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날개를 달고 날아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과거를 헤집는 여행을 떠날 텐데

내가 이름 붙이지 않은 수많은 나의 글들이

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으니.


나의 흔적을 차례차례 지우며

새로 만나는 과거의 나를 반가워하고

나는 그 흔적을 고이 품고 지워냄으로써


더 아래,

더 깊은 곳의 책장으로 스며들겠다.


언젠가 모든 깃털을 줍고 나면

나는 날아가서. 나는 또 날아가서.


비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