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요, 한번 일을 나가면 그날은 집에서 보지 못합니다.

하루종일 까마귀들이 어찌나 달라드는지- 직접 쫓겠다며 매일같이 나가 논밭에 우두커니 서 까마귀가 달라드는지 보는것이 어언 5개월째지요.


우리집 근처를 지나갈때에 나 홀로 앉아 무언짓을 하는것을 볼 수 있을겁니다.

우리집은 시내 근처에 위치해있어 아이들이 자주 지나가고는 하는데, 그럴때마다 부모님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네놈 고아이냐 하고 묻는 경우가 많지요.


가끔은 학당에 가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웬종일 논밭에 서서 고생한 보람이 있을때에는 가는것이고, 그렇지 않을때에는 가지 않습니다.

어쩌다 학당에 들어설때에는, 우리집 근처를 지나가며 나를 본 아이들이 수군대기 십상이지요.


모든 아이들이 나를 보며 쟈는 고아이요 하며 이야기를 하는것은 아니겠으나, 이따금 부주의한 친구들은 장본인의 귀에 들도록 속삭이는 탓에 그런 사람이 있음은 충분히 알지요.


이제는 그런 소리에 익숙해지긴 하였으나, 갑자기 열이 뻗쳐 소리를 악 지르기도 합니다.

그러며는 수군대는 소리가 줄어드는듯 하기도 하나 결국은 더 늘어나기만 하겄지요.


그래서는 그저, 그래 내 아비가 없시올시다. 하고는 말해주고 떠나가지요.


그런 일들을 겪고 집으로 돌아가면 여전히 아버지는 논밭에 서서 고 시꺼먼 놈들을 쳐다보고있을 뿐입니다.

어찌 까마귀만큼도 나를 쳐다봐주지 않는지.

저 하늘에 고고히 날며 결실을 탐내는 까마귀들이 이렇게 말하며 아버지를 놀리는듯도 하지요.


허수아비야- 허수아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