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하루를 살아갈뿐인 나에게 목적이란 그 얼마나 무의미한것이자 자신의 덧없음을 덧붙여주는 좋은 수단인가.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발에 몸을 맡기고 이리 비틀리고 저리 휘청이며 걸어가는 그 거리 위에서의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또 생각하고 그러하며 하릴없는 정신을 안달시키고자 노력하는가.


주어진것은 자산도 아니요 생각도 아니요 무가치함도 아니요 그저 아무것도 없고 그저 목적성 단 한개인데 그것이 내 인생에서 북두칠성이 되어 나를 현혹할 자격이 되는가.


모르겠음을 인정하는데 그것을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으니 나는 모르겠음을 인정받을수가 없는 노릇이라 끝없이 아는척만 해야하는고로 그것이 얼마나 지극한 고통인지 어찌 헤아리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또 걷고 걷고 걷는데 나의 목적지는 어쨌는지 알수도 없고 그것을 인정될수도 없으니 내 앞에 지도 한장 깔린 마냥 바닥을 두런거리고 땅을 훑는것은 과연 내가 길을 걷는것인지 혹은 걷는것이 나를 하는것인가.


목적성은 주어진것이고 내가 가진것은 오직 몸뚱이 하나인데 내 발목은 붙잡혔고 내 시선은 고정됐고 내 입가는 쌜룩이고 오직 듣기 좋은 말만 나불대니 결국 내 몸뚱이도 내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쇠사슬 치렁이고 무거운데 애써 그렇지 않은척 제대로 살아가려는듯 보여지려니 그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이고 기피하고 싶은 일인가.


기피대상은 기피대상이 되지 못하고 도망은 도망이 되지 못하고 그자리에 서서 나불대다 다시금 비틀거려 집으로 낙하하는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겠는가.


시계의 날이 공허를 가르고 제자리에서 만나 서로를 부닥치는 그때를 기다리며 아무생각도 하지 않기란 얼마나 생각하기가 힘든 짓인가.


어딘가로 날아가고는 싶은데 나는 어디로 날아갈지를 몰라 그저 아뜩한 하늘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것이 제법 운치있음에도 실천할 용기는 없다는것에 제 자신에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결국은 세상에 분풀이를 하고 싶어지나 그것또한 불능한 무능의 세태에 우울 한바가지 삼키기가 그리 어려운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