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사는 대학생입니다.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검색해보니까 자전거 타고 20분 거리에 맥도날드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제는 내팽개치고 게임을 하다 보니 12시가 넘었지 뭐에요.

맥도날드는 12시에 닫는다고 합니다. 24시간 하는 가게를 찾아보니 잭 인 더 박스라는 패스트푸드점이 있네요.

게임을 더 하다가 배가 고파 2시쯤 출발했습니다. 겨울 날씨에 새벽이라 티셔츠에 후드티, 그 위에 털로 된 후드 집업까지 걸쳤습니다.

저는 자전거 대신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닙니다. 캠퍼스가 산 위에 있는 데다가 넓다고 하니, 돌아다니기 편하도록 부모님이 사주셨어요.

기숙사 근처는 말 그대로 야생입니다. 칠면조나 사슴이 보일 때도 있죠.

다들 자는지, 개를 닮은 (아마 코요테가 아니었을까요?) 동물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풀에서 소리는 계속 들려왔지만요.

시내로 나가도 차는 거의 없었습니다. 조금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서면 가로등도 없어 소름이 돋을 정도에요.

가끔 가다 대마 냄새도 났습니다. 파는 곳도 있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무서웠어요. 칼이나 총을 든 노숙자한테 강도짓을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여기에서 살게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가지만, 다운타운은 오늘로 두 번째입니다. 제가 워낙에 집돌이인지라.

샛길에는 다섯 명의 백인 남자들이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침 길을 확인하기 위해 잠깐 멈췄어요.

그중 한 명이 말을 걸더군요. 농담으로 미래에서 온 것이 아니냐 물어봅니다.

저 아직 헷갈린다고, 지금이 몇 년도냐며 맞장구쳤습니다.

그 뒤로 뭐라고 더 하셨는데, 잘 못 들어서 대충 얼버무리고 갈 길을 마저 갔습니다.

들려오는 말소리에 불안해 계속해서 뒤돌아 보았지만, 다행히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제 전동 킥보드는 배터리가 총 5칸으로 표시됩니다. 충전하는 걸 까먹어 3칸으로 나왔는데, 어느새 2칸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말은 즉슨, 이 외출 도중에 꺼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은 오르막이에요.

저는 황급히 헤드라이트를 껐습니다. 그리고 속도 모드를 가장 느리게 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 했죠.

스쳐 지나간 풍경은 아름답다가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제가 봐온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띄는 거리였거든요.

범죄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비주얼의 건물들도 있었답니다. 여러모로 기분이 이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