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봄엔 눈이 왔지요.

사근사근히 내린 눈밭이 어찌 허옇던지.

눈밭에선 어떤 작물이 자라는지 아십니까? 

제 생각엔, 그것은 토끼입니다.

눈밭도 허옇고, 그러니 거기서 허연것이 나와야 마땅하지요.

본래 모내기밭에는 오리가 자라지 않습니까?


아무튼, 어제적 봄에도 눈은 왔습니다.

하늘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고 땅에도 소복이 눈이 쌓이고

그저 눈이 오지 아니한곳은 당신네 마음 내 마음 그런곳입니다.

차갑고 시린것만이 눈은 아니지요.

하아얗게, 하늘에서 찬천히 떨어지던 그것들도 분명히 눈입니다.


으음, 그래서 여름에도 눈이 옵니다.

봄에도 눈이 오고, 겨울에도 눈이 오니까 여름에도 눈이 오것지요?

겨울엔 차가운 눈이, 봄에는 땃땃한 눈이 내립니다.

여름에는 어떤 눈이 올지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여름에는 아직 오지 않았거든요.

그저께는 겨울, 어제는 봄, 오늘은 여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