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생각났던 의문이다.


사람은 항상 생각하는 존재다. 

아침에 일어나 부랴부랴 커피 한잔을 탈 때도,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켜 간단한 뉴스를 볼 때도, 

생각은 항상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방의 책상은 내 머릿속처럼 어지럽혀져 있다.


뭔가를 먹다 남은 쓰레기, 

마시다 만 커피. 

오래 써서 때가 탄 장 패드.


별거 아닌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어제 몇 시에 먹었던 걸까."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일은 매일 시작된다.

하지만 깊은 생각과 동시에, 내게 내려진 저주는 '망각'.


생각이 많아지면 넘쳐흐른다.  

사람들은 그걸 '자의식 과잉'이라고 부른다.


과잉이란 건 좋은 뜻은 아니다. 무엇보다 의식을 담으려면 그만큼 강인한 정신력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뇌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그렇기에, 깊은생각을 할수록 이전의 일들을 잊기 시작한다.


나는 이런 습관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중요한걸 잊을 때도 있고, 당장 전날 했던 것도 까먹을 때가 허다하다.


그 때문에 아침에 이런 생각을 했다.


"자의식은 독인가?"

  

우선 섣불리 결론을 내지 않으려 했다.

 

성격상 뭔가에 확실한 결론을 내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한 자신과의 약속과 같은 거다.


하지만 반대로 결론을 내는 것을 좋아했다.

답이 한 번에 나오지 않는 문제도 나만의 해결책으로 정의하려고 했다.


나는 가끔, 이런 나 자신이 미련하고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정의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너무나도 많다.

그런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 해결을 하겠다는 꼴이 너무나도 우습지 않은가.


결국,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은 날 좀먹고 있다.


하지만 생각이란 건 중독성이 있다.

언제나 망상을 펼치며,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듯한 이야기를 잔뜩 생각해 낼 수 있다.

 

어쩌면, 그 달콤한 맛이 너무나도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나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내가 만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마 내일도, 그다음 날도.

아니, 어쩌면 평생을 고민해도 답을 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전에 들었던 노래의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내 머리가 세배는 더 커졌다면, 재치 있는 농담을 던지며 누구한테나 다 맞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인생의 의미 같은 건 알고 싶지 않은걸.]

 

...아무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