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었습니다. 뛰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진 않았습니다.

뒤를 돌아보거든 내가 지나온 길이 초라해질까봐 그저 가슴속에 묻고 다시 앞걸음을 내딛습니다.


원망스럽더군요 남들은 바람이 등을 밀어주던데

왜 저는 바람이 정면으로만 불어오는 걸까요

한참을 걷다보면 내가 왜 걷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망각하고 말겁니다.

상관 없습니다.

그러나 서럽더군요.. 앞이 보이지 않으면 무엇을 이정표 삼아 나아가야 합니까?

어쩔때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어나는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제 마음이 시키는데로 걸어보고 또, 남들이 가라는 길을 걸어보기도 했습니다.

둘 다 목적지는 없더군요


그래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달리지도 않았습니다. 의미 없다는것을 알기에

하지만 끝내 지치더군요

그래서 잠깐 제자리에 멈췄습니다.

멈추어서 바라보았습니다. 어둠속에 하나 없는 이정표를 찾아.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제게 지나온 길이 보이더군요

 제가 지나왔던 길은 결코


결코 초라하지 않았습니다.

어둠을 밝게 빛내는 이정표가 되어 앞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일렁거렸습니다.

땀이 바람을 타고 흩어지자 한결 시원해 졌습니다.

이젠 달려봐야겠습니다.

달려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