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의 숲.

 

한 무리의 사슴이 해가 뜨기 전 목을 축이기

 위해 호수에 옹기종기 모여 호숫물에 머리를

 박곤 물을 마시고 있다.

 

끼기긱......

 

그리고 그런 사슴 무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활시위를 당기는 한 사냥꾼.

 

한쪽 눈을 다친 건지, 조잡한 안대로 가린

 상태지만, 재주 좋게 남은 한쪽 눈으로 

 사냥감을 정하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나, 둘, 셋.

 

물을 충분히 마신 건지, 서서히 떠나가는 

 사슴을 보며 속으로 숫자를 센다.

 

그리고, 활시위를 놓는다.

 

사냥꾼의 손을 떠난 화살은 정확히 새끼를 

 챙기느라 뒤처진 암사슴의 눈에 명중했다.

 

사슴 특유의 기괴한 울음소리가 사슴들을

 자극하며 호숫가는 혼란에 빠졌다.

 

사슴들이 생존을 위해 숲으로 도망치며 다시

 고요해진 호숫가.

 

모두가 떠난 그곳엔 숨을 헐떡이는 사슴과

 그런 사슴을 내려다보는 사냥꾼만 남았다.

 

“..............”

 

죽어가는 사슴을 한동안 조용히 바라보던

 사냥꾼은 단검을 꺼내 목을 긋고 사슴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곤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 사냥꾼.

 

이내 기도를 마친 사냥꾼은 본격적으로

 사슴의 해부를 시작했다.

 

사냥꾼은 능숙하게 가죽에 흠이 가지 않게

 하면서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사슴을 해체해

 부산물을 챙기곤 자리를 정리한다.

 

피 묻은 장갑과 옷가지는 벗어 버리고, 가지고

 가지 못할 내장과 뼈는 미리 준비한 구덩이에

 버린 뒤 피 냄새가 멀리 퍼지지 않게 꼼꼼히

 묻었다.


그렇게 뒷처리를 완료한 사냥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오늘도 일용 할 양식을 주신 숲에 감사를.”

 

사냥꾼의 청아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숲은

 고요하게 아침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