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죽었도다.

서늘한 땅속의 서늘한 관속의 가장 서늘한 시체가 묻혔도다.

그 시체의 이름은 무엇인고, 하면.


누구보다 남의 길을 훑어가기를 즐겨하고

그럭저럭 평탄한 대로 위를 때론 기어서, 때론 뛰어서 걸으며

저 하늘 떠가는 구름 한점 보지 않고, 양옆으로 지나는 친우 하나 붙잡지 않고


그럴법한 일들에, 그럴듯한 인물에,

그냥 죽음. 별 다른 명칭이 없는 죽음.

결국은 그런 사람이다.


이 무덤 앞에 돌을 하나 세울것이다.

볼록 튀어나온 무덤의 앞으로, 시커먼 돌 하나 세우고

그 위에다간 이름 하나. 친지 하나. 


아무 의미도 없던 생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후를.

결국은 돌 또한 부스러질 것이고, 말 또한 읽히지 않게 되리라.


남긴것 하나 없는 생에게 남는것은 이름.

딱딱하게 음각하고는, 또 한번 잊혀질때까지 방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