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가치는 적어도 내가 평생 일 안하고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모나리자가 그려지기 전의 캔버스도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탄생했을까?

빈 캔버스는 초라하다. 하지만 비어 있기에 무엇이든 그릴 수 있으며 잠재적인 가치는 모나리자보다 높을 수도 있다.

모나리자는 완성된 완전한 그림이다. 하지만 거기에 눈썹이 그려지는 순간, 가치는 떨어진다. 완성되었기에 개선하기 힘들다.

즉, 초라함은 곧 가능성이다. 누구도 시작부터 화려할 수는 없다. 나의 시작인 "초년생"이라는 캔버스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초년생"이라는 백지에 어떤 소설이 쓰여질지는 나에게 달렸다.


적어도, 내 팔다리가 장사 밑천이니까.

그러니 나도 초라함 속에서 화려함을 피워낼 것이다.

나의 부모가 해낸 것을, 그들의 분신인 내가 해내지 못할 것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