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위에 올라서서야 알았다.

내 인류라는 그늘 안에 서서

드높은 가지에 손이라도

갖다대어 볼 수 있는 게 아니냐


철의 다리 아래로 숭숭 지나가는

철없는 자동차의 무리.


내 이 육교에서 내리면

잠시 내 곁에 멈춰 섰던 나무도

한 뼘이나마 가까워진 하늘도

이동하는 채로 박제될까.


여전히 멈춰선 채 울고 있는

철없는 말의 무리.


나는 이제 그 옆에 서서

나무의 첨단을 그리워하고


가 본 적도 없는 하늘을

무섭게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