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2024.04.21

내 방에서 음산한 기운이 맴돈다. 흔히들 쫄리는 감정을 느끼는 그런 기분이 든다.


저 멀리서 마왕이 내 앞에 천천히 다가오는게 실감된다. 저게 다키마쿠라라는건 그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마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마왕이 나에게 손짓한다. 날 따라와서 같이 황홀경을 느껴보자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씨발 하느님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었는가. 기름을 부운건 내 꿈이었단거냐?


내 오랜 생각들이여. 난 결심했다.


마왕이 저 구석의 먼지들을 이끌고 온다. 내가 치우지 못한 까닭에지만 아무래도 저건 와일드 헌트라고 부를 현상인듯 하다.


사실 난 지금 두렵다. 내가 치우지 않은 방이 나에게 업보를 선사하고 있다.


아아, 저 멀리서 밴시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 뒤에서 목 없는 기사가 보인다.


하느님. 양심이 있다면 날 도와줘라. 내 목이 졸리고 있는데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듀라한이 관을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이제 그 누구도 여기서 희열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난 두렵다. 그래서 오금이 저린다.


사실 난 오금이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내 마음이 요동치니 그게 오금이 아닐까?


마왕이 나에게 손짓한다. 나랑 같이 가면, 저 성에서 내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해주겠다고.


밴시가 더더욱 많은 와일드헌트를 불러낸다. 듀라한이 관을 나에게 가져다 댄다.


드디어 끝나는건가... 싶었다. 하지만, 내 몸뚱아리는 그 성으로 갈만한 내력은 안되는 듯 하다. 몸부림치며 거부된다.


제발 날 여기서 구해주소서. 바알이던 야훼던 석가모니던 제발.


마왕이 가면을 벗으니까, 내 모습이 보이더라. 난 관 안의 심연속으로 떨어졌다.





























아, 꿈이었다. 이것만 61237의 61237제곱번인거 같지만.


사실 여기가 마왕의 성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