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라고 부르기 뭐한 아무래도 좋은 글이기 때문에 이곳에 올립니다.

쌀쌀한 9월의 어느 아침이었다.

지하철역에는 사람들이 붐볐고, 모두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바닥에 박스 한 장만을 깔아놓은 채, 다 먹은 황도 캔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구걸하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약시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았고, 물건의 윤곽만 뿌옇게 겨우 보이기에 글자같은 것은 읽을 수도 없었다.

가난했던 소녀의 집은 동냥에 의지하여 먹고 살 수 밖에 없었고, 소녀는 어렸을 때 부터 '저는 눈이 보이지 않아요'라고 쓰인 하드보드지를 들고 구걸을 나가야 했다.

소녀를 끔찍이 아끼던 부모님은 소녀가 성인이 되기 하루 전에 음주운전을 하던 차가 들이받아 돌아가셨고, 유일한 가족이었던 삼촌은 보험금만을 떼어먹고 잠적했다.

그런 연유로 오늘도 소녀는 길거리에서 동냥을 하던 중이었다.

늘 그렇듯이 수입은 입에 겨우 풀칠을 할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때, 마음씨 착한 청년이 소녀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저는 시를 쓰고 있는 청년입니다. 제가 작게나마 아가씨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소녀는 흔쾌히 수락했고, 청년은 하드보드지를 뒤집어서 뭐라고 글씨를 쓰고 나서 무려 천 엔이라는 거금을 기부하고 사라졌다.

소녀는 일단 천 엔을 받은 것에 매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문장을 고쳐쓴다고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하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소녀의 예상과는 달리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청년이 글씨를 쓰고 난 다음부터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넣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자 꽤 모였다.

이 정도 돈이면 평소에 그녀가 먹고 싶었던 햄버거 디럭스 세트를 수십 개나 먹을 수 있었다.

소녀는 청년에게 감사하며 조촐한 만찬을 즐겼다.

그날 저녁, 소녀는 운명처럼 그 청년을 다시 만났다. 청년도 반가웠는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저기.. 돈은 많이 모으셨나요..?"
"덕분에 평소에는 상상도 못했던 시간을 보냈어요! 진짜 감사드려요..."
소녀도 웃으며 화답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려운 사람 돕는 데에 이유가 있나요... 하하하..."
청년도 웃으며 말했다.
소녀는 문득 청년이 어떤 말을 적었는지 궁금해졌다.
소녀는 물었다.
"그런데 뭐라고 쓰셨길래 사람들이 돈을 이렇게나 많이 준거에요?"

그 대답은 소녀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청년은 바지를 내리며 말했다.
"이빨 세우지 않고 부탁해요."

카드보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입 - 1000엔
가슴 - 2000엔
보지 - 5000엔(콘돔 착용 필수)
* 모든 요금은 1회 사정 기준이고 영업은 저녘 9시부터 시작합니다. '

우리는 아직도 그날 왜 유독 지하철역 화장실에 사람이 많았는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