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강철과 립스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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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너머 들리는 늘어진 오르간 소리가 실린더 위에 떨어뜨린 잉크처럼 적막 깊숙히 가라앉았다. 


미처 침전되지 못한 불순물과 같은 소리들은 여과되어 창문 너머 세찬 비바람 소리에 섞여든다. 창문 밖의 포플러 가지가 악상에 맞추어 거칠게 흔들리고, 바닥에 깔린 러그는 습기를 먹어 비릿한 냄새가 났다.


고상해 보이는 캐노피 침대에서는 젖은 구스베리 향이 스며 은은한 향기를 낸다. 그 위에 누워 숨을 헐떡이는, 다분히 노후해 보이는 남자는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죽 스툴 위에 다리를 꼬고 앉은 남자를 가리켰다.


“창문, 창문 좀 닫아주게.”


노인은 양철을 긁는 듯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신음했다. 남자는 건조하게 노인을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신문지의 젖은 활자 속으로 눈을 돌렸다.


뚝, 뚝.


남자의 채 마르지 않은 구두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남자의 셔츠는 땀과 빗물로 젖어 퍽 끈적거렸기에, 남자의 매끈하게 벗어넘긴 이마에서 주름이 잡혔다.


남자는 걸친 윗 발목의 구두의 물기를 몇번 털어내고는, 노인에게 말했다.


“마레 공작, 내일은 이렇게 보도될 겁니다. ‘마레 공작령을 좀먹던 파렴치한 구두쇠’, ‘공민의 고혈을 빨아 살찌우는 기름진 돼지가 도살되다…’ ”


“난 아무것도 모르네. 정말이야. 제발 믿어주게.”


“이르시기를, 열국의 죄와 사랑은 같기에 그 어느 열병도 이를 이겨내지 못하리, 빚어낸 죄를 사랑하되 마땅히 사랑함을 죄스럽게 여기지 말라. 어떤 구절인지 아시겠습니까?””


“제발, 제발…”


몇마디 채 내뱉지 못한 노인은 힘에 겨운 듯 부들거리더니, 이내 부릅 뜬 눈을 까뒤집고는 사지를 떨며 거품을 물었다.


“락마시아 시편 11:31의 구절입니다. 좋은 글귀이지요. 신을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저는 때때로 이러한 글귀들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얻고는 한답니다. 공작께서는 신을 믿으십니까?”


“…..”


노인의 발작이 멎고 숨소리가 잦아들 때 즈음, 남자는 신문을 곱게 접어 내려놓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바람이 들이치던 창문을 닫았다. 문 밖의 건반을 두드리던 손가락은 이미 왈츠에 질린 기색이었기에,  습기 가득한 방 안을 채우던 오르간 소리는 이내 온전히 비어 적막만이 남은 곳을 먹먹하게 채워나갔다.


남자는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노인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믿어야 할 겁니다. 공작의 죄는 내가 아니라 그분께서 심판하실 거니까.”


노인은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건조한 웃음을 흘리며 방을 나서는 남자를 눈에 담으며 끝끝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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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지루하기 짝이 없군.”


따분함이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손님이다. 


더없이 푹신한 가죽 소파 위에 몸을 뉘이며 사립 탐정 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난데없는 평화에 고역을 치루고 있었다. 이 험악한 도시에서 의뢰가 없다는 말은, 소식 끊긴 오래된 고향친구의 무심한 안부 인사만큼이나 달가운 일이겠지만, 적어도 밥벌이가 급한 그에게는 그리 속편한 대답이 아니었다.


모스는 건조한 시선으로 창틀 밖을 훓었다. 콘크리트 정글. 이 삭막한 도시에서 군중의 발걸음과 배기음이 들숨이요, 스모그와 먼지들은 날숨이었다. 가끔씩 들리는 공업단지 쪽의 정체모를 거대한 굉음은 도시의 심장소리와도 닮아있다. 마치 도시의 지하를 헤집으며 헤엄치는 고래의 울음소리처럼. 


이런 무식하게 높이 쌓아 올려진 쇳덩이들 틈 사이에 끼어 살아가기란, 코끼리의 엉덩이를 핧는 일과 같다. 끔찍하기 짝이 없다는 소리다. 모스가 그렇게 생각하며 턱을 매만지자, AI 조수역할을 수행 중인 ‘도로시’가 건조한 음성과 함께 알림창을 띄웠다.


[한 건의 메세지가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메세지?”


소파에 파묻혀 있던 그는 벌떡 일어나 도로시가 띄워주는 홀로그램 창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발신지는 마레 공작령이었다.


‘친애하는 나의 벗, 툴리앙 모쉬마리안 대위에게’


‘바렛의 격전지에서의 오랜 전우가 기별을 전하네. 그간 강녕하셨는가?’ 


‘문제가 생겼네. 자네 요즈음에 탐정 일을 한다지? 익히 들은 얘기로는 수완이 썩 나쁘지 않다던데,’


‘그다지 바쁘지 않다면, 마레 공작가에서 정식으로 의뢰를 청탁하려 하네. 우리 친우께서 부디 수락해주시길 간원하지.’


‘추신 : 코스모스 셔틀을 보내니, 가능한 신속히 와주길 바라네’


공작가의 정식 청탁이라기엔 휘황찬란한 수사를 내다버린 짧고 간결한 의뢰 청구. 


군 시절 동기들 사이에서 골칫덩어리었던 갑챠카 마레 소령의 급한 성미가 편지에 그대로 묻어난다. 어찌나 급한 일이었는지, 혹은 마레 공작가의 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인지, 겨우 0.2광년 떨어진 마레 공작령을 오가는 일에 코스모스 셔틀을 보낸다니. 


모스는 그의 성미가 그대로 묻어나는 얼굴을 떠올리며 질려하면서도, 여전히 범상치 않은 인물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모스님, 사건의뢰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이 메세지는 12시간 뒤에 파기됩니다]


“공작령에서 착수금에 대한 이야기는 없던가?”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모스가 무심하게 도로시가 열어준 창을 훓어보자, 그의 피곤에 찌든 눈이 경락 마사지라도 받은 듯 부릅떠졌다.


“이…이게 착수금이라고?”


[그렇습니다. 잔금의 경우 만나뵙고 사건의 해결 여하에 따라 지급해드린다고 합니다.]


“당장 출발하지. 공작령에서 보낸 셔틀이 오면 알려줘.”


[알겠습니다.]


모스는 배변이 급한 치와와마냥 사무소 안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생각에 잠겼다.


‘….. 개똥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더라니, 갑챠카, 이 제정신 아닌 놈도 두고보면 쓸만한 구석이 생기는군. 이 정도면 저번에 받은 의안 임플란트 비용에, 여동생 간병비 빚까지 어느정도….’


도시 저편에서 이따금씩 들리던 공업단지 쪽의 굉음이 다시 한번 들려오고, 모스는 사무실의 딱딱한 철제 의자에 앉아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며 셔틀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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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주 145번지구, 마레 공작령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항구행성이다. 


내우주에서 외우주를 지나가는 운송 함선들은 공작령을 운하 삼아 외우주를 통과한다. 이곳의 관세는 지리적 이점 상 매우 무겁게 책정되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이곳을 지나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공작령은 외우주의 교역 및 경제를 주무르는, 더 없이 부유한 행성이라고 볼 수 있다.


때때로 몇몇 학술가들은 이를 부정하며 NFA 연방공국 치하의 마레 공작령을 대체하고도 충분한 외우주의 행성들이 여럿 있다고들 하지만, 곧게 뻗어 숲처럼 뒤엉켜 우거진 마천루와, 그 사이를 지나가는 공작령의 하늘을 뒤덮은 셔틀들을 보면 충분히 이를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모스는 과연 그 사담들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코스모스 셔틀에서 내렸다.


“모쉬마리안 대위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작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길을 안내할테니 따라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의범절을 지나치게  학습한 듯한 여성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간청했다. 직함으로 불리게 되는 건 오랜만이었기에, 모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령께서는 저택에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공안과 헌병이 합동수사를 진행 중에 있기에, 공작님이 전권을 이양받아 수사를 지휘 중에 있습니다.”


모스는 난데없는 소식에 이맛살을 찌뿌렸다.


‘…내가 알기로는 전선에서 벗어난 이후에 후방 참모직으로 발령받았다고 들었는데.’


“공작께서 그새 헌병대로 발령이 나셨습니까?”


“아닙니다. 현재 공작령에 주둔 중인 제 3연방군 8군단 72-3사단에서 군단장님의 칙령으로 임시 수사위원회에 인사발령을 받으셨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다시 본직으로 복귀하실 겁니다.”


모스는 걸음을 늦추며 생각에 잠겼다. 갑챠카 이놈. 생각보다 더 대단한 놈이군.


적어도 그놈 끈 떨어지는 소리가 명줄 끊어지는 소리보다 늦게 들리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모스는 수행비서의 뒤를 쫒았다.


뒤이어 도착한, 공작령의 중심지에 우뚝 선 마레 공작가의 저택은 그 명성만큼이나 화려했다.


수행비서에 의해 이끌려 금색으로 모조리 덧칠한 빌딩 내부로 들어서자, 정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홀 내부를 바쁘게 오갔다.


“휘황찬란하군요. 그냥 저택 수준이 아닌데요. 이 빌딩이 전부 주택용입니까?”


“아닙니다. 1층에서 10층은 금융권, 11층에서 34층은 여러 편의시설 및 주거시설, 35층에서 60층까지는 여러 무역 기업과 기구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남지 않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한 150층 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부 공작가의 주거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철부지 꼬마의 공상같은 소리에 수행비서의 얼굴을 흘끗보니,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그거 참 인상적이군요.”


모스는 혀를 찼다.


“공작님께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수행비서를 따라, 건물 내의 VIP들만 탈 듯 한 고상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호텔룸처럼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길게 뻗은 복도를 따라 깔린 우아하게 생긴 카펫과, 어깨 옆을 흘끗 지나가는 바쁜 모습의 공안들이 눈에 밟혔다. 건물의 구조를 무심히 훓으며 잠자코 수행비서를 따라가니, 뒤이어 스위트 룸 같은 곳에 다다르자 발길을 멈추었다. 그녀는 모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 앞에서 보초를 서던 공안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하더니, 이내 다시 그에게로 돌아왔다.


그녀는 할일을 모두 마쳤다는 듯 사무적으로 허리를 숙여 배웅했다.


“이 안에 공작님이 계십니다. 대위님을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공안이 보초를 서는군요. 이 방이 사건장소입니까? 공작께선 안에서 사건을 지휘하고 계시고? ”


“아닙니다. 전대 공작님께서 붕어하신 곳은 다른 층입니다. 대위님께서 사건을 정식으로 수주하시기 이전에 갑챠카 바스토리안 마레 공작님께서는 대위님을 먼저 이곳에서 손님으로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거 듣기 좋은 소식이군요.”


하기사, 아무리 제정신이 아닌 갑챠카라도 부르자마자 뚝딱 해결하라고 시키진 않을것이다. 


모스는 뒤틀린 예절방식을 주입시킨 갑챠카를 저주하며 문고리를 열어 방 안으로 향했다.


“이게 누구야, 해방전선의 영웅 아니신가?”


언제봐도 기분나쁜 노르웨이 콧수염에, 각지고 부스럼이 일어난 주걱턱. 저잣거리의 아이들이나 술집의 고주망태들이 떠벌리고 다니는, 공작가의 혈통이라고 불리는 다급한 성미가 아로새겨진 그의 매부리 코가 그를 적법한 마레 공작가의 혈통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듯 하다.


사관학교에서 언제나 사건사고를 이끌고 다녔고, 임관 후에도 부대원들과 음주가무를 즐기다 탈영 후 근신 및 파면을 당할 뻔했지만 공작가의 뒷배를 써서 복직, 그런 주제에 영관으로 진급한 이후에도 휘하 위관장교들을 날마다 쥐잡듯이 패고 다녀서 ‘앙트란의 문제아’ 소리를 들었던 시대의 탕아.


갑챠카 바스토리안 마레 공작이 특유의 힘빠지는 복식 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귀찮은 체면치레는 됐네. 그래, 잘 지냈는가?”


“엊그저께 부친상을 당한 이에게 안부인사라니. 도대체 어느 지구 예법인가?”


모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전선에 있을 때, 자네가 밤마다 자네 부친을 매일 죽일듯이 저주하던걸 내가 어떻게 까먹을까. 강제로 군입대를 시킨 걸 그렇게 원망하더니, 보아하니 이제는 꽤나 군에 잘 적응했나보군?”


갑챠카는 뜨끔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그거랑 이거랑은 심각히 다른 문제라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가족의 정마저 내다버렸을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가? 그럼 정중히 사과하겠네.”


“내 넓은 아량으로 받아들이지.”


모스와 갑챠카는 동시에 미소지었다.


“사실, 알다시피 내 아버지는 그다지 바른 인간은 아니었다네. 온갖 죽어 마땅한 짓은 다하고 다녔어. 그렇게 쌓은 부로 호의호식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야 어쨌든 공민들은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겠지.”


갑챠카는 뜸을 들이다, 진중한 구석이 있는 얼굴로 모스에게 말했다.


“그래도, 공작령 한가운데에서 전대 공작이 살해당한 건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네. 이 일로 공작력의 위신은 둘째치고, 운하역할을 도맡던 공작령의 공신력을 심각하게 흔들리게 되었고, 어쩌면 외교적인 문제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외교적?”


“범행도구가 아스톨파였네.”


아스톨파. 내우주의 거대 산유국인 위가례안 연방의 첩보국에서 사용하여 유명해진 신경독소이다.


“운하의 독점이 불만이라는 근거로, 공작령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건가?”


“어쩌면, 그렇다네.”


“너무 확대해석같은데…”


“일단 물적 증거를 확보한 이상, 공작령에서는 할 수 있는 한의 최대한의 대응을 해야만 하네. 암살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 다음 도전도 허락하겠다는 무언의 대답이나 마찬가지니까.”


갑챠카 공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온더락 글라스에 집게로 얼음을 집어넣고, 이어 스카치 위스키를 따랐다. 위스키 특유의 얇은 오크향과 떫은 냄새가 신경을 자극했다.


“….대충 알겠군.”


모스는 잔을 건네 받아 마시며 공작의 말을 곱씹었다. 


갑챠카 공작, 아니 갑챠카 소령은, 두려운 것이다. 


해방전선의 마지막 그날처럼, 옆에서 포격을 맞으며 눈을 부릅뜬 채 죽어가는 장병들의 시선을 피하며 겁에 질린 눈으로 머리를 부여 잡았던 그때처럼. 아버지 다음이 자신이 될까봐. 혹은 전대부터 아버지까지 쌓아온 공작령의 모든 유산들을 자신이 무너뜨릴까봐.


그는 빈 잔을 내려놓는 공작의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보며 어렴풋이 그의 마음을 짐작했다.


“원체 복잡한 게 아니군. 그래, 내가 사건을 수주하지. 그러면 되겠나?”


갑챠카 공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마냥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그래주겠나?”


“잔금이나 제대로 치루게. 카드 막혔다고 빚 떼어먹히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니.”


“당연한 소리를! 역시 전쟁영웅이라 그런지 시원시원하구만!”


그는 짓눌린 압박에서 벗어난듯 호탕한 웃음을 짓더니, 모스의 등을 시원하게 때렸다.


갑챠카의 오랑우탄같은 체격에 비례한 둔탁한 충격에 잠시 어지러웠지만, 익숙한 일인지라 모스는 그럭저럭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사건경위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듣지? 현장을 좀 둘러보고 싶은데”


“오, 그래, 아직 소개를 안시켜줬군.”


갑챠카는 소매를 걷어 팔목을 휘감은 의수 임플란트의 한 부분을 눌렀다. 순금으로 도금되어 열기를 머금은 듯 반짝거리는 그의 의수를 보니, 마레가의 집안내력에 금도착증도 있었나 싶어 심각하게 고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옅은 모란 향이 나는 은색의 장발을 하고, 제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와 모스와 공작을 향해 정중하게 경례했다.


“미리안 경위입니다. 이야기는 익히 들었습니다. 툴리앙 모쉬마리안 대위님.”


“굳이 직책을 붙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역한지는 오래되었으니까요.”


그녀는 생각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재차 되물었다.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부르면 좋겠습니까?”


그는 건조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탐정 모스라고 불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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