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제목 실화냐

참고로 이 소설 추천하는 글은 아니다. 


 '악당이 되었더니 미소녀 천국이라 대승리!!'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최강의 히어로의 남동생인 주인공. 주인공은 누나를 동경하지만 결국 누나를 넘어설 수는 없고, 자신은 평생 최강히어로의 남동생1로 기억될거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결국 주인공은 최강의 히어로가 될 수 없다면 '최악의 빌런'이라도 되어주겠다고 결심하고 악의 조직에 입단한다. 약소 조직을 장악한 뒤, 조금씩 나와바리 싸움을 하며 모든 악의 조직을 흡수해 총통이 될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여기까진 제목에서 기대할만한 지극히 정상적인 전개다. 착했던 주인공이 열등감에 타락해 악의 조직원이 되고, 빌런들과 음습한 정치질을 하는 그림이 상상되지 않는가? 그 와중에 악의 간부 미소녀들과 얽혀 하렘이 늘어나겠지!


 난 그런걸 기대하며 읽었다. 아마 이 소설 읽은 사람 대부분이 그렇게 되길 바랬을거다. 하지만 악의 조직 입단 순간부터 이상한 전개가 시작된다.


 주인공이 들어간 악의 조직, 그 이름은


 '엉덩이단'


 


아니 주인공의 빌런생활이 시작될 조직이름이 '엉덩이단'이라고? 보통 악의 조직이란건 '블랙어쩌구' '다크어쩌구' 그런 이름으로 나오는게 아닌가?


그리고 엉덩이단 총통 미소녀가 악의 조직을 세운 이유. 그건 "여성의 엉덩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얘가 세상 지배하면 예쁜 여자는 엉덩이 드러나는 레오타드 복장 입고 다녀야함


 


이보다 더 임팩트있는 목표를 지닌 악의 조직은 그 어떤 소설에서도 본적이 없다. 근데 그게 주인공이 들어간 조직이야.


 주인공은 실수&강제입단 콤보로 이 엉덩이단에 들어가게 된다. 단원은 총통미소녀, 총통미소녀의 소꿉친구 미소녀, 그리고 주인공.


 그렇다. 

 표지에 나온 저 둘이 끝이다. 

 


미소녀 천국도 아니잔아...

게다가 한명은 여자 엉덩이에 집착하는 머리 이상한 총통... 총통의 오른팔은 총통을 사랑하는 레즈... 



히로인... 없자나...


어쨌든 총통은 주인공이 들어와 총통-간부-조직원의 조직도가 갖춰지자 곧바로 이웃 조직과 나와바리 싸움을 신청한다. 


그런데 엉덩이단 나와바리 바로 옆에 있는 조직이 바로 세계관 서열 3위 악의 조직.



참고로 엉덩이단이라는 이 미친 조직이 살아남아 있던 이유는, 서열 3위 조직에서 엉덩이단이라는게 존재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총통-간부 둘 뿐이고 조직 아지트도 고등학교 동아리 부실을 빌려쓰고 있어서 학생동아리로 완벽한 위장이 가능했다고 함. 솔직히 이거 악의 조직이 아니라 그냥 엉덩이 페티쉬 동아리인거 같은데?



어쨌든 서열 3위 조직과 엉덩이단이 싸우게 된다. 3명 뿐인 조직이 수천명 단위의 조폭에게 함뜨자고 한거


엉덩이단의 간부가 강한 초능력자인 덕분에 적의 조직원을 정리하는데는 성공한다. 하지만 적 조직의 총통은 만만치않게 강한 초능력자. 세계관 서열 3위의 빌런 마녀!


 빌런의 능력은 '숭배를 받을수록 강해지는 것'. 그래서 수천명을 다스리는 조직을 만든 것이었다. 딱 봐도 엉덩이단 간부로는 이길 수 없는 강적. 


그리고 엉덩이단 총통이 나선다



넌 나서지마....


엉덩이단 총통은 빌런이 입은 엉덩이가 부각되는 레오타드 의상을 칭찬하며 한발짝씩 다가간다. 생리적인 혐오감을 느낀 빌런은 도망치려하지만 순식간에 엉덩이를 붙잡히고, 현란한 엉덩이 마사지에 힘이 풀려 쓰러지고 만다. 가벼운 스팽킹도 당한다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그리고 부하들의 숭배심이 떨어지고 '꼴림'이 증가하면서 빌런의 초능력 또한 급속도로 약체화. 이렇게 세계관 3위 악의 조직은 무너지고 엉덩이단이 세계 3대 악의 조직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미친건가... 이 전개...


어쨌든 한때 3대 빌런이라 불렸던 카리스마 마녀는 엉덩이단에 강제 소속되어 총통이 원하면 언제든지 만져라고 엉덩이를 내밀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인공이 원하면 내미는게 아님

총통이 원하면 내미는거다



이거 주인공의 대승리도 아니자나

총통의 대승리자나


어쨌든 주인공의 목적은 반절 달성되었다 뭐?

강대한 악의 조직에 소속된 빌런이 되어 누나가 자신을 진지하게 마주보게 하겠다는 목표가 이루어진것.


다만 그게... 그... 동생이 '엉덩이단'의 대간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히어로의 기분도 참... 그렇겠다 싶다. 능력있는 동생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왜 엉덩이단인데? 싶어지겠지.



분노한 주인공의 누나가 엉덩이단을 습격한다. 3위 마녀와 소꿉친구 간부가 힘을 합쳐보았지만 누나와는 전투력이 10배 가까이 차이나는 상황. 


 누나는 쓰러진 엉덩이단 간부 앞에서 주인공을 쓰다듬어주며 '잠입임무 수고했다'고 말한다. 다른 단원은 다 체포하겠지만 주인공은 풀어주기 위해서 미리 밑밥을 까는거.


 그리고 남주가 엉덩이단이 대체 뭘 잘못했냐고 누나에게 발악한다. 갑분역전재판됨. 엉덩이를 좋아하고 찬양할 뿐인 단체가 불온단체라고 해산되어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엉덩이단을 필사적으로 변호한다


그러자 누나가 말한다


"엉덩이단이라는 이름이 불온하다."



그건 맞는 말이에요


결국 주인공이 누나에게 끌려가나 싶은데, 총통이 나선다. 이 소설 진주인공 총통임. 좋은 장면은 총통이 다 가져간다.


 총통은 "엉덩이를 좋아하는게 뭐가 잘못이에요! 난 엉덩이가 좋은걸! 이렇게나!"라고 외치며 초능력을 각성한다. 그 수치는 스카우터가 터질 정도.


그리고 하늘에서 찬란한 휘광에 휩싸인 



거대한 엉덩이가 떨어져내린다



뭐야 이거 무서워


총통의 무한한 초능력이 응축된 거대 엉덩이. 주인공의 누나는 그걸 받아내려하지만 유한으로 무한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 결국 거대 엉덩이에 '찍'하고 깔려서 패배한다


주인공은 최강이었던 누나가 패하는걸 보고 마음의 족쇄가 풀려나간걸 느끼게 되고, 앞으로도 엉덩이단에 있을거라 다짐한다. 누나는 엉덩이단이 통제 불가능한 힘을 지녔단걸 깨닫고 주인공에게 똑바로 감시해라고 말하며 퇴장하고




이렇게 주인공 스스로 엉덩이단이라는 미친 조직의 일원이 되어 행복을 찾은걸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내리는 평은 대부분 비슷하다



형편없는 소설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인 것. 


  작가는 이 소설이 형편없다는걸 몰랐을까?

 알았을거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면 이런 소설을 끝까지 쓰지 못한다.


 '엉덩이단'이라는 미친 소재는 아무나 쓸수있는게 아니다. '이건 어차피 한번 읽고 버릴 소설인데 딱 거기에 맞는 수준으로 쓰면 되지'라고 욕먹을 각오가 되어있는 작가가 아니면 못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한다.

 제목부터 내용까지 욕먹을만한 어그로 투성이로 만들었다는데서 대담함이 느껴진다.


 게다가 이상한 전개에 이상한 소재지만 구성 자체는 일반적인 이능배틀 라노벨과 똑같은 양산형이란 점도 맘에 든다. 익숙한 구성에 미친 소재라는 조합으로 킬링타임 작품의 성질을 유지한 채 최대한의 임팩트를 이끌어낸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소재로 끝까지 썼다는데 있다. 아니 세상에 어떤 작가가 엉덩이단이라는 소재로 200페이지 넘는 장편 소설을 쓰려하겠냐고. 


 막상 해보면 '내가 뭘 쓰고 있지...'하면서 현탐 오지게 올건데 그걸 이 작가는 어떻게든 해낸거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