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인간실격 中]-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자기 고백문입니다. 주마등이 지나갈때 이 문장이 생각나지 않으면 좋으려만, 지금을 회고한다면 이 문장이 필연적으로 스쳐지나 갈것만 같아 두렵습니다. 참으로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갔습니다. 지금은 이 악습을 떨쳐냈고, 그래도 나 자신에게 만큼은 정직하였다 생각하였는데, 이 두 문장을 더이상 믿을수가 없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속여 내가 정직하다고 믿게 하였음을 의심합니다. 나는 이제 나조차도 믿지 못합니다. 나만큼은 나를 이해할 줄 알았는데, 나는 내 둘도 없는 친우를 더 이상 믿지 못합니다. 의심의 뿌리가 이미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았습니다. 애써 외면해 보지만, 이미 커져, 돌이킬수도, 무시할수도 없습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으며, 나를 그 누가 믿겠습니까.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 갑니다, 그렇게 소통을 하고, 갈등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사회로 나아갑니다. 인간은 노력을 합니다. 목표를 정하여 앞으로 나아갑니다. 때로는 지쳐 느리게, 간혹 잘못된 방향으로 가긴해도, 결국 움직입니다. 인간은 사회의 동물, 인간은 노력하는 존재라는 이 두 전제중 하나라도 옳다면, 저는 그야말로 인간 실격입니다. 사회가 나를 거부하는 것일까봐 두렵습니다. 저도, 적어도 한때는 사회속에 있었습니다, 중심에 있진 않았지만, 적어도 사회에 속해있는 범주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외롭습니다. 사람들 속에 있지만, 혼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이 가치 없는 몸뚱아리를 움직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방법을 모른다고 나 자신을 속여 나아가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두렵습니다,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제 두 눈은 멀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두 눈이, 보이는 것이 행여 있다 하더라도,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이미지를 뒤틀고 변형시켜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게 하는 두 눈이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제 두 눈이 멀어버린것이 분명합니다. 목표가 저기 있건만, 저는 걸어가지 못합니다. 제 두 다리 조차 분질러져, 저는 걷지 못합니다. 제 뇌는 생각을 멈추고, 제 생각은 뛰지를 않습니다. 저는 죽었나 봅니다. 저는 죽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이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분명히 죽었습니다, 죽고 관속에 들어가 허얀 불에 태워져 한 그루 소나무의 양분이 된지 오래입니다.



 저를 찾지 마십시오, 죽은 사람을 찾아 무엇하겠습니까, 헛된 행동입니다.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너무 지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