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작가는 미국의 시인 겸 소설가, 칼럼니스트

찰스 부코스키(1920-1994)이다. 


독일의 마을 안더나흐 태생이지만 어릴 적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 평생을 살았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미국 하류인생의 계관시인” - 타임지

“유럽과 미국 양쪽에서 숭배 대상이 된 시인” - 인디펜던트


하급노동자, 부랑자, 행려자로 생활하면서

미국 비트 세대의 밑바닥을 진실하게 노래한 작가.

그의 삶을 한번 훑어보자.


찰스 부코스키는…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네 살 때 잡지에 첫 단편을 발표하지만 꾸준히 창작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하급노동자로 오랜 기간 창고, 공장 등을 전전했다.


미국우정공사에서 우편사무원과 집배원으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쓰기도 하다, 잦은 결근과 지각으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때 한 출판사의 제의ㅡ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매달 1백 달러씩 주겠다ㅡ를 받아들이고, 소설 ‘우체국’을 펴낸다.


박봉의 전업작가 생활을 택한 부코스키는 이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그때 내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우체국에 남아 미쳐 가느냐, 아니면 그곳을 빠져나와 작가로 살면서 굶주리느냐. 나는 굶주리는 쪽을 선택했다.”


‘우체국’으로 데뷔해 평생 60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펴낸 그는 1994년 3월 백혈병으로 타계한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애쓰지 마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작가로 지내면서 당시 미국 주류 문단으로부터 쓰레기 같은 취급을 받으며 배척되기도 했지만, 미국 젊은 세대와 더불어 유럽의 여러 국가들로부터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ㅡ커트 코베인 등이 그의 광팬이었다ㅡ


하류 인생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날것 같은 문체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터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고 반면 본인의 본모습과 창작을 구분 짓지 않는 모습에 반하는 독자들도 있다.


그의 작품 몇 가지를 전한다.


자, 들어 봐,

난 내가 죽을 때 누가 우는 거 별로야, 그냥

처분 절차나 밟아, 난 한세상 잘 살았어, 혹여

한가락 하는 인간이 있었다고 해도, 나한텐

못 당해, 난 예닐곱 명분의 인생을 살았거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아,

그러니 추도사는 하지 마, 제발,

정 하고 싶으면 그는 경마 도박을 했고

대단한 꾼이었다고만 해 줘.


다음 차례는 당신이야,

당신이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거든,

그럴 수도 있단 얘기야.


-찰스 부코스키의 시 ‘잊어버려’ 中



배를 곯고 살 때도

나는 출판사의 거절 통지에 개의치 않았다.

편집자들이 참 멍청하구나

생각하고는

계속 글을 쓰고 또

썼다.

그대로 그렇게 행동으로 거절해 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최악은 텅 빈

우편함이었다.


마음이 약해지거나 기대를 한 적이

있었다면

거절한 편집자를 한번

만나 보고 싶은

정도랄까.

남자든 여자든 그 사람의 얼굴

차림새, 방을 건너오는

걸음걸이, 목소리

눈에 담긴 표정을 보고 싶었다……

딱 한 사람만이라도

딱 한 번만이라도.


알다시피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나를 변변찮다 말하는

종이 한 장뿐이라면

편집자를

신의 반열에 오른

존재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배를 곯을 때는

지옥은 닫힌 문이다

가끔 문 열쇠 구멍으로

그 너머가 얼핏

보이는.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 가는 것은

없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 ‘지옥은 닫힌 문이다’ 中



치즈 발

커피포트 영혼

당구를 싫어하는 손

클립을 닮은 눈

나는 적포도주를 좋아한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지루해 한다.

나는 지진이 일어날 때 유순해진다.

나는 장례식에 가면 졸리다

나는 퍼레이드에서 토하고

체스 게임에

씹에 보살핌에 몸을 바친다

나는 교회에서 오줌 냄새를 맡는다.

나는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다.

나는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다.


클립을 닮은 눈

나의 초록빛 눈

나는 백포도주를 좋아한다.


내 콘돔 상자는

말라비틀어질 지경

나는 그것들을 꺼낸다.

트로전앤츠(콘돔 브랜드)

성감 상승을 위해

윤활유가 발린 것

나는 그것들을 꺼내

세 개를 끼워 본다.


내 침실 벽은 파란색


린다 당신은 어디 갔어?

캐서린 당신은 어디 갔어?

(니나는 영국에 갔다.)


발톱깎이랑

원덱스 세정제(유리 세정제)도 마련해 놨건만

초록빛 눈

파란 침실

찬란한 기관총 태양


이 모든 게

기름바위에 갇힌 물개 신세

오후 3시 36분에

롱비치 악대에 둘러싸인 신세


뒤에서 째각째각 소리는 나는데

시계는 없구나

코 왼쪽으로

뭐가 기어가는 느낌이야

비행기의 기억은


의치를 한 어머니와

의치를 한 아버지는

평생 토요일마다

집 안의 깔개를 죄다 들어내고

견목 마룻바닥에 왁스 칠을 하고는

깔개를 도로 덮었지.


그런데 니나는 영국에 있다

그런데 아이린은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그런데 나는 나의 초록빛 눈알을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나의 파란색 침실 안에 내려놓는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中