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신생 기업에서 죽음이 임박한 이들의 기억을 수집하여 죽음을 체험시켜주는 자판기를 개발했다.

그 자판기는 순식간에 세계를 강타했고 나도 그 입소문에 떠밀려 자판기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원하시는 죽음을 선택해주세요."


"...추락사, 살해, 과다출혈, 고독사... 생각보다 다양하네. 일단은 가장 평판이 좋다고 알려진 추락사로 해보자."


"추락사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자판기의 성능은 실로 대단했다. 얼마나 실감이 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실금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미 죽음의 순간까지 나오지 않았나? 왜 안 멈추지?"


그때까지는 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자네는 쇼크사로 죽었다네."


"...? 당신은..."


"보면 모르나? 저승사자지."


난 그렇게 자판기 속에서 쇼크로 인한 심장마비로 죽었고 나의 기억은 그대로 자판기 회사에 캡쳐되어 새로운 죽음의 기록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회사는 쇼크사에 대한 기록이 없었기에 그 기억을 요긴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저승에서 지내는 동안 알아낸 사실은, 그 자판기는 사람이 그 안에서 죽으면 죽음의 순간의 기억을 캡쳐해서 본사로 전송하고, 본사는 그것으로 새로운 상품을 추가한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가 산 자에게 간섭하는 것 또한... 부질없는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