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방패의 전설 모음집

----------

14화, 깨어나다


둘은 황궁을 향해 움직였다. 잠시 후, 잔과 마리가 황궁의 카이저의 방에 도착하였을 때, 둘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핏기 없이 창백했던 아인의 피부에 혈색이 돌아온 것이다. 깜짝 놀란 잔이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리 역시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잔이 물었다.


“카이저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카이저가 대답했다.


“나도 모르네, 하지만 이건… 좋은 소식 같군. 단순히 내 감에 불과하지만 늦어도 내일이면 일어날 것 같아.”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마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카이저님,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용의 입 협곡으로 진군하신다는 것 말입니다.”


카이저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말 그대로일세. 모래 아침에 군대를 이끌고 용의 입 협곡으로 갈거야. 로베르트에게 최후를 안겨 주어야지. 그리고 르블랑 양, 부탁이 있네. 자네도 이번 전투에 참가해주게.”


“네?”


깜짝 놀란 잔이 감히 카이저에게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곳에 정착한 마법사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투에 참여할 때는 대체로 소수정예로 참여한다. 즉, 하늘색 보석의 정예 마법사부터 전투에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 ‘거인전쟁’이나 ‘황무지 전투’ 같은 대규모 전쟁에는 거의 모든 마법사들을 동원한 적이 있지만 이건 그 정도까진 되지 못하는 전투였다.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고 있네, 물론 자네가 정예 마법사들 보다는 실력이나 경험 같은 면에서 부족하겠지. 하지만, 자네는 지금으로썬 유일한 용과 싸워본 마법사 아닌가.”


카이저의 설득 끝에 결국 그녀 역시 전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여기는 이렇게 하고, 이제 지휘관을…”


“아직 참가자가 한 명 남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에 카이저는 말을 멈추고 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근원을 보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바로 아인이였다. 잔이 기뻐 소리쳤다.


“아인!”


아인은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쳐 앉았다.


“카이저님, 저도 그 전투에 참여하겠습니다.”


카이저는 그런 아인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 몸으로 전투에 참여하겠다니, 그건 무리일세.”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몸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가 끝내야 할 문재입니다.”


아인은 손톱이 손바닥의 굳은 살을 파고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가 손에 힘을 풀었다.


“어깨의 상처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고, 몸의 독 또한 더 이상 저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닙니다. 카이저님, 부디 허락하여주소서.”


카이저는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알겠네, 말은 탈 줄 알겠지?”


아인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네, 카이저님”


“좋네, 자네들은 여기 있게, 나는 지휘관을 구해야 하네.”


카이저가 방을 나가자 아인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렇게 세 명 모두가 가게 됐네.”


“그러게.”


마리가 이어 답했다. 잔이 물었다.


“그나저나 아인, 언제부터 듣고 있던 거야?”


“네가 전투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직후 문이 열렸다.


“세 분을 위해 카이저님이 먹을 것을 가지고 오라 하였습니다.”


하인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진수성찬을 방의 탁자에 깔아 두고 떠났다.


“그럼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아인은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지난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너무나 고팠으니까. 

그 시각, 황궁 왕실에서는 카이저와 귀족가문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전투에서는 지휘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대들의 가문에서 지원할 자가 없는가?”


가문의 당주들은 하나되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신화에나 나오는 줄 알았던 전설속의 생물과 싸우는 것에 자신이나 자신의 아들을 내보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끝에 누군가 드디어 침묵을 깨뜨렸다.


“카이저님, 저희 가문이 지휘관을 맡겠습니다.”


“아! 리히트호펜 공, 자네가 나서주다니 고맙네.”


카이저는 리히트호펜 후작을 바라보았다. 리히트호펜 가문은 본래 작위가 없는 떠돌이 기사였으나 300년 전 거인전쟁에서 당시 카이저인 ‘장미여왕’ 아델하이트 드레곤베인 3세를 구해내는 큰 공을 세우며 작위를 받은 뒤 대대로 전쟁에서 야전 지휘관을 맡는 중책을 이어왔다.


“신은 이미 늙어 말을 타기 버겁습니다. 하지만 신의 장남 ‘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이 장성하여 이제는 자기 몸 만한 활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고 말 몰기를 제 몸처럼 다루니 가문의 피가 흐르는 인재이옵니다.”


“공의 아들이 그렇게 성장했단 말이요? 그럼 다른 가문 중에는 나설 자가 없는가?”


카이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리히트호펜 후작 이외의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좋다. 리히트호펜 후작, 알프레트를 데리고 오도록.”


잠시 후, 알프레트 폰 리히트호펜이 카이저의 앞으로 나섰다. 카이저는 자신의 앞에 무릎 꿇은 알프레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비를 닮아 갈색을 띄는 머리카락은 곱슬거렸고 눈대중 만으로도 충분히 카이저 자신보다 키가 컸으며, 헐렁한 옷을 입었음에도 전혀 몸의 근육을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경은 고개를 들어라.”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눈매만으로 사람을 배어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눈과 그 만큼이나 날카로운 턱이 마치 인간분장을 한 오크 같은 느낌을 주는, 말 그대로 ‘야만적인 얼굴’이었다.


“신뢰는 주는 모습이군. 검을 가져와라!”


카이저의 명령 직후 5명이나 되는 하인들이 거대한 검을 들고 왔다. 카이저 역시 표정은 애써 감추고 있었지만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저 검이야 말로 왕가에 전해지는 보검이자 카이저의 상징인 ‘불멸의 몰락’이기 때문이다.

----------

ai그림 장점: 내가 원하는 그림을 쉽게 뽑아줌

단점: 내가 원하는 그림이 꼭 나오지는 않음. 야성적인 얼굴이랑 거리가 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