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공포이기도 합니다.


저는 약쟁이 입니다. 

길거리에서, 뒷골목에서, 순간의 쾌락을 영원에 사고파는 그런  부류는 아닙니다.

의사와 약사가 합법적으로 처방해준 수면세 4주치. 졸피뎀 280g, 이것이 제 약의 전부입니다. 다른 약물은 관심보다 두려움이 더욱 앞서 도망쳐 버렸습니다.


저는 원래 불면증을 앓던 사람 이였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던 날. 저는 봉투를 하나 더 들었습니다.

손에 들린봉투는 찢어져 귀퉁이에는  용법과 용량의 사용에 주위하라고 적혀있었지만, 망설임없이 그 고요한아우성들을 저는 넘어 다음으로 갔습니다.


그날, 저는 환각을 보왔고, 이름모를 충만감과 고양감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그 습성은 이내 버릇이 되어 4주치 약을 사면 일 주일 없어지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천성이 겁이 많은 무식쟁이라 다행히도 불법구매라는 것엔 눈독도 들이지 않고 있으니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도 이성적으로 보입니다.

이런 날이 지속되다보니, 집에 돌아오면 바로 약먹고 잠드는것이 취미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잠은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무식쟁이지만,

오늘도 권장 용량을 한참 넘은 약을 물과 삼키고 있습니다.


저 자신이 행태가 부끄럽고, 약을 먹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못자는 데 의지가 부끄럽고, 약에 의존하지 말야겠다 다짐하고선 다음날이 반복되는게 수치스럽습니다.


무엇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어쩌면 저라는 인간은,

나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줄여 정량을 먹어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마지막 양심이 절 지탱하고 있습니다.


더없이 추하고, 치졸하고, 수치스러운 저지만,

실낱같은 희망에 몸을 실고 내일이 더 나은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그것이

저라는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