은 말풍선.

 - 왼쪽에 붙은 건 왼쪽 정렬, 오른쪽에 붙은 건 오른쪽 정렬.

 - 정석은 이런데 보는데 볼 때 거슬리는 건 아니니 취향에 맞게 해도 괜찮.







3. 소리치는 뾰족 말풍선.

 - 일반 말풍선보다 굵게, 기울이기 효과 추가.

 - 그런데 출판사에 따라서 굵게나 기울이기 없이 그냥 크기만 키우는 경우도 많음. 아예 따로 폰트를 쓰는 경우도 있고. 이거는 취향.






4. 동글동글 속으로 말하는 속마음 말풍선.

 - 일반 말풍선보다 조금 가늘게. 





5. 나레이션 박스, 배경글.

 - 일반 말풍선과는 다른 폰트를 씀.

 - 보통은 명조, 고딕으로 차이를 줌.

 -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나 똑같은 폰트를 쓰게 되면 뭔가 한눈에 확 안 들어옴.

 - 단,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같은 작품 내에서 나레이션 박스와 배경글끼리는 통일해서 같은 폰트를 씀.








그러니 식질을 하고자 할 때 준비하면 좋은 폰트는 2개입니다.


1. 일반, 뾰족, 속마음 말풍선에 쓸 두께 조정이 가능한 깔끔한 기본 폰트.

 - 윤고딕300번대를 많이 쓰는 거 같던데 그냥 여타 아무 거나 써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무료 폰트들 다 이쁘고, 적어도 저는 구분할 자신 없어요.

 - 보통 순정만화류의 말랑말랑한 만화에는 명조를 많이 쓰고, 그 외는 고딕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실제로 봐도 일반 말풍선에 명조 계통을 쓰면 뭔가 한결 샤랄라한 느낌이 나요. 그러니 번역하려는 만화의 느낌에 따라 맘에 드는 걸 고르면 될 것 같아요.


2. 나레이션 박스, 배경글에 쓸 폰트.

 - 주로 1.에서 준비한 기본 폰트에 반대되는 계통.


이렇게 두 종류만 챙겨놓으면 어떤 만화든 일단 식질이 가능해집니다.



끝으로 정리하자면,

1. 일반 말풍선은 가운데 정렬, 크기는 노른자 채우듯.

2. 한쪽으로 붙은 말풍선은 그쪽으로 맞춰 정렬.

3. 뾰족 말풍선은 굵게, 기울이기.

4. 속마음 동글 말풍선은 가늘게.

5. 나레이션 박스, 배경글은 일반 말풍선이랑 확실히 구분되는 다른 폰트로. 일반이 고딕이면 명조 계통, 일반이 명조면 고딕 계통. (개인적으로 이것만큼은 꼭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구분한 거랑 안 한 거랑 처음 딱 봤을 때 비주얼이 확 달라요.)




근데 말이 이렇지 당장에 저도 이거 다 안 지키고 해요.

그냥 대충 손 가는 대로 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도 정발본 느낌의 퀄에 욕심이 난다면 한 번쯤 빡빡하게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쓰고 보니 너무 별거 아닌 팁이라 민망하네요.

언젠가 또 쓸 게 생기면 또 써볼게요.

다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