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지나간 시절의 학교 이야기들.


한 학교에 수백, 아니 천 몇백 명 의 미성년자들이 좁아터진 교실에 콩나물 시루 마냥 빽빽하게 틀어 박혀있던 시절.


매주 월요일. 아침 조회는 언제나 한자리에 모여 교장인지 뭔지 하는 것이 마이크 대고 목청 것 무언가를 지껄여 대었다.


잠깐이라도 수 틀리면 그 자리에서 학생들 전부 다 얼차려를 주기 때문에 억지라도 듣는 척을 해야 했다.


점심시간. 날카로운 돌 쪼가리에 살 가죽 찢겨지기 쉬운 운동장 모래벌판.


우린 늘 그렇듯이 자리가 있든 없든 간에 열 불나게 공 차기를 해댔다.


난 그 자리에 끼기 싫어 언제나 도서관에 쳐 박혀 살고 있었다.


소심하고 기가 약하면 누구든지 멸시 당하고 쳐 맞기만 했다. 


착하고 선량한 것 따윈, 그저 만만하게 볼 무언가로 밖에 안보였다.


언제나 힘이 세고 성질이 난폭한 놈들이 반의 분위기를 휘어 잡기 마련이니까.


학교에 들어간 누구든 간에 교실은 야생이자 지옥 한복판이었다.


참다 못해 애들이 뭐라도 터뜨리면, 언제나 사건을 감추려 급급한 게 교장, 교감 선생이란 작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선생은 우릴 지켜 주질 않았다. 


아니 그 새끼들은 제자들을 잔인하게 다뤘다.


골프채. 당구 큐대. 스텐 파이프로 된 마포 자루 따위 들.


훈육이란 이름의 화풀이로 우리네 허벅지는 피 멍들고 찢겨져 흉터 자국만 남았었다.


(가끔 가다 영구 장애를 입거나 죽거나 하는 건 덤이고.)


우린 그 가멸 차기 그지없는 병신 같은 그 시절을 어찌 살아왔었을까.


가끔 나이 차가 제법 되는 어린 동생들이 우리네 학창 시절이 정말로 그랬냐고 물어보곤 한다.


맞다고 말해주니, 자신들 같았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라 학을 뗀다.


그러고 보니 나 어릴 적에도 언젠가 나이 많은 아저씨에게 학창 시절에 대해 똑같이 물어봤었지.


어찌 저렇게 나하고 같은 반응이 나왔던 지 신기하기만 하다.


내 살고 있는 빌라 옆.


창문을 열어 저기 저녁 늦게 까지 불이 켜진 고등학교 교정을 내다 본다.


저 나이 어린 애기 들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지던 날이었다.


- 2020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