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가장 잔인한 감정입니다.


그리움은, 행복과는 가장 배타적인 감정입니다.  


행복은, 아스팔트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잡초 따위를 보며 고개 숙인 순수가 자연스럽게 세상을 직관할 때 나타납니다.


그대가 스쳐지나갔던 저 하늘의 달과 희미한 별들, 꽃과 사람 사이를 유영하며 춤추는 나비를 보는 행위입니다. 


본다는 것은 그런 의미인 것입니다. 행복은 비로소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야만 피어나는 꽃망울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아닙니다. 


그리움은, 그대가 고개를 숙이고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비가 온 다음 고인 웅덩이 같은 것입니다.


속세의 탁류가 거세게 몰아치는 작은 웅덩이는, 나를 두려움에 떨게 합니다. 나로 하여금 몸서리치게 합니다.


내가 바라봄으로써 난반사되는 거울들이 나를 더 없이 비참한 모습으로 비치게 합니다. 


나는 이것이 너무나 두려워서, 거울 너머로 비치는 과거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게끔 합니다. 그리워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그리움입니다. 내가 보는 저 과거는, 기실 정말로 내가 바라는 것을 비추지 않습니다.


나약한 인간의 정신이,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미화되고 풍화된 추억에 콩깍지를 씌워 나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것에서 시선을 때지 못합니다. 


나약한 나의 마음은, 천근과도 같은 시선과 평가속에서 시름합니다. 화과산에 깔린 돌원숭이 처럼 나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습니다.


뉴턴이 발견한 법칙으로 나는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갑니다. 닿을 수 없는 곳 까지 천천히 침잠해 들어갑니다.


그러나 나는 보았습니다.


인간이 사정해놓은 거대한 무기물속에서 피어난 작은 생명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단단한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났습니다. 뿌리 내렸습니다. 세상에 자신을 거세게 박아 넣은채 힘겹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나는 초(草)를 보았습니다. 이것은 잡초(雜草)가 아닙니다. 섞이다(雜) 는 말은 어울리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꽃(花) 이였습니다. 내가 바라봄으로 이 생명체는 피어났습니다. 


나는 장엄한 아름다움에 차마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환희가 나를 지배했습니다.


저 작은 풀 하나가 인간을 이겨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결국 자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제서야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지 않았으니 태양은 나에게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저 태양의 바로 나의 태양입니다! 내가 바라봄으로써 존재하는 나의 태양입니다!


벅차오르는 아름다움, 나는 차마 이것을 말로 표현 할 수 없었습니다. 


감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이 앞에서는 빛 바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간의 오롯한 예법으로 공손히 고개를 숙여 땅에 입 맞춤 합니다.


반갑습니다, 지구여. 나는 인간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