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름 없는 저녁이었다. 봄의 숨결이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초여름 저녁. 나는 홀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발가락을 크게 다쳐서 그런걸까,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거슬리는 고통이 다리를 타고 흘렀다. 이런 날에 누구 좋으라고 운동을 나온건지.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며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 같았다면 인스타 릴스나 유튜브 뮤직이라도 들으면서 가는 건데 핸드폰 충전을 안해서 나는 그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귀에는 에어팟을, 눈 앞에는 핸드폰을 가져다 대고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다 오랜만에 하늘을 바라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저녁 노을이 저물어가며 점차 검게 물들어가는 자색빛 하늘, 일찍이 뜬 보름달. 명과 암으로 나뉜 세계에서 나는 지금 홀로 건물의 그림자에 가려진 암(暗) 의 세계를 걷고 있었다. 20대가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는데 어째서 나는 지금 이렇게 어두운지. 이런 나와 함께 해주는건 같은 황혼빛 하늘과 저 달 뿐이었다. 주위가 어두워서 그런걸까. 어두운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생각을 이어가봤자 결국엔 자기혐오일게 분명했으니,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는 생각 뿐이었다. 나는 이따금씩 불어오는 찬 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고 걸음을 이었다. 오늘따라 찬 날이었다. 이틀 전만 해도 28도가 넘는 날씨였는데 비 한번 내렸다고 이렇게 날이 변해도 되는건지. 속으로 불만을 내뱉으며 걷기를 한참, 발가락을 다쳐서 그런걸까. 오늘따라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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