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해야하지만 그것을 하지 않을때 사람은 무엇을 느끼는가.

쾌락? 행복? 걱정? 고민?

그 순간 자체로는 행복하지만 끝끝내는 걱정으로 귀결되리라-


  나를 어렴풋이 아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살기가 너무도 힘든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그저 조용한 무향실에 틀어박히거나 차라리 나를 모르는 사람만 있었으면 한다. 나도 상대를 모르고 상대도 나를 모르는 관계항에서 행해지는 행동과 언어들은 쌍방으로 무의미하기에, 비로소 그런 관계속에서만 서로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것이다.


  어떤 선민의식 속에서 살다가 보면, 남들이 혐오스럽기도 하고 그 선민의식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깨우칠때마다 내 자신이 혐오스럽기도 하다. 나는 보통 후자에 속한다. 과한 자존감과 적당한 자존감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이 나의 주된 고민이기도 하고 모호한 관념이기도 하다. 나 자신은 자존감이 있다고 평가하지만, 그것이 선민의식으로 변질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남들을 비판할거리가 하나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톨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남들을 향한 참을 수 없는 증오에 가깝다. 나는 그러하다. 남들이 증오스럽기에 외톨이를 택한다. 적당한 선 내에서, 서로 잘 모르지만 잘 안다고 착각하는 선 내에서 살기를 바란다. 나의 부모는 나를 안다. 어렴풋이 안다. 나의 친우는 나를 안다. 어렴풋이 안다. 오직 나 자신을 알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고, 진정으로 끝없이 함께할 수 있는 존재는 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