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로 갈 수 없다 아직은,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멀리서부터 바람을 타고 불어온 바다냄새를 사랑하면서도

아직은, 여러 사람들의 입을 타고 옮겨오는 담배냄새를 

사랑하진 않지만 더는 역하지 않아서


발바닥을 간지럽혀오는 모래사장의 알갱이를 사랑하면서도

아직은, 발밑창에 놓여있는 쓰레기를

사랑하지 않지만 이젠 익숙하게 밟혀서


철썩이는 파도에 추임새를 넣은 갈매기들을 사랑하면서도

아직은, 몰아치는 소문에 코러스를 더하는 입술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렇게 거슬리지 않아서


바다에 가벼이 몸을 띄워 둥둥 떠나니는 일을 사랑하면서도

아직은, 욕조에 구멍이 뚫린 듯 한없이 가라앉는 일을

사랑하지 않지만 떠오를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바다가 아닌 하루가 이젠 슬프지 않아서


하루를 채워넣은 그들을 내려놓기 전까진

바다를 사랑하면서도 갈 수 없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